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원 릴레이 인터뷰> 더민주 최운열 의원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6.12.05 10:34:23
  • 호수 10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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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창구 전경련은 해체가 답”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번 20대 국회는 새로움의 연속이다. 대한민국은 17대 총선 이후 12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으로 접어들었다. 국회는 3당 체제로 재편됐고 낙선한 의원들의 빈자리는 새로운 얼굴들로 각각 채워졌다. <일요시사>는 독자들을 대신해 의원들을 찾아가는 릴레이 인터뷰를 시작, 새로워진 국회를 알아가는 시간을 준비했다. 그 스물네 번째로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을 만나봤다.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은 지난해까지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주류학자였다. 자타공인 경제전문가이자 수많은 경영학도를 지도한 그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개념을 정확히 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같은 당 김종인 전 대표가 경제민주화의 ‘창시자’라면 최 의원은 ‘전도사’다.

그런 그에게 당이 경제민주화 태스크포스 위원장을 맡긴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내년 대선에서 경제민주화가 다시 한번 수면위로 떠오를 것이 자명한 만큼 그의 당내 입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탄탄해질 전망이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25일 최 의원을 만나 우리나라의 경제, 그리고 경영학자로서 이번 최순실 사태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지 담론을 나눠봤다.

다음은 최 의원과의 일문일답.

-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금년 3월경 김종인 대표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비례대표로 와서 일해 볼 생각이 없느냐 묻더라. 갑작스런 제안에 당황했지만, 필요한 일이 있으면 도와드리겠다고 답했다. 그런 결정을 하게 된 건 학생들과의 약속이 컸다. 지난해 8월 정년퇴직을 앞두고 학생에게 고별강의를 한 적 있다. 강연 제목이 ‘주류학자의 참회록’이었다.


- 어떤 참회였기에 정치 입문까지 이어졌나.
▲그동안 나를 포함한 주류학자들은 우리나라의 자원이 한정됐기 때문에 대기업 중심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오면서 외형적 성장의 반대편에 불균형 성장, 소득의 양극화 등 너무도 어두운 그림자가 많이 생겨났다.

중소기업은 경쟁력을 잃고 소위 메이저 대학을 나온 청년들이 직장을 못 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 우리 제자들의 모습을 보며 미안하다는 감정을 느꼈다. 강연 당시 제자들이 “정년 후 무엇을 할 계획이냐”고 묻더라. 그래서 “제2의 인생은 사회 불균형과 양극화를 시정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우리 학생들과 약속했다. 그런 생각에 정치에 입문하게 됐다.

- 전속고발권 폐지안 5개를 대표발의했다.
▲법안을 낸 목적은 양극화 해소다. 9988이라는 말이 있다. 1%의 대기업과 99%의 중소기업이 각각 고용의 12%, 88%를 차지한다는 뜻이다. 결국 88%의 고용을 만들어내는 중소기업이 제대로 경쟁력을 갖춰야 고용이 늘어날 수 있다. 그런데 대학 나온 사람들은 중소기업을 안 가려고 한다. 임금이 낮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임금을 올려 주고 싶어도 대기업의 납품가 후려치기로 상황이 여의치 않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대기업이 법을 어겼을 때 누구라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법을 어기고도 피해나갈 구멍이 있다면 누가 법을 지키겠나. 법은 만인에 평등하다. 대통령도 법을 안 지켜 이 난리가 났지 않나.

- 여당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측은 남소를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로 보면 남소 우려는 없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조금만 잘못 보여도 거래가 끊겨버린다. 때문에 대기업과의 소송에서 확실히 이길 자신이 없으면 소송을 제기하지 못한다. 이런 현실에 비춰보면 남소 우려는 전속고발권 폐지안을 반대하기 위한 명분일 뿐이다.

불균형 해소하려 국회로 “학생과 약속”
“역사에 공짜 없어…이번이 개혁 기회”

- 대학서 경영학을 강의했다. 대기업들은 매년 ‘수평적 관계’를 내세우지만, 실천이 되지 않고 있다.
▲이런 게 다 관행 때문이다. 회장이 지시하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지 않나. 회장은 전지전능한 사람이 아니다. 만약 잘못하는 게 있으면 주변서 브레이크를 걸어줘야 하는데 회장 말 한마디면 그게 법이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에게 아무도 잘못을 얘기하지 않아 이 사단이 났지 않나. 우리 사회 시스템 자체를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도록 바꿔야 한다. 그래야 기업과 국가가 경쟁력이 생긴다.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지켜본 심정이 어떠신지.
▲요즘 ‘걱정스럽다’ ‘답답하다’ ‘부끄럽다’ 이 세 가지 말을 많이 쓴다. 국민과 나라를 생각하니 걱정스럽고, 시원스런 해법이 안 보이니 답답하고, 사태를 지켜보니 부끄럽다.

- 결국 이 국가적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역사에 공짜란 없다. 코스트를 지불했으면 반드시 뭐라도 만들어내야 한다. 우스갯소리로 먼 훗날 박 대통령이 평가를 다시 받을 수도 있겠다 싶다. 개혁은 평화로운 분위기에선 일어나지 않는다. 지금처럼 더 이상 망가질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상태에서 국민들이 개혁에 나서게 된다.

만약 박 대통령이 어설프게 국가를 망가뜨렸으면 개혁이 힘들 수도 있지만, 이 정도까지 망가지면 완전 새로운 틀을 짜야할 판이다. 결국 개혁을 통해서만 우리 국민이 느끼는 이 아픔과 고통이 조금이라도 보상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개헌 얘기가 다시 나오고 있다. 생각하는 개헌 방향이 있나.
▲지금의 5년 단임 대통령제에 문제가 많다는 것은 온 국민이 절감하고 있다. 지난 1987년 개헌 이후 문제가 없었던 정권이 있었나. 이게 다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돼 주변 사람들이 권력에 가까이 가려다 벌어진 일들이다.

결국 우리는 협치를 해야 한다. 따라서 개헌을 하게 된다면 권력구조는 독일식 내각제로 하는 게 맞다고 본다. 대통령은 국민들이 뽑는 대신 대외적으로 국가를 상징하는 역할만 하고, 실질적인 국가 경영은 총리가 하는 게 시대의 정신과도 부합한다.

-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도 이번 게이트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나도 앞장서서 전경련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과거에는 전경련이 나름의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전경련의 역할이 끝났다고 봐야 한다. 전경련이 있어봐야 순기능은 없다.

저런 로비스트 형태의 전경련은 해악만 미칠 뿐이다. 그래서 기업들도 필요성을 못 느끼지 않나. 이제 전경련은 국가를 위한 싱크탱크로 변신해 장기적인 국가 전략 수립에 도움을 주는 편이 낫다.


<chm@ilyosisa.co.kr>


[최운열은?]

▲전남 영암 출생
▲조지아대학교 대학원 재무관리 박사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명예교수
▲제20대 국회의원 (비례대표/더불어민주당)
▲국회 전반기 정무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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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