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허인회의 골프인생 2막

군풍의 주역 ‘필드 전역식’

병장 허인회가 ‘필드 전역식’을 가졌다. 허인회는 전역 닷새 전인 지난달 2일 출전한 NS홈쇼핑 군산CC 전북 오픈에서 최종 6오버파로 컷 탈락했다. 군인 신분으로 출전한 첫 대회에서 우승하며 ‘군풍’을 일으켰던 허인회는 마지막 대회에서 컷 탈락을 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7언더파 선두 모중경과는 13타 차이가 났다.

남달랐던 거수경례 세리머니
새 마음가짐으로 다시 매진

허인회는 전역 직전 출전한 2개 대회에서 모두 컷 탈락했다. 다시 프로 골퍼로 돌아간다는 마음가짐으로 다른 대회보다 더 집중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허인회는 “골프가 끝까지 배신”이라며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특히 1, 2라운드 마지막 홀에 대한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1라운드 18번 홀에서 생크가 나면서 더블 보기를 적었다. 그는 “프로가 생크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자책했다. 2라운드 9번 홀(파5)에서는 컷 통과 여부가 걸렸다.

컷 통과만 하자는 마음으로 허인회는 페어웨이 중앙을 타깃으로 티샷을 쳤다. 그러나 조금 당겨졌고, 바람의 영향을 받으면서 왼쪽 워터해저드에 빠졌다. 허인회는 “컷 통과를 위해 버디를 잡아야 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쳤다. 하지만 해저드에 빠져 힘이 빠졌다. 티샷을 세게 쳤다면 후회가 덜 했을 텐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민간인

결국 허인회는 이날 마지막 홀에서 보기를 적어 컷 통과 희망이 사라졌다. 그는 “골프가 마음대로 되지 않아 막막하다”며 “멘탈도 그렇고 샷도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이날 오후 1시에 있었던 팬 사인회가 ‘군인 허인회’의 마지막 일정이었다. 컷 탈락으로 속은 쓰리지만, 미소를 띠며 팬과 함께 사진도 찍고 사인을 해주는 등 마지막까지 소임을 다했다. 그는 “전역한다는 것 자체는 우승 기분보다 더 좋다. 남은 기간 부대 청소를 열심히 하고 나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상무 골프단 5명은 공교롭게 오전 조에서 경기를 했다. 홀아웃한 김남훈이 김무영 상무 감독에게 ‘충성’이라고 외치며 거수경례를 한 뒤 상무 골프 단의 여정은 막을 내렸다. 상무 골프단 5명이 모두 경기를 하는 건 이날이 마지막이었다. 4오버파의 맹동섭과 함정우는 턱걸이로 컷 통과를 했다. 김무영 감독은 “한 번 더 우승하고 마무리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그래도 ‘군인 정신’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상무의 경험을 토대로 선수들이 더 좋은 성적을 거둘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허인회는 7일 전역 후 곧바로 천안으로 이동, 코오롱 한국오픈에 출전했으나 톱10 진입에는 실패했다.

 

‘거수경례 세리머니’ 를 비롯해 끊임없이 골프장에서 숱한 화제를 뿌려온 허인회는 전역 직후에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달 9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코오롱 제59회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 2라운드 경기를 마친 뒤 갤러리가 지켜보는 앞에서 아내 육은채 씨에게 프러포즈한 것이다. 허인회는 민간인 신분이 된 첫날(9월8일) 개막한 한국오픈에 출전해 2라운드까지 이븐파 142타를 쳤다.

2011년 모임에서 처음 만난 둘은 2014년 7월 다른 모임에서 우연히 재회하면서 연인이 됐다. 가수 지망생이었던 육씨는 처음엔 허인회가 골프선수인 줄 몰랐다. 다음날 허인회의 전화를 받았고 그날 이후 매일 전화를 붙들고 살았다. 그러다 어느 날 허인회가 육씨를 ‘여자친구’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하면서 두 사람은 연인 사이가 됐다. 육씨는 “내게 한마디 말도 없이 말해 화나 따지기도 했다. 그런데 오빠가 진지하게 ‘내가 싫은 거냐?’고 말해 아무 말도 못 했다”고 했다.

순위는 공동 50위권에 밀렸지만 허인회는 지난 5월31일 혼인신고를 마친 아내 육은채 씨에게 꽃다발을 안기며 사랑을 고백했다. 두 사람은 아직 결혼식을 올리지는 않았다. 허인회는 1라운드를 마친 뒤 “아내가 염색해 줬다”고 밝히면서 혼인신고를 먼저 한 사실을 공개했다. 

허인회는 국가대표를 거쳐 한국 투어에서 3승, 일본 투어에서 1승을 거뒀지만 ‘열심히’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선수였다. 노란 머리를 하고 오토바이를 탔고, 자동차 레이싱에 광적으로 빠져들어 구설에도 올랐다. 그러나 허인회는 육씨를 만난 뒤 다른 사람이 됐다. 입대를 한 뒤 상무 소속 선수로 대회에 출전하면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육씨는 “사실 오빠는 외부에 알려진 것과는 많이 다른 사람이다. 거칠고, 자유분방할 것 같다는 평가를 받지만, 실제 모습은 다르다. 누구보다 보수적이어서 오빠를 만난 뒤 목이 파인 티셔츠조차 입어본 적이 없다. ‘게으른 천재’라고 불리지만 뒤에서는 노력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어엿한 가장

허인회와 육씨는 지난 2014년 하반기부터 함께 투어에 동행했다. 허인회가 육씨의 부모를 찾아가 정식으로 인사를 드린 뒤였다. 처음엔 펄쩍 뛰었던 육씨의 부모도 시간이 지나면서 둘의 관계를 허락했다. 허인회를 그림자처럼 따랐던 육씨는 허인회가 2014년 말 군에 입대한 뒤 서울과 경북 문경의 국군체육부대를 자주 오가면서 내조를 했다.


허인회는 “은채는 단점이 생각나지 않는 완벽한 여자다. 맑고 순수한 에너지가 너무 좋고, 많이 의지하게 된다. 철이 없었던 내 행동을 반성하게 해주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를 만나면서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군인 신분인데 여자친구와 함께 다닌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고, ‘골프대회에 놀러 다니는 거냐’는 이야기도 들었다. 내 여자이고, 결혼하겠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혼인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이날 허인회는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아내에게 사랑 고백을 했다. 허인회가 “사귀는 것도, 혼인신고도 내 맘대로 했다. 그런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 더 잘할게”라고 하자 육씨는 해맑게 웃다 이내 눈물을 터트렸다. 허인회는 2018년에 아내와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허인회는 “군 복무 전에 번 상금을 모두 부모님께 드려서 지금은 식을 올릴 형편이 되지 않는다. 지금 통장 잔고가 20만원뿐이다. 그래도 나는 지금 누구보다 행복하다. 결혼했으니 아내의 바람대로 착실하게 투어 생활을 하면서 빨리 안정을 찾고 싶다. 돈을 벌고 어려운 사람도 도우면서 모범이 되게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허인회는 2015년 경북 문경에서 열린 세계군인체육대회에 대비해 국군체육부대가 창단한 골프팀 소속으로 입대했다. 이후 초청 선수 자격으로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 출전, 퍼트를 성공시킬 때마다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펼쳐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출전 당시 민간인이 아니었던 까닭에 인근 군부대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구보로 대회장을 오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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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