<충격세태> ‘남성이 왕’ 성노예 계약서 실체

“남자가 하자면 무조건 해야 한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성인물에서나 나올 법한 ‘성노예 계약서’가 국내서 판을 치고 있다. 여고생, 업소여성도 모자라 심지어 처조카에게까지 성노예 계약서를 강요한 파렴치한 남성들이 적발됐다.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야동과 현실을 구분 못한다”며 분노에 치를 떨었다. 이들은 모두 법의 철퇴를 맞았지만 피해자가 받은 정신적, 육체적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처조카에게 성노예 계약서를 강요한 파렴치한 이모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자 A(22·여)씨가 어릴 적 부모님은 이혼했고 같이 살던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혼자 남은 A씨는 18살이던 2013년 2월 인천에 있는 이모네로 거처를 옮겼다. 그때 이모부 B(44)씨를 처음 만났다. 당시 미성년자인 처조카 A씨와 같은 방을 쓰던 B씨는 그해 가을 처음 A씨에게 마수를 뻗었다.

천륜 져버린 범죄
핏줄의 악질 행각

이후 용돈을 주며 내연관계를 유지했다. A씨는 자신들의 관계를 세상 사람들이 이해하지 않아도 당시에는 이모부를 따랐다. 3년이 지난 지난해 5월, A씨는 “남자친구가 생겼다”며 B씨에게 그동안의 관계를 정리하자고 통보했다.

내연관계를 끝낼 생각이 없던 B씨는 A씨를 인천의 한 모텔에 데려간 뒤 “예전에 촬영한 나체 사진을 남자친구에게 보내겠다”며 협박했다. 그날 밤 결국 강제로 성폭행한 B씨는 다음날 경기도의 한 놀이공원에 A씨를 데리고 가 놀다가 다시 인천으로 돌아오는 승용차에서 성노예 계약서를 쓰게 했다.

정기적으로 성관계를 갖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작성해 자신의 휴대전화로 보내라는 거였다. A씨는 B씨의 강압적인 태도에 어쩔 수 없이 계약서를 작성했다.


계약서의 내용은 이렇다. ‘저는 이모부에게 정신적 피해를 줬습니다. 보상의 의미로 한 달에 2번씩 주기적으로 만날 것을 맹세합니다. 섹스 등 원하는 모든 것을 해주겠습니다. 강요나 협박도 없었고 스스로 해 주고 싶습니다.’ 온라인 계약서는 곧 B씨의 휴대전화로 전송됐다.

이후 지난해 9월까지 A씨는 B씨로부터 5차례나 더 성폭행을 당했다. B씨는 A씨의 휴대전화로 남자친구에게 ‘그만 만나자’는 문자메시지도 보냈다. 둘의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A씨가 보낸 것처럼 꾸몄다. 그해 여름 B씨는 A씨에게 더 구체적인 성노예 계약서를 요구했다.

12월 말까지 매주 목·금·토요일에는 B씨가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남자친구도 사귀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거짓말을 하거나 믿음을 주지 못하면 자신과의 만남을 1년 더 추가한다는 부수 조항도 넣었다. 이번엔 종이에 진짜 계약서처럼 ‘갑’과 ‘을’이라는 글자까지 쓰도록 강요했다. 물론 갑은 B씨였고 을은 A씨였다.

지난 22일 인천지법 형사13부(김진철 부장판사)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친족 관계에 의한 강간·카메라 등 이용촬영 및 강요, 협박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집에 살게 된 미성년 처조카와 성관계를 하고 관계를 정리하자는 요구를 받자 성폭행했다”며 “범행 경위나 수법 등을 보면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으로 피해자는 상당한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며 피고인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모부와 처조카 부적절한 관계
진짜 계약처럼 갑을에 사인까지

그러나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자백하며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상해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 외에는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지난 2015년 12월에는 화장품 매장서 물건을 훔치다 걸린 여고생에게 성노예 계약서를 강요한 점장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화장품 매장 점장 박모(37)씨는 지난해 2월, 매장서 물건을 훔치다 붙잡힌 C(15)양에게 “50만원을 변상하라”며 윽박지르고 전화번호 등 신상정보가 포함된 반성문을 쓰게 했다. C양이 훔친 물건은 7000원짜리 틴트 한 개였다.

점심시간이 되자 박씨는 C양을 인근 음식점으로 데려갔다. 밥을 사주면서 C양에게 제시한 것은 ‘노예계약’이었다. 박씨는 “예전에 걸렸던 애도 계약서 쓰고 나체 사진을 보냈다. 너는 어디까지 각오가 돼있냐”며 한달에 한두 번 만나 성적 행위를 할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타깃은 여중고생
늑대들 호시탐탐

검찰은 박모씨에 대해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해 징역 5년을 구형했다. 7명의 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렸다. 양형은 배심원 다수가 징역 1년의 실형 의견을 냈다.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여 박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반성문을 썼지만 피해자는 큰 수치심을 받았을 것”이라면서 “피해자가 건전한 성적 가치관을 형성할지 걱정이 되는 상황임에도 피고인은 변명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공판서 배심원단은 “사춘기 피해자에게 노예계약서를 들이밀었다는 자체만으로 성적 수치심을 줬다고 볼 수 있다”며 유죄라고 판단했다. 가수를 지망하는 여고생에게 ‘성노예 계약서’를 작성해 협박하고 유사 성행위와 성폭행을 한 40대 남성도 법의 철퇴를 맞았다.

피의자 조모(40)씨는 지난 2012년 서울 중랑구 임대아파트에 D양 가족이 입주하도록 도와주며 D양 가족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D양이 가수지망생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D양 가족들에게 자신을 유명 가수와 공동으로 연예기획사를 운영하는 사장이라고 속여 D양에게 접근했다.
 

연예인이 되기 위해 D양이 자신을 따르자 조씨는 2013년 5월부터 2015년 1월까지 자신의 집 등지에서 연습생은 방송PD에게 성 접대를 해야 하는데 이를 가르쳐준다며 D양을 성폭행하고 영화 출연 전 예행연습이라고 속여 유사 성행위를 강요했다.

또 자신의 내연녀 이모(36)씨와 함께 집단 성관계도 갖도록 했다.

서울북부지법 제11형사부는 조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연예계 활동에 필요한 연습이라고 속여 청소년인 피해자와 수차례 성관계를 갖는 등 조씨의 범행 수법과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성노예 계약서사건에는 공무원까지 합세했다. 한 세무공무원이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에게 돈을 갚지 못하면 성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내용의 성노예 각서를 작성하게 한 사실이 밝혀진 것.


대전지방국세청 청주지역 세무서 8급 공무원 E(35·8급)씨는 2012년 피해 여성인 김모(32)씨를 성매매업소에서 알게 돼 친분을 쌓아왔다. 김씨가 사채 이자로 힘들어하자 2013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4000만원을 빌려줬다.

이 과정에서 E씨는 김씨에게 ‘매달 원금과 연 40%의 이자를 상환하고 이를 어길 시 징벌로 성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내용의 성노예 계약서를 강요했다. 실제 E씨는 김씨가 상환 기일을 지키지 않자 “차용증 내용처럼 성관계를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악덕 사채업자에게 넘겨 외딴 섬에 팔아버리겠다”고 협박해 모두 26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가졌다.

E씨는 상환 일자를 하루라도 넘기면 성관계를 요구했다. 또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평생 노예로 살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섬으로 팔려가고 싶으냐’ ‘노예는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는 등의 협박을 하기도 했다.

공무원까지…
믿을 사람 없다

E씨는 또 2013년 2월 대전지방국세청 모 세무서 전산망에 무단으로 접속해 김씨와 그 가족의 세무정보를 열람한 것으로 드러났다. E씨는 이를 바탕으로 “네 가족이 누군지, 주소지가 어딘지 알고 있다. 내 말을 듣지 않으면 가족들에게 성매매 여성이라는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무혐의로 종결됐다. 채무를 빌미로 성관계를 강요했다는 혐의에 대해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이에 네티즌들은 인터넷상에 “타에 모범을 보여야 할 공무원이 성노예 계약서를 강요했다는 사실만으로 도덕적인 문제서 벗어날 수 없다”며 반발했다.


법을 잘 모르는 20대 여성들의 약점을 잡아 성노예 계약서를 쓰도록 한 뒤 성 노리개 등으로 삼아온 30대 남성도 있었다. 네일아트 학원에 다니던 이모(21·여)씨는 갑자기 돈이 필요하게 돼 잠시 수원의 유흥업소에서 일을 하게 됐고 손님으로 사채업자인 김모(38)씨를 만났다.

야동 많이 봤나…미성년 피해자도
“연예인 시켜줄게” 방법도 가지가지

김씨는 이씨와 만나 성관계를 맺은 후 이를 빌미로 ‘부모님께 알리겠다’며 이씨를 협박했다. 급기야 이씨는 김씨가 불러주는 대로 종신 노예계약서를 써야 했다. ‘40년간 봉사해야 하며 이 계약서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효력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김씨는 이씨를 수차례 성폭행하고 돈을 갈취하는 등 파렴치한 범행을 일삼았다. 계약 무효를 주장한 이씨에게 주먹질까지 했다.

김씨의 범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씨의 친구인 김모(21·여)씨에게까지 ‘위장 취업하면 은행대출 1000만원을 받을 수 있는데 우선 550만원이 필요하다’고 속여 돈을 가로챈 뒤 ‘이 돈을 받고 싶으면 노예계약서를 쓰라’고 강요했다.

결국 김씨마저 ‘이 계약서를 갖고 계시는 분께 평생 시키는 대로 할 것이며 이를 어겼을 때는 민·형사상 어떠한 처벌도 받겠다’라는 계약서를 건넸다. 이후에도 김씨는 이들에게 “너희들은 내 거다”라는 언행을 일삼으며 수시로 불러내 노리개로 삼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씨와 김씨가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계약서에 효력이 없다는 것을 눈치채고 김씨를 신고하면서 김씨의 파렴치한 행각은 막을 내렸다. 수원남부경찰서는 김씨를 강간, 강도, 상해, 폭행, 협박, 사기 등 무려 6개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어려 법에 대해 잘 모르는 20대 여자들을 사채업자가 이용한 것 같다”며 혀를 찼다.

연예인 스폰서 계약 관련 종사자의 폭로도 있었다. 한때 연예인 성 스폰서 계약 관련 종사자였다던 F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F씨는 지난 2013년 12월 수원지검 안산지청서 수사한 연예인 성매매 사건 당시 관련자 조사를 받았던 인물이기도 했다.

F씨는 “보통 스폰서 하면 도움이 필요할 때 대가 없이 후원하거나 백그라운드가 돼주는 것이다. 여기서는 약정된 돈(대가)을 건네고 계약에 따라 약속한 서비스(성)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그렇지 않다면 왜 계약서를 별도로 쓰겠나”라고 말했다.

또 “단발성이 아니고 ‘몇 차례에 얼마’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해당 여자 연예인이 돈만 받고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안전장치로 보면 되겠다. 한 번에 5000만원 이상을 현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스폰서 입장에서는 신상명세가 상세히 기록된 약정서가 있으면 아무래도 믿고 거래하기가 쉽다”고 계약서를 쓰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어디에든 있다
연예계도 성행

연예인 성매매 스폰서 계약서는 명칭이 ‘디지털 서비스 계약서(방송인)’로 돼있다. 이는 성매매로 인한 돈 거래 내역이 적발될 경우를 대비해 ‘광고계약서’의 형태로 위장한 것이다. F씨는 “이미 저는 손을 뗐지만 여전히 비슷한 형태의 거래는 이어지고 있고 이름난 연예인일수록 워낙 철저한 보안을 거쳐 은밀히 거래되기 때문에 적발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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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