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또 일낸 이재오

날개는 폈는데…비상이냐 추락이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9대 대선까지 13개월이 남았다. 정국은 빠르게 대선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당대표 선거에서 주류인 친박과 친문을 선택했다. 선택받지 못한 비주류들은 제3지대서 대권을 겨냥하고 있다. 그 가운데 이재오 전 의원이 중도신당 창당 작업에 착수했다. 여권발 제3지대라는 쉽지 않은 길을 가려는 이재오의 도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오 전 새누리당 의원이 주도적으로 추진 중인 늘푸른한국당(이하 늘푸른당)이 지난 6일 창당발기인대회를 열고 본격적인 창당 준비에 들어갔다. 늘푸른당은 이날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서 이 전 의원과 최병국 전 의원, 전도봉 전 해병대 사령관을 창당준비위(이하 창준위) 공동위원장으로 선출했다. 늘푸른당 창당 발기인에는 1565명이 이름을 올렸다.

MB 등에 업고
다시 날개짓?

늘푸른당은 추석 연휴 이후 올해 말까지 17개 시도에서 창당대회를 열고, 내년 1월 중앙당 창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날 대회는 지지자들을 비롯해 1000여명이 몰려 성황리에 치러졌다. 주최측서 준비한 좌석은 시작 전부터 이미 동이 났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 엄홍길 휴먼재단 이사,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도 참석해 이 전 의원의 새로운 출발을 지원사격했다.

창준위는 정의로운 국가’ ‘공평한 사회’ ‘행복한 국민3대 창당 목표로 제시했다.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행정구역 개편’ ‘동반 성장’ ‘남북 자유 왕래4대 핵심정책도 발표했다. 이 전 의원이 주장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는 대통령 권력과 내각 권력을 나누는 것이다. 대통령이 국가와 행정까지 담당하고 있는 현 상황서 내치와 외치를 나누자는 주장이다.


대통령은 국가·외교·통일·국방만 책임지고, 내각은 그외 내정과 나라 안살림의 권한을 갖고 함께 이끌어 가야 한다는 것. 그 과정서 대통령이 외교나 통일문제를 잘 풀어가지 못할 경우엔 4년으로 끝, 잘 해나갈 경우엔 4년의 기회를 더 주자는 게 이 전 의원과 늘푸른당이 추진하는 분권형 대통령제의 핵심이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 역시 이 전 의원의 개헌 구상에 힘을 보탰다. 정 전 의장은 축사를 통해 다음 대통령은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이뤄내겠다는 공약을 세우고 그런 사람이 되길 개인적으로 바란다내각제로 가는 게 정답이라고 보지만 아직 국회 수준이 신뢰받지 못하고 부족하기에 과도기적으로 분권형 대통령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이 전 의원의 생각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창당발기인대회에 참석한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 역시 19대 국회 당시 이 전 의원과 함께 개헌 추진 의원 모임을 주도한 바 있다.

새로운 도전…늘푸른한국당 창당 준비 박차
싸늘한 시선 이겨내고 제3지대 무사히 안착?

이 전 의원은 중앙정부-광역자치단체-기초자치단체로 나눠져 있는 현재 행정구역을 중앙정부와 광역단체로 개편하는 정책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선거구를 줄이고 그에 맞춰 국회의원 숫자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동반 성장도 강조했다. 이 전 의원은 동반 성장을 위해서는 초과이익공유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초과이익공유제란 대기업이 중소기업 육성에 협력해 동반 성장을 도모하도록 한다는 취지 아래 대기업이 초과 이익을 얻은 경우 이를 협력 중소기업과 나누는 것을 골자로 한다. 대기업이 해마다 설정한 경영 목표치를 넘어선 이익이 발생했을 경우 대기업에 협력하는 중소기업의 기여도 등을 평가해 초과 이익의 일부를 나눠주는 제도다.

이 제도는 당시 동반성장위원장을 지낸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제안했다. 정 전 총리는 늘푸른당 창당발기인대회에 참석해 한국경제의 오늘과 내일이라는 제목으로 특강을 진행했다.

이 전 의원은 정 전 총리를 두고 동반 성장을 얘기할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정 전 총리를 강사로 초청한 것에 대해 강연자가 필요해 모셨을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도 두 사람이 정치적 동반자 관계임을 강조했다.

통일은 남북 자유 왕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의원은 북한 핵문제는 6자 회담으로 넘기고 남한과 북한은 자유 왕래를 하는 등 핵과 남북관계를 분리하자는 입장이다. 늘푸른당의 4대 정책을 보면 이 전 의원의 생각을 비롯해 그에게 힘을 보태는 인물들의 주장이 충분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권발 3지대에 자리를 잡으려는 늘푸른당을 보는 시선이 마냥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보통 신당이 창당되면 그 정치적 파괴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조건이 있다. 바로 지역, 인물 등 신당의 영향력을 확장시킬 기반의 유무가 그것이다.

지역, 인물…
신당 영향력은?

늘푸른당은 그 기준에 맞춰보면 여러 부분서 미달된다. 먼저 차기 대선을 노리고 창당했지만 유력한 차기 주자가 없다. 이 전 의원은 직접 대선에 나서기보다는 제3지대에 있는 인물을 모아 대선 후보로 만들어낼 생각을 갖고 있다. 여기에 지역 기반도 없고, 20대 국회 현역 의원도 없다. 원내 인사가 한 사람도 없이 원외 인사로만 구성된 신당이 힘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연이어 나올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총선서 돌풍의 핵으로 떠오른 국민의당이 안철수라는 대선후보와 호남이라는 지역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그렇기에 이 전 의원이 늘푸른당을 성공적으로 정치권에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무게감 있는 인사의 영입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이 전 의원은 대선주자급 무게감을 가졌지만 당내에서는 외면당하고 있는 존재들에게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 전 의원이 먼저 손짓을 한 건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다.

이 전 의원은 지난 7S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김 전 대표를 두고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호하고 대선 전 개헌이 안 되면 다음 정권에선 시작하자마자 개헌을 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것으로 봤기 때문에 논의를 해봐야 한다면서도 “(김 전 대표가) 새누리당을 나올 수 있는 혁명적 용기가 있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손 전 고문에 대해서는 우리는 보수나 진보 양극단을 배제하고 지속적으로 나라 발전이 가능한 정책을 구사하는 노선과 이념이 있으므로 손 전 고문이 과연 그런 이념에 동조할지 따져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각종 대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며 주목받고 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대해서는 친박들이 후보로 만들려고 한다면서 선을 그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관련해서도 3지대는 안된다고 선을 그었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김 전 대표나 손 전 고문 등 거론된 인물들이 이 전 의원의 러브콜에 화답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여전한 MB의 남자이자 입
정의화·정운찬과 손잡나

김 전 대표의 경우 이 전 의원의 세력에 합류할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김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T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김 전 대표가 당을 나가서 이 전 의원 측에 합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김 의원은 한국 정치사를 보면 대선을 앞두고 늘 정계개편 시도가 있었다. 3지대에 있는 분들은 인지도 제고나 구심점 확보 차원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들에게 항상 러브콜을 보낸다그러나 세력 확장을 위한 저인망식 사람 모으기가 될 경우 신당 창당은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것이 불보듯 뻔하다고 비판했다.

손 전 고문 역시 여야를 막론하고 러브콜을 받고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손 전 고문이 독자세력화를 통한 정계 복귀를 고려하고 있다는 핵심 측근의 말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 전 의원의 늘푸른당이 큰 정치적 파괴력을 갖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새누리당 비박(비 박근혜)계를 흡수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도 있지만, 이 전 의원을 비롯한 친이(친 이명박)계가 정치적으로 몰락했고, 4대강 사업에 따른 비판적 여론이 잇따르고 있는 게 걸림돌이다.

친이계 좌장인 이 전 의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유산을 신당 곳곳에 새겨 놓았지만 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또 일각에선 늘푸른당이 이 전 대통령이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 이용될 것이라는 관점도 있다.

이 전 의원은 ‘MB의 남자라는 별칭으로 불릴 정도로 이 전 대통령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 전 의원과 이 전 대통령은 19646·3항쟁서 고려대 상대 학생회장과 중앙대 구국투쟁위원장으로 알게 됐다. 이후 15대 국회에서 두 사람은 재회한다. 이 전 의원은 당시 의원이었던 이 전 대통령이 경부운하 건설을 제안한 것에 공감해 대통령 출마를 권유했다고 한다.

이 전 의원은 2002년 서울시장 선거서 당시 이 전 대통령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승리를 이끌어냈다. 2007년에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경선서 박근혜 대통령을 상대로 신승을 거뒀고, 이 전 대통령이 대권을 차지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때부터 이 전 의원을 말할 때 ‘MB정부의 2인자’ ‘정권 실세등의 별칭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4대강 사업
역시 걸림돌

이때만 두고 보면 이 전 의원이 인생이 매우 순탄했던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 전 의원은 1945년 강원도 강릉시 묵호서 태어나 경북 영양군서 자랐다. 화려한 정치 행보와는 달리 가난한 유년부터 재야운동시절까지는 시위와 투옥으로 점철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등학교 때 학교장의 부당 전보 발령에 항의, 전근 반대 운동을 주도해 유치장에서 20일간 구류 당한 게 그 시작이다. 이 전 의원은 1964년 한일국교정상화 반대 시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고, 결국 그 해 8월 학교서 제적당했다.

1973년에는 서울대 유신 반대 시위 배후 조종 및 내란음모죄로 수업 도중에 체포돼 치안본부 남산 대공분실서 심한 고문을 당했다. 당시 이 전 의원을 고문했던 사람은 고문기술자로 알려진 이근안씨였다. 이 전 의원은 고 김근태 전 의원이 이씨에게 심한 고문을 당했던 1985년의 일을 영화화한 <남영동 1985> 시사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1977년에는 유신치하 인권 탄압을 풍자한 단막극을 연출했다는 이유로, 1979년에는 강연 중 대통령 딸을 비방하고 유신정권 퇴진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옥살이를 했다. 1989년에는 문익환 목사의 방북 배후로 지목돼 또 다시 구속됐다. 이 전 의원은 30여년간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다섯 차례에 걸쳐 10여년간 옥고를 치렀다.

정치의 시작도 실패의 연속이었다. 19902월 석방된 이 전 의원은 그해 11월 김문수 등과 함께 민중당을 창당했고, 199214대 총선서 서울 은평을 지역구에 출마했다. 하지만 자신도 낙선, 정당도 전국 득표율 3%를 얻지 못해 해산됐다.

1996년 이 전 의원은 당시 여당이었던 신한국당에 입당하면서 비로소 화려한 정치 행보를 시작한다. 이 전 의원은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공천을 받아 15대 총선서 은평을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이 전 의원은 은평을에서만 내리 다섯 번 당선된다.

이 과정서 박근혜 대통령과 사사건건 각을 세웠다. 이 전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 속에서 치러진 17대 총선서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에게 독재자의 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서도 친박계와 사사건건 충돌했다.

200818대 총선 당시에는 친박계 공천 학살의 배후로 지목되기도 했다. 당시 이 전 의원은 박 대통령의 팬클럽인 박사모를 중심으로 한 보수 진영 지지자들의 낙선 운동으로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에게 충격의 패배를 당했다. 이후 문 후보가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해 이 전 의원은 재보궐 선거서 기사회생했다.

위기 끝에 재기했던 18대 총선 때와는 달리 20대 총선서의 낙선은 이 전 의원을 수렁으로 빠뜨릴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20대 총선 당시 이 전 의원이 새누리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면서 사실상 당 내부의 친이계가 완전히 와해됐다는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 전 의원은 20대 총선 당시 친이계 대부분이 공천을 받지 못한 상황을 두고 공천 학살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 전 의원은 공천 결과에 반발해 은평을 지역에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새누리당은 당시 김 전 대표의 옥새파동으로 그 지역에 후보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이 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단일후보로 나선 더민주 강병원 후보에게 밀려 낙선했다.

이 전 의원이 20대 총선에서 낙선하면서 그가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새누리당 내부에 친이계가 소멸하다시피 한 것과는 별개로 이 전 대통령과의 끈끈한 관계를 발판삼아 다시금 재기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다음 대선 영향
미칠 수 있을까

최근 한 언론매체는 이 전 대통령이 차기 정권은 반드시 내 손으로 창출하겠다는 언급을 자주 했다며 핵심 측근의 말을 보도했다. 이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이 했다는 말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전 대통령에게 직접 확인했는데,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통령이 나라 안팎을 많이 걱정하고 있다는 등 여전히 ‘MB의 입다운 발언을 이어갔다.

이 전 의원은 다시금 재기를 위한 날개짓을 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의 늘푸른당이 싸늘한 시선을 이겨내고 제3지대에 무사히 안착해 19대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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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