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차은택 강남빌딩 수상한 거래 추적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6.11.14 09:49:10
  • 호수 10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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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팔아 50억 챙겼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키맨으로 지목된 차은택씨가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건물로 막대한 이득을 취한 사실을 <일요시사>가 단독 확인했다. 차씨는 해당 건물을 담보로 금융권으로부터 막대한 돈을 대출받는가 하면 미스터피자와 모 투자회사로부터 10억원의 계약을 이끌어냈다. 건물을 되팔아 50억원대 시세 차익을 남기기도 했다. 정황상 부동산 투기가 의심되는 상황. 과연 논현동 건물에선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차은택씨와 김광수 MBK엔터테인먼트(전 코어콘텐츠미디어, 이하 코어미디어) 대표 프로듀서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코어미디어 본사 건물을 50:50의 지분으로 공동 소유하고 있었다. 등기부등본 상 두 사람이 해당 건물의 공유자가 된 시기는 지난 2007년 7월. 그로부터 3개월 뒤 차씨는 코어미디어의 이사로 등재된다.

자신의 지분
근저당 설정

김 대표는 자신의 지분을 근저당으로 설정, 금융권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빌렸다. 지난 2007년 8월부터 중소기업은행, 현대스위스이저축은행 등 복수의 은행으로부터 수십억원을 대출받았다. 근저당은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 미리 특정 부동산을 담보물로 잡아 두는 것을 의미한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 때문이었을까. 이후 서울중앙지법, 강남세무서 등은 김 대표의 지분에 대해 압류 및 가압류 처분을 내린다. 그럼에도 상환이 이루어지지 않자 지난 2011년 2월, 서울중앙지법은 해당 빌딩을 임의경매로 넘겼다.

이때 차씨는 경매로 나온 김 대표의 나머지 50% 지분을 사들였다. 김 대표와 지분을 공유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로써 차씨는 2012년 8월27일, 해당 빌딩의 100% 지분 소유자가 된다. 당시 차씨는 코어미디어 사외이사(2010년 10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였다. 결과적으로 업체 대표의 건물을 사외이사가 넘겨받은 셈이다.


이후 차씨는 김 대표처럼 해당 건물을 담보로 금융권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대출받기 시작했다. 건물의 소유자로 이름을 올리자마자 우리은행서 약 30억원, 이후 중소기업은행서 8억4000만원, 6억6000만원을 추가로 대출받았다.

이로써 논현동 건물에 잡힌 채무는 총 45억원. 차씨는 이 막대한 빚을 2014년 12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모두 털어내는 데 성공한다. 알려진 대로 이 기간 차씨는 박근혜정권과 관련된 각종 이권에 개입, 특혜를 받는가 하면 수십억원대의 돈을 횡령한 정황이 있다.

빌딩 매입후
45억원 대출

2014년 8월, 차씨는 문화융성위원으로 위촉된다. 이는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예산 400억원 규모의 문화창조융합센터 계획 보고서를 작성한 시기와 같다. 또한 2015년 4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세운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을 통해 수십억원을 착복한 의혹도 받고 있다. 
 

 

자신이 실소유자로 이름을 올린 기업을 이용, 대기업·공공기관 광고를 불법·편법으로 챙겨 수억원대 자금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옛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 지분 강탈에도 가담한 의혹이 있다. 이렇게 모은 돈이 논현동 건물의 채무를 갚는 데 일정 부분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해당 의혹에 대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한 관계자는 “결국 45억원의 여유자금이 생겼다는 것인데 그런 큰돈은 쉽게 구해지는 게 아니다”며 “(채무를 갚은) 시점이 대선 후라는 점에서 더욱 의구심이 든다. 부당하게 모은 돈이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CF계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역시 정권의 비호를 받은 사람이 맞나보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논현동 건물은 코어미디어의 투자 유치에도 쓰였다.

지난 2013년 4월 ‘미스터피자’와 서울 서초구의 모 투자회사는 코어미디어에 총 10억원을 투자했다. 투자는 미스터피자 측이 코어미디어 소속의 한 걸그룹을 홍보 모델로 쓰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당시 해당 걸그룹은 일명 ‘왕따 사건’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던 때였다.

이미 맺어져 있던 계약마저 파기될 정도로 모델 가치가 추락하던 분위기. 미스터피자 홍보팀 관계자 또한 본지와의 통화서 “투자 내용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할 정도로 실효성이 없던 투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미스터피자 측은 코어미디어에 투자를 강행했다.

논현동 건물 50% 지분 27억에 사들여
담보로 45억 대출…되팔아 시세 차익

정황상 차씨가 해당 투자를 유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스터피자와 해당 투자회사는 10억원을 투자하며 논현동 건물 2층을 근저당으로, 해당 건물의 토지를 공동담보로 잡았는데, 이들 부동산은 모두 차씨의 소유였다. 

건물을 근저당으로 잡을 경우 건물 소유자의 등기권리증과 인감도장이 날인된 위임장, 인감 증명서가 필요하다. 즉 차씨의 인감도장이 있어야만 투자가 진행될 수 있었다는 뜻이다. 만약 법무사나 변호사를 통해 근저당 설정을 진행했더라도 차씨의 주소로 통지서가 발송된다.

그런데도 차씨가 근저당이 설정될 때부터 해지될 때까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미 미스터피자 측과 얘기가 다 끝난 투자였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지법 등기국 관계자는 “관련 서류를 지참해서 근저당 설정 등기를 하기 때문에 소유자가 이 사실을 모를 수 없다”며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말했다.

국토위 관계자는 “(투자를 하면서) 차씨의 건물을 (근저당으로) 잡은 것은 실질적으로 차씨에게 돈을 갚으란 의미”라며 “차씨가 코어미디어의 대표성을 띠었을 가능성이 있다. 코어미디어의 실질적인 경영자였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차씨는 당시 코어미디어의 사외이사였다.

차은택-문영주
연예계 인맥들

실제 당시 투자에 대해 미스터피자 측 관계자는 “문영주 전 미스터피자 대표 때 그분에 의해 투자가 이루어졌다”라며 “문 전 대표는 그런(연예계) 쪽에 다양한 인맥을 가진 분이셨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스터피자 측은 차씨와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관계자는 “투자를 함에 있어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차씨의 건물을) 근저당으로 설정했던 것이다. 진짜 (차씨와) 개인적인 관계로 투자했다면 굳이 근저당을 잡을 필요가 있었겠나”라며 “안전장치를 확보한다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 순수한 투자를 했다는 뜻이다. 우리 회사와 차씨는 전혀 관계가 없다. 투자한 10억원도 100% 환수했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논현동 건물을 담보로 여러 형태의 대출·투자를 받아온 차씨. 그는 지난해 12월 건물을 한 IT전문업체로 넘길 때 약 50억원가량의 시세 차익도 남겼다.

미스터피자 거액 투자 왜?
차액은 어디로 흘러갔나?

논현동의 한 부동산 경매 전문 건설턴트는 “(2012년 8월 차씨에게) 27억6000만원에 낙찰됐다”라며 “(차씨는) 분명 시세 차익을 봤다. 그 건물 팔 때 가격이 적어도 100억 이상이니까 결과적으로 40억∼50억원 정도 이익을 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씨가 부동산 시세 차익을 노린 정황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MBN 보도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13년 청담근린공원이 한 눈에 들어오는 20억원대 고급 빌라를 경매로 사들였다. 지난해 12월에는 아프리카 픽쳐스 건물을 57억원에 사들였고 기존 부지에는 4층짜리 건물을 신축, 70억~80억원대 빌딩으로 재탄생시켰다.

이는 논현동 건물을 판 시기와 비슷하다. 덕분에 당초 50억원 수준이던 차씨의 재산은 박근혜정부 들어 200억원 수준으로 불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논현동 건물을 팔며 남긴 50억원의 시세 차익 또한 온전히 차씨의 몫이 됐다.


결국 돈 때문
50억 시세 차익

그렇다면 투기와 투자 중 과연 어느 쪽일까. 복수의 전문가들은 투기에 가깝다고 입을 모았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정황상 투기로 봐야 한다”고 전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한 관계자는 “건물이 개인 명의였다는 점, 2012년 8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약 3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건물을 팔았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차은택 혐의는?

최순실씨와 함께 국정 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차은택씨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최순실 게이트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지난 10일 차씨에 대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상 공동강요 및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차씨를 인천공항에서 체포한 검찰은 밤샘 조사를 진행했다. 차씨는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포스코 계열 광고사인 ‘포레카’를 인수한 광고업체 대표를 협박해 지분을 넘겨받으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차씨는 최씨를 알게 된 이후 문화창조융합본부장과 문화융성위원회 위원, 창조경제추진단장 등을 지내며 이권을 챙겼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뒤를 봐주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차씨 소유로 지목된 회사 엔박스에디트, 플레이그라운드, 아프리카 픽쳐스가 각각 ‘늘품 체조’ 동영상 제작, 박근혜 대통령 아프리카 순방 행사, KT 광고 등을 수주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의혹이 많은 상태다. 차씨가 직간접적으로 연결됐다는 의혹을 받는 정부 프로젝트는 ‘문화창조융합벨트’ ‘K-컬처밸리’ 등 20여개에 달한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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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