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신당 프로젝트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6.12.26 09:57:04
  • 호수 1094호
  • 댓글 0개

반기문 '모시고' 안철수 '손잡고'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새누리당이 창당 이래 최초로 분당의 기로에 섰다. 비박(비 박근혜)계 의원 34명은 최근 탈당결의문을 통해 친박(친 박근혜)계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들은 오는 27일, 새누리당을 전격 탈당하기로 합의했다. 원내 제4당 출범이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이 당의 정체성은 당연지사 ‘친박계 퇴진’이다. 사생결단의 격전이 지금 막 시작되려 하고 있다.

흔하디흔한 드라마처럼 집안싸움이 결국 결별로 끝나기 직전이다.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 34명은 친박계와 함께할 수 없다는 뜻을 통보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후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다. 그래서인지 친박계도 담담히 이별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광화문서 일어난 촛불혁명에 비박계는 자성의 목소리를 냈지만, 친박계는 눈과 귀를 닫아왔다. 성향이 다른 두 계파의 분열은 일면 합리적으로 보인다.

비박계 분당
결의문 발표

비박계 의원들은 지난 21일, 회동 직후 탈당결의문을 발표했다. 그들은 친박계를 가짜 보수라 정의했다. 진정한 보수를 위해 ‘혁신’과 ‘개혁’에 나서겠다는 뜻도 전했다. 비박계는 “대한민국 정치를 후퇴시킨 친박 패권주의를 극복하고, 진정한 보수 정권의 재창출을 위해새 출발을 하기로 다짐했다”며 “친박·친문(친 문재인) 패권정치를 청산하는 새로운 정치의 중심을 만듦으로써, 안정적으로 운영할 진짜 보수 정치의 대선 승리를 위한 역할을 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이들은 주호영·정병국 의원을 개혁보수신당(가칭)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선임하고 향후 일정 등을 논의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내년 설 연휴 전까지 창당발기인대회와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을 마무리한다는 입장이다.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에 중앙당 등록까지 완료하면 원내 4당으로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원내교섭단체 요건은 현역 국회의원 20명으로 이변이 없는 한 원내 입성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큰 틀에서 기존 새누리당 당헌·당규를 벤치마킹하면서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인 국정농단과는 분명히 선을 그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두 계파는 봉합의 실낱같은 적기가 있었다. 원내대표·비대위원장 물밑협상이 그것이다. 정진석 전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물러나면서 공백이 된 원내사령탑 자리를 두고 친박계 정우택 후보와 비박계 나경원 후보가 경합을 펼쳤다. 결과는 정 후보의 7표차 신승으로 끝났다(총 119표 중 정 후보 62표, 나 후보 55표, 기권 2표).
 

선거 전 두 계파 사이에는 몇 차례 봉합 시도가 있었다고 한다. 양측 계파의 좌장 격인 친박계 서청원 의원과 비박계 김무성 전 대표는 원내대표직을 두고 두 계파가 선거전을 치를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형국이 될 것이란 데 공감했다는 것이다. 이에 경선 대신 주호영 의원을 원내대표로, 이명수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각각 합의 추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주자급
무더기 탈당

그러나 그 대가로 친박계가 공동 비대위원장 카드를 꺼내들면서 협상은 깨졌다. 최종적으로 친박계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전권 비대위원장’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당시 새로운 원대사령탑인 정우택 원내대표는 “유 전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이 되면 당이 풍비박산 날 수 있다”는 말까지 했다.

한때 유 전 원내대표의 런닝메이트였던 원유철 의원도 “외부인사를 모셔 당내 갈등을 봉합시키고 나아가서는 쇄신도 해서 내년 대선서 새로운 희망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사실상 거부의사를 드러냈다.

결국 오랜 불신의 벽을 넘지 못하고 갈라서게 됐지만, 친박계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서청원 의원은 최근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분당이야 한두 번 봤느냐. 나가면 나가고 남는 사람은 남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경환 의원도 유 전 원내대표의 탈당에 대해 “그건 자신의 정치적 판단”이라며 선을 그었다.

신당의 핵심 멤버는 누가 뭐래도 과거 ‘K-Y라인’으로 불렸던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다. 김 전 대표는 탈당결의문 발표 하루 전, 유 전 원내대표를 만나 “창당 작업을 주도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전 대표 측이 유 전 원내대표에게 “배는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 전 대표가 만들 테니 그 배의 선장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그러나 유 전 원내대표가 이를 고사함으로 인해 주호영·정병국 의원이 창당준비위원장을 맡게 됐다. 비록 김 전 대표와 유 전 원내대표는 전면에 나서지 않는 모습이지만, 비박계 좌장과 차기 대선주자라는 점에서 신당 창당을 주도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결국 두 사람은 새로운 배의 실질적인 선주와 선장인 셈이다.

비박계 30여명 집단 탈당 초읽기
덤덤한 친박계 “나갈 사람 나가”

앞서 김 전 대표는 지난 2012년 19대 총선 공천서 탈락하자 신당 창당을 추진한 적이 있다. 당시 김 전 대표는 김덕룡 전 의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 등과 함께 ‘YS신당’을 만들 계획을 세웠으나, 막판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백지화됐다. 그러나 그는 이번 창당을 주도, 4년 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박계 신당이 ‘김무성 신당’이라 불리는 이유다.

김무성 신당은 단숨에 친박계 대항마로 떠올랐다. 일찍이 특정 당을 겨냥해 새로운 당이 만들어진 경우는 여럿 있었지만, 이처럼 특정 계파를 겨냥한 당은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다. 과거 친박계 인사들이 ‘친박연대’를 만들었지만, 김무성 신당과 친박연대는 결이 다르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친박연대는 친이(친 이명박)계 공천 학살이 자행되자 서청원, 홍사덕 등 친박계가 한나라당을 탈당하면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박근혜 전 대표는 당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친박연대가 지난 2011년 2월 한나라당과 합당할 수 있었던 이유도 전적으로 박 전 대표가 당에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비박계의 이번 탈당은 가산을 송두리째 들고 나온다는 점에서 다르다. 김 전 대표, 유 전 원내대표뿐만 아니라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일찍이 새누리당을 박차고 나왔던 남경필 경기도지사까지,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들 모두 새누리당을 떠날 방침이다.

탈당도 함께
K-Y ‘투톱’

때문에 정치권은 향후 새누리당과 김무성 신당의 합당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다. 만약 두 계파가 다시 합친다고 하더라도 그 시점은 대선 후가 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한쪽이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을 때만 재결합의 가능성이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대선 전 재결합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두 계파의 감정의 골은 박 대통령과의 심리적 거리 차이일 뿐 기본적인 이념과 성향은 차별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보수정권 재창출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서로 손을 잡게 될 것이란 예상이다.

비박계 중진 정병국 의원은 탈당결의문을 발표한 날 친박계와의 재결합 가능성에 대해 “친박계와 합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렇다면 과연 김무성 신당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중앙선관위는 2016년 4분기 전체 의석수 294석 중 129석을 차지한 새누리당에게 36억9160만원을 지급했다. 김무성 신당이 창당될 경우 빠르면 내년 1분기부터 경상보조금을 지급받게 된다.

만약 원내교섭단체 구성의 커트라인인 20명으로 시작한다면 14억6242만원, 35명이면 15억8893만원, 인원이 늘어 37명이면 16억499만원을 중앙선관위로부터 받게 된다. 재정적으론 새누리당 친박계가 앞서는 것이다.


그러나 정권재창출 가능성만 놓고 따지면 김무성 신당이 우세하다. 현재 보유한 대선주자군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까지 영입한다면 확실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

이미 반 총장은 박 대통령을 비난하며 결별을 통보한 상태다.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한 자리서 그는 “한국 국민은 국가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배신당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 총장의 최종 행선지는 어디가 될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내년 설 이후 창당, 보조금 16억
국민의당 연대해 캐스팅보트 쥘까

김무성 신당과 국민의당이 반 총장 영입에 가장 적극적 제스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김무성 신당 입장서 본다면 반 총장 영입은 새누리당의 ‘후속 탈당’을 불러올 카드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이미 정치권에선 최대 20여명의 새누리당 의원들이 2차 탈당을 고민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새누리당이 ‘불임 정당’으로 전락한다면 강성 친박계 인사를 제외한 나머지 인사들은 자연스레 당을 떠날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분당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반 총장과 함께할 수 있는 현역 의원들이 상당수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무성 신당과 국민의당의 연대 가능성도 점쳐진다. 친박계 공세를 위해 두 당이 힘을 합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이해관계는 서로 맞아떨어진다. 대부분 의원들의 지역구가 수도권과 경남 지역인 김무성 신당 입장에선 연대가 당의 토대를 닦아줄 자양분 역할을 할 수 있다. 국민의당 입장에서도 지지부진한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을 연대카드로 뚫을 수 있다. 무엇보다 연대했을 때 기대되는 최소 60여명(국민의당 38석 + 김무성 신당 30여명)의 맨파워는 향후 캐스팅보트로서의 중요도를 높여줄 수 있는 요소다.

“반 영입은
탈당 도화선”

최근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김무성 신당과 국민의당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회색정치의 공간을 줄인다는 점에서 안 전 대표와 비박계의 연대는 한국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철수-비박계 연대가 형성된다면 (국민의당은) 보수의 정체성을 선언하는 것이라고 보고, 아마 호남 아디오(결별) 선언이 되지 않겠나”라고 역효과가 날 수 있음을 경고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친박계 모임 미스터리

새누리당 친박계 모임 ‘혁신과통합보수연합’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별다른 활동도 없이 결성 일주일 만에 해산했기 때문이다. 이름에서 나온 ‘혁신’과 ‘통합’에 대한 어떠한 성찰도 없었다. 해당 모임은 지난 13일 결성됐다. 친박계 의원 50여명이 참여했고, 정갑윤 의원, 이인제 전 최고위원, 김관용 경상북도지사가 공동대표를 맡았다. 그러나 이 모임은 원내대표 경선이 있었던 지난 16일 이후 4일 만에 전격 해체됐다.

모임이 해산되기 전 당 원내대표 경선이 치러졌기 때문일까. 일각에선 모임의 목적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다. 그중 하나가 계파 세를 과시, 친박계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함 아니었냐는 것이다.

모임서 나오는 발언들이 오히려 당내 분란을 키웠다는 점에서 의혹은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 해산을 밝힌 그들은 “‘최순실 사태’의 책임에서 친박계는 물론 비박계도 자유롭지 않다”며 “그런 점에서 시류에 편승한 일부 의원이 책임을 회피하고 ‘쇄신’ ‘개혁적 투사’로 자처하는 것은 결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전했다. 마지막까지 비박계를 자극, 갈등만 확산시켰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