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회고록 사태> 반기문 ‘북미 라인’ 대해부

반기문 사단 5인이 움직인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장관의 ‘회고록 사태’가 정치권을 집어삼켰다. 회고록에는 지난 2007년 참여정부가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기권 여부를 북한에 물어보고 결정했다는 식의 내용이 담겨있어 파장을 낳았다.

‘국기문란’이라는 여당의 주장에 야당은 ‘색깔론’이라 응수하며 치열한 정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야당에선 집필자인 송 전 장관이 반기문 사단 중 핵심인 ‘북미국 라인’이라는 점을 들어 다른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의도적인 ‘반기문 띄우기’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송민순 회고록 사태서 핵심은 과연 참여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이하 결의안) 표결 기권을 결정하기 전, 북한 측에 찬반 의사를 물어봤는지 여부다. 만약 북한과 협의 후 기권 결정을 내렸다면 여당의 주장대로 사전 문의가 되는 것이지만, 참여정부 수뇌부에서 기권을 결정한 다음 북한에 이를 알렸다면 사후 통보가 되기 때문.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쓴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비핵화와 통일외교의 현장>에는 북한의 의사를 물어본 뒤 기권을 결정했다고 쓰여 있다.

회고록 사태
반 측근 기획?

회고록에 나온 결의안 기권 과정은 다음과 같다.


2007년 11월15일 송민순 장관 결의안 채택 주장 → 이재정 통일부장관, 김만복 국정원장, 백종천 안보실장 기권 주장 → 문재인 비서실장 기권으로 합의해 노무현 대통령께 건의 제안 → 송 장관 거부 → 16일 노 대통령 주재 하에 5인 토론 → 18일 재차 토론했으나 합의 실패 → 김 원장 북한 측 의견 확인 제안 → 송 장관 제외 나머지 토론자 찬성 → 문 실장 북한 의견 확인하는 것으로 결정 → 20일 결의안 반대한다는 북한 입장 회신 → 노 대통령 결의안 기권 결정.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 연설기획비서관과 공보담당비서관을 역임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김경수 의원이 지난 16일 회고록 내용을 반박했다. 그는 “(결의안에 대해) 기권을 먼저 결정하고 이 사항을 남북정상회담 직후 남북 간 다양한 대화가 이뤄지는 시점에 북에 전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결의안 채택 찬반 토론을 벌인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은 제2차 남북정상회담(2007년 10월2∼4일, 노무현-김정일)이 열린 지 40여일이 지난 11월 중순부터 유엔 결의안 표결이 있은 11월20일 사이다.

만약 회고록 내용대로 북한의 입장을 전달 받은 후 11월20일에 참여정부가 기권을 결정했다면 우리 외교사에 흠집이 남는 사건이지만, 김 의원의 말대로 기권을 결정한 후 북한 측에 사후 통보했다면 외교관계상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국기 문란’이라며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 공세에 나선 상태다. 정진석 원내대표를 포함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회고록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문 전 대표가 대한민국 주권을 포기한 국기 문란 행위”라며 몰아세우고 있다. 새누리당 측은 문 전 대표의 해명과 함께 국정조사, 국회청문회, 특검, 검찰수사 등을 거론하며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중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회고록 내용의 진위 여부뿐만 아니라 집필에 숨겨진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외교가 속설로 본다면 송 전 장관이 논란이 될 지 모르고 회고록을 썼을 리 없다는 것이다. 앞서 송 전 장관은 “정치적인 의도로 (회고록을) 쓴 것이 아니다”라며 “책 전체 흐름을 봐야지 일부만 보면 안 된다”고 기자들 앞에서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더민주 측은 회고록에 문 전 대표에 대한 부분은 유독 의혹을 살 만한 내용이 많은 반면 반 총장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내용이 다수 실려 있다고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회고록서 문 전 대표는 크게 3가지 사건에서 부정적으로 기재돼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지난 2007년 결의안 기권 결정 과정과 함께 ▲샘물교회 교인 탈레반 인질 사건 ▲10·4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안 조정 등이 그것이다.

집필자인 송 전 장관은 샘물교회 교인 탈레반 인질 사건 대목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8월 초 탈레반 조직은 인질 석방 협상을 하려면 한국 정부의 신임장을 휴대한 대표를 보내라고 요구했다. (중략)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김만복 국정원장과 이재정 통일부장관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신임장이라도 써 보내자고 주장했다. 문재인 비서실장과 백종천 안보실장도 찬성했다. 김장수 국방장관은 중립이었다. 며칠 후 알게 되었지만, 이때는 남북 정상회담 일자를 비밀리에 막바지 조정하던 중이었기 때문에 마음이 급했을 수도 있었다.’

도마 오른
기권 시점

10·4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안 조정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나는 직통전화로 평양 현지팀과의 교신을 관리하고 있던 문재인 비서실장에게 두 가지를 반영할 것을 요청했다. 하나는 ‘종전선언’ 앞에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을 강조하는 표현을 먼저 넣고 또 ‘3자 또는 4자’를 ‘직접 관련 당사자’로 (문구를) 바꾸자고 했다. (중략)

그런데 결과는 종전선언 문장 다음에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의 성실한 이행을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조항만 넣는 것으로 낙착되었다. ‘3자 또는 4자’는 그대로 남았다.’

반면 반 총장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평가가 우호적이다. 반 총장은 해당 회고록서 14개 일화에 걸쳐 그 이름만 총 35차례 등장하는데, 주로 6자 회담, 9·19 남북공동성명 협의 과정 등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조하는 부분에 등장한다.
 

특히 반 총장이 외교부장관으로 있던 2005년 9·19 남북공동성명 협의 과정에 대한 부분에서는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이 작업(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북·미·중·일 외교당국과의 중재)을 하면서 분단관리와 통일외교에 대해 내 나름의 의식을 갖게 해주고, 또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여러 선배들이 떠올랐다. 어떤 난관도 깊은 물처럼 헤쳐 나가는 지혜를 보여준 반기문 외교부장관 같은 분들.’

여야 진실공방 국기문란 VS 색깔론
집필 의도는 과연…결국 반 띄우기?


지난 2006년 한미정상회담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반 장관을 만난 일화에서도 우호적인 내용이 두드러진다.

‘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에게 “반 장관이 괜찮은 사람입니까?”라면서 농담을 던진 후에 반 장관을 보고는 “왜 그 자리(유엔사무총장)를 원합니까”라고 마치 면접을 보듯이 물었다.

반 장관은 (부시 대통령의 질문에) “미국과 유엔의 도움으로 한국이 민주주의와 인권, 시장경제의 성공 사례로 성장했는데, 이제 한국도 유엔을 통해 국제사회에 공헌하고 특히 유엔의 개혁에 공헌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부시가 듣고 싶은 핵심을 짚었다.’

때문에 일각에선 회고록이 나온 시점을 주목하고 있다. 최근 국제 언론은 반 총장에 대한 혹평을 내놓은 바 있다.

보도된 내용을 보면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역대 최악의 사무총장’, 가디언지는 ‘유엔을 심각하게 약화시킨 사무총장’, 미국 뉴욕타임즈는 ‘힘 없는 관측자’, 월스트리트저널은 ‘유엔의 투명인간’, 포린폴리시는 ‘가장 위험한 한국인’, 워싱턴포스트는 ‘반 총장이 이끄는 유엔은 무능해지고 있다’고 평했다.

해당 소식은 지난 5월부터 6월 사이 집중적으로 국내에 전해졌다. 이후 복수의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반 총장의 지표에 유의미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정치권을 중심으로 ‘반기문 대망론’은 허상이라는 반응이 퍼졌다. 야권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외국서 반 총장이 무능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며 “미국의 한 상원(의원)조차 반 총장을 그렇게 평가했다. 특히 북핵 문제에 있어서는 성과가 없다는 평가가 많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회고록은 국내외서 일고 있는 ‘반기문 무능론’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 북핵 문제에 많은 부분을 할애, 반 총장이 과거 외교부장관으로 있을 때의 성과를 부각시켰다. 일각에서 의도된 ‘반기문 띄우기’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외교적 성과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회고록이 때마침 등장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공격
반기문 칭송

더민주 문용식 전 디지털소통위원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전 장관이 회고록을 정식 출간하기 전 문제가 되는 부분을 사전에 몇몇 기자들에게 보여줬다는 얘기가 있다“며 “자신의 발언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 외교관 직업의 특성인데, 외교관 생활을 30년 넘게 하고 장관까지 한 자가 회고록에서 ‘북한과 사전 협의’라고 표현한 부분이 논란이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전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송 전 장관은 반 총장의 핵심 참모그룹이라는 언론 보도가 있다. 반 총장이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바로 다음날 점심을 함께 먹은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정치권에선 이번 회고록 사태 후 반 총장의 ‘북미국 라인’을 주목하고 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반 총장의 인맥은 외교관 출신들로 채워져 있다. 그 중 북미국 출신들이 핵심이라고 봐야 한다”며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한다면 그들이 캠프를 이끌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외교부 1차관 산하에는 ‘지역국’이라는 양자외교 담당·지원 부서가 있다. 지역국은 주재국 대사관 등을 통해 각국과 외교 관계를 다지며 여러 협력사업을 꾸려 나간다. 또한 관할 지역에 관한 외교정책을 수립하는가 하면 대사관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분석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우리 외교의 ‘컨트롤타워’인 셈이다.

그 중 북미국은 외교부 내 최고 핵심 부서로 뽑힌다. 외교관 고위직으로 성장하려면 미국을 담당하는 북미국과 주미대사관을 거쳐야 하는 불문율이 있을 정도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북미국의 위상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북미국이 요직이니 외교관들이 그쪽으로 많이 가려고 한다. 우리가 외교적으로 가장 많이 의지하는 곳이 미국이지 않나. 미국 쪽 라인이 있어야 고위직으로 올라갈 수 있다. 외교부 내 최고 실세라 봐도 무방하다. 청와대 인사들 중에도 북미국 출신이 많다. 외교관이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곳이다. 북미국이 미국의 정보를 꽉 잡고 있으니 당연한 말이다.”

측근들 언제 어떻게 뭉칠까
싱크탱크 결성 초미의 관심

대표적으로 반 총장이 북미국 출신이다. 그는 주미국 대사관 참사관 겸 총영사를 지낸 뒤, 외무부 미주국장(외교부 북미국의 전신, 1996년 북미국으로 명칭 개편)을 지냈다. 이후 외교통상부 차관을 거쳐 참여정부 7대 외교부장관에 임명됐다. 회고록을 쓴 송 전 장관은 외무부 북미과장, 미주국 북미심사관, 북미국장 등을 두루 역임한 뒤 반 총장 후임으로 참여정부 8대 외교부장관이 됐다.

‘반기문의 남자’라고도 불리는 윤여철 청와대 의전비서관 또한 북미국 출신이다. 북미국 서기관이던 지난 2001년, 뉴욕 유엔본부에 파견돼 당시 유엔총회 의장 비서실장을 맡았던 반 총장을 보좌했다. 지난 2006년 반 총장이 유엔사무총장에 선출된 후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8년여 동안 반 총장의 일정을 관리하는 등 동고동락했다.

윤 비서관은 반 총장의 가족과도 막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외교부로 복귀했으며 지난 2월 청와대 의전비서관으로 임명됐다. 상당히 드문 사례로 일각에선 이를 통해 박 대통령과 반 총장 사이에 ‘인적 핫라인’이 개통됐다고 해석했다.

반 총장의 ‘오른팔’로 통하는 김숙 전 유엔대표부 대사도 대표적인 북미국 출신 인사다. 외무고시 12회를 나온 김 전 대사는 외교부 북미국장, 국정원 1차장, 주유엔 대표부 대사로 부임하는 등 반 총장과 지근거리서 일했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대한민국대사관 대사 또한 주요 북미국 인사로 꼽힌다. 주미국대한민국대사관 참사관, 외교통상부 장관보좌관을 거쳐 지난 2003년 외교통상부 북미국장을 지냈다. 그는 지난 2003년 10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하는 외교 각서 초안을 미국 측에 보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는 외교부가 청와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제외하고 미국과 합을 맞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지난 2014년까지 외교부 북미1과장을 맡았던 장욱진 유엔사무총장 보좌관은 반 총장의 최측근으로 물리적 거리로는 반 총장과 가장 가까운 인사다. 장 보좌관은 북미1과장을 역임하던 중 휴직하고 유엔으로 넘어갔다. 지난 2000년 반 총장이 외교통상부 차관일 때 그를 수행했으며 지난 2004년 반 총장이 장관에 취임한 뒤에는 비서관으로 일했다.

“반기문 캠프
이끌 사람들”

정치권에선 반 총장이 대선 출마를 위해 곧 싱크탱크를 출범할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때문에 소위 ‘반기문 사단’이라 불리는 이들 5인방이 싱크탱크서 뭉칠지도 정치권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일각에선 후배 외교관들을 중심으로 ‘반기문 재단’ 설립을 추진 중이라는 구체적인 정황까지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반기문의 ‘유엔 라인’
대권 불씨 피울까?

북미국 출신 이외에도 반 총장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보좌한 유엔 인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상화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 북핵외교기획단 단장은 유엔사무총장 비서실에서 7년 넘게 근무하며 반 총장을 보좌했다. 그는 당시 근무하면서 겪었던 일을 <유엔본부 38층-유엔과 반기문 리더십>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엮어냈다.

김원수 유엔 사무차장은 외무고시 12회로 김숙 전 유엔대표부 대사와 함께 기수 핵심 인사로 꼽힌다. 주유엔대표부 참사관을 지냈으며 지난 2006년 반 총장이 유엔사무총장에 출마했을 때 특별대사를 맡아 선거운동을 총괄한 바 있다. 당시 당선을 도운 다른 외교관들은 외교부로 복귀한 반면, 김 차장은 외교부를 퇴직, 유엔으로 옮겨 비서실 차장, 특별보좌관 겸 개혁담당 사무 차장보 등을 맡아 활약했다.

가까이서 보좌한 인사들 주목
주재 한국대표부 대사 출신들

오준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 대사 또한 반 총장의 핵심 측근 인사로 전해진다. 그는 한국시간으로 지난 4일 뉴욕 유엔 한국대표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참석, 야당 의원들이 반 총장의 대선 출마가 1946년 유엔총회 결의에 위반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모든 유엔총회 결의는 권고적 성격의 결의”라며 “결의에 ‘퇴임 직후’라는 표현이 있는데 해석의 여지가 있다. 유엔사무총장을 지내고도 대통령이 된 사람도 있고 대선에 출마한 사람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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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