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검이 노리는 사람들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1.02 11:32:11
  • 호수 10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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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담장 위 걷는 왕년의 실세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한때 ‘끗발’ 날리던 정권 실세들이 담장 위를 걷는 신세가 됐다.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정부서 잘 나갔던 인사들이 줄줄이 특별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판이 커진 탓이다. 예상치 못하게 수사 대상에 오른 6인의 면면을 살펴봤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빌딩 18층.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본격 수사 착수를 알리는 현판식이 지난 달 21일 오전 9시에 열렸다. 박영수 특검과 박충근·양재식 특검보, 수석파견검사인 윤석열 검사, 어방용 수사지원단장이 줄을 당기자 하얀천이 벗겨지며 ‘박영수 특별검사팀’이라고 적힌 현판이 드러났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박 특검과 4명의 특검보 등이 박수를 쳤다. 박 특검은 “국민의 뜻을 잘 읽고, 법과 원칙에 따라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이 올바른 수사를 하겠다”고 했다.

박 특검과 윤 검사 등이 박수를 치며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던 순간,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로 특별검사팀 소속 파견검사와 검찰 수사관, 특별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특검팀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작성자로 지목된 관계자들의 집무실과 자택도 압수수색을 강행했다.

지금까지 특검팀의 행보는 법조계서도 예상 밖의 일이다. 최순실 게이트의 판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정권 실세들을 향해 칼날을 겨누고 있는 형국이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특검의 먹잇감이 될 위기에 처했다.

‘타깃 1호’ 김기춘


특검팀의 김 전 실장 자택 압수수색은 그에 대한 수사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규철 특검보(대변인)는 브리핑서 “김 전 실장 등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한 증거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의 피의자로 입건돼 검찰 수사를 받아왔다. 지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수사 단계에서 검찰은 김 전 실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하는 데 그쳤고 압수수색 등 추가 수사를 진행하지는 않았다. 검찰은 김 전 실장에 대해 2014년 김희범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에게 문체부 1급 실·국장 6명의 일괄 사표를 받으라고 지시한 혐의만 적용했다.
 

하지만 상황은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으로 급반전했고, 특검팀도 김 전 수석의 비망록을 유의미하게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실장이 2014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청와대 비서관 회의 내용서 지시한 내역을 담은 비망록에는 그의 인사전횡, 권력남용 정황이 고스란히 담겼다는 평가다.

일각서 제기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도 들여다볼 것으로 전해진다.

나는 새도 떨어뜨렸는데…지금은 용의자
대부분 직권남용 혐의…줄줄이 압수수색

실제로 특검팀은 현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계 인사 9473명의 이름이 적힌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일부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이 블랙리스트 배후에 김 전 실장이 관여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 전 비서실장은 재임 중 김진태 전 검찰총장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김 전 총장과 자주 통화를 했던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 2014년 말 이른바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당시 정씨 집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서울중앙지검의 자체 판단이 아니라 김 총장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던 일로 밝혀졌다.


‘특검 성패 핵심’ 우병우

우 전 수석은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실을 알고도 묵인 또는 방조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특검 수사 대상에 오른 상태다. 우 전 수석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는데도 최씨에 대해서 조사를 한 적이없다.

또 최씨의 측근인 차은택씨가 문화창조융합벨트의 예산을 횡령하고 인사에 개입한 것에 대해서도 내사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 전 수석은 최씨의 국정농단을 알고도 박근혜 대통령을 의식해 묵인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은 세월호 수사를 방해한 적권남용 의혹도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은 2년 전 세월호 사건 수사 과정에서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우 전 수석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있던 2014년 6월5일 오후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해양경찰청 본청을 압수수색하던 광주지검 수사팀에 전화해 “해경 상황실 전산 서버를 압수수색해야 하느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사팀이 세월호 침몰 당시 청와대와 해경 간 통화 내역 등 민감한 내용이 일부 보관된 서버를 압수하려 하자 우 전 수석이 청와대 측 입장이나 의견을 전달하려 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우 전 수석은 가족회사 ‘정강’서 자금을 유용했다는 의혹과 의경으로 복무한 아들의 보직 특혜 의혹도 있다. 가족 회사를 만들어 정강이라는 회사를 통해 개인적으로 자금을 유용한 의혹이 있다.

또 이 과정서 처가에서 부동산을 차명 보유했으며 재산 신고를 축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투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아들이 의경 보직을 받았는데, 경찰 간부의 운전병으로 차출돼 특혜라는 의혹도 나왔다. 당시 경찰 측은 우 전 수석 아들이 “코너링을 그렇게 잘 해서 거기에 갔다”고 해명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특검팀은 우 전 수석의 비위 의혹을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팀의 수사서류를 지난달 26일 인수했다. 특검팀은 이날 검찰 특별수사팀으로부터 우 전 수석의 비리 의혹을 수사한 서류 사본을 넘겨받았다. 특검팀이 우 전 수석의 비위 의혹 전반에 관한 자료를 확보한 것은 특검법에 수사 대상으로 명시된 최순실 비호, 직권남용 의혹 외에 우 전 수석의 개인 비리 혐의 전반으로 수사 범위를 넓힐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부상하는 의혹’ 조윤선

특검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본격 수사에 나설 전망이다. 조 장관이 그 리스트를 작성 및 관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문체부는 가장 먼저 측근비리의 진원지로 지목받았다.

이른바 ‘최순실 차은택 예산’은 조 장관이 장관직에 앉은 뒤 수천억원대로 불어났다. 문화계 인사들에 대한 폭넓은 보복 조처를 시사하는 블랙리스트도 발견됐다. 블랙리스트는 반정부인사로 분류할 만한 문화계 인사들의 이름과 직업이 빼곡하게 나열된 명단이다.
 

2014∼2015년 작성된 것으로 파악된 블랙리스트에는 박원순·문재인 등 야권 정계 인사를 지지했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명목을 들어 낙인을 찍은 경우도 수천명에 달했다. 조 장관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해당 리스트가 실제로 있느냐는 질문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부인한 바 있다.

이에 따른 위증, 증거인멸 의혹 등의 조사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조 장관은 문체부 관계자에게 서울 서계동 사무실에 있는 자신의 컴퓨터를 교체하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문체부는 블랙리스트 관련 작업을 했던 문체부 예술정책국 예술정책과의 컴퓨터 2대 하드디스크를 지난달 초 교체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한편 조 장관과 김 전 실장은 현 정권이 불편해하는 문화계 인사 1만여명에 대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관리한 혐의로 지난 12일, 문화예술단체로부터 특검에 고발됐다. 특검은 블랙리스트 작성 책임자와 작성 경위 등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도 예상된다.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당시 정무수석실 국민소통비서관)을 소환키로 했다.

‘못잡나 안잡나’
[정유라]

특검팀이 독일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진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를 지난달 27일, 인터폴에 적색수배 요청했다.(정씨는 지난 1일(현지시각), 덴마크의 올보르시 한 주택서 현지경찰에 의해 불법체류죄로 체포됨) 특검팀 측은 “정유라씨에 대해 금일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했다”며 “인터폴 적색수배는 여권 무효화를 신청만 해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해 곧바로 조치를 취했다”고 덧붙였다.
 

적색수배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중범죄 피의자에게 내리는 국제수배다. 180여개 인터폴 회원국 어디서든 신병이 확보되면 수배한 국가로 강제 압송된다. 살인·강도 등 강력범죄나 조직폭력사범, 50억원 이상의 경제사범 등이 주 대상이지만 그 외 체포영장이 발부된 주요 형사범도 요청 가능하다.

특검팀은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 등을 받는 정씨에 대해 법원서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독일 사법당국과의 공조 절차에 들어갔다. 정씨를 기소중지·지명수배하면서 압박 강도를 높였다. 외교부를 통한 여권 무효화 조치에도 착수했다. 정씨는 독일 현지서 변호인을 선임하고 특검 수사에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등 핵심 관계자에 대해서도 보강수사를 벌여 정씨 부정입학과 교육부 주요 재정지원사업 수주 간 대가성 입증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화여대는 올해 교육부 주요 재정지원사업 총 9건 중 8건을 따낸 바 있다.


앞서 검찰은 정씨의 특혜입학 의혹과 관련해 면접위원 및 교직원들을 줄소환한 바 있다. 최 전 총장과 남궁곤 전 입학처장,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 등 핵심 관계자들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다.

‘연금으로 장난?’ 문형표

문형표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은 보건복지부장관으로 있던 2014년 7월, 산하기관인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을 의결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지난달 27일, 문 이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으며 이튿날 오전 1시경 긴급체포했다.
 

국민연금은 당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의 의견을 듣지 않고 기금운용본부 소속 투자위원회 결정만으로 찬성을 의결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합병 반대 권고도 무시됐다.

칼날 피해갈 수 있을까
뇌물 혐의 입증이 관건

특검은 이처럼 국민연금이 합병 찬성을 밀어붙이는 과정에 청와대 등 윗선의 입김이 들어간 게 아닌지, 문 이사장이 여기에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게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문 이사장이 국민연금 의사 결정 과정에 관여한 정황은 이미 드러나 있다. ‘청와대 뜻’을 거론하며 합병 찬성을 종용했다는 증언이 있기 때문이다. 

특검도 “문형표 당시 장관이 합병 찬성을 직접 지시했다”는 관계자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이러한 의혹을 확인하고자 문 이사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영장에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이사장은 지난해 11월24일 검찰 소환 조사에서 “국민연금 의사 결정에 관여한 바 없고, 청와대 지시나 삼성 측과의 사전 교감도 없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최 민원 해결?’ 홍완선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 본부장이 삼성 합병 당시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로 특검팀에 두 차례 걸쳐 밤샘 조사를 받았다. 특검팀은 지난달 26일 오전 9시30분쯤 홍 전 본부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한차례 불러 이튿날 새벽까지 밤샘 조사를 진행한 데 이어 다음날 특검 사무실로 재소환했다.

앞선 조사에서 특검팀은 홍 전 본부장을 상대로 삼성이 최씨 측에 제공한 자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을 국민연금이 승인한 대가에 해당하는지 등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홍 전 본부장이 고문으로 있는 투자회사인 프라이머리 인베스트먼트에 삼성이 돈을 지급했다는 의혹도 특검팀의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특검팀은 홍 전 본부장을 포함한 합병 의결 과정의 핵심 관계자 조사와 국민연금·복지부 압수수색 등을 통해 박 대통령이 최순실씨의 삼성 ‘합병 민원’을 해결해주려 국민연금에 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입증하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특검팀은 홍 전 본부장에 대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영장청구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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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