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기환-이영복-법무법인 ‘정인’ 삼각 커넥션 전말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1.02 10:55:49
  • 호수 10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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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얽히고설킨 ‘상부상조’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영복-현기환-법무법인 정인’이 서로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정황을 <일요시사>가 단독 확인했다. 특히 해당 법인의 대표변호사로 있는 이기중 변호사는 부산 엘시티(LCT) 시행사의 실질 소유주인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사건을 맡아 변호해주는가 하면 현 전 수석이 지난 18대 국회의원으로 있을 때 정치후원금을 낸 사실이 있다. ‘엘시티 스캔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세 사람의 관계 규명이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은 최근 엘시티 사업과 관련해 각종 비리 의혹을 추적하고 있다. 엘시티 시행사인 엘시티PFV의 실질 소유주인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이 자신의 마당발 인맥을 이용, 정관계에 전방위 로비를 했다는 정황이 포착되면서부터다. 엘시티PFV는 엘시티 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이다.

엘시티 스캔들
전방위적 로비

앞서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은 엘시티 사업에 대한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영복 회장이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사업 규모가 바뀌는 등 석연찮은 신호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당초 5만㎡였던 사업 용지는 갑자기 6만5934㎡로 늘어났고, 아파트를 지을 수 없던 곳은 주거용으로 용도가 바뀌었다. 60m였던 고도 제한은 411m로 7배나 뛰었다. 환경영향평가는 단 한 차례도 실시되지 않았으며, 교통영향평가는 단 한 번의 심의로 통과됐다.

당시 시민단체 측은 “고층 아파트 건설로 교통난이 예상된다”고 이의를 제기했지만, 부산시는 이를 묵살했다. 특혜성 인허가 조치가 이루어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된 이유다.


엘시티 스캔들을 관심 있게 지켜보던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은 “이영복 회장이 엘시티 인허가권을 위해 부산 지역 정치인은 물론 주요 공공기관 고위직에 전방위 로비를 했다”는 첩보를 입수, 수사에 들어갔다. 지난 10월24일에는 부산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임관혁)로 사건을 이관하고 수사팀을 대폭 확대했다.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이영복 회장은 도피를 선택했다. 그러나 수사팀 규모 확대와 복수의 언론으로부터 자신에 대한 의혹이 연이어 보도되자 지난 11월10일 검찰에 자수했다. 중간에 자수 의사를 번복하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그의 소재를 확인한 경찰은 서울에 위치한 한 모텔서 이 회장을 체포했다.

특수부는 이 회장이 과연 누구에게 로비를 했느냐에 초점을 맞췄다. 회삿돈 705억원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이 회장은 엘시티 인허가권 승인을 위해 이 돈을 부산지역 정관계에 고루 뿌린 의혹을 받고 있었다.

이영복-현기환
‘엘시티’ 몸통

여기서 등장하는 이름이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다. 검찰에 따르면 현 전 수석은 이 회장으로부터 엘시티 관련법인 자금으로 구입한 10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 275장을 받았다. 또한 엘시티 설계 담당 건축사사무소 명의로 된 법인 신용카드 1장을 이 회장으로부터 제공받아 총 7660만원 상당을 썼다.

뿐만 아니라 현 전 수석은 서울 강남구의 한 식당서 이 회장과 만나 “엘시티 사업 등과 관련해 제반 편의를 제공해 달라”는 취지로 33회에 걸쳐 총 3159만원가량의 술값을 대납 받았다고 한다. 이처럼 현 전 수석이 이 회장 등으로부터 받은 금품은 총 4억3000여만원에 이른다.
 

이에 특수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하 특가법)상 뇌물수수·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현 전 수석을 구속기소, 지난 12월19일 정식 재판에 넘겼다. 현재 특수부는 구속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금품수수 혐의를 포착해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이다.


두 사람은 단순한 비즈니스 차원을 넘어 오랜 세월 친분관계를 맺어왔다.

현 전 수석은 이 회장과의 연루의혹이 불거진 지난 11월21일 ‘엘시티 수사와 관련한 입장’이라는 A4용지 1장 분량의 자료를 통해 “이영복 회장이 추진해온 엘시티 사업과 관련해 어떤 청탁이나 압력을 행사한 적도 없고 도피에 협조한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면서도 “이 회장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인간적인 관계일 뿐”이라고 인정했다.

엘시티 ‘몸통들’ 줄줄이 재판으로
이영복-현기환 금품제공·수수 혐의

그러나 두 사람이 인간적인 관계 이상이라는 정황이 최근 압수수색에 의해 드러났다. 검찰이 전국 골프장 14곳의 지출 내역을 확보한 결과, 현 전 수석과 이 회장을 비롯해 유력인사 4명이 함께 20여차례 이상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검찰이 이 회장의 비자금을 추적하는 과정서 나왔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수부는 이 회장이 골프 접대를 통해 정관계, 법조계, 금융권 유력 인사들을 상대로 엘시티 인허가 해결과 시공사 유치,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과 관련된 청탁을 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기중 변호사가 이들 두 사람과 함께 지난 2012년 12월부터 2015년 2월 사이에 총 5차례 라운드를 돌았다는 사실이다. 이 변호사는 이 회장의 법조계 핵심 인맥 중 한명으로 꼽힌다. 그는 지난 2010년부터 법무법인 정인에 들어와 현재 대표변호사로 있다.

법무법인 정인은 부산지역 향판(지역법관제, 법관의 인사 안정성을 위해 특정 고등법원 관할 안에서만 근무하게 한 제도)의 대표주자다. 인적 구성을 보면 부산지법·부산고법 판사 출신들이 즐비하다.

특히 이기중 변호사는 정인에 들어오기 직전 부산고등법원장을 지낸 이력이 있다. 이에 대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모 의원실 보좌관은 “정인은 부산·경남지역 향판들이 만든 법인”이라며 “부산고등법원장은 검찰총장으로 올라가기 위한 루트일 정도로 굉장히 힘있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를 포함해 법무법인 정인 소속 변호사들이 이 회장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맡아 변호해 준 사실을 취재 결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영복-이기중
법조계 인맥

대표적인 사례가 오션타워입주자대표회의 측이 이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이다. 오션타워는 엘시티 시행사인 엘시티PFV뿐만 아니라 청안건설 등 이 회장의 회사 6곳이 입주해 있는 건물이다.

판결문·등기부등본 등 관련 자료를 확인해본 결과, 이 회장은 지난 2005년부터 관리비·용역비·보험금 등을 내지 않았고, 이에 대표자 측은 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때 이 회장을 변호해준 곳이 바로 법무법인 정인이다.
 


이기중 변호사가 직접 나선 사건도 있다. 경기도에 위치한 한 주택건설 업체의 대표는 지난 2006년 7월 이 회장에게 80억원을 대여해줬는데, 해당 건이 특가법상 횡령·배임으로 재판에 넘겨진 것이다. 이 변호사는 해당 업체 대표의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업체 측에 전화한 결과, 이 변호사와 법무법인 정인을 잘 모른다는 다소 황당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당시 대표를 지근거리서 수행한 측근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 사람들(이기중 변호사, 법무법인 정인)은 우리가 알고 있던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부산 변호사(이기중 변호사) 중 재판부 판사와 함께 근무하며 인맥이 있던 사람이 있다고 추천이 들어와 선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엘시티 시행사의 고문변호사 겸 관련 기업의 대주주다.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시행사 엘시티PFV의 대주주 ‘에코하우스’ 지분 41%를 보유하고 있다. 에코하우스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기중 변호사의 이름이 최대주주에 올라가 있다.

이영복-이기중 크고 작은 사건 변호
현기환-이기중 후원 1000만원 전달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매일경제>를 통해 “2014년쯤 이영복 회장이 에코하우스 지분을 사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해 사비로 회계상 감정가인 700만여원을 주고 지분을 매입했다”며 “친분이 있는 이 회장이 우호 지분 확보 차원서 부탁한 것으로 생각해 뭐하는 회사인 줄도 모르고 지분을 매입해줬다”고 해명했다.


이 변호사와 해당 법무법인은 현 전 수석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던 것으로 확인된다. 본지가 확보한 지난 18대 국회의원 당시 현 전 수석의 정치후원금 내역을 보면 이 변호사와 법무법인 정인의 또 다른 변호사 두 사람이 지난 2010년 12월13일 각각 500만원씩, 총 1000만원을 현 전 수석에게 후원한 사실이 있다.

야권의 한 의원실 보좌관은 “국회의원에게 후원금 주는 건 그 사람이 유명해서가 아니다”라며 “친분으로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두 사람, 특히 이기중 변호사가 법인의 대표변호사라는 점을 본다면 현 전 수석과 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한 법무법인 정인은 과거 현 전 수석이 연루된 공천 헌금 사건도 변호했다. 해당 사건의 핵심은 현 전 수석이 부산 동구서 당선된 현영희 전 의원으로부터 3억원의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었다.

현기환-이기중
후원금 지급

종합해봤을 때 이 변호사와 법무법인 정인은 2010년 전부터 이 회장, 현 전 수석과 유착관계를 맺어왔다. 본지는 이 변호사의 해명을 듣기 위해 법무법인 측에 여러 차례 전화를 하고 메모도 남겼지만, 회신은 오지 않았다. 법무법인의 비서로부터 “(이기중 변호사에게) 메모가 전달됐다”라는 말까지 들었지만, 아직도 묵묵부답인 상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좌불안석’ 서병수 부산시장 왜?

엘시티 사업과 관련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힌 관계가 다시 한번 드러났다.

이영복 회장으로부터 2억원가량의 돈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로 서병수 부산시장의 측근 김모씨가 구속된 것이다. 부산지검 특수부는 지난 12월23일 김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앞서 장성훈 부산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김씨는 지난 2012년 공천 헌금 사건 당시 현영희 전 의원과 함께 친박 외곽조직이었던 ‘포럼부산비전’의 공동대표를 맡았던 인물이다. 엘시티 비리와 관련해 이미 구속기소된 현기환 전 수석도 해당 포럼의 특별회원이었다.

검찰은 김씨가 서병수 부산시장의 측근이라는 점, 부산 최대 친박 조직인 포럼부산비전의 핵심 인사라는 점에 주목해, 엘시티 인허가와 관련한 대가성 여부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김씨는 “소명이 가능한 정기적인 입금일 뿐 대가성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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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