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하는?’ 청와대 조직 대해부

말 많은 권력요직 “국민도 잘 모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순실 게이트’로 나라가 어지러운 가운데 민정수석실, 부속실 등의 청와대 비서실이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청와대 비서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른다. <일요시사>에서 한창 말 많은 청와대 비서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얼마 전, 최순실 비선 실세 파문과 관련해 청와대의 수석 비서관들에게 일괄 사표 제출을 지시했다. 사표 제출을 지시받은 수석 비서관은 정책조정·정무·민정·외교안보·홍보·경제·미래전략·교육문화·고용복지·인사 등의 10개 조직이다. 

10개의 조직
수석 비서관

2013년 초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던 당시 청와대에는 총 9명의 수석 비서관이 있었다. 전임 이명박정부서 9명의 수석과 이에 준하는 6명의 기획관이 존재하던 것을 ‘슬림화’하겠다는 목적으로 개편했다. 하지만 임기를 거치면서 박근혜정부의 조직도 조금씩 몸집이 커졌다.

잇단 인사 실패가 발생하자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겠다며 인사수석실을 신설했고 임기 3년 차에 들어선 2015년에는 국정기획수석을 정책조정수석으로 개편했다. 한때 대통령을 특별 보좌하는 특보단이 신설됐다가 사라지기도 했다.

청와대 비서실은 대통령의 비서와 기타 특명을 받은 기밀사항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며, 실장은 대통령의 명을 받아 실무를 장리하며 소속공무원을 지휘, 감독한다. 대통령의 비전과 철학과 가치를 담는 유일한 제도적 기제이기도 하다.


청와대 비서실 조직을 보면 대통령이 우선적으로 중요시 하는 정책영역이 무엇이며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그만큼 비서실 조직은 아주 중요하다.

청와대 비서실 조직은 5가지 기능적 이슈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범정부 및 조정 이슈를 담당하는 조직은 비서실장, 국가 안보실장, 인사위원회, 연설 기록 비서관이 있다. 정책적 이슈를 다루는 조직은 국정기획수석, 경제수석, 미래전략수석, 교육문화수석, 고용복지수석, 외교 안보수석 등이 있다.
 

운영 이슈는 민정수석, 총무 비서관, 의전 비서관, 경호실이 담당하며 외부 관계는 정무수석이, 커뮤니케이션 영역은 홍보수석이 담당한다. 장관 내지 차관급의 별정직 공무원이 역임하는 수석비서관은 역대 정권에 따라 명칭 변동이 있었으나 공통적으로 대통령의 정책 입안과 결정을 실질적으로 보좌하는 책무를 맡아왔다.

▲특별감찰관 = 2014년부터 시행된 특별감찰관 제도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다. 전임 대통령들이 친인척 및 가족 비리로 나라를 시끄럽게 하자 재발 방지 대책으로 내놓은 것이다.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독립된 지위를 가지는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4촌 이내 친족, 비서실 내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들의 비위행위(법에 어긋나는 행위)를 상시 감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공약으로 탄생한 특별감찰관 제도는 출범 2년도 채우지 못한 채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초대 특별감찰관으로 취임한 이석수 전 감찰관이 미르·K스포츠재단 및 우병우 민정수석과 관련 내사 중 사임했기 때문이다. 한편 우병우 비서관이 있는 민정수석실도 고위 공무원에 대한 감찰 사안이 있을 때 특별감찰반을 꾸려 운영할 수 있다.

때문에 특별감찰관 제도가 만들어질 당시 기존 민정수석실의 특별감찰반과 업무가 중복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민정수석실의 특별감찰반은 한시적 운영, 특별감찰관은 상시적 운영이라는 것이다.

비리 재발 방지 대책으로 특별감찰관 공약
출범 2년 채우지 못한채 사실상 마비 상태


▲비서실장 =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보좌하기 위해 설치된 대통령 직속 기관인 비서실을 총괄하는 자리다. 대통령비서실 직제에 따르면 대통령의 명을 받아 사무를 처리하고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고 되어 있다.

직제상으로는 장관급이지만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기 때문에 국무총리보다 막강한 권력을 가질 수 있다. 이명박정부 때는 대통령비서실과 경호실이 통합된 ‘대통령실’을 운영했으나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며 비서실과 경호실이 다시 분리됐다. 역대 박근혜정부 비서실장 중 가장 막강한 파워를 자랑했던 건 김기춘 전 실장이다.

78세 고령으로 비서실장에 오른 김 전 실장은 참모진 인사 등에 깊숙이 관여하며 ‘기춘대원군’이라 불렸다. 김기춘을 비롯해 허태열, 이병기 전 비서실장은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해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올해 임명된 이원종 전 실장은 취임 5개월 15일 만에 사표를 제출했다. 최순실의 연설문 수정 의혹에 대해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시국과 동떨어진 발언을 한 이 전 실장은 실제로 아무 것도 모르는 ‘허수아비’ 대통령 비서실장이 아니었느냐는 비아냥을 들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후 김대중정부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던 한광옥 의원을 신임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비서실장 직속으로는 총무비서관과 제1·제2부속비서관, 의전비서관, 연설기록비서관 등 5명의 비서관이 있다.

정책 입안과 결정
실질적으로 보좌

▲총무비서관 = 총무비서관은 비서실의 인사관리와 재무·행정 업무, 국유재산과 시설·물품 관리, 경내 행사 등을 지원하는 업무를 한다. 특히 ‘청와대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은 청와대의 내부 사이버 보안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때문에 이 전 비서관의 승인이나 묵인 없이는 연설문을 포함한 청와대 문서 유출이 불가능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부속비서관 = 부속비서관은 총 2명이다. 제1부속비서관은 청와대의 내부 일정을, 제2부속비서관은 본래 대통령 부인의 일정을 담당하는 역할이지만, 현 정부에선 1·2부속비서관이 통합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맡고 있는 탓에 ‘비서실 안의 비서실’이라 불릴 만큼 요직이나 그만큼 부패하기 쉬운 조직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봐야 하는 문서나 자료도 통상 부속비서관을 거쳐 전달된다. 보고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도 부속비서관의 몫이다.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이 최순실에게 매일 30㎝ 두께의 대통령 보고서를 전달했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의전비서관 = 대통령의 일정 관리와 접견 및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 등을 담당한다. 일정 관리에 있어 부속실과 차별되는 점은 부속실의 경우 청와대 내부 일정을, 의전실의 경우 공식·대외 일정을 담당하는 것이다. 국빈급 오·만찬도 의전비서관이 챙긴다.


▲연설기록비서관 = 대통령이 발표하는 연설문 작성을 담당한다. 연설문은 연설기록비서관이 작성한 뒤 통상 부속실로 넘어간다. 박근혜정부에선 출범 때부터 조인근 전 연설기록비서관이 ‘대통령의 펜’ 역할을 해왔다.

명칭 바뀌어도
업무는 비슷

여담으로 조 전 비서관의 글쓰기 실력은 정치권 안팎으로 정평이 나 있어서 이명박 전 대통령도 그를 영입하려 애썼다고 한다. 그러나 조 전 비서관은 최순실의 연설문 수정 의혹이 나온 뒤 돌연 사표를 내고 사흘간 잠적했다.

▲정책조정수석비서관 = 정책조정수석은 2015년 대대적인 청와대 조직 개편과 함께 생겨났다. 이전에는 국정기획수석이라 불리던 직책이 정책조정수석으로 바뀌었다. 사실 국정기획수석은 이명박정부 때 신설된 자리다.

4대강, 세종시 등 굵직굵직한 정부의 중점 사업을 관리하면서 수석 중에서도 파워가 가장 센 ‘왕수석’으로 통했다. 박근혜정부 역시 출범 때부터 핵심과제를 반드시 챙기겠다는 의지로 국정기획수석 자리를 정책조정수석으로 부활시켰다.
 

명칭은 바뀌었지만 담당하는 업무는 비슷하다. 국정과제의 기획과 관리가 주 업무이다. 박 대통령이 안종범 전 수석을 정책조정수석에 임명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책조정수석이 되기 전 경제수석이던 그는 기초연금, 생애주기별 복지 등 박근혜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을 기획한 ‘정책 브레인’으로 꼽힌다.


▲정무수석비서관 = 정무수석의 ‘정무’란 정치나 국가 행정에 관계되는 사무를 뜻한다. 대 국회·정당 업무 및 행정과 치안에 관련된 사안을 챙기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

유능한 정무수석은 여야 의원들을 넘나들며 ‘정부-국회-국민’의 가교 역할을 하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 “뭐 하는 사람이냐”는 핀잔을 듣는 경우가 이전에도 왕왕 있었다.

‘박근혜의 여자’라 불렸던 조윤선 전 정무수석도 재임하는 11개월 동안 대통령과 독대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증언하며 ‘역대급 무능한 정무수석’이란 비난을 들었다.

실제로 정부와 국회의 훌륭한 가교가 되기 위해서는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과 소통하며 그의 국정철학을 충분히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최순실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김재원 전 정무수석은 출입기자들에게 “외롭고 슬픈 박 대통령을 도와달라”고 말해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모든 고급 비밀정보가 집중”
국가 권력 최정점 민정수석

▲민정수석비서관 = 민정수석의 ‘민정’은 백성의 뜻을 살핀다는 뜻이다. ‘민정을 살핀다’는 건 조선왕조실록에도 등장할 만큼 오래된 말인데 말 그대로 국민 여론 및 민심 동향을 파악하는 일을 일컫는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1960년대 박정희정권 때 신설됐다.

청와대 민정수석은 민심을 살필 뿐 아니라 국정원·경찰·검찰·국세청·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의 업무도 총괄, 검찰과 법무부에 대한 인사검증 권한도 갖고 있다. 때문에 이들 기관에서 나오는 정보는 모두 민정수석실로 모여든다.
 

사실상 인사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인사에 대해 ‘민정이 손썼다’는 얘기가 과거 정부서도 종종 나왔다. 얼마전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검찰에 출석할 때 보인 ‘당당한’ 태도도 괜한 것이 아닌 셈이다.

▲공직기강비서관 = 민정수석실에 소속된 공직기강비서관은 1995년 김영삼정부 때 신설된 직제다. 기존 민정수석실 내 사정1비서관이 맡던 업무였던 주요인사들의 인사정보 관리를 전담하기 위해 생겨났다.

민정수석실 내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이 특별히 국민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 건, 박근혜정부의 첫 담당자였던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 때문이다. 조 전 비서관은 지난 2014년 최순실의 전 남편인 정윤회씨가 연루된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으로 사표를 제출한 바 있다.

현행 대통령비서실 직제에 따르면 청와대 비서실서 근무할 수 있는 인원은 총 443명이다. 이 중에는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10명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400여명의 직원을 이끄는 수장이기도 하지만, 국민에게 권력을 이양받아 나랏일을 돌보는 사람이기도 하다.

물밑 파워게임
부서간 완력도

이밖에 경제수석비서관은 재정경제, 금융, 산업통상자원, 중소기업, 건설교통 및 농림해양수산 업무를,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통일, 외교, 안보, 국방 및 교민 업무를,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은 교육, 문화체육과 관광진흥에 관련한 업무를 담당한다.

고용복지수석비서관은 보건복지와 여성가족, 노사관계, 고용노동에 관련한 업무를, 홍보수석비서관은 청와대의 대변인 역할을 하며 홍보기획과 국정홍보 관련한 업무를, 인사수석비서관은 청와대 및 국정에 인사배치 및 임명과 관련한 업무를, 미래전략수석비서관은 과학기술, 정보방송통신, 기후환경 등에 관련한 업무를 보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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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