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딸 정유라 둘러싼 '소문과 진실'

소문이 곧 진실로 "어디까지가 팩트?"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최순실씨는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움직이는 사람이 최씨라는 것. 그런데 최씨를 움직인 것은 딸 정유라씨였다. 최씨를 둘러싼 비리와 특혜 의혹이 딸 정씨와 연관돼 있어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진정한 비선은 정씨’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정씨는 이렇다할 해명도 없이 잠적해 있다가 지난 30일, 전격 귀국했다.

“웃고 있는 내 아들 벌써 하늘에서 주신 천사가 25주나 되었어요. 더 이상 숨길 마음도 없고 그럴 수도 없어서 이제 밝히고자 해요. (중략) 제 아들을 지키기 위해서 그 어떤 짓도 할 수 있어요. 이 세상에서 제 아들보다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중략) 모두 다 저버리더라도 아이를 살리고 싶습니다.”

언제 임신했나?
아이 출산설은?

2015년 1월8일 ‘유연’이라는 이름의 사용자가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유연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개명하기 전 이름이다 (정씨는 지난해 6월 정유연에서 정유라로 개명했다). 그 동안 항간에 정씨의 임신설이 소문으로 돌았다. 정씨가 쓴 페이스북의 글을 보면 임신설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세간의 시선이다.

먼저 정씨와 이 페이스북의 유연이라는 사람이 동일인물인가 하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정씨의 페이스북에 나와 있는 사진과 시중에 떠돌고 있는 정씨의 사진들을 비교했을 때 얼핏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정씨와 유연은 동일인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승마연맹에 올라온 사진과 유연의 사진이 일치한다. 항간에 ‘최씨가 딸 정씨의 성형 날짜까지 무당한테 물어봤다’는 소문 중에 정씨가 성형했다는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정씨가 페이스북에 쓴 대로 병원서 ‘임신 25주차’ 진단을 받았다면, 태아는 2014년 7월26일∼8월4일 사이 임신한 것으로 추정된다. 출산예정일은 2015년 4월23일. 정씨가 예정대로 출산했다면 이 아기는 지금 18개월이다.

언론들의 추적 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확인됐다. 최씨 모녀가 ‘어린 아이’와 독일서 생활하며 아동학대 의심을 받아 보건 당국서 조사를 받았다는 것. 정씨가 승마 훈련을 하기로 계약한 독일 예거호프 승마장 소유주는 “정씨가 지난해 10월께 아동학대를 의심받아 독일 헤센주 보건당국의 방문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좁은 별채 공간서 갓난 아이와 개 15마리, 고양이 5마리를 함께 키우는 것을 목격한 이웃 주민들이 불결한 생활을 걱정해 신고했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아이가 태어난 지 6개월 안에 받아야 하는 검진을 받지 않은 것도 문제가 됐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아이는 지난해 4월께 독일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정씨가 최근까지 머무른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슈미텐 그라벤비젠베크가의 주택에선 어린이 진료와 관련된 병원 영수증이 나왔다. 어린이 운동화가 여러 켤레 있기도 했다. 이 같은 정황을 종합했을 때 정씨의 출산설은 사실에 가깝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동안 루머만 무성…하나씩 밝혀지는 사실
각종 비리와 특혜 의혹들 두고 ‘진실공방’

정씨의 페이스북에는 남자친구로 추정되는 신모씨와 커플티를 입은 채 입맞춤하고 있는 사진이 있다. 신씨의 페이스북에는 본인의 결혼 소식을 알리는 메시지를 게재해 놓았다. 이 둘의 비밀 결혼설이 흘러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은 결혼 후 독일서 머물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정씨는 독일의 ‘비덱스포츠 유한책임회사(Widec Sports GmbH·비덱)’의 신용평가보고서에 미스(Miss)가 아닌 미세스(Mrs)로 기재돼 기혼이라는 추측에 힘이 실리는 추세다.


정씨와 결혼했다는 정황은 신씨의 SNS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12일 신씨는 2개의 글을 게재했다. 첫 번째 글에는 하트 모양의 아이콘과 함께 ‘got married’(결혼했음)라고 적어 놓았으며, 두 번째 글에는 말 두 마리가 검은색 개를 바라보는 사진을 올려놨다.
 

첫 번째 글을 통해 신씨가 어디에 거주했는지도 추정할 수 있다. 신씨의 페이스북에 표시된 그의 위치는 독일의 오베루셀(Oberursel)이다. 오베루셀은 최씨와 정씨의 호텔이 있는 독일 프랑크프루트 인근 ‘타우누스’의 지명이다.

정유라 남편
그의 정체는?

신씨가 ‘got married'라는 글을 올렸으며, 위차상 최씨와 정씨 모녀의 최후 목격 장소라는 점에서 신씨와 정씨가 현재 함께 은신 중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이와 더불어 둘이 결혼했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신씨는 정씨와 같이 승마선수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등학교 시절 같이 승마를 하며 가까워진 것으로 전해진다. 정씨는 지난 2014년 12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말 타는 사람 중에 친한 사람이 네 명밖에 없는데 그중 하나가 신○○”이라고 썼다.

하지만 이와 정반대의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신씨가 휴대폰 판매원도 했고, 나이트 삐끼(호객행위)도 했다는 것. 최씨가 정씨의 출산을 반대했을 정도로 집안이 좋지 않았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신씨는 국대에 들어와 한 때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이런 사실 관계가 드러나자 이화여대 입학과 학점 취득서 특혜를 받았던 정씨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이대는 그동안 “정씨가 국제대회에 출전했기 때문에 결석해도 출석과 학점을 인정해줬다”고 해명해왔다. 그러나 정씨가 결석한 까닭이 국제대회 출전이 아니라 임신과 육아, 결혼 때문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대 측 해명과 달리, 정씨는 입학 이후 한동안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국제승마연맹 출전 기록에 따르면, 정씨는 임신과 출산 전후로 추정되는 지난 2014년 10월부터 2015년 9월까지 단 한 차례도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정씨는 올 1학기에도 열리지도 않은 경기 출전 기록까지 제출해 출석을 대체하려 했던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언제 얼마나
대기업 후원?

정씨가 오랫동안 삼성의 후원을 받아 왔다는 말도 있다. 먼저 정씨가 독일서 임대계약을 맺은 승마장 대표에게 "삼성으로부터 200억 후원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K스포츠재단이 최씨 개인회사를 위해 대기업에 80억원을 요구했다는 정황은 이미 나왔다. 이 외에도 올해 초 유럽의 승마 잡지 <유로드레사지>는 삼성이 정씨를 위해 ‘비타나V’ 말을 구입했고, 독일에 승마장까지 구입했다는 기사를 내보내면서 삼성과 정씨와의 관계가 거론됐다.

이 때문에 그 동안 “삼성이 정씨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말이 떠돌기도 했다. 그런 찰나에 정씨의 국제승마연맹(FEI) 선수 소개 프로필에 소속팀이 삼성으로 돼 있어 논란이 증폭됐다. 문제가 된 정씨의 프로필은 지난 22일 삭제됐다.


삼성은 정씨가 독일서 전지 훈련할 수 있도록 승마장 등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부인했으며, 당시 삼성승마단은 경기 출전이 아닌 환자들의 재활 치료를 지원하는 목적으로만 운영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유라가 삼성 소속 승마단이라고 프로필에 적시한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삼성은 오너 일가가 대대로 승마를 즐겨왔다. 이건희 회장도 승마를 즐겼고, 이재용 부회장은 승마 국가대표로 활동했다. 현재 승마협회 회장이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다.

진짜 비선은 최씨 아닌 정씨?
찌라시 내용들 믿어도 되나

정씨의 국제 승마연맹 선수 소개 프로필은 논란은 더 있다. 프로필의 친인척 소개란에는 ‘아버지 정윤회씨가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하고 있다(Her father Jeong Yun-Hoe has served as an aide to Park Geun-Hye, president of Republic of Korea)’고 적혀 있다.

이 문장의 참고자료는 2014년 12월 3일 한겨레신문 홈페이지 기사(hani.co.kr, 03 Dec. 2014)로 돼 있는데 정씨가 아닌 다른 이가 이 기사를 참고해 작성했을 가능성도 있다. 당시는 정윤회씨가 현 정부 비선 실세라는 논란이 뜨거웠던 시기다.

정씨의 개명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앞서 개명전 이름은 정유연이었다. 그런데 개명한 사실조차 최근까지 알려지지 않았고, 지난해 6월12일 이름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그 이유 또한 당사자들에게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에선 종교적 이유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도 한다. 정씨의 개명 시기는 상당한 논란 끝에 대학에 들어간 뒤, 1학년 중반쯤 되던 때다.

최근 고등학교 때 올린 그녀의 SNS글(“돈도 실력…니네 부모를 원망해”)이 공개되면서 대중의 공분을 샀다. 정씨는 특권층 자녀로서 누리는 특혜와 특유의 태도 때문에 학우들이나 친구들로부터 줄곧 매도를 당하는 입장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모녀는 권력의 비선서 권력과 특혜를 누렸지만, ‘비선’이 지녀야 하는 그림자 노릇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자취를 지우고 존재를 세탁하는 방식으로 개명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개명을 하는 데 특별한 자격이나 제약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름이 오해를 부르거나 촌스럽거나 하여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 장애가 된다면 개명할 수 있도록 2005년부터 대법원이 길을 열어놨다.

개명은 왜 했나?
종교적 이유 때문?

하지만 이름을 세탁하는 방식으로 권력을 취한 사람이 있다. 바로 정씨의 할아버지인 최태민씨다. 그는 7번이나 개명했다.

일제 순사(최태민씨는 1990년 우먼센스와의 전화인터뷰서 자신의 부친이 독립운동가였다고 주장), 해방 후 경찰관, 기업가, 교육자, 종교인(승려, 목사, 불교 천도교 기독교를 합한 신생 영생교 교주) 등 경이롭게 직업을 전전하면서 그때마다 자신의 캐릭터를 새롭게 만들어냈다.

원래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으며, 최태민 이전에는 '퇴운'이란 이름만이 알려져 있다. 복잡한 최태민씨의 개명사를 들여다보면 그의 삶이 꼬리를 자르며 내달려온 인생이었다는 것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유라 특혜 입학 의혹' 결국 교육부가 나섰다

교육부가 ‘정유라 특혜 의혹’ 조사 기간을 3주로 설정하고 지난 21일 공식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르면 다음달 중순 조사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정유라씨와 같은 시기에 이화여대 체육특기자 선발에 응시한 학생들, 학칙 개정과 이를 소급 적용하면서 혜택을 받은 학생들로 조사 범위를 넓힌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24일 “정부가 지난 21일 ‘사안조사 실시 통보’란 제목으로 공문을 보내왔다”며 “현재 교육부가 요구한 자료들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국정감사 등에서 정씨 관련 의혹이 제기되자 이화여대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아 검토해 왔다. 주로 이화여대 학칙과 정씨 관련 서류들이었다. 교육부의 조사 착수는 1차 자료 검토서 조사 필요성이 확인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화여대에 따르면 교육부는 정씨가 입학한 2015학년도 당시 수시 체육특기자 합격자 전원에 대한 입학 자료를 요구했다. 정씨에 대한 특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다른 학생들의 입학 과정도 살펴봐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씨 입학 당시 체육특기자 지원자는 116명이었다.

이대 수시 체육특기 합격
3주간 공식 조사에 착수

서류 심사에서 21명을 뽑았고, 서류 심사 점수 80%와 면접 20%를 합산해 최종 합격자 6명을 가렸다. 이화여대는 2015학년도부터 승마 특기생을 뽑기로 결정했는데, 유일하게 정씨만 최종 합격자에 이름을 올렸다. 서류 마감시한 이후에 받은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이 입시에 반영됐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또 지난 6월 학칙 개정에 따라 영향을 받은 학생들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이화여대는 지난 6월 출석하지 않아도 보고서 등을 제출하면 교수 재량으로 학점을 받을 수 있도록 학칙을 개정했다. 개정된 학칙은 3월부터 소급 적용토록 했다. 덕분에 정씨는 지난해까지는 평점 0.11로 제적 위기에 몰렸다가 올해 1학기 성적이 2.27로 껑충 뛰었다.

교육부의 조사 기간은 3주다. 21일 공식 조사에 착수했으므로 다음달 11일(금요일) 마무리된다. 따라서 다음달 14일, 늦으면 수능(17일) 이후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국정 역사 교과서가 발표되는 다음달 28일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교육부 조사만으로는 조직적인 입시 부정이나 특혜를 밝혀내기 역부족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학 측의 해명대로 ‘학사운영 부실’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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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