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 떠난 박세리 ‘과거와 미래’

그녀의 골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국 골프의 ‘살아 있는 전설’ 박세리(39·하나금융그룹)가 은퇴했다. 지난달 13일 국내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KEB하나은행챔피언십 1라운드가 끝난 직후 팬들과 함께하는 ‘열린 은퇴식’을 거행했다.

살아있는 전설에 찬사 쏟아져
통산상금 1000만달러 넘어서
아시아 최초 명예의 전당 입성

박세리는 지난 7월 US여자오픈 이후 해외 대회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사실상 은퇴였지만 공식 은퇴 무대는 고국에서 열리는 대회를 선택했다. 박세리는 ‘한국 골프 역사의 개척자’다. 중·고교 시절 이미 국내 아마와 프로 무대를 평정한 그는 1998년 LPGA 무대에 뛰어든 뒤 통산 25승(메이저 5승)을 수확했다. 통산 상금 1000만달러를 넘어선 한국인 최초의 프로골퍼로 기록된 그는 2007년에 아시아 최초로 LPGA 명예의 전당에 입성, 세계 여자골프계의 산 역사로 올라섰다.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보여준 ‘맨발 샷’ 투혼은 외환위기로 시름에 잠겨 있던 많은 국민들에게 큰 힘이 됐다. 이후 수많은 ‘세리 키즈’가 생겨났고 이들이 진출한 LPGA투어는 ‘K골프의 독무대’가 될 정도로 그가 후배들에게 미친 영향력은 컸다. 그 중 한 명인 박인비(28·KB금융그룹)는 브라질 리우올림픽 골프 역사상 최초로 ‘골든슬램(커리어그랜드슬램+올림픽 금메달)’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당시 여자골프 국가대표팀 감독은 박세리였다. 그는 “내가 이루지 못한 일을 후배들이 해낸 것이 자랑스럽다”며 “나보다 후배들이 더 위대하다”고 평가했다.

IMF 잊게 했던
LPGA 명장면
 

은퇴 후 박세리는 후배들을 위한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박세리는 “한국 선수들의 훈련 여건은 역설적으로 후배들을 강하게 키우는 데 도움은 됐지만,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본다”며 “후배들이 해외 무대에서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후배들에게 하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박세리는 “후배들이 은퇴 이후 인생에 대해 계획을 세웠으면 좋겠다”며 “틈틈이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신적 휴식과 재충전이 연습량과 맞물릴 때 더 좋은 성과가 따라오고, 더 많은 기간 투어생활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세리는 원래 육상 선수였다. 아버지에게 골프를 배우기 전 소년체전에서 단거리, 중거리 육상선수로 활약했다. 튼튼한 하체를 다진 그는 골프에 입문하자마자 고속성장을 거듭했다. 대전 갈마중 3학년 때인 1992년에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라일앤드스콧여자오픈을 제패, ‘천재의 등장’을 알렸다. 프로 무대에 뛰어든 1996년에는 12개 대회에서 4승을 쓸어 담아 상금왕에 올랐다.

박세리대회서
떠난 박세리

1997년 LPGA 퀄리파잉스쿨을 수석으로 통과한 박세리의 파란은 LPGA에서도 이어졌다. 1998년 5월 메이저대회 LPGA 챔피언십, 7월 US여자오픈 등 2개 메이저 대회를 잇달아 제패했다. LPGA투어에서 첫 승과 두 번째 우승을 모두 메이저대회로 장식한 선수는 박세리로 당시최초였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유일하게 선수 이름을 내건 대회가 있다. 지난 9월30일부터 사흘간 경기 여주 솔모로CC에서 열렸던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총상금 6억원)이다. 이 대회는 KLPGA투어의 대표적인 자선 대회로도 유명하다.

대회 기간 중 15번 홀(파 4)에서 선수들이 티샷한 공이 페어웨이에 조성된 ‘OK-PAY존’에 들어가면 대회 주최사가 장학기금 300만원을 낸다. 또 선수들은 상금의 10%를 기부한다. 이렇게 조성된 장학 기금은 배정장학재단을 통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 골퍼들에게 전달된다. 배정장학재단은 지난해부터 중고생을 대상으로 ‘세리키즈 장학생’을 선발, 프로선수가 될 때까지 장학금과 훈련비 등으로 1인당 200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또 해마다 대학생 선수들을 대상으로 20여명의 ‘행복 나눔 스포츠 장학생’을 뽑아 프로골퍼를 향한 꿈을 키워주고 있다.

 

올해 대회에서는 그동안 골프 대회장에서 볼 수 없었던 이색풍경이 펼쳐졌다. 경기에 나선 선수들의 캐디빕에는 이 대회 호스트인 박세리(39·하나금융그룹)에 대한 감사와 응원 글귀가 적혀 있었다. 캐디빕은 기본적으로 선수 이름과 대회를 주최하는 스폰서 기업의 명칭이나 로고가 적히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대회에서는 한 가지가 더 추가됐다. 출전 선수들이 각자 캐디빕에 대선배 박세리에 대한 감사글을 적어 넣은 것이다. 감동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박세리는 1번홀부터 눈물을 흘렸고 18번홀의 티샷을 마치고 그린으로 걸어올 때는 내내 울었다. 18번홀 그린에서 열린 은퇴식을 끝으로 지난 25년간의 골프 인생에 마침표를 찍었다. 은퇴식장은 눈물바다였다. 박세리는 본인은 물론이고 ‘영원한 스승’이자 아버지 박준철 씨, 그리고 ‘세리 키즈’의 후배와 팬들까지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 박세리는 “너무 감동적이다. 세계 어느 골프대회에서 이 같은 캐디빕을 볼 수 있겠는가. 후배들의 정성에 내가 더 감사하다는 뜻을 전하고 싶다”고 감격했다. 박세리는 특히 “아빠와 긴 포옹을 하면서 아빠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잘 알 수 있었다. 아버지는 내 심장 같은 분이다. 말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내 마음과 똑같이 울고 계셨다”며 “덕분에 내가 이렇게 잘 성장했고, 친구이자 애인 같은 역할을 해 줬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국골프 알린
진정한 선구자


은퇴식에는 첫날 경기를 마친 후배 동료 선수들을 비롯해 손가락 부상으로 시즌을 접은 박인비(28·KB금융그룹), 야구선수 출신 선동렬(53)과 박찬호(43)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미 은퇴한 뒤 내년 2월 둘째 출산을 앞둔 박지은(37)도 참석했다.박세리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IMF 시절 온 국민에게 힘을 줬던 마지막 ‘전설’이 떠났다. 박찬호와 박세리는 한국 스포츠의 힘을 전 세계에 알린 선구자였다.

이날 박세리의 은퇴식엔 많은 유명 선수들이 자리를 함께했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박찬호였다. 박찬호는 “세리가 은퇴한다고 해서 만사를 제치고 왔다”고 말했다. 박찬호와 박세리는 외환 금융위기를 겪던 90년대 온 국민의 사랑을 받은 국민 스포츠 스타였다. 해외에서 한국이라는 나라가 생소했던 시절 박찬호와 박세리는 오로지 실력으로 자신의 이름과 함께 한국을 알렸다. 박찬호와 박세리를 보고 자란 다음 세대들은 선구자가 닦아 놓은 길을 더욱 넓히고 있는 중이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는 추신수, 박병호, 김현수, 오승환, 류현진, 이대호 등이 맹활약을 펼치며 한국리그의 위상을 높이고 있고 LPGA서도 ‘박세리 키즈’들이 뛰어난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박찬호는 “세리에게 ‘너와 난 나무다. 열매였던 적이 없다’고 말했다. 나무가 자라서 열매가 열린 것이다. 이제는 많은 후배 선수들이 열매가 됐고 사람들이 취향에 걸맞게 즐기고 있다. 이제 그 열매들을 따 먹은 사람들이 또 다른 씨앗을 뿌리는 일을 해야 될 것 같다”고 기뻐했다.

박세리도 “아마 같은 시기였던 것 같다. 90년대는 한국 스포츠가 외국에 나가서 인정을 받기 어려웠다. 하지만 박찬호씨와 저는 시도를 했고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덕분에 많은 후배들에게 꿈을 키워준 것 같다. 그러면서 저와 같은 마음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선구자라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 단어 자체도 힘들고 부담스러운 자리다. 다행히 후배들이 있어서 제가 올라갈 수 있었고 박찬호씨도 마찬가지다”고 힘줘 말했다. 선구자들이 심은 풍성한 나무에서 달콤한 열매들이 열린 것이다.

업적 설명하는
명예의 전당

<골프닷컴>은 골프전문 기자들의 방담을 담아 골프계 주요 소식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코너를 싣는다. 최근호에서 복귀를 번복한 타이거 우즈 이야기 등과 더불어 공식 은퇴식을 한 박세리에 관한 분석도 했다. <SI>의 시니어 에디터 마크 고디치는 “크리스티나 김(미국 골프선수)은 박세리에 대해 ‘선수들에게 직간접적으로 그렇게 많은 영향을 끼친 선수는 남녀 통틀어 또 없었다’고 평가했다”며 타 매체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했다.

<SI>의 시니어 라이터 마이클 뱀버거는 “홀오브페이머(명예의 전당에 들어간 선수)들의 홀오브페이머”라는 한마디로 박세리를 정의했다. 그는 “박세리는 가장 리드믹하고 파워풀한 스윙을 반복했던 선수인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저평가됐다”고 말했다. <SI>의 시니어 라이터 개리 반 시클은 “아놀드 파머가 미국 골프에 한 일을 박세리는 한국 여자골프에 했다”고 평가했다. <SI>의 시니어 라이터 앨런 십넉은 “박세리는 여자 골프의 혁명이었다. 박세리의 은퇴식에서는 대회 중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선수들까지 한마음으로 축복을 보내는 장면이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골프매거진의 시니어 에디터 조 파소브는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덧붙였다. 그는 “2004년에 한국에서 나온 한 설문 결과를 본 적이 있다. 당시 한국인들은 타이거 우즈가 아니라 박세리의 플레이를 더 보고 싶다고 했다. 많은 걸 말해주는 데이터다”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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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