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공개> 박근혜 사저에 얽힌 비화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6.12.26 09:25:29
  • 호수 10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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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공주’ 있으면 아이들 통제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일요시사>는 ‘예민공주’로 소문난 대통령의 사저를 찾았다. 사저 바로 옆에는 삼릉초등학교 후문이 있다. 박 대통령이 사저에서 생활했던 당시 초등학생들이 후문 길에 다니지 못했다고 한다. 심지어 학교 측에서는 사저 바로 뒤편에 있던 놀이기구서도 마음껏 놀지 못하게 했다. 왜 그랬을까?

지난 12월19일 오후 1시20분. 서울 강남구 삼성2동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 사저. 날씨가 좋았다. 점심시간 끝물인 탓에 사원증을 목에 걸고 사저 앞을 지나가는 회사원들이 눈에 띄었다. 하나같이 이야기꽃을 피우며, 활기가 넘쳤다.

놀이터에서도
못 놀게 했다

사저로 조금만 가까이 가면 분위기는 금세 바뀐다. 긴장감이 맴돈다. 아무도 사저 앞을 가까이 가려고 하지 않는다. 현직 대통령의 사저인 탓에 경비가 삼엄했다. 조금이라도 사저 가까이 가면 경찰은 매의 눈으로 돌변한다. 거동이 수상하면 민망할 정도로 지켜본다. CCTV도 5대나 보인다. 본능적으로 행인들은 사저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걸어가는 것 같았다. 행인들 중에서는 간간히 손가락으로 사저를 가리키며 뭐라 수군댔다.

사저 주변의 한 건물 빌라 경비소장은 “최근에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산케이신문, 후지TV 등 수 많은 외신기자가 사저 앞에 와서 촬영하고 갔다”며 “히잡을 두른 중동 관광객들이 지나갔는데, 사저를 보며 손가락질했다. 내가 다 부끄럽더라”고 말했다.
 

사저 주변에 둘러싼 담장의 높이는 대략 7∼8m 가량으로 보였다. 밖에서는 집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 담장에는 가시철조망이 설치돼있다. 마당에 빽빽이 자란 활엽수와 대나무가 집을 완전히 가린다. 바람에 으스스하게 흔들리는 대나무 소리서 ‘우주의 기운’이 느껴진다.


박 대통령은 삼성동 사저에서 30년간 살았다. 그런데도 주민들은 하나같이 박 대통령을 한 번도 본적이 없다고 입 모아 말했다. 사저의 높은 담과 보이지 않은 집만큼 박 대통령이 얼마나 이웃과 단절하고 살았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2층 벽돌집인 박 대통령 사저는 서쪽으로는 7층짜리 오피스텔, 북쪽으로는 삼릉초등학교 운동장과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웃한다. 동쪽에는 차량 한 대가 간신히 지날 수 있을 만한 진입로가 있다. 이곳은 삼릉초등학교 후문이기도 하다.

인접한 초등학교 후문 출입 막아
지름길인데…빙 돌아서 정문으로

1994년 삼릉초등학교 졸업생 A씨는 박 대통령과 초등학교 후문에 관련된 일화 하나를 기자에게 들려줬다.

A씨는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학교 측에서 늘 정문 등교를 강권했다”며 “동쪽서 오는 학생은 후문이 지름길인데, 당시 뺑 돌아서 정문으로 등교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 때문에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불만이 많았다”며 “당시 학교 측에서는 정문 등교 강권 사유를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또 삼릉초등학교 학생들이 놀이터에서도 마음껏 놀지 못했다고 한다.

A씨는 “사저 바로 뒤편에 놀이터가 있었다”며 “특히 정글짐서 많이들 놀았는데 학교 측에서는 ‘조용히 놀아야 한다’고 지침이 내려와 조용히 놀았다”고 말했다.
 


이 역시도 학교 선생님들은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이외에도 초등학교 바른생활지도부(일종의 선도부)가 후문에는 서 있질 못했다고도 했다.

이 때문에 졸업생들 사이에선 초등학교가 당시 예민한 박 대통령의 눈치를 본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실제로 초등학교 주변은 뛰어노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들렸다. 등하교 시간에는 학교에서 50∼70m 떨어진 곳에서도 아이들이 시끌벅적 교문을 드나들었다.

남이 쓰던 화장실 변기도 뜯어내고 새 변기를 쓸 정도로 예민하고, 초등학생이 엄마한테 선물로 만든 가방을 “이거 너무 쪼그매서 엄마가 좋아하실까”라고 말하던 박 대통령을 보면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가 시끄럽게 느껴졌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30년 살았는데
주민들과 단절

이 때는 실제로 박 대통령이 가장 예민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90년도 초 중반이 자신의 인생 최대 암흑기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두환 5공 시절’은 정통성이 부족한 정부에서 흠을 메우기 위해 독재자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난하던 상황이었다.
 

1980년 영남대학교 이사장에 올랐지만, 학교 측의 거센 반발로 8년 만에 사임했다. 또 1990년 육영재단 이사장이었던 박 대통령은 동생들과의 이사장 자리를 놓고 다투다가 사임했다. 같은 해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과 박지만 EG그룹 회장은 ‘최태민이 박 대통령을 속이고 있으니 구해 달라’며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쓰기도 했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은 이 시기에 삼릉초등학교에 방문하기도 했다. 삼릉초등학교는 1985년 개교됐다. 1992년 6월11일 노 전 대통령이 삼릉초등학교 시찰을 돌았다. 컴퓨터 시범학교로 노 전 대통령이 학교 컴퓨터 교육현황을 살펴보는 차원에서 시찰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삼릉초등학교 시찰은 보기 드문 일정이라는 평가다. 정치권 관계자는 “아무리 생각해도 총리나 교육부장관이 왔어도 충분할 텐데, 생긴 지 얼마 안 된 초등학교에 대통령까지 오는 건 좀 이례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삼릉초등학교 운동장은 시간이 흐르면서 많이 변했다. 과거에는 사저 바로 뒤편에 철봉 10여개가 늘어 서 있었다. 그 옆에는 정글짐과 미끄럼틀이 자리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자리에 교직원용 주차장이 들어섰다. 정글짐은 사저와 멀찌감치 떨어진 운동장 맨 구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놀이터가 사저로부터 멀어졌다. 박 대통령 사저를 가리는 활엽수는 더욱 빽빽해졌다. 운동장서도 사저가 잘 보이지 않았다.

시끄러운 놀이터 빼는 공사
유별난 박 대통령 눈치봤나

삼릉초등학교 측은 운동장 공원화 사업을 하면서 직원용 주차장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삼릉초등학교 관계자는 “2007년 운동장 공원화 사업을 하면서 운동장이 주민들에게 전면 개방됐다”며 “안전 문제 때문에 후문에 주차장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에게 통제하고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법원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은 1990년 이 집을 매입했다. 이곳에 오기 전 주소지는 중구 장충동이었다. 집은 2층 구조로 대지는 약 484.8㎡ 규모다. 박 대통령은 1998년 정계 입문 계기가 됐던 대구 달성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주소지를 대구 달성군으로 옮겼다.
 


하지만 주소지를 대구로 옮긴 후에도 박 대통령은 이 집을 처분하지 않았다. 지난 10월,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 퇴임 후 사저 부지를 국정원이 물색하고 다녔다”며 의혹을 제기했을 때 청와대가 밝힌 박 대통령의 퇴임 후 거처도 이 삼성동 사저였다.

2013년 2월25일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이 사저를 떠났다. 당시 이웃 주민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임기를 잘 마치고 돌아오라’며 박 대통령을 환송했다. 주민들은 태어난 지 한 달 정도 된 암수 진돗개 두 마리를 선물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박 대통령은 모든 권한을 상실했으며, 탄핵 처분을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매주 광화문 광장에는 수십만명의 시민이 모여 박 대통령 탄핵을 외친다. 이와 함께 역대 대통령 중 최저 수준의 지지율인 4∼5%를 오가고 있다.

외국 관광객들
집에 손가락질

지금까지 드러난 박 대통령의 민낯은 수많은 국민에게 충격을 안겼다. 대통령의 임기도 다 마치지 못하고 사저로 다시 돌아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동네 주민들에게 환대받을 수 있을지는 요원하다. 사저에서 20m도 안 되는 거리에 사는 한 주민은 “(박 대통령이) 돌아오면 안 된다. 오면 이 일대 땅값 떨어질 것 같다”며 “지금 주민들 사이에선 박 대통령이 청와대 갈 때 심어준 소나무도 뽑고 싶어 할 정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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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박근혜 ‘변기 집착’ 왜?

세월호 안에서 300명의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는 동안 머리 손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엔 유별난 ‘변기 집착’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박 대통령 탄핵 유튜브 생중계방송 ‘민주종편티비’에 출연했다. 송 의원에 따르면 청와대 경호실은 박 대통령이 인천시청을 방문하기 전 시장실의 변기 교체를 요구했다. 송 의원 측은 “변기 커버만 바꾸면 안 되지 않느냐”고 요청했지만, 결국 박 대통령 측은 변기를 뜯어내고 통째로 바꿨다고 전했다. 이어 “변기를 뜯어가더라고 변기를… 깜짝 놀랐어 왜 변기를 뜯어가냐고. 내가 쓰는 변기를 못 쓴다 이거지”라고 말하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후 송 의원의 폭로를 시작으로 곳곳에서 박 대통령의 변기 집착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15일 손혜원 민주당 의원실의 김성회 보좌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청문회에선 지저분해서 공개 못한 제보”라며 일화를 공개했다. 김 보좌관에 따르면 제보자는 인천의 한 해군부대에서 복무했던 예비역이다. 제보자는 2013년쯤 박 대통령이 헬기를 타고 군부대를 방문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갑작스럽게 일정에도 없던 군부대에 방문한 이유는 “부대 사령관 집무실의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서”였는데 “박 대통령이 떠난 뒤 사령관 집무실 화장실을 전면 교체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밝혔다.

이는 일주일 뒤 인천에서 아시안게임 관련 행사가 열리는데 그때 박 대통령이 화장실을 방문할지도 모른다는 이유였다. 제보자는 “타일부터 변기까지 싹 갈았다. 책정된 예산이 없어서 다른 예산을 끌어다 전용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작 박 대통령은 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의 유별난 ‘변기집착’은 해외 정상회담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지난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 당시 각국 정상과 국제기구 대표들의 단체사진에 박 대통령이 빠져 있었다. 이에 회의를 주최한 미국이 “박 대통령을 챙기지 않았다” “한국을 무시했다”는 등 지적까지 나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사진촬영에 참석하지 못한 이유가 “정상회담 장소에 있는 화장실에 가지 않고 현지 숙소의 화장실까지 갔다 왔기 때문”이라는 제보가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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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