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박근혜보다 무서운 황교안 체제 미리보기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6.12.12 09:58:24
  • 호수 10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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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적이고 앞뒤 막힌 ‘공안 본색’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미스터 국보법’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이 국정을 이끈다. 지난 9일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서 가결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 수장으로서의 직무 권한을 상실했다. 신분만 유지돼 그야말로 껍데기만 남은 모습이다.

분리된 국정 1인자의 권한은 헌법 71조에 의거, ‘2인자’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넘어갔다. ‘공안통’ 검사 출신이 사실상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야권과 여권 비주류를 중심으로 황교안 체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자로 이름을 올렸다. 앞서 권한대행직을 수행했던 사람은 7명. 4·19혁명으로 국정 공백이 생기자 허정 총리, 곽상훈 국회의장, 백낙준 참의원 의장이 차례로 대통령 직무를 대행한 바 있다. 5·16군사정변을 일으킨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은 윤보선 대통령의 실권을 뺏고 직을 수행했다. 10·26사태 후에는 최규하 총리가 직무대행자로 올랐다.

역대 8번째
대통령 대행

‘광주 민주화운동’으로 대통령이 사임하자 박충훈 총리 서리가 잠시 직을 맡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으로 고건 총리가 권한대행에 오른 데 이어 황 총리까지 8번째다.

앞서 야3당 지도부는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를 우려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추미애 대표는 “(황 총리는) 촛불민심이라는 국민 정서에 맞지 않다. 연대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또한 “황 총리를 그대로 두고 탄핵을 하면 결국 박근혜정권의 연속”이라며 교체를 주장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야당은 황교안 체제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동시에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가 현실화될 때 이를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실제적인 총리 교체 움직임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자칫 새로운 총리 후보자 인선이 탄핵 열기를 흔들 수 있다는 더민주 측 주장 때문이었다. ‘선 총리 후 탄핵’ 입장이던 국민의당도 결국 한발 물러서 더민주 측 입장을 받아들였다.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황교안 체제’가 모습을 드러낸 배경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국회 추천 총리’를 제안한 바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총리 교체는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급기야 청와대는 지난달 초 김병준 신임 총리 내정자를 발표했다. 황 총리는 이와 관련해 어떤 통보도 받지 못한 상태였다.

당시 ‘문자 해임 통보’ 의혹이 불거지자 청와대는 극구 부인했다. 그러나 황 총리는 곧바로 총리실에 이임식 준비를 지시해 균열이 감지됐다. 청와대의 갑작스런 발표에 마음 상한 황 총리가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는 게 정설처럼 돌았다.

총리-내정자
기묘한 동거

이후 총리와 총리 내정자 간 기묘한 동거가 이어졌다. 야당의 거부로 청문절차를 밟지 못한 김 내정자는 줄곧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연수원을 사무실로 이용하며 때를 기다렸지만, 끝내 부름을 받지 못했다.
 

반면 황 총리는 박 대통령을 대신해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며 대행 체제를 준비했다. 특히 지난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폐막 기념식에 참석, 아베 일본 총리를 만나는 등 국제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사례는 상징적이었다.


최순실 게이트 후 실질적으로 황 권한대행이 국정을 이끌었다고 봐야 한다. 총리·부총리협의회는 황 권한대행이 국정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만든 모임이다. 또한 그는 정책조정회의를 통해 국정교과서, 한일군사정보보호 협정, 사드 배치 등 국내 현안을 챙겼다. 대통령이 의장인 국무회의도 황 권한대행이 주재했다.

탄핵이 가결된 지금, 황 권한대행의 직무범위가 초유의 관심을 받고 있다.

헌법상 대통령이 갖는 권한은 ▲국군통수권 ▲헌법개정안 발의·공포권 ▲헌법기관의 임명권 ▲공무원 임면권 ▲외교사절접수권 ▲조약체결 비준권 ▲사면·감형·복권 ▲법률개정안 공포권 및 거부권 ▲행정입법권 ▲국민투표 부의권 ▲예산안 제출권 등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권한대행의 직무범위를 명시한 규정은 딱히 없다.

탄핵안이 통과되기 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인 더민주 박범계 의원은 YTN 라디오에 나와 “(권한)대행이 대통령의 권한을 전부 행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학설의 대립이 있기는 하다”고 설명했다.

탄핵안 가결, 직무 없는 껍데기
수면 위로 오른 ‘미스터 국보법’

황 권한대행이 대통령의 직무 중 개헌권과 각종 임명권은 행사할 가능성이 정치권에 대두되고 있다. 개헌은 차기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임명권은 사법부 길들이기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원외에선 꾸준히 개헌 주장이 제기돼왔다. 앞서 지난달 말 여야 출신 전직 국회의장과 국무총리, 종교·학계 관련 원로 20명은 최순실 게이트의 원인이 제왕적 대통령제라 진단, 입장 발표문을 통해 “여야는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헌 전도사’ 이재오 전 의원은 비슷한 시기 여야 국회의원 300명에게 자체 개헌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안이 가결됨에 따라 원내에서도 개헌 논의가 봇물처럼 터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실제 황 권한대행이 개헌에 나설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박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의 국회 발의 전, 정치권이 개헌에 나서줄 것을 시정연설을 통해 촉구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유지를 이어 받은 황 권한대행도 개헌에 적극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 내각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높은 상황서 개헌 정국을 일으켜 반등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특히 정권교체를 눈앞에 두고 있는 야권 입장에서, 특히 친문계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시나리오다. 자칫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로 개헌이 이루어질 경우 다 잡은 토끼를 놓칠 수도 있다. 탄핵 정국이 개헌 정국으로 넘어가는 상황도 부담스럽다.

무엇보다 제3지대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계속적으로 거론되고 있어, 여권 성향의 대선주자를 이용한 새누리당의 유사 정권 재창출 시나리오가 발동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권 재창출
개헌권 발동?

황 권한대행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임명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통령은 국무총리, 국무위원, 행정각부의 장을 임명할 권한이 있다. 특히 내년 3월 임기를 마칠 헌법재판관 2명에 대한 임명권을 행사할 지 주목된다.

이는 탄핵 열쇠가 국회서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결정지을 중요한 변수다. 자칫 탄핵이 기각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정치권 곳곳서 나오는 이유다.

박한철 헌재소장과 이정미 헌재 재판관의 임기는 각각 내년 1월31일, 3월14일까지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려면 반드시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이는 공석이 있어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황 권한대행이 재판관 후임 인선을 늦출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만약 예상대로 후임 인선이 늦어져 재판관 7명만 남는다면, 이 중 2명만 탄핵에 반대해도 인용 결정은 불가능하다. 또한 황 권한대행이 친 정부 성향의 재판관을 임용할 여지도 있다.

황 권한대행이 내년 1월로 예정된 검찰 인사에도 손을 댈 지 관심이 모아진다. 검찰이 권력의 하수인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대통령의 인사권 때문이다. 지난달 초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한겨레TV에 출연했을 당시 사회자가 ‘검찰은 왜 권력의 말을 잘 듣나?’라고 묻자 채 전 총장이 “인사권 때문이다”고 답한 부분이 이 같은 사실을 잘 대변한다.
 


알려진 것처럼 황 권한대행은 강한 보수 성향을 가진 공안 검사 출신이다. 30여년간 검찰 조직에 몸담으며 대검 공안1·3과장, 서울지검 공안2부장 등을 두루 거쳤다. ‘미스터 국보법’이란 별명은 그가 국가보안법 해설서를 집필해 붙여졌다. 지난 2013년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초대 법무부장관에 올랐다.

개헌으로 정권 재창출 나서나
헌재·검찰 인사권 박통 위해?

황 권한대행은 박근혜정권 출범의 일등공신이다. 국정원 댓글사건에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려는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에 반대, 혼외자 의혹 보도를 빌미로 감찰을 펼쳐 채동욱 교체에 앞장선 바 있다. 또한 통합진보당 해체에 앞장서 헌정 사상 초유의 정당 해산 결정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러한 이력 때문인지, 야권과 여권의 비주류에선 대대적인 사정 정국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앞서 야권에서는 검찰이 지난 20대 총선 이후 추미애 대표 등 야당지도부를 포함해 33명을 기소한 데 대해 편파 기소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더민주 측은 “혐의가 뚜렷한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은 기소하지 않으면서 야당 의원들만 편파적으로 수사했다”고 지적했다.
 

탄핵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기 전인 지난 7일, 탄핵을 찬성하는 여당 의원들에게 사정기관발 ‘협박성’ 전화가 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공개되면 망신이 될 수 있는 사안을 알고 있다는 식의 전화가 탄핵 찬성 입장인 의원들에게 돌았다는 것이다. 정권 차원의 조직적 압박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 장악한
황교안 본색

더민주 추미애 대표는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서 “황교안 또한 탄핵 대상”이라며 “탄핵 뒤 즉시 정치회담을 열고 국민추천총리 등을 논의해야 한다”며 대안을 제시한 상태다. 그러나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권한대행이라는 헌법적 지위를 가진 황교안을 어떻게 물러나게 하겠다는 건지, 추미애 대표가 얘기하는 국민추천총리는 무슨 방식으로 누가 임명하겠다는 건지 아연실색할 따름”이라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이 물러난 자리에 공안 그림자가 아른 거리는 지금, 여야는 황 권한대행을 두고 다시 한번 충돌할 조짐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탄핵’ 박근혜 신세는?

탄핵소추가 헌법재판소에서 결정되기 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원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를 보면 답을 알 수 있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돼도 경호와 의전은 이전대로 제공 받는다. 월급도 종전대로 받지만, 일부 업무추진비 성격의 급여는 받지 못한다.

대통령 비서실 역시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박 대통령이 아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보좌하는 역할로 변한다. 노 전 대통령 때 대통령 비서실장은 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결과를 노 전 대통령이 아닌 권한대행에게 보고, 국정 실무를 챙겼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은 어디서 생활할까. 지난 2004년 노 전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된 후 관저에서 생활하며 공식적인 일정에 나서지 않았다. 그는 신문과 책을 보는 등 비공식 일정만 가졌으며, 정치적 언행은 최대한 자제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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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