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특검수사 시나리오 막전막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1.09 10:31:05
  • 호수 10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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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모로 잡아두고 최순실 입 연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정유라씨가 잡혔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지 3달 만이다. 그 동안 독일을 비롯해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며 도피생활을 했다. 정씨가 덴마크 고등법원에 낸 항소가 기각되면서 특검 소환이 임박했다. 최순실씨의 대통령 뇌물죄를 실토하는 데 핵심 카드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3일, 덴마크서 체포된 정씨의 불구속 수사 요구에 대해 “협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규철 특검보는 “덴마크 법원으로부터 정유라에 대한 긴급 인도구속 결정을 받았고 앞으로 범죄인 인도 청구 절차를 거쳐 최대한 신속하게 국내로 송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지서 체포
모든 혐의 부정

이어 “이미 정유라가 지명수배된 상태이기 때문에 송환되면 즉각 체포 영장을 집행할 것”이라며 “체포 영장을 집행하면 48시간 동안 (구금 상태로) 조사할 수 있기 때문에, 그때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특검보는 “정씨가 현지 생활을 정리하고 자진 귀국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다면 덴마크 법원도 굳이 결정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외교부의 여권 무효화 조치로) 10일쯤 여권이 무효화되기 때문에 (정유라씨가) 생각보다 빨리 송환될 수도 있다”고도 했다.

한편 일각에선 정씨가 덴마크 법원이 오는 30일까지 구금 결정을 내린 데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에 송환이 늦어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특검팀은 그보다는 ‘조기 송환’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고 있다.


특검팀은 법이 규정한 범죄인 인도 청구 제도를 이용, 정씨의 강제 송환을 추진하기로 했고 이후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덴마크서 조만간 송환…특검팀 준비 박차
대통령 뇌물죄 실토하는데 핵심카드 활용

정씨의 혐의는 대략 부정입학·제3자뇌물·자금세탁 등이다. 그는 현지 법원서 진행된 청문절차에서 이 같은 혐의를 모두 부인하며 어머니 최순실씨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정씨는 자신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으며 어머니 최씨가 ‘일부 문서’를 보여줘 이에 서명을 했을 뿐이라고 진술, 자신에 대해 적용될 모든 혐의를 최씨에게 미루고 있다.
 

정씨는 현재 이화여대 입시와 학사 관련 의혹 등 업무방해 혐의,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삼성그룹·최순실씨 간의 제3자 뇌물 혐의와 관련해 삼성으로부터 대가성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또 독일에 설립된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 전신)를 통해 최씨의 자금세탁을 조력하거나 방조했다는 의혹, 범죄자금을 국외로 빼돌렸다는 의혹 등 최씨의 각종 혐의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있다.

삼성의 대가성 지원 의혹 등과 관련해서도 ‘삼성이 스폰서로 말을 대는 것일 뿐이고 나는 말을 탈 뿐’이라는 말과 함께 관련 서류에 사인만 했을 뿐 아는 게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아울러 자신은 삼성이 지원한 선수 6명 중 하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화여대 부정입학 및 학사특혜 의혹과 관련, 이화여대 류철균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나 최경희 전 총장을 단 한번 만났다고 밝혀 자신이 관여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말했다.

법조계에선 정씨가 혜택을 본 장본인이라고 하더라도 각종 범행이 이루어질 당시 그가 미성년자였다는 점을 앞세워 혐의를 어머니에게 계속 미룬다면 처벌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알아서 시인하나
물증·정황 확보

그런데도 특검이 갓 스무살을 넘긴 정씨를 압박하는 이유는 뭘까.

사정기관 한 관계자는 “정씨는 최씨를 압박할 중요한 카드”라며 “현재 최씨는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정씨를 구속시키거나 조사하면서 최씨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는 전략을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서울구치소 수감동서 열린 국회 국정조사특위 비공개 청문회에서 최씨는 딸 정씨 얘기가 나오자 울음을 터뜨렸다고 복수의 여야 특위 위원이 밝혔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첫 질문으로 최씨에게 “딸이 더 걱정되느냐, 손자가 더 걱정되느냐. 누구 때문에 더 걱정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최씨는 ‘딸’이라고 언급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또 손 의원은 “증인(최순실씨)이 많이 의지하고 살았던 정유라와 박근혜 대통령 두 사람 중 누가 더 상실감이 크고 어렵겠느냐”는 질문에도 역시 “딸이죠”라고 답하며 울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청문회서 최씨는 대부분 혐의를 모르쇠로 일관했다. 하지만 딸에 대해서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이런 딸이 붙잡힌 마당에 최씨의 심경변화는 당연할 것. 특검은 최씨의 진술 태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조위 관계자는 “최순실씨가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입을 닫았지만, 앞으로는 대통령보다는 딸을 지키기 위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검이 정씨를 강하게 압박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특검 수사는 현재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압수수색한 곳만 봐도 다채롭다. 삼성·국민연금본부·문화체육관광부·이화여대·문형표 전 국민연금이사장 자택·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 본부장·김영재 성형외과 원장·김기춘 전 청와대비서실장 자택·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자택 등 셀 수 없이 많다.

심지어 지난 3일에는 최순실 게이트 핵심 인물(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들이 수감된 서울구치소와 남부구치소를 동시에 압수수색하기까지 했다.


특검팀은 김종 전 차관 등을 조사하는 과정서 세 사람이 입을 맞추려 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팀은 차씨 등이 가지고 있던 메모지와 수첩 등을 압수했다.

최순실씨에게
딸 소식 전해

특검이 이처럼 수 많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박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를 위한 것.

사정기관 관계자는 “박영수 특검이 대통령 골인(뇌물죄 혐의)은 무조건 하려고 할 것”이라며 “박 대통령을 기소하지 못하면 실패한 특검”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특검서 압수수색한 곳들은 대부분 박 대통령의 뇌물죄에 대한 단서를 포착하기 위한 수사였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금까지 특검이 진행한 압수수색들을 보면 대부분 대통령 뇌물죄 혐의를 입증해 나가는 방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때문에 피의자로 전환된 관계자들에게 유의미한 증언도 확보한 상태다.

특검서 가장 먼저 구속 한 문 전 이사장은 ‘삼성 합병 찬성을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시인했다. 장시호씨 역시 지난달 29일, 공판준비기일서 삼성으로부터 약 16억여원의 후원금을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또 다른 사정기관 관계자는 “현재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다는 물증과 정황은 충분히 확보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제 당사자들의 진술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딸 풀어주는 조건 빅딜?
급격한 심경 변화 노려

특검은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자금창구로 지목된 삼성그룹의 최고위급 임원에 대한 소환조사가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규철 특검보는 지난 3일, 브리핑을 통해 “삼성 임원진 수사는 아직 계획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소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특검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와 직접 공모했다는 결정적인 정황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통령은 재벌 총수들과 독대하는 자리서 ‘비선 실세’ 최씨의 회사소개서를 직접 건넸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현재 삼성의 승마 지원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대가로 보고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하는 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의 최근 해명과 달리 최씨와 직접 공모를 했다는 결정적 정황이 확인됨에 따라 수사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재벌 총수들과 독대를 마친 뒤 최씨의 직·간접적인 회사들과 정유라 등을 도와달라며 수주를 위해 작성된 회사소개서인 ‘지명원’을 직접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자리에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배석을 했으며, 그 역시도 박 대통령이 지명원을 총수들에게 건넨 사실을 목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명원에는 미르·K스포츠재단, 광고회사인 더플레이그라운드, 더블루K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박 대통령은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만나 “최순실과 절대 공모하지 않았다”며 “(국민연금에) 합병 찬성을 지시한 적도 없다”고 밝혔었다.

현재 진행되는 일련의 수사는 의혹의 정점에 있는 박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 특검은 박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대면 조사하기에 앞서 청와대 압수수색 성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정유라 입도
여럿 잡는다

앞서 검찰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비서실·경호실 등이 승인하지 않아 자료를 임의제출받는 데 그쳤다. 특검은 압수수색의 필요성을 누차 확인하면서 국가 안보와 관련된 장소의 특성을 고려해 어떤 식으로 이를 현실화할지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뇌물죄’ 박근혜 입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2017년 첫날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어 최순실 게이트 전반을 부인했다. 현재 박 대통령은 탄핵소추 의결로 권한행사가 정지당한 상태다. 최순실 사태의 핵심 당사자인 박 대통령이 언론을 상대로 직접 여론전에 나선 양상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오후 1시30분 무렵부터 40여분 동안 청와대 상춘재에서 출입기자들을 만났다. 간담회 일정은 행사시작 30분 전에 급작스럽게 공지됐다. 박 대통령의 대외접촉은 지난달 9일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이후 23일만이다.

지난해 11월29일 3차 대국민담화 때 기자들의 질문을 피하면서 “이번 (최순실) 사건에 대한 경위는 가까운 시일 안에 소상히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던 박 대통령은, 해를 넘겨 이날에야 기자들을 만났다. 박 대통령은 우선 “보도라든가 방송에 나오는 것을 보면 너무나 많은 왜곡, 오보, 거기에다 허위가 그냥 남발이 돼 종잡을 수가 없다”며 “오해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왜곡된 것이 또 오보를 재생산하까 마음이 답답하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세월호 참사 7시간 의혹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그날 정상적으로 이 참사, 사건이 터졌다는 보고를 받으면서 계속 체크하고 있었다”며 “그날은 마침 (대외) 일정이 없어서 구조 지시하고 보고받으면서 하루 종일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할 것은 다 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어느 날 갑자기 ‘밀회를 했다’는 식으로 나가니까 얼마나 기가 막혔는지 말도 못한다. (헌재 심판에서) 이번만큼은 허위가 완전히 거둬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용시술 의혹은 “상식적으로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느냐”고, 당일 ‘보안손님’ 존재 여부에는 “그날 다른 일을 어떻게 상상할 수가 있겠느냐”고, 관저에서 본관으로 이동하지 않은 이유는 “(그런 것보다) 현장이 잘 돌아가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과의 공모 여부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공모라든가, 어떤 누구를 봐주기 위해서 한 일은 손톱만큼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건 아주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을 놓고 뇌물죄 의혹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서는 “완전히 (검찰이) 엮은 것”이라며 “그 누구를 봐줄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었고, 제 머릿속에 아예 없었다. (헤지펀드 공격에) 국민연금이 잘 대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이 회사를 도와주라’ 그렇게 (국민연금에) 지시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최순실이 대통령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국정을 농단했다는 의혹에는 “(최순실이) 지인은 지인이지만 모든 것을 다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도 있고, 또 판단도 있다. 어떻게 지인이라는 사람이 여기저기 다하고, 뭐든지 엮어 가지고 이렇게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부인했다.
박 대통령은 한편 특검의 출석 요구 등에 “연락이 오면 성실히 임할 생각이 있다”면서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전격적으로 실시된 간담회는 박 대통령이 특검 수사와 탄핵심판 대비를 본격화한 것으로 이해된다. 탄핵심판 피소추자, 형사피의자라는 자신의 신분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고 나선 셈이다. <창>

 

<기사 속 기사> 정유라룩 뭐길래…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 씨가 덴마크 현지 체포 당시 입고 있던 패딩에 이어 이용한 차량까지 대중의 이목이 쏠렸다.

지난 2일 정씨가 덴마드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국내 각 포털사이트에는 ‘정유라 패딩’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장악했다. 특히 정씨 일행이 폭스바겐 차량을 타고다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지대한 관심을 모았다.

정씨 일행이 타고 다닌 차량은 멀티밴 ‘T6’으로 알려졌다. 정유라 패딩에 이어 관심을 모으고 있는 차량 T6은 폭스바겐의 6세대 승합차다. T 시리즈 중 가장 최신형 모델이며 해외에서는 골프만큼이나 많은 인기를 누리며 11년 동안 200만대 이상이 팔린 것으로 집계된다. 클래식한 디자인의 박스형 스타일과 더불어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한 것이 이 차의 강점으로 꼽힌다.

한편 정유라 패딩에 이어 차량까지 화제가 되면서 새삼 ‘블레임 룩’현상에도 이목이 쏠린다. 블레임 룩 현상은 사회적으로 파문이나 논란을 일으킨 사람들의 패션 등이 관심을 받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로 비난이라는 뜻을 가진 블레임(Blame)과 옷차림, 룩(Look)을 합한 신조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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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