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2017 대선판 데자뷰 내막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6.12.19 10:21:38
  • 호수 10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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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이인제 보면 문재인-이재명 보인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최순실 게이트’는 주권자의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웠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는 정치 혐오라는 장막 뒤에 숨어 각종 이권에 개입, 국정을 농단했다. 분노한 국민들은 그들에게 철퇴를 내렸고, 차기 대선서 제대로 된 지도자를 뽑겠다는 데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야권 입장에선 정권교체의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지난 1997년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지 않는다면, 정권교체는 요원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는 야권의 유력 대권후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레이더P’ 의뢰로 실시해 지난 15일 공개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 따르면, 문 전 대표는 지난주 대비 0.9%포인트 오른 24.0%를 기록했다. 또 다른 유력 대권후보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앞선 1위 자리를 수성했다. 문 전 대표는 7주째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세론
반문연대 돌출

‘문재인 대세론’을 부정할 순 없다. 문 전 대표가 현 시점서 가장 앞서 있다는 점은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드러난다. 지난 8월 말 치러진 더민주 전당대회를 통해 ‘친문 체제’가 공고해졌다는 점도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로 조기대선이 치러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여론조사 1위를 섭렵하고 있는 문 전 대표가 대권에 한걸음 다가섰다는 정치권 안팎의 분석은 충분히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때문에 문 전 대표가 최근 대세론에서 비롯된 조급증에 걸렸다는 분석이 있다. 국회에서의 탄핵소추안 의결이 있던 그 주, 문 전 대표는 “탄핵 표결(지난 9일) 이전에 사임하면 나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탄핵이 의결되면 딴말 말고 즉각 사임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당시 정치권에서는 차기 대선 시기를 앞당기는 전략적 발언이었다고 해석했다. 문 전 대표가 대세론을 의식해 박 대통령의 즉각 사퇴를 유도, 사실상 내년 2~3월 중 조기 대선이 치러지길 바라는 마음을 내비쳤다는 것이다.

때문에 더민주 친문계열을 제외한 다른 정치권 인사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새누리당 비박계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문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가능하면 빨리 대선을 하겠다는 것은 권력에 대한 욕심에 눈이 먼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CBC라디오와의 인터뷰서 “그분(문 전 대표)은 처음엔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로 가는 것도 꺼렸다. 광장에서 바로 정권을 넘어뜨리자는 식으로 말했는데 조기 대선을 하면 자기가 이롭다(는 판단 때문)”이라며 “그건 문 전 대표 혼자(만 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급한 행보
이재명 때문?

이러한 분위기 속에 최근 야권에선 ‘문재인 고립작전’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 개헌·반문 전선을 형성할 것이란 예상이다. 손학규, 김종인과 같은 개헌파들이 개헌을 반대하는 문 전 대표에 대해 공세 수위를 높이면서 동시에 이재명, 박원순, 김부겸 등 당내 대선주자들이 소위 ‘반문연대’를 조직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특히 이재명 성남시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이 시장은 촛불집회의 열기를 타고 비상하고 있는 야권 대선주자다. 그의 지지율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을 기준으로 분명한 변화를 보인다. 최순실 게이트가 촉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0월만 해도 이 시장의 지지율은 4∼5%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1차 촛불집회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이 시장의 지지율은 9∼10%로 두 배가량 수직 상승했다. 기세를 탄 이 시장의 지지율은 최근 15%를 돌파, 16∼18% 사이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굉장히 유의미한 숫자라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본지와의 만남에서 “대선주자가 국민들의 주목을 받아 인지도가 상승할 때 두 개의 지지율 장벽을 만나게 된다”라며 “첫 번째로 마주치는 게 10% 장벽이고, 두 번째가 15%다. 9%까지 올라가긴 쉬워도 10%를 넘는 건 굉장히 힘들다. 15%는 더더욱 뚫기 어렵다. 만약 15%를 뚫어냈다면 진정한 의미의 대선주자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연스레 이 시장은 문 전 대표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특히 최근 ‘반문연대’를 시사하는 발언으로 대항마 이미지가 더욱 공고해진 상태다.

이재명 ‘우산론’, 박원순 손 잡았다
“문, 동반자” 해명에도 ‘반문연대설’

이 시장은 탄핵이 가결되고 하루가 지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인연을 소개하며 “박 시장님은 국민권력시대를 말씀하신다. 국민들이 주인 되는 나라를 위해 검찰, 재벌을 포함한 사회의 대대적인 개혁을 주장하신다. 이는 나의 생각과 거의 완벽하게 일치한다”며 “비 내리는 국회 앞에서처럼 (박)원순 형님과 함께 같은 우산을 쓰며 국민승리의 길을 가겠다”고 ‘우산론’을 펼쳤다.

이 시장은 글을 올린 후 곧바로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특강에 참석했다. 이 자리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우리의 팀이 이기는 것이 중요하고 그 중 누가 MVP(대통령)가 될 것인가는 결국 국민이 정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박 시장님과 제일 먼저 함께하는 것이고, 곧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부겸 의원, 문재인 전 대표와 다함께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 시장은 이 사장에 대해 ‘청출어람’이라고 평가하는 등 함께할 뜻을 내비쳤다. 또한 이 시장의 우산론에 대해 자신의 SNS에 “우리를 씌우는 우산이 아닌 국민들의 눈비를 막아주는 우산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 봤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무엇보다 이 시장과 박 시장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희망제작소’ 등에서 함께 활동한 이력이 있어 연대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후 반문연대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에 이 시장은 당 내부 갈등으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 “이재명 이름 석 자로 정치하지, ‘반’이나 ‘비’자가 들어가는 패거리정치는 해온 적도 없고 앞으로 할 일도 없다. 문 전 대표님을 배제하려는 제3지대 이야기가 나왔을 때 ‘누군가를 배제하는 방식의 제3지대는 국민의 신뢰도, 지지도 받을 수 없다’고 확신해서 답했다”며 반문연대 성격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반문계·개헌파
합종연횡 가능성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반문연대는 현실화 될 것이란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리고 그 포인트는 앞으로 만들어질 개헌특위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여야는 이달 말부터 국회에 개헌특위를 설치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따라서 개헌파의 움직임이 지금보다 더 활발해질 예정이다.

이는 문 전 대표에 대한 비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문 전 대표는 “개헌을 말할 때가 아니다. 오래된 적폐들에 대한 대청소와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에 대한 논의에 집중해야 될 때”라며 대선 전 개헌 추진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당내 개헌파는 문 전 대표에게 쓴소리를 내고 있다. 김부겸 의원은 최근 기자회견서 “시간을 핑계로 (개헌) 논의 자체를 하지 말라는 것에 동의하지 못한다”며 개헌 추진 의지를 밝혔다. 김종인 전 대표도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대통령 후보(문재인)가 개헌 찬성을 안 하니까 개헌을 못한다는 식으로 개헌 문제를 다뤄선 안 된다”라며 “공약을 해서 개헌하겠다는 것은 전부 다 부정직한 사람들 얘기”라고 날을 세웠다.
 

또한 당내 비주류 인사들이 세 규합에 나서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전 대표와 박영선 의원 등 비문재인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은 최근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1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동아시아미래재단은 대표적인 개헌론자 중 한 명인 손학규 전 더민주 대표의 싱크탱크다.

당시 손 전 대표는 정계개편을 시사했다. 그는 “여러분과 함께 제7공화국 건설에 나설 개혁세력을 한 데 묶는 일을 하겠다”며 “7공화국을 위해 ‘국민주권 개혁회의’를 만들어 대한민국의 국가적 대개혁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회창 VS 인제 구도 ‘남의 일 아냐’
야권 분열 기대하는 새누리당 속내

결국 문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문세력과 이재명 시장을 중심으로 한 반문연대와의 대립이 불가피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정치권 관계자들은 과거 1997년 대선 상황을 반면교사 삼아 자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헌정사상 최초로 여야의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는 지난 15대 대선, 그러나 대선 전에는 서로에 대한 난타전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됐다.


당시 14대 대선 패배 후 정계은퇴를 선언했던 김대중 전 평민당 총재가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 출마를 선언해 유권자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신한국당 경선이 유권자들의 관심을 모으면서 이내 팽팽한 균형이 맞춰졌다.

당시 신한국당에선 이른바 ‘9룡’이라 불린 대선주자들이 있었다. 김영삼정권서 국무총리를 지낸 이회창·이홍구·이수성과 민주계의 최형우·김덕룡·이인제, 민정계의 김윤환·이한동, 그리고 14대 대선에 출마했던 박찬종까지 유력 대권후보들이 난립했다. 이들 중 이회창과 이인제가 1, 2위를 차지해 결선에 올랐고 최종 후보로 이회창 당시 총재가 후보로 최종 낙점됐다.

그러나 이인제 후보가 돌연 신한국당을 탈당한 뒤 독자 출마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이 후보의 탈당은 서석재 등 지지자들의 도미노 탈당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국민신당을 창당하고 이인제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웠다.

비슷한 시기 야권에선 DJP(김대중·김종필)연합이 결성됐다. 자유민주연합(이하 자민련) 총재인 김종필이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와 손을 잡은 것이다. 김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김 총재를 국무총리로 임명해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함께 내각을 구성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당시 <한국일보>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대중 32.1%, 이회창 31.5%, 이인제19.9%로 나타났다.

이인제 독자출마
이재명 선택은?

이후 상황은 네거티브전으로 이어졌다. 그해 12월에 열린 TV토론회에 참석한 김대중, 이회창, 이인제는 작심한 듯 서로에 대한 공세를 펼쳤다. 김대중 후보가 “20억원을 선거위문금으로 받았다”고 하자 이회창 후보는 “5·18 학살자로부터 받은 돈도 위문금인가”라고 캐물었다.

다시 이회창 후보가 ‘3김정치 청산’을 주장하자 김대중 후보는 “이회창 후보는 군사독재정권에서 호의호식하지 않았나”라며 “(민주화를 위해 싸웠는데) 고맙다는 말은 못할 망정, ‘3김이다’ ‘낡은 세력’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같은 당에 몸담았던 이회창, 이인제 후보 간 난타전도 신랄했다. 이회창이 “이인제를 찍으면 김대중이 된다” “현재 지지도로서는 (이인제 후보가) 대통령이 되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등의 말로 공격하자 이인제는 “이회창은 새로운 지역패권주의를 만들고 있다”라며 응수했다.

한때 여론조사 결과가 김대중 1위, 이인제 2위, 이회창 3위로 나오다가 TV토론 이후 이회창이 2위로 치고 올라오면서 상황은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렀다. 그러나 끝내 이회창, 이인제는 손을 잡지 않았고, 결국 김대중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당시 대선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을 정도로 대선주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1, 2위간 표차는 불과 39만여표(1.6%포인트 차)에 불과했다.

당시 김대중 후보 측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표를 모은 반면, 이회창 후보는 이인제 후보로 인한 보수표 분산이 결정적 패배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경상도 표심 분열이 뼈아팠다. 만약 이인제 후보의 득표율이 조금만 낮았더라면, 15대 대통령은 이회창 후보의 몫이었다.

이를 현 상황에 대입해보면 정권교체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시장이 더민주 경선에서 맞붙을 시 서로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경선을 하지 않고 독자출마를 선언하는 순간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짐짓 이러한 분열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곧장 감지되곤 한다는 점에서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야권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문재인과 이재명의 대승적 결단은 이제 초읽기에 들어갔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재인과 이재명 신경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은근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야권 대선주자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탐색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문 전 대표는 이달 초 TBS 라디오와의 인터뷰서 이 시장에 대해 “아주 잘하고 있는 건 맞고 정말 사이다 같다. 내가 들어도 시원하다”면서도 “어쨌든 사이다는 금방 목이 마른다. 탄산음료가 밥은 아니다”라고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이에 이 시장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 서명운동’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목마르고 배고플 때 갑자기 고구마를 먹으면 체한다”며 “사이다로 목 좀 축이고 난 다음에 고구마로 배 채우고 든든하게 열심히 하면 된다”고 받아쳤다.

‘고구마’와 ‘사이다’는 최근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에게 붙은 별명이다. 문 전 대표는 최근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서 모호하고 답답한 답변으로 일관, 고구마란 별명이 붙었다.

반면 이 시장의 사이다는 박 대통령 퇴진과 관련해 빠르고 명쾌하게 움직여 생겨났다. 의미하는 바는 상반되지만 야권의 두 대선주자들은 자신의 별명을 적극 활용해 이미지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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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