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최순실 회사들 실체

드디어 돈줄이 걸려들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이번 ‘최순실 게이트’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임기 말 터진 권력형 게이트인데다가 그 핵심이 ‘최순실’이라는 점에서다. 현재 최씨가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있는 K스포츠재단. 최씨가 국내·외 유령회사들을 통해 K스포츠로부터 돈을 지원 받았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은 K스포츠다. 먼저 최씨가 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과 운영에 깊숙이 개입한 의혹이 제기된다. 실제로 K스포츠재단 이사장 자리에 자신이 단골이었던 스포츠 마사지센터 원장을 앉힌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월13일 취임한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은 그 직전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서 ‘운동기능회복센터’라는 이름으로 스포츠마사지 센터를 운영했다.

K스포츠에 달린
이상한 업체들

이 센터는 최씨가 지난해까지 살았던 신사동 자택과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50m 떨어져 있다. 최씨는 5년이 넘게 이곳을 찾는 단골손님으로 전해진다. 최씨의 치료와 상담은 정 원장이 직접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K스포츠가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독일 전지 훈련 숙소를 구해주기 위해 최소한 두 차례 재단 직원을 독일 현지에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지난 1월, 독일서 정씨가 살집을 구입하기 위해 직접 나섰으며 당시 K스포츠재단 직원인 박모 과장과 현지 직원들이 최씨를 수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독일 교포들의 증언에 따르면 “직원들이 최씨를 ‘회장님’으로 불렀으며, 승마 선수 전지 훈련 숙소용 호텔을 구하려 돌아다녔다”고 한다.


최씨를 수행한 K스포츠 직원과 현지인은 박 과장과 노모씨다. 박 과장은 K스포츠의 인재양성본부에 소속된 직원이다. 노씨는 독일서 마장을 운영하는 사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호텔을 구하던 1월은 K스포츠가 설립 되던 때로 재단 설립과 최씨 딸에 대한 지원이 거의 동시에 이뤄졌음을 추정할 수 있다.

호텔을 물색한 1월뿐만 아니라 호텔을 구해 이사하는 과정도 K스포츠가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공한 지난 5월13일 ‘재단법인 K스포츠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1월 프랑크푸르트에 나타났던 박 과장이 4월3∼14일 ‘해외전지훈련장에 대한 협의’를 위해 다시 독일에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기록돼 있다.

박 과장의 독일 출장 직후 5월 최씨와 딸 정씨는 자신을 지원·관리하는 10여명 직원과 함께 애초 거처인 프랑크푸르트 인근의 예거호프 승마장을 떠났다. 정씨는 프랑크푸르트 북쪽에 위치한 방 20개 안팎의 호텔을 구해 이사했다. 이 호텔은 당시 손님을 받지 않은 채 정씨와 지원인력이 거주하고 있는 상태로 알려졌다.

K스포츠 직원 정유라 독일 현지 지원 왜?
독일 유령회사 통해 K스포츠 자금 받았나

정씨의 독일 승마 훈련에 들어가는 비용이 한 달에 최소 1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씨가 머물었던 프랑크푸르트 호텔은 매입가가 20억원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매입이 아닌 임대의 경우 하면 한 달에 3000~40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현재 정씨를 지도하는 독일 챔피언 수준의 코치를 영입해 개인지도를 받는 비용 또한 최소 2000만원 이상, 마방 사용료 및 사료비, 마장 임대료 등 말 관리 비용을 합하면 이 또한 수천만원 이상이 들어간다는 게 승마업계의 시각이다.


최씨가 이 같은 거액을 어떻게 대는 것일까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 의문점을 풀 수 있는 키가 독일 현지에 있는 스포츠마케팅 회사 ‘비덱’에 있다. K스포츠가 한 재벌 기업에 80억원의 추가 지원을 요구하며 명목으로 제시한 프로젝트 주관사 비덱이 최씨와 정씨가 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재단 배후에 최씨가 있고 재단 설립 목적 역시 승마선수인 정씨의 지원을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K스포츠가 최씨 모녀와 연결된 사업에 거액을 집행하려 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대기업→K스포츠→비덱’으로 이어지는 사업 및 자금 흐름을 통해 그 동안 설만 무성했던 최씨의 존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올해 K스포츠는 ‘2020 도쿄 올림픽 비인기 종목 유망주 지원 사업’에 국내 재벌 그룹으로부터 80억가량을 투자받았다. K스포츠는 이 사업의 주관사로 독일 현지 기업 비덱을 선정했다. 그런데 이 비덱은 최씨가 소유한 유령 회사다.

유령회사 의혹
최씨네 자금줄?

비덱의 주주 명부에는 최씨의 개명 후 이름인 최서원(Choi, Seo Won)과 딸 정유라(Chung, Yeoora) 두 명이 올라 있다. 최씨는 1만7500만유로(약 2192만원)의 주식을, 정씨는 (약939만원)의 주식을 각각 보유해 모녀가 총 3000여만원의 주식을 소유한 회사인 것이다.

회사의 설립 시점은 지난해 7월17일이다. 정씨가 독일로 승마 훈련을 떠나기 두 달 전이다. 이 회사의 피고용인은 매니저로 등록돼 있는 크리스티앙 캄플라데 한 명이다. 캄플라데는 정씨의 현지 승마 코치다.

대한승마협회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매달 대한체육회에 제출한 정씨의 ‘국가대표 촌외 훈련 승인 요청서’에 따르면 정씨의 코치는 크리스티앙 캄플라데로 돼 있다.

결국 비덱은 직원이 한 명밖에 없으며, 그 직원이 정씨의 코치인 것으로 미뤄보면 페이퍼 컴퍼니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비덱의 주요사업은 ‘한국과 독일의 스포츠매니지먼트, 스포츠 엘리트 양성, 스포츠 마케팅 홍보’ 등이다. 관련 종목은 펜싱·테니스·배드민턴이다. 이 회사는 호텔 사업도 운영 중이다. 이 회사는 실제로 최근에 독일 현지 3성급 호텔도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재계에선 ‘대기업→K스포츠→비덱’의 자금흐름에 대해 “비리 기업 등이 해외에 유령회사를 세운 뒤 계열사 등을 통해 사업을 지원하고 자금을 빼돌리는 수법과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K스포츠는 비덱을 주관사로 한다고 하면서도 이 회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회사인지 소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비덱, 더블루K, The Blue K…
까도 까도 끝없는 ‘양파 모녀’

비덱 같은 회사는 독일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기업인 더블루K는 스포츠 컨설팅 전문 기업으로서 독일에 법인을 둔 것으로 전해진다. 독일 법인인 The Blue K는 최씨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국내법인 더블루K의 사내이사는 고모씨다. 고씨는 The Blue K의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국내의 더블루K와 독일의 The Blue K의 지배 구조의 정점에는 최씨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더블루K는 K스포츠 설립 하루 전인 지난 1월12일 설립됐다. 회사의 주요 구성원들은 K스포츠 직원으로 등록돼 있으며, 이들은 독일에서 정씨가 머물 호텔을 구입하는 일도 했다. 더블루K의 주소지는 서울 청담동으로 현재 사무실은 텅 빈 상태다.


독일의 The Blue K는 최씨 모녀가 100% 지분을 갖고 있다. 비덱과 사업내용도 같다. 두 회사의 주요 사업이 ‘스포츠 유망주 육성’ 등인 것처럼 K스포츠의 설립 취지와도 똑같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의 정관이나 창립 총회 회의록 등이 판박이였던 것처럼 The Blue K와 비덱의 사업 목적을 적은 독일어 문구도 거의 일치한 것으로 전해진다. The Blue K의 사업장 소재지도 비덱과 같으며, 사실상 샴쌍둥이나 다름없다.

일각에선 더블루K가 청와대를 뜻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최씨가 직접 재단 관계자들을 만나서 “브이아이피(VIP)의 관심 사항이다. 나라를 위해 애써달라”는 당부를 했다고 한다. VIP는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서 보통 대통령을 뜻한다. 그러고 나면 실제로 재단의 일은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이나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행사로 이어졌다고 재단 관계자들은 전했다.

더블루K
청와대 의미?

그 동안 최씨 관련 의혹은 무수히 제기됐지만, 그가 운영하는 국·내외 사업체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이 회사의 사업 내역과 자금 흐름을 추적하면 K스포츠와 관련된 의혹은 물론 최씨의 탈세 및 해외 재산 도피 의혹 등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최순실 딸 파문 미꾸라지가 한마리가…


80일이 넘는 학생들의 본관점거에도 꿋꿋히 버티던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최순실씨 딸 의혹 앞에 무릎을 꿇었다. 최 총장은 지난 17일 교수와 교직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특혜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명은 학내 구성원들을 납득시키지 못했다.

급기야 교수들도 1886년 개교 이래 처음으로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로 하는 등 최 총장을 압박했다. 교수들의 집회는 지난 19일 오후 3시30분 열릴 예정이었다. 약 1시간30분 전인 오후 2시께, 최 총장은 보도자료를 내 사임한다는 뜻을 밝혔다.

최 총장은 공식 보도자료에서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추진으로 시작된 이번 학내 사태로 인해 구성원들이 더는 분열의 길에 서지 않고 다시 화합과 신뢰로 아름다운 이화 정신을 이어가자는 취지에서 오늘 총장직 사임을 결정하게 됐다”고 사임 이유를 밝혔다.

각종 의혹에 이대총장 결국 사퇴
“돈도 실력” 과거 SNS 발언 논란

한편 최씨의 딸 정유라씨는 이화여대 특혜 입학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정씨가 과거 SNS에서 “돈도 실력”이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씨는 2014년 12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말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정씨는 “있는 우리 부모 가지고 감놔라 배놔라 하지 말고. 돈도 실력이야”라며 “불만이면 종목을 갈아타야지. 남의 욕하기 바쁘니 아무리 다른 거 한들 어디 성공하겠니?”라고 적었다. 이어 “뭘 새삼스럽게 병이 도져서 난리들이야, 내가 만만하니? 난 걔들한테 욕 못해서 안하는 줄 알아?…놀아나주는 모자란 애들 상대하기 더러워서 안하는 거야”라고 썼다.

정씨가 이 같은 글을 쓴 시점은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된 때로 밝혀졌다. 2014년 9월 16일 정씨는 이대에 입학 원서를 냈고, 20일 아시안게임 승마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받았다. 정씨는 또한 그해 10월31일 SNS에 “이화여대 합격!”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 날은 이화여대가 2015학년도 수시전형 체육특기자 합격자를 발표한 날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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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