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정국진단> 유준상 “대통령 탈당과 탄핵이 답”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6.11.21 10:27:47
  • 호수 10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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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합의 총리 임명 등 5가지 제안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새누리당은 분당의 기로에 섰다. 갈라서느냐, 아니면 화합하느냐의 결정만 남았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러온 혼란은 그렇게 집권여당을 점차 암흑의 구렁텅이로 몰아가고 있다. 당장 해법이 절실한 상황. 당의 큰어른인 새누리당 유준상 상임고문은 다섯 가지 돌파구를 제시, 현 정국 수습에 팔을 걷어붙였다.

100만 촛불이 켜졌다. 새누리당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점은 모든 게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집회 참석자의 규모는 하루하루 늘어나고 있다. 특검 조사, 거국중립내각 구성 얘기는 도돌이표를 반복 중이다. 심지어 최순실과 관련된 의혹 보도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대로는 150만, 200만의 촛불로 번질지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당은 반목만을 거듭하며 위기 탈출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 지도부는 신뢰를 잃었고 비주류는 네거티브에 몰두하니 해법이 나올 리 없다.

결국 상황 수습에 실패한 당 지도부가 상임고문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지난 16일 여의도의 한 중식당서 이정현 대표, 박명재 사무총장, 염동열 수석대변인은 고문단 11명을 초청, 고견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그 중 유준상 상임고문은 현 정국을 헤쳐 나갈 구체적 방법까지 제시하며 당의 변화된 모습을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일요시사>는 회동 직후 유 고문과 만나 현장서 어떤 얘기들이 오고 갔는지, 과연 유 고문은 현 상황에 대해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다음은 유 고문과의 일문일답.


- 오랜만에 뵙습니다.
▲신문 잘 보고 있습니다. 최순실 사태가 터진 후 이번에 <일요시사>에서 내놓은 표지가 참 맘에 듭니다. “물러나라” “부끄럽다”.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촌철살인이었습니다. 창간 때부터 <일요시사>의 애독자여서 그런지 변화된 기획을 보면 남다르게 느껴집니다.

- 오늘(지난 16일) 상임고문회의는 어떻게 성사됐나요?
▲이정현 대표의 요청에 의해 모였습니다. 당 지도부에선 이 대표와 박명재 사무총장, 염동열 수석대변인이 나왔고, 상임고문단에서는 나를 비롯해 김수한, 김종하, 박희태, 서정화, 정재철, 김동욱, 나오연, 권해옥, 이형배, 이연숙 고문이 참석했습니다.

- 최순실 사태에 대해 이 대표는 고문들에게 뭐라고 말하던가요?
▲당이 뜻하지 않은 일에 휘말려 놀라게 만든 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더군요. 또한 수습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점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했고, 지금 진행되고 있는 현 정국에 대한 보고도 있었습니다. 이 대표는 요즘 수면제를 3알 먹어도 잠이 안 올 지경이라고 토로했습니다.

- 당 어른들의 따끔한 충고가 이어졌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각자 한마디씩 해줬습니다. 따끔한 충고도 있었고 진심어린 조언도 있었습니다. 김종하 고문은 이 모든 일이 4·13 공천파동서 시작됐다고 말했고, 이형배 고문은 국민이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을 버렸다는 민심을 전해줬습니다.
 

이연숙 고문은 현 상황이 4·19혁명 이상이라며, 국민들이 화가 많이 났는데 지도부에선 이를 진정시킬 대책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박희태 고문은 친박-비박이 이렇게 분열하면 되겠냐며 충고한 뒤 몸 바쳐 열심히 해보라고 격려했고요. 김수한 상임고문단 의장은 중진들의 발언이 갈등의 화근이 된 점이 있다며 이 대표에게 고독한 싸움이지만, 절대 포기하지 말고 잘해보라는 말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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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 고문님은 어떤 말씀을 해주셨나요?
▲우선 척박한 호남 땅에서 두 번의 선거를 승리하고 집권당 대표가 된 이 대표에게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시기는 내우외환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나라 안에선 100만 국민들이 횃불을 들었고, 나라 밖에서는 북한의 김정은과 미국의 트럼프 당선으로 한반도 대북·국가안보 정책의 위기가 찾아왔지 않습니까. 구한말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인 거죠. 그래서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물었습니다. 그리고 내 나름의 다섯 가지 해법을 이 대표에게 제시했습니다.


- 다섯 가지 해법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첫째는 대통령의 탈당. 둘째는 여야 합의에 의한 총리 임명. 셋째는 야당이 얘기하는 거국중립내각 수용. 넷째는 국회서 탄핵 절차를 밟으면, 대통령이 즉시 수용하겠다고 밝힐 것. 마지막 다섯째는 여야가 합의한 특검, 국정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선언을 할 것. 이 다섯 가지를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이 대표에게 내가 제안한 내용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 제안 내용 중 탄핵이 눈에 띄는데요.
▲우리나라는 법치주의가 근간인 국가입니다. 만약 검찰 조사 결과 탄핵의 사유가 있다면 대통령이 먼저 떳떳이 절차를 밟을 것을 선언해야 합니다. 탄핵은 부결될 수도, 가결될 수도 있지 않습니까. 부결된다면 임기가 이어지는 것이고, 가결된다면 총리 대행 체제로 전환돼 조기 대선 날짜가 잡히겠죠.

결과적으로 헌정이 중단되는 사태는 절대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탄핵을 진행하면 수용하겠다는 뜻을 대통령이 먼저 밝히라고 말한 것입니다.

- 과연 다섯 가지 제안이 대통령께 잘 전달될까요? 최순실 사태도 결국은 대통령이 비선을 통해서만 의견을 들은 점이 문제였잖습니까.
▲이 대표는 나름 박 대통령에게 건의를 열심히 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박 총장의 말에 따르면, 청와대 인사 개편, 최순실 귀국 후 수사, 특검, 책임 총리도 다 이 대표가 건의해 대통령이 받아들인 사안이라고 합니다. 박 대통령에게 가장 진솔하게 건의했던 사람이 이 대표인 만큼 잘 전달되길 기원합니다.

- 박 대통령은 유영하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했습니다.
▲유 변호사가 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한 내용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는 불난 민심에 기름을 부은 격이에요. 어째서 변호사로 이런 사람을 선택했는지 매우 안타깝다는 입장입니다. 가능하다면 하루 빨리 변호인을 교체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이 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당 내외서 높은 상황인데요.
▲책임 있는 공당의 대표로서 사태를 수습하고 물러날 생각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마지노선으로 잡은 게 다음달 20일쯤이라고 하는데, 만약 이전에라도 중립내각 총리가 임명된다면 본인은 즉시 물러날 생각이라고 고문단에게 말했습니다.

- 그러나 당 안팎에선 이 대표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가 말하길 눈이 많이 내리고 있는데, 그 눈을 치우고 가야지 그냥 놔두고 갈 순 없다고 하더군요. 모든 걸 정리하고 대표직을 물러나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 그런 이 대표에게 어떤 얘기를 해줬나요?
▲나라와 당을 위해 구국의 결단을 내리라고 말했습니다. 국가를 위한 충신이 돼야죠. 마케팅서 한번 버려진 상품은 다시 쓸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의 마케팅은 실패했습니다.

- 구국의 결단이라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나요?
▲다음달 20일로 마지노선을 정해놓지 말고 당을 화합할 수만 있다면 사퇴를 앞당기라는 의미입니다. 모레, 아니 당장 내일이라도 필요하다면 사퇴를 하라는 뜻입니다.

- 그러나 이 대표는 1월 전대카드를 꺼내든 상황입니다.
▲그 자리에서도 1월21일 전대를 치를 계획이라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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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대 날짜를 두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귀국을 기다리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 부분은 동석한 박 총장이 나서서 설명했습니다. 1월27일부터 설 연휴가 있으니 1월21일을 전대 날짜로 잡은 것이지 반 총장을 의식했다든지 어떤 노림수가 있다든지 하는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해 했습니다.


- 어쨌든 기존 지도부의 결정에 반발한 비박계가 중진급 12명을 중심으로 비상시국위원회 대표자 회의를 꾸렸습니다. 사실상의 분당 수순 아니냐는 주장이 일고 있는데요.
▲비박계 12명의 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빠른 시일 내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하나로 합쳐야 합니다. 지금 분당하면 누구에게 득이 되겠습니까. 찢어지면 친박-비박 양쪽 다 공멸할 게 자명합니다. 그러면 새누리당은 영원히 국민들로부터 버림받게 되겠죠.
 

- 그 와중에 이 대표는 ‘10% 대선주자’ 발언을 꺼내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이 대표가 거론한 남경필, 오세훈, 김문수, 원희룡은 우리당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김무성, 유승민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 대표에게 말을 순화해서 하라고 충고했습니다. 당의 지도자가 그렇게 말하면 당이 어떻게 화합할 수 있겠습니까.

- 비박계는 당의 분열을 불러온 건 친박계라며 2선으로 물러날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비박계 주장에도 일리가 있어요. 결국 당 내홍은 진박, 친박이 주도한 공천 파동서 시작된 것 아니겠습니까. 공천 파동만 없었으면 새누리당이 180석을 무난히 넘길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니 누가 봐도 골수 친박인 자들은 뒤로 물러나고 중립적이고 젊은 인사들이 당을 이끌어야 합니다. 그래야 당의 외연이 확대되고 분당을 막을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일각서 나오는 재창당 주장에 찬성하시는 입장이신가요?
▲그렇습니다. 재창당 수준으로 탈바꿈해야 합니다. 단, 그러한 작업은 필히 젊은 피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지만 성공할 수 있습니다.

- 현재 원외당협위원장 5명은 이 대표의 사퇴를 외치며 단식에 들어갔습니다. 이들을 만나고 오신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떤 조언을 해주셨나요?
▲어제(15일) 단식하고 있는 현장에서 원외당협위원장 5명(이준석, 김상민, 최홍재, 김진수, 이기재)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왔습니다. 나도 과거에 김대중 대통령이 총재로 있던 시절 지방자치제 관철을 위해 9일간 단식을 했던 사람입니다.

단식 때 가장 중요한 것이 건강이니 물 잘 마시고 조심해서 하라고 했습니다. 또한 너희같은 젊은 위원장, 젊은 피들이 중심이 돼 새누리당이 보수정당, 중도정당, 실용정당으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당을 새롭게 만들어 가라고 조언했습니다.


- 새누리당이 어려움을 딛고 정권재창출에 성공할 것이라 예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현재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반기문 21%, 문재인 19%, 안철수 10%, 이재명 8%, 손학규·박원순 6%, 유승민 4% 정도로 나옵니다. 정치권서 가장 유력하다는 문재인 또한 19%밖에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반기문도 지지율이 20%를 조금 웃도는 수준입니다. 안철수는 말할 것도 없고요.

결국 내년 대선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과 정치권의 시선이 차이가 있다는 뜻입니다. 만약 여야가 현 상황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당리당락에 집착한다면, 지금 거론되는 사람들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젊은 인재, 새로운 리더십을 가진 능력 있는 인물의 등장이 절실합니다. 만약 새누리당서 그런 인재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정권 재창출은 힘들 수도 있습니다.


<chm@ilyosisa.co.kr>


[유준상은?]

▲11∼14대(4선) 국회의원
▲전 대한롤러경기연맹 회장
▲민주당 전 최고위원
▲현 아시아롤러경기연합 부회장
▲현 새누리당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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