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전남개발공사 특혜 의혹

회장님-지사님 통했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전남개발공사와 미래에셋컨소시엄이 특혜 논란에 휘말렸다. 미래에셋컨소시엄이 섬에 해양관광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인데 이 섬의 다리 건설 비용 대부분을 전남개발공사가 충당하면서부터다. 일각에선 박현주 미래에셋 그룹 회장과 이낙연 전라남도 도지사의 관계를 주목하는 분위기. 둘 모두 파벌형성으로 언론에 한동안 오르내렸던 ‘광주제일고등학교’ 선후배이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컨소시엄이 전남 여수 경도해양관광단지에 최대 1조2000억원 규모를 투자해 호텔과 워터파크 등을 갖춘 아시아 최고 리조트 건설을 추진했다. 전남도는 지난 9일, 도청서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과 이낙연 전남도지사, 주철현 여수시장, 권오봉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장, 양지문 전남개발공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여수 경도해양관광단지 투자협약을 체결했다고 10일 밝혔다.

광주일고 인맥

하지만 미래에셋컨소시엄 측에서 수백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연륙교 건설을 전남도에 요구한 내용이 관철되면서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미래에셋컨소시엄은 경도 외자유치를 위한 제안 입찰을 통해 경도 골프앤리조트 시설과 부지를 3423억원에 일괄 매입키로 했다. 또 앞으로 5년간 75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호텔, 빌라, 요트마리나, 워터파크, 해상케이블카 등을 갖춘 명품 복합리조트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총 1조원이 넘는 대형 프로젝트다.
 

문제는 7500억원 추가 투자와 관련 경도 연륙교 건설에 전남도가 대부분의 자금을 댔다는 점이다. 전남도는 경도가 경제자유구역에 편입되면 국비 50%와 도비·여수시비·미래에셋컨소시엄 자부담을 통해 연륙교를 건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륙교는 돌산과 편도 2차선, 길이 1.9㎞ 규모로 예산은 620억원가량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돼 특혜제공이라는 논란이 불거졌다.

섬에 육지를 연결하는 교량이 놓이면 섬 지역의 토지 가격이 폭등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전남도가 굳이 나랏돈을 들여 연륙교를 경도에 세울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전남도민을 위해 써야할 예산을 민간사업자 기반시설에 세금을 투입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현재 경도는 도선 2대를 통해 육지와 섬을 잇고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 사업에 세금을?…뒷말 무성
박현주 회장-이낙연 지사 관계 주목

미래에셋 측은 특혜 시비가 불거지자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입찰 전 사업 타당성 구상 단계에서 기존처럼 배로 왕복하는 방식으로는 관광객을 수용할 수 없고 시설 건설도 어렵다고 보고 연륙교 건설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이에 따라 연륙교 건설 지원이 있으면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내용을 제안서에 반영했으며 매각자인 전남개발공사에서 이를 수용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설명이다.

미래에셋의 해명에도 연륙교 특혜시비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 않는 양상이다. 일각에선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이낙연 전라남도 도지사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박 회장과 이 지사 모두 광주의 명문고로 꼽히는 ‘광주제일고등학교’ 출신이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1977년 광주일고를 졸업했으며, 이 지사는 1970년 졸업했다. 둘 사이는 7년이라는 시간 차가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 그럼에도 광주서 갖는 광주일고의 영향력 때문에 특혜시비에 박 회장과 이 지사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광주일고의 영향력은 광주 지역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일고 출신으로는 박 회장, 이 지사를 비롯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김황식 전 국무총리, 김장수 주중대사, 이용훈 전 대법원장 등이 있다.

그야말로 정·재·계를 아우르는 인맥의 산실로 통한다. 김대중정부 당시에는 최대 파벌을 형성해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특히 MB정부 때 상당한 득세를 하면서 광주민들 사이에 호불호가 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 지역의 한 소식통은 “광주일고의 경우 출신 선후배끼리 밀어주고 끌어준다는 얘기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며 “연륙교 특혜 시비와 관련 박 회장과 이 지사의 관계가 새삼 주목받고 있는 점이 이 때문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광주일고에 졸업생이 엄청나게 많은데 일각의 소문은 사실과 동떨어져 있다”며 “연륙교와 관련해 전남도로부터 어떤 특혜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밀고 당기기?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 간 거래서 친분이 이용되는 경우가 있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면서도 “나랏돈이 들어가는 사업에는 특혜시비를 막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상식인데 미래에셋·전남도 사이에 특혜논란이 부각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셈 빠른 미래에셋

미래에셋은 셈이 빠른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손해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2015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산업을 되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던 시기 주 채권단이었던 미래에셋이 1조원이 넘는 매각가를 제시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일각에선 미래에셋이 지나치게 높은 인수가를 제시한 것 아니냐는 말이 시장에 나왔다. 박 회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광주제일고 선후배 관계였기 때문이다. 당시 광주일고 선배였던 박 회장은 당시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결과적으로 7200억원에 매매가가 형성돼 거래를 마쳤지만 둘간 사이에 수많은 말을 남겼다.

미래에셋은 기업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사회적 거부감이 드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미래에셋생명이 기업 오너 2세를 위한 특혜성 프로그램을 운영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래에셋생명이 기업 오너들의 2세, 금수저만을 위한 지나친 특혜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은 2013년도부터 기업 오너들의 2세만을 대상으로 한 ‘차세대 CEO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특히 미래에셋생명의 차세대 CEO 프로그램은 기업 오너의 2세에 한해 중국 상해로의 무료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면서 비난여론이 고조됐다. 미래에셋생명은 자사의 신입 사원 및 신입 보험 설계사 교육 시 VIP 특혜 프로그램을 중점적으로 교육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서민들이 낸 보험금이 금수저들에게 쓰이고 있다”며 “미래에셋생명은 차세대 CEO 프로그램 외 넥스트 리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금수저들을 위한 기회 제공에만 과도하게 힘을 쏟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