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관? 감시?’ 스마트폰의 두 얼굴

일단 폰부터 들이대고 보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국민 90%가 스마트폰을 사용할 정도로 우리는 스마트폰 홍수시대에 살고 있다. 지난 7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가운데 9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길을 걷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스몸비(스마트폰+좀비의 합성어)족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이처럼 스마트폰은 이미 우리 생활의 일부가 돼있다. 그러면서 어떤 순간에든 스마트폰부터 꺼내드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8월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서 지하철 정비업체 직원이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한 20대 남성 조모씨는 강남역 스크린도어 고장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해 정비 작업을 하다가 변을 당했다.

당시 끔찍한 사고의 원인이 ‘설비 유지·보수 외주화’ 등 인재로 밝혀지면서 누리꾼들의 공분이 이어졌다. 그와 동시에 누리꾼을 들끓게 한 건 현장에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올린 글이었다.

나몰라” 역효과

자신을 사고 현장에 있던 사람이라고 밝힌 누리꾼은 “쿵 하는 순간 피 튀기고 살점이 날아가는데, 외마디 비명과 함께 이어지는 건 시민들의 구조가 아니었다”며 “사람 죽어가는 걸 자기 SNS에 올리려고 하는 건지. 그 죽어가는 사람을 찍느라 정신없는 스마트폰이었다”고 적었다.


이어 “사건 현장을 직접 목격한 것보다 그 스마트폰을 들고 영상을 찍거나 찰칵찰칵 소리 내면서 사진 찍는 분들 때문에 더 무서웠다. 당신들은 분명 사람이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실제 SNS상에 숨진 조모씨의 사진이 배포됐다가 삭제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방관자 효과'라는 말이 있다. 주위에 사람들이 많을수록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게 되는 현상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다. 지난 8월 대전 서구의 한 도로에서 60대 이모씨가 몰던 택시가 앞차와 추돌한 후 30m가량 주행을 이어가다 멈췄다.

이씨는 운전 중 심정지로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문제는 함께 타고 있던 남녀 승객이 119 신고 등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짐을 챙겨 현장을 빠져나갔다는 점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공항버스 시간이 촉박하다며 황급히 자리를 뜬 승객들은 귀국 후 경찰에게 자신의 입장을 알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승객들은 “사고가 났을 때 주변에 사람들이 많았는데 전부 신고하고 있었다.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승객들의 행동은 일종의 방관자 효과라 볼 수 있다. 지난 10월에도 서울서 이와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다. 누리꾼들은 승객들의 행동에 대해 “야멸차다”며 비난했다.

스마트폰의 발달은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하면서 실시간 SNS 사용을 가능케 했다. 문제는 사고 현장에서 자리를 뜨는 수준이 아니라 SNS에 올리기 위해 현장을 촬영한 뒤 실질적인 조치 없이 사라지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률 90% 육박
양면성 공존하는 손 안의 컴퓨터


지난달 인터넷 포털사이트 커뮤니티에 짧은 동영상이 올라왔다. 동영상에는 지하철서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옆에 앉은 노인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노인은 여학생의 어깨에 손을 얹고 허리를 만지는 등 행위를 서슴없이 하고 있었다.

동영상을 본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노인의 행동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영상 촬영자에게 의문을 제기했다. ‘학생이 성추행 당하는 동안 촬영자는 스마트폰만 들이대고 있었느냐’는 비판과 ‘증거 수집을 위해 촬영한 것 같다’는 옹호가 뒤섞였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람이 사후 조치를 취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같은 사례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심심찮게 올라오곤 한다. 길에서 행인끼리 시비가 붙어 싸움을 하는 모습, 여성이 술을 먹고 길에 널브러져 있는 모습, 심지어는 보행자가 자동차에 치이는 모습 등이 촬영돼 SNS에 올라온 일도 있었다.

스마트폰을 통해 촬영된 영상이 SNS에 올라가는 순간 비극적인 사고 현장이 볼거리나 유흥거리로 전락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각)에는 미국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 정부군이 진행한 모술 탈환작전이 스마트폰을 통해 생중계됐다. 포탄이 터지면서 시커먼 연기가 치솟는 장면이 SNS를 통해 실시간 중계되면서 시청자들은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았다. 전쟁 참상이 스마트폰 중계를 통해 엔터테인먼트로 소비되는 현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다.

스마트폰은 대학가 풍경도 바꿔놓았다. 최근에는 대학 강의 시간에 교수가 준비한 자료나 판서를 노트 필기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 교수가 칠판에 판서를 한 후 자리를 살짝 비켜주면 학생들은 일제히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 촬영을 통해 기록하는 게 일상처럼 돼버렸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그런 대학 강의실 풍경이 담긴 사진이 올라오자 누리꾼들은 “열심히 준비한 교수가 허무할 듯” “씁쓸하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스마트폰이 수십년 동안 이어진 강의실 풍경까지 바꿔놓은 것이다.

그렇다고 ‘손 안의 컴퓨터’가 마냥 씁쓸한 상황만 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범죄가 일어났을 때 스마트폰 그 자체가 증거가 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9년까지만 해도 스마트폰 '디지털 포렌식'(데이터를 복원, 수집, 분석하는 수사방법)은 658건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컴퓨터와 CCTV 분석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보급 속도가 빨라지면서 모바일 기기 증거 분석은 매년 80% 이상씩 급증했고 2013년에는 7332건으로 급증했다. 2013년 7월 기준으로 성인 스마트폰 사용률이 70%가량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2016년 현재 전체 디지털 포렌식의 70% 이상이 모바일 기기 분석일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지난 2013년 9월 경기도서 등교하던 여중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 주변 CCTV를 뒤져 20대 남성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잠복 끝에 검거했다.

이 남성은 스마트폰으로 찍은 피해자의 사진을 지우고, 경찰에 “증거를 대라”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이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복원한 사진을 들이밀자 범행을 인정했다.

스마트폰이 증거물로서 가치가 높은 것은 개인이 늘 갖고 다니며 사용하기에 사건 전후의 행적과 성향 등 사용자 정보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통화 기록을 포함해 사진, 동영상, 문자메시지, SNS 사용 내역 등은 사건 해결의 유용한 단서가 되기도 한다.


스마트폰에 남은 인터넷 검색 기록 역시 수사에 큰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 2013년 8월 서울 강동구에서 부친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용의자의 스마트폰에서는 ‘혈흔 지우는 법’ 등을 검색한 흔적이 나왔다.

스마트폰은 ‘손 안의 카메라’ 기능을 하며 억울한 상황의 증거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 SNS를 통해 억울한 일을 고발하는 일이 늘고 있다. 일각에선 SNS가 ‘국민신문고’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봤다. 그 과정서 스마트폰을 통해 수집한 사진이나 영상, 음성 자료 등은 주장의 근거로 사용되고 있다.

지킴이 역할도

스마트폰으로 찍고 SNS에 게시된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긴급상황을 알리는 것은 이미 일상처럼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고가의 자전거를 잃어버린 이용자가 사진을 올리고 도움을 요청하자 전국에서 관련 사진이 올라와 결국 범인을 잡고 물건도 찾은 사례도 있었다. 잃어버린 반려동물, 실종된 사람 등을 찾는 데도 스마트폰은 CCTV 노릇을 하며 가족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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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