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입장에서 깐깐하게 법안 심사하겠다”
18대 첫 국정감사가 시작되면서 여의도는 매우 분주하다. 여야 간의 신경전도 매우 치열하다. 특히 법제사법위원회는 친·인척비리 증인 채택을 놓고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이 가운데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유선호 의원은 “모든 상임위를 통과한 법률들이 최종적으로 검토되는 위원회로서 국민의 입장에서 깐깐하게 법안 심사를 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18대 국회 ‘뉴리더’로 떠오르고 있는 유 의원을 통해 각종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여야 간에 상임위원장 배정을 놓고 한바탕 실랑이를 벌였다. 국회에서 재·개정되는 모든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여야가 서로 양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민주당 몫으로 배분된 법사위원장에는 3선의 민주당 유선호 의원이 선정됐다. ‘뜨거운 감자’로 한때 논란이 됐던 만큼 유 의원의 어깨는 무겁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여야 간의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존중하고 합의를 이끌어 내는데 주력하는 법사위가 되겠다”면서도 “정부여당이 수적인 힘만 믿고 밀어붙이려 한다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원칙과 소식을 갖고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유 의원과의 일문일답.
- 법사위에서 ‘종부세’ 논란이 한창인데.
▲ 종부세는 2%의 국민들에게는 부담이 되지만 98%의 국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세금이다. 또 부동산가격 안정화를 통해 경제 안정화에도 기여하는 꼭 필요한 제도다. 이로 인해 재정난을 겪는 지방에 부동산교부세로 지원함으로써 지역균형에도 기여할 수 있다. 물론 연로하고 소득이 적은 1주택 소유자에 대한 과세문제 등 부분적으로 보완해야 될 문제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정부는 종부세를 아예 무력화시키려고 한다. 국민의 여론을 충분히 들어보면서 실질적으로 종부세를 폐지시키려는 정부여당의 기도를 국회심의과정에서 반드시 저지할 것이다.
- 한나라당에서 ‘좌파 법안’을 모두 수정하겠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 한마디로 국민을 중심에 두지 않는 노골적인 정략적 발상이다. 국민들의 성향은 진보·보수·중도 등 다양하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독재로 귀결되고 사회적 갈등과 역사의 후퇴가 필연적이다. ‘좌파법안’이라고 말을 하는데 그러면 ‘우파독재’로 가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현행법들은 과거에 한나라당도 참여한 국회에서 합법적으로 통과된 법률들인데 이것을 부정하는 것은 ‘누워서 침 뱉기’이고 ‘나는 책임이 없다’는 식의 얄팍한 발 빼기 수법이다.
- 피감기관 등에서 ‘자료를 내놓지 않는다’는 말들이 많은데.
▲ 법사위원회만 해도 법적인 기한 내에 제출한 자료가 50%도 되지 않는다. 일부 피감기관에서는 국감이 시작되는 당일까지 10%도 제출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현 정부의 국회무시와 오만이 극심하다. 과거에는 없었던 ‘보안심사위원회’라는 것을 두어서 부처별로 미리 심사하고 제출여부를 결정한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국회 자료제출 거부는 국민들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감추겠다는 발상밖에 안 된다.
- 고(故)최진실씨 자살로 정치권이 떠들썩하다. ‘최진실법’ 추진을 놓고 여야 간의 대립이 한창이다.
▲ ‘최진실법’이라고 고인의 이름을 거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인터넷실명제를 통해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함으로써 정부는 인터넷을 통제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현행 형법이나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법 등으로 명예훼손과 악의적 댓글 등을 충분히 규제할 수 있다.
-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많이 떨어졌는데.
▲ 대통령의 경제적 리더십과 국민통합 의지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회의가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경제는 잘할 줄 알았는데 과거보다 못한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10년 전의 환란을 오늘에 다시 되풀이하고 있다. 야당으로서 반사이익을 챙기기 이전에 대통령의 실패는 국가적 실패와 국민의 불행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다. 대통령이 말없는 국민 다수가 뭘 바라는지 하루 속히 깨닫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아직 민주당이 야당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지적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지난 10년간 정부를 이끌어 왔던 경험에서 아직은 탈피하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해 무한 비판만 할 수도 없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국민경제를 생각하다 보니 야당으로서 약한 모습이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 그렇지만 금융위기·방송장악 등에 대해서는 단호히 맞설 것이다. 또 야당으로서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데 앞장서 야당다운 야당, 국민을 책임지는 민주당으로 서는 데 혼신의 힘을 쏟겠다.
- 정세균 대표의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때문에 당내갈등도 수면 아래서 꿈틀거리고 있는데.
▲ 정 대표는 민주당을 안정화시키고, 대안정당으로 만들어가는 기초를 잡는 데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측면에서 투쟁성이라든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반인권정책 등을 지키는 데 앞장서겠다는 것이 민주연대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의 진보개혁적 정체성과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 18대 국회에서 꼭 처리해야 할 법안이 있다면.
▲ 민생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서민과 중산층,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을 지원하고 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안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다고 본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관련 법안에 대해서도 특별히 관심을 갖고 처리해 가고자 한다.
- 유 의원이 바라는 정치상은.
▲ 금융불안과 더불어 날이 갈수록 물가가 치솟고 중산층과 서민 경제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정치의 가장 기본은 국민이 편안한 일상을 보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내용적으로는 중산층과 서민경제의 활성화, 민주주의와 인권의 신장 등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정치권은 서로 슬기롭게 대화와 타협의 장이 되어 국민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데 매진해야 된다. 이 때문에 여당·대통령·야당과 다양한 국민의 입장에서 섬기고 소통하는 정치를 한다면 많은 국민이 생활 정치의 즐거움을 느끼면서 정치인들이 사랑받는 날이 올 것이다. 앞으로 상생하는 국회, 국민경제 살리기에 앞장서는 정치인으로 거듭나겠다.
유선호 의원 프로필
▲15·17·18대 국회의원
▲경기도 정무부지사
▲김대중 대통령 청와대 정무수석
▲대한변호사회 인권위원
박노해 변호·백화점 사기세일 잊을 수 없다!
사법시험을 합격한 후 군사독재정권으로부터 판·검사로 임용되는 것이 싫어, 인권변호사 길을 걸어온 유선호 의원. 굵직한 인권탄압사건을 무료로 변론해 주는 등 많은 화제를 남겼다. 박종철군 고문치사, 부천서 성고문사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권변호사 시절 많은 사건을 변론한 만큼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박노해 시인의 변호와 백화점 사기세일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독재정권에 맞서던 박노해 시인의 맑은 심성과 해맑은 눈동자가 아직도 기억에 선하기 때문. 또 소비자 주권의 새로운 장을 만든 백화점 사기세일 사건은 소비자운동의 한 획을 그은 사건이라는 점에서 잊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