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론’ 승부수 띄운 ‘위기의 남자’ MB 속내

‘설 민심’ 떠보고 괜찮으면 그대로 밀어붙여!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3일 신년특별연설을 통해 “서민 희망 3대 예산을 올해 핵심과제로 편성했고 중산층까지 보육료 전액을 국가가 책임지며 다문화 가정 보육료도 전액 지원한다”라는 정책을 공표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한정된 국가 재정으로 무차별적 시혜를 베풀고 환심을 사려는 복지 포퓰리즘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라면서 “복지 포퓰리즘은 재정 위기를 초래해 국가의 장래와 복지 그 자체를 위협한다”라고 위험성을 경고했다.

신년 연설 통해 ‘박근혜 복지’ 손 들어준 MB
꺼져가는 ‘개헌 불씨’ 보다 못해 직접 살려

이명박 대통령(MB)이 신년특별연설에서 ‘맞춤형 복지’를 언급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됐다. MB는 연설에서 “개인이 태어나 노후까지 생애주기에 맞게 자아실현과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해야된다. 맞춤형 복지로 촘촘히 혜택을 드리는 것을 우선적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른바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강조했다.

신정 때 내가 도와줬으니
구정 때 나 좀 도와줘~

이 같은 MB의 복지 발언은 여권 유력 대권주자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한국형 복지’ 내용과 정확히 일치한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0일 사회보장기본법 전부개정안 공청회에서 “전 국민에게 각자 평생 단계마다 꼭 필요한 것을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생애주기에 따라 맞춤형 복지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당시 MB가 박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준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추후 뭔가를 주고받기(Give&Take) 위한 포석이었다는 이유에서다.

MB가 무엇을 받기 위해 박 전 대표를 옹호했나에 대한 정치권의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현재로서 가장 큰 무게가 실리는 쪽은 바로 ‘개헌’이다.
개헌과 관련된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이 참 기막히다. 청와대가 개헌을 강하게 들고 나서자니 야당 측 역풍이 부담스럽고, 돌아가는 상황을 가만히 팔짱끼고 지켜보자니 개헌 바람이 점차 소멸될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전하는 개헌에 대한 MB의 입장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개헌에 대한 소신은 분명하다고 전해진다. 지난 1987년 개헌 이후 20년 넘게 시간이 흐른 만큼 헌법에도 새로운 시대상을 담아야 된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원 포인트 또는 투 포인트식 개헌은 곤란하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개헌은 국회가 직접 나서야 된다는 것이 MB의 생각이다. MB는 실제로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도 “국회가 직접 나서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청와대가 나설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MB가 지난달 23일 한나라당 지도부와의 회동 말미에 “청와대는 일절 개헌에 대해 얘기를 꺼내지 말라”라고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3년여 국정 경험을 통해 지난 헌법의 문제점을 느끼고 있지만 “직접 나서면 될 일도 안 될 수 있다”라는 것이 MB의 판단이라는 것이다.

직접 나서자니 애매하고
팔짱 끼고 보자니 답답하고

지난 역사를 살펴보면 9차례 개헌 중 6차례가 청와대 주도였다. 하지만 이승만(두 차례)·박정희(세 차례)·전두환(한 차례) 정부 등 당시 개헌은 권위주의 정부였기에 청와대의 조정이 가능했다. 1987년 이후의 대통령들은 개헌을 추진했거나 개헌 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성공에 이르지는 못했다.

다시 개헌론이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은 당·청 회동 직후인 지난달 23일 이후다. MB의 개헌 소신과 아이디어가 여당 지도부에 전달된 바로 그 시점이다. 그 전까지는 대통령 ‘특별임무’를 담당하는 이재오 장관만 홀로 고군분투(孤軍奮鬪)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당·청 회동 시점 이후 친이계를 중심으로 개헌 토론회가 마련됐고, 구정 연휴 직후 시점으로 개헌 관련 의원총회 일정(2월8~10일)도 잡혔다. 결국 돌아가는 모양새로 보면 이 대통령이 입을 뗀 후 모든 일들이 일사분란하게 진행되고 있다.

헌법 개정이 발의돼 국회 의결을 통과해도 국민투표를 거쳐야 최종적으로 ‘개헌’이 확정된다. 결국 국민 지지 없이 개헌은 이루어질 수 없다.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 오랜 숙성 기간이 필요한 만큼 집권 초 개헌이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정치권 시각이다. 하지만 MB는 집권 3개월 만에 ‘광우병 파동’과 ‘전 세계적 금융위기’를 겪으며 개헌 추진의 적절한 시기를 놓친 측면이 없지 않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도 개헌과 관련된 질문에 “개헌은 국민적 공감이 필요하다”면서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개헌에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박 전 대표는 현재 국민이 필요로 하는 것은 개헌이 아닌 ‘복지’라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친이계 쪽의 ‘박근혜 떠보기’ 시도에 쉽사리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MB의 현재 입장에서는 박 전 대표가 자신의 손을 들어줘 ‘개헌 논의’에 탄력이 붙는 모양새가 최선이다. ‘국민 여론’만 편승되면 박 전 대표도 결국 움직이게 될 것이라는 것이 청와대쪽 분위기고, 실제 박 전 대표측과 협상 여지도 ‘없지 않다’고 판단하는 상태다.
이 같은 생각의 청와대와 친이계는 이번 구정 연휴 기간 동안 ‘설 민심’을 ‘개헌 민심’쪽으로 묶어 두기 위한 사전 행보에 일찌감치 돌입했다. 지난달 23일 당·청 회동을 통해 청와대 쪽에서는 큰 틀에서 개헌 이슈를 던진 상태다.

개헌 최종관문 ‘국민투표’
정치권보다 국민 설득해야

친이계 측에서도 이에 질세라 개헌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다. 개헌에 대한 긍정적 여론 확산을 위해 ‘개헌 전도사’ 이재오 특임장관은 회동 바로 다음 날인 지난달 24일 사단법인 ‘푸른한국’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헌법은 시대정신의 반영이고 시대 흐름에 따라 법도 고쳐져야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사흘 뒤 한나라당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가 국회에서 개최한 ‘개헌 토론회’에 참석, 30분 가까이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개헌 추진 반대 목소리도 함께 나오며 논쟁은 다시금 강하게 번져 나갔다. 친박계 이성헌 의원은 “국민이 원하지 않는 개헌을 이 시점에서 굳이 논의하겠다는 것은 몇몇 사람들이 자기들이 맡은 소임을 다하려는 것”이라며 “이 문제로 인해 당내, 여야, 국민 내부에서 의견이 나눠지게 되면 나라가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지금 (개헌) 시기를 이미 상실했다”라고 반기를 들었다.

‘개헌 종결’은 ‘국민투표’ 결국 여론 편승해야
설 연휴 통해 여론 올라타고 박근혜 설득?

당내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 21’ 간사 김성태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개헌 같은 국가적 현안을 다룰 때는 그 목표와 비전, 일정 등을 분명히 정한 다음 야당과 국민 설득에 나서야 하는 것”이라며 “현재 정치권이 자가 발전 개헌론에 국민을 끌어들이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라고 말했다.

MB와 이 장관이 생각하는 개헌 논의 가능 시점은 2011년 상반기다. MB의 임기중 개헌이 추진되려면 각종 진행 절차를 감안했을 때 상반기가 마지노선이라는 생각이다. 친이계 측에서는 설 연휴 지나고 당에서 추진하는 개헌 의총을 진행한 뒤, 개헌 논의의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치권 일각에서박 전 대표측과 논의가 불발될 경우, 결국 청와대와 친이계가 야권 쪽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야당 일부에서는 애당초 개헌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기 때문에 개헌 공론화 과정에서 이견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임기 내 추진 최후 시점
‘박근혜’ 안되면 야권으로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개헌의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한 상태고,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도 개헌을 통해 ‘강소국 연방제’를 꿈꾸고 있다.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범야권 인사들도 일부 있는 상태다.

현재 ‘분당을’ ‘김해을’‘순천’을 제외한 296석의 의석 분포를 대략적으로 나눠보면 ‘친이계(90)’ ‘친박계(50)’ ‘한나라 중립(30)’ ‘민주(86)’ ‘선진(16)’ ‘미래희망(8)’ ‘기타 정당 및 무소속(16)’석이다. 지난해 8월 MB가 이 장관에게 ‘특별 임무’를 부여할 당시보다 친이계 의석수는 20여석 가까이 줄어든 상태다. 친이계의 줄어든 의석수는 중립 지대와 친박계쪽으로 흘러 들어갔다. 개헌안 의결을 위해서 198석의 의석이 필요하다.

개헌의 수레바퀴는 돌고 돌아, 결국 설 연휴 기간을 통한 ‘민심 설득’ 수순으로 넘어갔다. 개헌을 확정 짓는 마무리(국민 투표)를 하는 것도 국민이고,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를 진지하게 벌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결국 최고 권력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아닌 국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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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 전 총리는 이미 내란죄 공범으로 지목돼 수사 대상에 올랐다. 그래서 살길을 열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다. 과연 그 절실함은 ‘방탄’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일,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설은 지난해 9월부터 거론됐다. 한 전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등 야당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면서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그 당시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건재했다. 따라서 모두가 차기 대선이 오는 2027년에 진행될 것이라고 여기던 시점이었다. 윤 어게인 대타 역할?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헌법재판소서 파면돼 정계서 사라졌다. 차기 대선은 오는 6월3일로 앞당겨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란 절대 강적을 이길 방법을 놓고,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에선 다양한 논의가 일어났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는 그 다양한 논의 중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비롯돼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서 퍼졌던 ‘윤 어게인’이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한 전 총리는 지난달 8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주요 보직 임명 자체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이 처장이 내란 공모 혐의 피의자란 사실도 큰 문제였다. 한 전 총리와 이 처장은 이미 지난해 12월 경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 2월엔 소환 조사까지 받았다. 이 처장을 지명했던 시점은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였기 때문에 “한 전 총리가 추후 진행될지도 모르는 국민의힘 정당해산심판 방어에 협조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심도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란 거대한 사건의 공범 의혹을 받는 사람들끼리 상부상조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의심이었다. 이는 곧 “윤 어게인의 구체적 구현일 수도 있다”는 흐름으로 연결됐다. 윤 어게인의 본질은 윤 전 대통령의 복귀 추진이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을 지냈고, 파면됐다. 헌법·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다시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친윤(친 윤석열)계 진영 일각서도 이를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의 정신과 노선을 계승한다는 취지를 본질로 삼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 대신 출마하는 것”이란 해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한 전 총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윤 전 대통령을 총리로 지명할 수도 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년 중임제인 헌법 규정 때문에 지난 2008년엔 3선을 위한 출마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통합 러시아 대표가 대신 출마해 당선됐고, 푸틴 대통령은 총리로서 실권을 휘둘렀다. 메드베데프 대표는 푸틴 대통령의 첫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내는 등 정치 경력이 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정치 경험이 전혀 없다. 메드베데프 대표조차 대통령 재임 당시 바지사장·허수아비로 통했다. 따라서 한 전 총리가 설령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행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한 전 총리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정치 기반은 국민의힘 내 친윤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현실적 구도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처럼 총리로서 국정을 주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까지 나온 것이다. 푸틴·메드베데프처럼… ‘윤 총리’ 임명 관측도 이 같은 조롱 섞인 관측에 굴하지 않고, 한 전 총리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만 75세의 나이에 강한 정치적 집념을 보이는 이유로는 ‘내란 혐의 피의자’라는 현실적인 상황이 언급된다. 김 전 장관은 수사기관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계엄법 규정대로 한 전 총리를 거쳐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한 전 총리도 비상계엄 실행에 참여한 것이 된다. 물론 한 전 총리는 이를 일관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아니더라도,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심의 소집 협조·참여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 건의 회피의 다수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내란죄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제는 ‘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사람도 없다. 이렇게 되면, 한 전 총리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수사기관에 줄곧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 재판을 거쳐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 전 총리로선 생존을 위해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 후보의 집권을 막거나, 자신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스로 대선에 출마해 이 후보의 경쟁자를 자처함으로써, 향후 진행될 가능성이 큰 수사에 대해 “대선 경쟁자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민의힘에도 큰 여파를 남겼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수시로 대표·비상대책위원장을 교체하면서 집요하게 당 장악에 집착했다. 지난 2022년 7월엔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가 공개됐고, 윤 전 대통령은 여기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일컬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지칭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거나 반발하는 것을 ‘내부 총질’로 인식한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당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했다. 대통령이 당 장악에 집착하면, 내부서 차기 주자를 키우기 어렵다. 국민의힘의 인물난은 전직 대통령들의 지나친 당 장악 집착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면서 외부인을 대선후보로 옹립하는 기조가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연결됐다. 국민의힘이 한 전 총리에게 강한 시선을 두는 이유 중 하나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반면교사를 거론할 수 있다. 권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중진들은 겉으로는 윤 전 대통령에게 전혀 반기를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감정이 있다. 사실은 당권 경쟁?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2022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한다”는 취지의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을 제시했다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일각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어 부위원장직서 해임됐고, 당 대표 출마마저 저지당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당 대표로 선출됐지만,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이 주도하던 혁신위원회와의 갈등 끝에 사퇴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게 대표직 유지를 조건으로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지만, 김 의원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 대한 격노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자신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던 날 윤 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자 “뭐하는 거야, 이게 지금”이라고 말하는 등 순간적으로 반발 심리를 드러냈다. 이렇듯 국민의힘 주요 중진과 경선 출마자 중 상당수는 윤 전 대통령과 상당한 갈등 끝에 손해를 본 기억이 있다. 이들이 윤 전 대통령 같은 강성이 대통령후보로 출마하는 것을 원할 가능성은 적다. 이번 대선서 범 국민의힘 계열 대선후보들은 이 후보와의 승부서 이길 가능성이 적으므로, 경선은 사실상 당권 경쟁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대권후보들도 당권에 강한 아쉬움이 있다. 당 대표에 취임했다가 당내 주류들과의 갈등 끝에 힘없이 물러났던 경험이 있고, 당으로부터 등을 떠밀려 출마했던 선거서 패배해 치욕을 겪은 적이 있다. 이들이 다시 당권주자로 등장하는 것을 중진들이 원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따라서 당 대표를 다시 세운다고 하더라도, 의원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풀어나갈 사람을 선호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평생 관료로 살았고, 국민의힘·민주당 정권서 모두 총리를 지냈던 한 전 총리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카드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헌법재판소가 위헌이 아니라고 인정했다지만, 한 전 총리는 “여당 대표와 정기적으로 회동하면서 책임총리의 권한을 행사한다”는 과도 정부체제를 발표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들은 적도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한 전 총리가 이래도 따르고, 저래도 따를 것”이라고 인식했을 여지가 있다. 그래서인지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에게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수사 피해 대선 출마? 자당 대선후보와 외부 대선후보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자당 대선후보에 대한 적대감으로부터 비롯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의 단일화도 노 전 대통령에게 적대적인 당시 새천년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후보 단일화 협의회(이하 후단협)를 구성해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한 후 진행됐던 것이었다. 이 갈등은 노 전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으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직계 의원들과 함께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그러자 새천년민주당은 한나라당과 협조해 노 전 대통령을 탄핵했다. 이 같은 연유로 당시의 후단협은 지금도 안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다. 그런데도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외부 정치 원로에게 단일화 지원을 요청했단 것은 당내 대권주자들과의 불신·갈등을 외부로 드러내는 것과 다름없다. 약점이 있는 사람은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다. 한 전 총리는 현재 내란중요임무종사자란 의심을 받고 있다. 형법 제87조 제2호에 따르면, 내란중요임무종사자는 최대한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5년 이상의 징역형이다.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혐의가 적용돼 수사를 받고 있어서 국민의힘의 지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 지원을 매개로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은 하나가 될 수 있다. “정치 보복”과 “야당 탄압”이란 구호로 함께 묶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점이 있다고 해서 아무 목소리도 못낼 것이란 기대는 섣부른 것일 수도 있다. 한 전 총리 못지않게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사람은 한 전 총리의 부인 최아영 여사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해 12월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최 여사는 화가이자 미술계의 큰손”이라며, “무속에 너무 심취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 여사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무속의 지배를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부인 무속·해몽 일화 정치 공세 가능성도 최 여사에 대해선 한 전 총리의 인사청문회서도 같은 논란이 제기됐던 적이 있다.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최 여사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어느 여성이 강남에 있는 유명 점집을 함께 드나드는 사이란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 전 총리는 “공직 생활 동안 명리학에 대한 배우자의 관심이 공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일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최 여사가 무속에 관심을 가진단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공개적으로 거론됐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는 지난 2014년 8월 <조선일보> 연재 칼럼 <조용헌 살롱>서 최 여사의 해몽 과정을 언급했다. 칼럼에 따르면, 최 여사는 한 전 총리가 무역협회장이 되기 전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가 자신의 침실로 들어오는 꿈을 꿨다.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장이 되기 전엔 헬리콥터 조종사가 권총으로 부부를 쏘는 꿈을 꿨다. 부총리가 되기 전엔 스프링 콩콩을 타고 뛰는 꿈을 꿨다. 현재 소유 중인 주택을 사들이기 전엔 집이 물에 잠겨 물바다가 되는 꿈도 꿨다. 최 여사는 특이한 꿈을 꾸면 ‘영험한 해몽가’로 알려졌던 고 임훈씨와 해몽 상담을 했다고 전해진다. 최태민씨 일가가 박근혜 전 대통령 일가에 접근한 연결고리 중 하나가 해몽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심상치 않은 대목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아울러 역사적으로 해몽은 야심을 동반한단 측면서 의미심장하다. 신라 원성왕과 조선 태조 이성계 등 권좌에 오른 사람의 설화 중엔 꿈과 해몽이 곁들여진 사례가 많다. 최 여사가 정기적으로 해몽가를 방문했단 것이 사실이라면, 야심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 대목이 사실이라면, 두 전직 대통령의 전례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국민의힘이 세 번째 배신을 당할 가능성으로 연결될 소지가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은 임기 내내 주변인의 구설수로부터 야당의 공세가 시작돼 파면됐단 공통점이 있다. 대선서 낙선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정당들로부터 파상 공세를 당해 체면을 구기거나 끊임없이 이어질 정치 공세의 소재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한 전 총리까지 포함한 빅텐트를 친다고 해서, 밝은 미래를 장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후보는 시종일관 강고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7일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명백한 중범죄자를 봐주는 것이 정치적으로 바람직한지는 국민 판단에 따를 일”이라고 말했다. 압도적 의석 이재명 경고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던 이 후보가 윤 전 대통령 등 비상계엄 관련 사안에 대해선 이를 적용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이 후보가 집권한다면, 압도적 의석을 가진 여당과 그 여당을 일극 체제로 지배하는 대통령을 배경으로 진행될 각종 수사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특히 이 후보는 한 전 총리에 대해서도 “내란 주요 종사자들과 부화뇌동자들이 여전히 정부의 중요 직책을 갖고 남아있는 것 같다”며 “내란 세력이 끊임없이 귀환을 노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의 발언이기 때문에 의미심장하다.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의 ‘몸부림’은 이를 막는 방패가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