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 공시’ 한미약품 미스터리7

호재는 잽싸게 악재는 널널이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한미약품이 ‘주가 조작’ 논란에 휘말렸다. 호재성 공시 직후 인지한 악재성 공시에 늑장을 부렸다는 것이 요지다. 논란과는 별개로 악재성 공시로 피해를 본 ‘개미(개인 투자자)’의 손실 복구는 요원한 상태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총 8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매출 기준 업계 1위에 올랐다. 한미약품은 이 과정서 직원의 내부거래 정황이 드러나며 도덕성에 흠결을 남겼다. 그로부터 1년만인 2016년 한미약품은 비슷한 논란에 또 다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미스터리1]
늦은 공시시기

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 미국 제네텍과 1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공개 시각은 장마감 후인 오후 4시33분이었다. 수출 소식은 다음날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다.

지난달 30일, 한미약품의 주가는 장 시작 직후 전일대비 5% 상승하며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개장 29분만에 베링거인겔하임이 바이오신약 ‘올리타’ 개발권을 한미약품에 반환한 사실이 공시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7월 베링거인겔하임과 8000억원 규모의 올리타 기술 수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결국 한미약품 주가는 악재성 공시에 따른 대량 매물이 쏟아져 나와 전날보다 18.06% 빠진 채로 장을 마감했다.


공시 두 번에 주가가 출렁이자 금융권에선 한미약품이 의도적으로 악재성 공시를 늦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미공개 정보를 알고 있는 세력이 고점서 물량을 매도할 수 있도록 한미약품이 악재성 공시를 지연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한미약품이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계약해지를 통보받은 시각은 29일 오후 7시8분이다. 한미약품이 투자에 민감한 정보로 판단, 신속히 내용을 처리했다면 30일 장 시작 전에 공시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미약품은 결국 개장 29분 뒤 공시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특정 세력을 밀어줬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스터리2]
공매도와 손실

실제 악재성 공시가 나올 때까지 공매도가 집중됐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매각한 뒤 결제일인 3일안에 같은 양의 주식을 갚는 투자기법을 의미한다. 투자자 입장에서 고점에 있는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하락하면 차익을 남길 수 있다.

개장 후 29분까지의 공매도 규모는 5만471주로 전체 10만4327주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평소 한미약품의 공매도 거래는 4800여주 수준이었다. 이날 거래로 공매도 세력은 최대 20%의 차익을 남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주체별로 기관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는 악재성 공시 전 물량을 쏟아냈고, 개인이 외국인 물량을 받은 모양새가 됐다. 기관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는 각각 35만9933주, 9896주를 매도, 개인은 36만9797주를 매수했다.

[미스터리3]
금융당국과 공방


금융당국은 논란이 거세지자 직접 조사에 착수했다. 악재성 공시 전까지인 개장 후 29분동안 주식을 집중 매도한 세력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는지 중점적으로 파악할 계획이다.

한국거래소는 공매도 세력을 확인한 뒤 증권사를 통해 계좌주를 파악하고 계좌주가 회사내부 정보수령자인지 확인할 방침이다.

개장전 해도 되는데…29분 질질
특정 세력 밀어줬나 의혹 짙어

금융위원회도 조사에 나섰다. 지난 5일 금융위의 자본시장조사단(자조단)은 한미약품의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한미약품 기술수출 및 공시담당자 등 관련자들의 휴대폰 및 메신저 대화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제출받아 분석 중이다.

자조단은 사안의 중대성과 긴급성을 감안해 검찰에 사건을 조기에 넘기는 ‘패스트트랙’도 검토 중이다.
 

금융위는 조사를 통해 미공개 정보가 공시 전 유출돼 공매도 등의 거래에 이용된 사실이 드러나게 되면 지난해 7월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적용해 제재할 방침이다. 시장질서 교란행위는 개정전 5억원의 과징금 상한선이 있었지만 지난해 7월 법이 개정되면서 해당금액의 1.5배 과징금이 부과된다. 사실상 과징금 상한선이 없어 최고 수위의 처벌인 셈이다.

한미약품은 측은 공시 관련 부당거래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한미약품 본사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서 김재식 한미약품 부사장은 “공시 내용이 지연된 점은 송구스럽지만 절대 의도하지 않았다”며 “신중하고 면밀히 검토하기 위한 절차상의 문제였다”고 해명했다.

[미스터리4]
내부거래 있나?

하지만 곳곳서 내부거래 흔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한미약품은 더욱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악성 공시전 직원이 내부정보를 외부에 유출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 이에 자조단이 한미약품의 계약해지 정보가 공시 전날 카카오톡을 통해 유출됐다는 제보를 받고 조사 중이다.

지난 5일 자조단 관계자는 “4일 한미약품 본사에 현장 조사를 나가서 관련 직원의 휴대전화를 확보했다”며 “제보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지워진 데이터를 복원하는 디지털포렌식을 검찰에 의뢰했다”고 밝혔다.

자조단에 들어온 제보에 따르면 공시 전날 밤에 계약해지 정보가 카카오톡 주식투자 대화방을 통해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 퍼졌다. 자조단은 한미약품 임직원 휴대전화의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 내용과 통화 내용 분석을 통해 미공개 정보가 어떤 경로로 유출됐는지를 밝혀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미스터리5]
피해자 소송은?

한미약품 사태로 ‘시장질서 교란’ 행위에 대한 첫 처벌 사례가 나올지 눈길이 쏠린다. 기업의 내부정보를 간접적으로 전해 들은 펀드매니저 등 2차 이상 정보 수령자의 불공정 거래를 처벌하는 쪽으로 관련 법이 지난해 개정됐지만, 혐의 입증이 쉽지 않아 지금까지 처벌된 사례는 없었다.

한미약품 공시 관련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주주들이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피해자 모임이 생겨나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것.

법률사무소 제하의 윤제선 변호사는 네이버에 ‘한미약품 사태 집단소송’을 개설하고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국민연금도 주주로서 한미약품의 부정거래가 입증되면 소송을 진행할 방침이다. 한미약품의 주식 9.73%(지난 7월29일 기준)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은 이번 사태로 1500억원가량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직원이 내부정보 외부에 유출?
거래소에 책임 미루기도 도마

국민연금이 소송을 진행할 경우 다른 기관투자자도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돼 소송 규모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융 관련 시민단체 금융소비자원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한미약품을 검찰에 고발했다.


금소원은 5일 “호재성 공시를 먼저 해놓은 상태서 악재성 공시를 시장 거래시간에 한 것은 공시 규정을 악질적으로 악용한 것”이라며 “시장의 심각한 주가 왜곡을 유발시킨 범죄 행위”라고 주장하며 한미약품을 검찰에 고발했다.

금소원은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 등이 조사에 착수했지만 전면적인 조사에는 한계가 있다. 즉각 검찰과 공동으로 압수 수색 등 수사와 조사를 동시 진행해 범죄 행위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스터리6]
오너는 몰랐나?

한미약품 사태에 임성기 회장 일가가 연루됐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늑장공시로 가장 큰 손해를 본 투자자가 임 회장 일가다. 투자자의 피해가 최소화되게 공시를 신속히 했다면 한미약품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오너 일가가 나서서 늑장공시를 지시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한미사태로 임 회장 일가가 날린 주식자산은 3조6938억원(지난 4일 종가기준)으로 계약 해지 소식이 알려지기 직전인 지난달 29일과 비교해 1조372억원 감소했다. 25% 넘게 감소세를 기록한 것.

임 회장 일가는 한미약품을 직접적으로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한미약품의 지분 41.37%를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34.91%)을 가지고 있다. 회장 일가를 포함한 특수관계인은 61.1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당거래 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재무관련 최고 책임자인 김재식 CFO가 교체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한미약품 내부거래 정황이 드러나자 한미약품은 CFO를 교체했다. 지난해 연구원과 증권사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불공정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당시 경영진이었던 김찬섭 전무는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퇴임했다.

[미스터리7]
대책이 없다

한미약품 사태는 현재의 공시시스템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기술이전 관련 공시가 의무공시가 아닌 자율공시인 점이 문제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한국거래소의 공시규정에 따르면 기술도입·이전·제휴 등과 관련된 사항은 상장기업 자율에 따라 사유발생 다음날(24시간)까지 공시토록 한다.

이 때문에 한미약품의 악재성 공시는 기술이전 관련 공시로 분류, 늑장 공시의 원인이 됐다. 금융위도 이점을 인지해 내부적으로 기술이전 관련 공시를 의무공시로 전환하는 내용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기술이전 관련 공시가 의무공시로 전환되면 공시 의무가 되면 신속하고 구체적인 내용의 공시가 될 전망이다.

공매도 공시제도 역시 ‘허점’을 나타냈다. 지난 6월 도입된 공매도 공시제도는 한미약품 사태서 보여주듯 소액 투자자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공매도 공시제도는 불공정거래 및 투기세력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개별 주식의 공매도 잔액비율(상장주식 중 공매도 잔액수량)이 0.5% 이상이 되면 그 내용을 공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공매도 공시제도는 공매도 거래 3일 후에 공시토록 돼 있어 투자자가 공시제도를 보고 대응하기엔 너무 늦은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공매도 공시제도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금소원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등 금융 관련 법규나 규정 등이 지나치게 기업관점서 적용되고 있어 투자자를 위한 법적인 정비도 시급하다”며 “한미약품은 시장혼란과 투자자 피해 책임에 대한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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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