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원 릴레이 인터뷰> 더민주 이훈 의원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1.09 10:52:02
  • 호수 10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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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님은 서민을 외면했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이번 20대 국회는 새로움의 연속이다. 대한민국은 17대 총선 이후 12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으로 접어들었다. 국회는 3당 체제로 재편됐고 낙선한 의원들의 빈자리는 새로운 얼굴들로 각각 채워졌다. <일요시사>는 독자들을 대신해 의원들을 찾아가는 릴레이 인터뷰를 시작, 새로워진 국회를 알아가는 시간을 준비했다. 그 스물여덟 번째로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을 만나봤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이훈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를 통해 최순실 국정 농단의 민낯을 드러내고, 한전 전기료 문제 해결에 앞장서며 주목을 받았다. 현 시국을 위기이자 기회로 인식한 이 의원은 촛불민심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이 새롭게 바뀔 것이라 전망했다. 아울러 사회적 약자에게 힘을 실어 주어야만 공정하고 균형 잡힌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 초선의원으로서 국정 농단서 탄핵가결에 이르기까지 현 정국을 어떻게 보셨는지.

▲ 국정 농단 사태 자체로 보면 국정 시스템 자체가 무너져 버린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기본적으로 국정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 같다.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다. 그리고 아주 스스럼없이 외교에서 인사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시스템을 붕괴시켰다.

박정희 시대서나 가능할 일을 21세기에 한 것이다. 재벌들을 강압하고, 재벌들의 이해를 챙겨주면서 대가를 받는 과정서 민낯이 드러났다고 본다. 나라가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 이에 국민들은 분노했고, 광장에서 실질적으로 행동하면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궁극적으로 현 상황은 위기이자 기회로 보인다.

- 국회 입성에 도움을 준 금천시민에게 한 말씀해 주신다면.


▲ 금천의 경우 소기업 및 중소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편이다. 박 대통령은 이런 분들에 대한 어떠한 배려도 없었다. 즉 정부와 새누리당 정권에 대한 심판을 바라는 민심이 저를 국회로 보낸 것이라 생각한다. 선거과정서 시민들께 국정에 한 번 참여해봤다는 경험을 바탕으로 국회서 일을 잘해보겠다고 말씀드렸다. 주민들께서 믿어주신 것 같다. 또한 선거 때 약속들은 정권교체가 이뤄져야 가능한 약속들도 있다. 정권 교체를 위해서도 더민주 의원으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 NGO모니터단을 통해 ‘2016국정감사 우수의원’에 선정되셨다.

▲ 사실은 대단히 감사한 일이다. NGO모니터단 뿐만 아니라 우리 당에서도 저를 국감우수의원으로 선정해 주셨다. 국감을 진행하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부족하지만 좋은 평가를 해주셔서 감사하다. 산자위 활동을 통해 기간산업, 에너지산업, 중소기업, 전통시장 문제 등 사회적 약자 부분에 대해 질의를 집중하려고 애를 썼다.

금천 지역구 초선의원
국감스타로 자리매김

특히 전기료 문제 관련해서는 사활을 걸고 끊임없이 요구하고 질의했다. 부족하지만 성과가 나왔다. 운영위 차원에선 청와대 문제 즉,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수면에 올라오지 않은 상황에서 국정 농단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지적했다. 특히 최순실씨 청와대 출입 문제에 대한 지적이 날카로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 국정 농단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의혹의 핵심을 무엇으로 보는지.

▲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국가시스템의 붕괴로 견제 받지 않은 국가권력이었다는 점이다. 사전에 점검되지 못했기 때문에 사태가 커졌다고 본다. 이 부분은 개헌을 통하거나 아니면 국가시스템을 점검해야만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정경유착이다.
 


권력에 사적으로 작용하는 힘에 대해서 우리 재벌들은 취약하다. 이해관계만 맞춰주면 본인들에 더 큰 이익이 돌아오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재벌개혁이 필수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국정 농단의 핵심을 꼽자면 대통령이다. 마치 왕정시대의 여왕처럼 나라를 운영해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 대단히 실망을 넘어서 자괴감까지 느낀다. 혹자들 중에는 박 대통령의 행태에 대해 반헌법적이고, 반국가적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 탄핵 정국의 변수를 3가지 짚어주신다면.

▲ 변수를 꼽자면 촛불민심, 헌재결정, 특검이라고 생각한다. 탄핵을 이끈 촛불민심이 앞으로 국정 농단에 드러난 모든 문제 즉, 정책결정 문제, 정경유착, 검찰 개혁, 언론 문제, 세월호 7시간을 둘러싼 모든 정부의 무책임에 대안을 내세우는 시민사회 운동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의 경우 혹자는 재판관들이 보수적 결정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광장의 요구에 대해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민심에 기반해 법적 절차를 따라 합리적이고 상식적 결정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건다.

“약자에 힘을 실어줘야만
공정하고 균형 잡힌 사회”

특검은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바가 크다. 검찰조사가 예비적으로 이뤄진 상황에서 특검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번 특검도 촛불민심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과거처럼 사건을 축소, 은폐, 왜곡하려 들면 국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또, 청산의 역사를 가져보지 못한 우리나라가 역사에 교훈을 남긴다는 측면에 있어서도 철저하게 수사를 해야 한다고 본다.

- 의원님께서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은 누구인가. 롤모델이 있다면.

▲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고 스스럼없이 이야기한다. 직접 모시기도 했는데 김 전 대통령을 뵈면서 참 열심히 공부하셨던 분이라는 생각을 한다. 또한 진심으로 국민을 존경하고 사랑하셨다.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고민하고 비전을 세웠다. 그 결과물만큼은 집권하실 때 실현하려 노력하셨다.

비전을 세우고 정책을 만드는 것은 노력하면 가능하지만 그것을 현실서 실천하는 것은 어렵다. 특히 정권 내부의 장애물, 정책에 반대하는 집단이 많은데 이런 것들을 설득하거나 뛰어넘는 과정은 어렵다. 명분과 자기원칙이 분명하지 않으면 이겨내기 어려운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이런 부분에 있어서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셨던 분이다.

- 대통령이 탄핵 되면 조기 대선국면이 열리게 된다. 더민주의 수권전략을 말씀해 주신다면.

▲ 당 차원서 개헌입법을 위한 특위를 구성하고 있다. 또한 입법연대 및 의총을 통해 어떻게 촛불민심을 받들 수 있느냐에 대한 토론도 진행하고 있다. 이런 부분이 구체화 되는 것이 수권을 위한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더민주에는 쟁쟁한 대선후보들이 많다. 서로 분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내부에서는 분열되지 않으려고 애써야 하고 아울러 외부에서는 야권 전체가 연대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 본인의 정치 철학은 무엇인가.

▲ 초선의원으로서 철학을 말씀드릴 것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바라는 정치 스타일은 있다. 첫째는 대안을 제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실현하는 것이다. 실제 해결 능력이 있는 정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편드는 정치다.


어디 가서든 중립적이거나 우유부단한 것이 아닌 어떤 판단이든 간에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편 들어 주려고 한다. 정치가 그런 맛이 조금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강자, 부자, 기득권 보다는 약자에게 국회의원이 힘을 실어주는 것이 사회적으로 공정하고 균형이 잡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shs@ilyosisa.co.kr>

 

[이훈 의원은?]

▲서강대학교 사학과 학사
▲전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 국장
▲전 대통령비서실 비서실장실 비서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
▲제20대 국회 전반기 운영위원회 위원
▲제20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
▲제20대 국회의원 (서울 금천구/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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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