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미국 접수한 트럼프

‘트럼프 공포’ 한반도 큰일 났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선거가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도박사들, 해외 유력 언론들은 힐러리가 맡아놓은 자리를 찾아가듯 대통령에 당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개표가 진행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전 세계 언론은 도널드 트럼프가 새로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다운 승리였다. ‘정치계의 풍운아’ ‘아웃사이더’ 등의 수식어가 말해주듯 트럼프는 미국 정치권에 갑자기 뚝 떨어진 존재였다. 공화당 대선주자 트럼프의 당선 확률은 지난 8일(현지시각)까지만 해도 20%에 불과했다. 미국 언론과 예측기관은 대선일 직전까지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를 점쳤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지나지 않아 트럼프의 당선 확률이 수직 상승했다.

경합주 독식
대이변 연출

최대 격전지로 분류됐던 플로리다서 힐러리를 앞서나간 게 대이변의 전주곡이었다. 트럼프는 인디애나, 켄터키, 웨스트버지니아 등 공화당 텃밭서 착실히 선거인단을 확보했고 경합주에서 힐러리를 앞서나가며 승기를 잡았다. 그러다 플로리다서 최종 승리하고 오하이오까지 손에 넣으면서 당선 가능성이 치솟았다.

오하이오와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는 선거인단 67명이 걸린 3대 경합주로 꼽힌다. 1960년 이후 이 3개 주 중 2곳을 확보하지 못한 후보가 대통령이 된 적이 없었다. 트럼프는 플로리다와 오하이오뿐만 아니라 펜실베이니아서까지 이기면서 3대 경합주를 모두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트럼프는 대선 승리에 필요한 선거인단 과반인 ‘매직넘버’ 270명을 여유 있게 넘어섰다. 트럼프는 전체 득표에서 힐러리에 뒤졌지만 승자 독식제인 미국 대선 방식 결과에 따라 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미국 대선 방식은 유권자가 뽑은 각 주별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간접 선거 방식이다. 주별 선거서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그 주의 선거인단 전체를 가져가는 승자 독식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제도는 개인이 아니라 각 주가 대통령을 뽑는다는 연방제 전통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9일, 뉴욕 힐튼호텔서 대통령직 수락 연설을 발표했다. 트럼프는 먼저 상대였던 힐러리를 언급했다. 그는 “조금 전 힐러리에게 전화를 받았다. 클린턴 후보는 나를 비롯해 나를 지지해준 유권자들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며 “클린턴은 오랫동안 수많은 노력으로 지금의 미국을 만들었다”고 치하했다.

이어 “지금은 상처와 갈등을 치유하고 힘을 합쳐야 할 때가 왔다”며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이제는 미국인들의 지혜가 미합중국의 깃발 아래 모여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모든 시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라며 “저를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았든 모든 미국인을 향해서 화해와 협력의 손길을 내밀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또 트럼프는 자신의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구호대로 “미국을 재건하고 모든 미국인들의 꿈이 이뤄지도록 함께할 것”이라며 “미국은 새로운 역사를 써야 하고 원대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적인 부분에서도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하면서 세계와 협력하겠다. 모든 국가를 공정하게 대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예상 깨고 아웃사이더 백악관 입성
당선 직후 일단 전 세계에 안심 메시지

힐러리도 미국 뉴욕 맨해튼 뉴요커호텔서 선거 결과 관련 입장을 내고 패배를 시인했다.

힐러리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고통이 오래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가 모두를 위한 성공적인 대통령이 되기를 희망한다”며 “우리의 민주주의는 평화로운 정권교체에 달려 있다”고 했다. 지지자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녀는 “곧 누군가가 유리천장을 깰 것”이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를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힐러리에 앞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요동치기 시작한 금융시장은 그의 당선이 확정되자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불확실성 공포가 치솟으면서 증시가 흔들린 것이다. 트럼프 리스크는 아시아 주요국 증시에 직격탄을 날렸다. 아시아 증시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때와 마찬가지로 개표 시간이 개장 시간과 겹치면서 가장 먼저 충격을 받았다.

이날 한국 코스피는 2.25% 떨어진 1958.38, 코스닥 지수는 3.92% 내린 599.74로 마감됐다. 일본 도쿄 증시의 닛케이 평균 주가지수는 전날보다 5.36% 하락했다. 힐러리의 승리가 예상되던 초반에는 상승 출발했지만 판세가 기울자 장중 최대 6.17%까지 폭락했다. 트럼프 당선으로 불확실성 공포에 안전자산인 엔화가 강세를 보였고 금값도 치솟았다.

불확실성 공포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금융시장은 하루 만에 반등세로 돌아섰다. 트럼프의 경기 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며 트럼프의 경제 정책을 확실하게 뒷받침할 것이라는 기대 심리도 영향을 미쳤다. 그 덕에 뉴욕증시 다우존스 지수는 하락세로 출발했다가 다시 반등, 1.4% 상승으로 마감했다. 유럽 증시도 초반에 출렁이다 상승세로 장이 끝났다.

한국은 트럼프 당선으로 변화가 불가피한 한미관계, 경제 상황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9일 오후 “선거 승리를 축하하고 앞으로 북핵 문제 등 현안 해결과 한미 동맹 관계 발전을 위해 양국 간 공조를 더욱 굳건히 해 나가기를 기대한다”는 내용의 축전을 발송했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트럼프 후보가 다양한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둔 경험과 리더십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제45대 미 합중국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미국 차기 행정부와도 한미 동맹 관계의 심화·발전을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은 물론 세계 평화·번영을 위해 계속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미국 우선주의
경제 보호무역

정부는 지난 10일, 경제부총리 주재로 경제현안점검회의를 열어 트럼프 당선에 따른 영향과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회의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일 요동친 금융시장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긴장감을 갖고 리스크 관리에 한치의 빈틈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유 부총리는 인프라 투자 확대 등 정책 방향이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 요인이 될 수 있으며 트럼프의 정책 공약을 분야별로 분석,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강구하기도 했다.

국민들은 트럼프 당선에 따른 안보 정책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미국 대통령 당선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국민 인식’을 긴급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3.3%가 트럼프 당선이 ‘대북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어 경제(26.7%) 외교(18.1%) 정치(5.2%) 순이었다.

대북정책 담당자들도 트럼프 당선으로 정신이 없는 상황이다. 차기 트럼프 행정부서 외교·안보를 이끌어갈 인물의 윤곽이 뚜렷하지 않은 탓에 관계를 맺는 것조차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대북 정책의 궤를 같이 해온 힐러리와는 달리 트럼프의 정책은 명확하지도 않고 셈법 자체가 다르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는 고심 중
모든 분야 흔들


선거기간 내내 트럼프가 쏟아낸 한국 관련 발언도 예의주시할 부분이다. 트럼프는 그동안 국방 분야에 있어서 여러 차례 한국을 거론해 왔다. 트럼프는 지난해 11월 저서 <불능의 미국>을 발간하면서 “독일, 일본, 한국은 모두 부유한 국가이다. 미치광이가 있는 북한과 남한을 가르는 경계에 2만8500명의 미군을 두고 있지만 우리는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썼다.

트럼프는 선거기간 내내 미국의 이익을 중요시 해왔다. 이 때문에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대북 정책뿐만 아니라 한미관계에 있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선거기간 내내 트럼프가 쏟아낸 한국 관련 발언도 예의주시할 부분이다. 트럼프는 그동안 국방 분야에 있어서 여러 차례 한국을 거론해 왔다. 트럼프는 지난해 11월 저서 <불능의 미국>을 발간하면서 “독일, 일본, 한국은 모두 부유한 국가이다. 미치광이가 있는 북한과 남한을 가르는 경계에 2만8500명의 미군을 두고 있지만 우리는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썼다.

트럼프의 성향은 미국 우선주의, 신고립주의로 분류된다. 그는 ‘자국의 안보는 자국이 책임져라’로 요약되는 안보 무임승차론을 꾸준히 주장해 왔다. 트럼프의 발언은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민주주의 확산 등을 위해 세계경찰을 자청해왔던 이전의 미국의 안보 노선과 완전히 달라 주변국들은 이를 고심해왔다.

이 때문에 한국으로선 방위비 분담금 문제부터 시작해 주한미군 배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전시작전권 전환 등 한미 간 산적해 있는 안보 현안 모두 불명확한 상황에 빠졌다. 그 중 안보 비용 문제가 첫손에 꼽힌다.

지난 2014년 체결된 제9차 한미 방위비 분담특별협정에 따라 지난해 한국이 부담한 방위비 분담금은 9400여억원이다. 이는 주한미국 유지비용의 50% 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는 이를 두고 지난 5월 <CNN>과의 인터뷰서 “100% 부담은 왜 안되냐”고 반문한 바 있다.


국내 안보·경제·외교 ‘휘청’
주한미군·한미 FTA 어떻게 되나

분담금 협정 만료 시기가 2018년으로 예정돼 있기 때문에 이후 협상서 미국이 전액 부담 카드를 들고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서 증액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주한미국 감축 및 철수 카드를 꺼낼 수 있다. 안보 비용과 주한미군을 연계해 보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의 경제 정책도 눈여겨봐야 한다. 트럼프 경제 공약의 핵심은 보호무역이다. 트럼프는 관세를 높여 미국 제조업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그 과정서 거론되는 게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이다. 지난 8월 디트로이트 연설서 “클린턴은 많은 일자리를 앗아가는 한미FTA를 지지한다”며 “나는 미국 근로자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와 높은 임금을 창출하는 협정을 원한다”고 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한미FTA 재협상론과 한국 산업에 대한 경제적 영향분석 보고서’에서 한미FTA 재협상으로 관세 양허가 중단되면 2017∼2021년 향후 5년간 한국의 수출 손실이 3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일자리는 24만개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관세 양허란 국가간 관세, 무역 등에 관한 협상에서 협상 당사국이 특정 품목의 관세를 일정 수준 이상 부과하지 않기로 한 약속이다. 한경연은 자동차, 기계, 정보통신, 석유화학 등 순으로 손실이 클 것이라 전망했다.

일각에선 트럼프의 강경 발언이 외교, 안보 분야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렇기에 실제 대통령이 되면 워싱턴 관료나 싱크탱크 등에 의존, 기존 미국의 외교·안보 노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끝까지 함께?
미군 철수하나

일단 트럼프는 “한국과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며 한미관계에 대해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트럼프와 10여분간의 전화통화서 “한미동맹 관계는 아태지역 평화 번영의 초석이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공동의 이익을 위해 동맹 관계를 강화·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트럼프는 “미국은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굳건하고 강력한 방위태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의 안전을 위해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트럼프의 과거
막말에 성추문…트러블 메이커

힐러리 클린턴을 비롯한 지지자들은 이번 미국 대선에서 ‘유리천장’을 깨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트럼프야말로 미국 내 팽배했던 유리천장을 깬 인물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부동산 재벌,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 진행자 등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다. 하지만 정치 경력은 전무하다.

1946년 미국 뉴욕에서 중견 부동산업자의 아들로 태어난 트럼프는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대통령의 야망을 키워오던 트럼프는 1998년부터 2012년까지 출마를 저울질하다 번복하기를 수차례, 그 사이 당적도 공화당, 개혁당, 민주당을 거쳐 다시 공화당원으로 정착했다.

정치 경력 전무한 부동산 재벌
그가 통치하는 미국은 앞으로?

지난해 6월 트럼프가 자신의 부를 상징하는 트럼프타워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할 때까지만 해도 그의 백악관 입성을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지난 7월 공화당 대의원 과반수의 지지를 받아 대선주자로 발돋움한 이후 반이민자 정책 등을 강하고 노골적인 표현으로 어필하면서 보수 백인층의 표심을 파고 들었다. 트럼프의 강한 발언은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두고두고 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는 인종차별, 여성 비하 등의 발언으로 거센 반발을 받았고, 대선 투표 직전에는 성폭행 시도 경험 등이 폭로되기도 했다. 또 탈세 의혹도 명확히 해명된 것이 아니라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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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