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론’ 승부수 띄운 ‘위기의 남자’ MB 속내

‘설 민심’ 떠보고 괜찮으면 그대로 밀어붙여!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3일 신년특별연설을 통해 “서민 희망 3대 예산을 올해 핵심과제로 편성했고 중산층까지 보육료 전액을 국가가 책임지며 다문화 가정 보육료도 전액 지원한다”라는 정책을 공표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한정된 국가 재정으로 무차별적 시혜를 베풀고 환심을 사려는 복지 포퓰리즘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라면서 “복지 포퓰리즘은 재정 위기를 초래해 국가의 장래와 복지 그 자체를 위협한다”라고 위험성을 경고했다.

신년 연설 통해 ‘박근혜 복지’ 손 들어준 MB
꺼져가는 ‘개헌 불씨’ 보다 못해 직접 살려

이명박 대통령(MB)이 신년특별연설에서 ‘맞춤형 복지’를 언급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됐다. MB는 연설에서 “개인이 태어나 노후까지 생애주기에 맞게 자아실현과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해야된다. 맞춤형 복지로 촘촘히 혜택을 드리는 것을 우선적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른바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강조했다.

신정 때 내가 도와줬으니
구정 때 나 좀 도와줘~

이 같은 MB의 복지 발언은 여권 유력 대권주자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한국형 복지’ 내용과 정확히 일치한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0일 사회보장기본법 전부개정안 공청회에서 “전 국민에게 각자 평생 단계마다 꼭 필요한 것을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생애주기에 따라 맞춤형 복지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당시 MB가 박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준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추후 뭔가를 주고받기(Give&Take) 위한 포석이었다는 이유에서다.

MB가 무엇을 받기 위해 박 전 대표를 옹호했나에 대한 정치권의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현재로서 가장 큰 무게가 실리는 쪽은 바로 ‘개헌’이다.
개헌과 관련된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이 참 기막히다. 청와대가 개헌을 강하게 들고 나서자니 야당 측 역풍이 부담스럽고, 돌아가는 상황을 가만히 팔짱끼고 지켜보자니 개헌 바람이 점차 소멸될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전하는 개헌에 대한 MB의 입장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개헌에 대한 소신은 분명하다고 전해진다. 지난 1987년 개헌 이후 20년 넘게 시간이 흐른 만큼 헌법에도 새로운 시대상을 담아야 된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원 포인트 또는 투 포인트식 개헌은 곤란하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개헌은 국회가 직접 나서야 된다는 것이 MB의 생각이다. MB는 실제로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도 “국회가 직접 나서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청와대가 나설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MB가 지난달 23일 한나라당 지도부와의 회동 말미에 “청와대는 일절 개헌에 대해 얘기를 꺼내지 말라”라고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3년여 국정 경험을 통해 지난 헌법의 문제점을 느끼고 있지만 “직접 나서면 될 일도 안 될 수 있다”라는 것이 MB의 판단이라는 것이다.

직접 나서자니 애매하고
팔짱 끼고 보자니 답답하고

지난 역사를 살펴보면 9차례 개헌 중 6차례가 청와대 주도였다. 하지만 이승만(두 차례)·박정희(세 차례)·전두환(한 차례) 정부 등 당시 개헌은 권위주의 정부였기에 청와대의 조정이 가능했다. 1987년 이후의 대통령들은 개헌을 추진했거나 개헌 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성공에 이르지는 못했다.

다시 개헌론이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은 당·청 회동 직후인 지난달 23일 이후다. MB의 개헌 소신과 아이디어가 여당 지도부에 전달된 바로 그 시점이다. 그 전까지는 대통령 ‘특별임무’를 담당하는 이재오 장관만 홀로 고군분투(孤軍奮鬪)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당·청 회동 시점 이후 친이계를 중심으로 개헌 토론회가 마련됐고, 구정 연휴 직후 시점으로 개헌 관련 의원총회 일정(2월8~10일)도 잡혔다. 결국 돌아가는 모양새로 보면 이 대통령이 입을 뗀 후 모든 일들이 일사분란하게 진행되고 있다.

헌법 개정이 발의돼 국회 의결을 통과해도 국민투표를 거쳐야 최종적으로 ‘개헌’이 확정된다. 결국 국민 지지 없이 개헌은 이루어질 수 없다.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 오랜 숙성 기간이 필요한 만큼 집권 초 개헌이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정치권 시각이다. 하지만 MB는 집권 3개월 만에 ‘광우병 파동’과 ‘전 세계적 금융위기’를 겪으며 개헌 추진의 적절한 시기를 놓친 측면이 없지 않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도 개헌과 관련된 질문에 “개헌은 국민적 공감이 필요하다”면서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개헌에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박 전 대표는 현재 국민이 필요로 하는 것은 개헌이 아닌 ‘복지’라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친이계 쪽의 ‘박근혜 떠보기’ 시도에 쉽사리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MB의 현재 입장에서는 박 전 대표가 자신의 손을 들어줘 ‘개헌 논의’에 탄력이 붙는 모양새가 최선이다. ‘국민 여론’만 편승되면 박 전 대표도 결국 움직이게 될 것이라는 것이 청와대쪽 분위기고, 실제 박 전 대표측과 협상 여지도 ‘없지 않다’고 판단하는 상태다.
이 같은 생각의 청와대와 친이계는 이번 구정 연휴 기간 동안 ‘설 민심’을 ‘개헌 민심’쪽으로 묶어 두기 위한 사전 행보에 일찌감치 돌입했다. 지난달 23일 당·청 회동을 통해 청와대 쪽에서는 큰 틀에서 개헌 이슈를 던진 상태다.

개헌 최종관문 ‘국민투표’
정치권보다 국민 설득해야

친이계 측에서도 이에 질세라 개헌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다. 개헌에 대한 긍정적 여론 확산을 위해 ‘개헌 전도사’ 이재오 특임장관은 회동 바로 다음 날인 지난달 24일 사단법인 ‘푸른한국’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헌법은 시대정신의 반영이고 시대 흐름에 따라 법도 고쳐져야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사흘 뒤 한나라당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가 국회에서 개최한 ‘개헌 토론회’에 참석, 30분 가까이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개헌 추진 반대 목소리도 함께 나오며 논쟁은 다시금 강하게 번져 나갔다. 친박계 이성헌 의원은 “국민이 원하지 않는 개헌을 이 시점에서 굳이 논의하겠다는 것은 몇몇 사람들이 자기들이 맡은 소임을 다하려는 것”이라며 “이 문제로 인해 당내, 여야, 국민 내부에서 의견이 나눠지게 되면 나라가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지금 (개헌) 시기를 이미 상실했다”라고 반기를 들었다.

‘개헌 종결’은 ‘국민투표’ 결국 여론 편승해야
설 연휴 통해 여론 올라타고 박근혜 설득?

당내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 21’ 간사 김성태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개헌 같은 국가적 현안을 다룰 때는 그 목표와 비전, 일정 등을 분명히 정한 다음 야당과 국민 설득에 나서야 하는 것”이라며 “현재 정치권이 자가 발전 개헌론에 국민을 끌어들이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라고 말했다.

MB와 이 장관이 생각하는 개헌 논의 가능 시점은 2011년 상반기다. MB의 임기중 개헌이 추진되려면 각종 진행 절차를 감안했을 때 상반기가 마지노선이라는 생각이다. 친이계 측에서는 설 연휴 지나고 당에서 추진하는 개헌 의총을 진행한 뒤, 개헌 논의의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치권 일각에서박 전 대표측과 논의가 불발될 경우, 결국 청와대와 친이계가 야권 쪽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야당 일부에서는 애당초 개헌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기 때문에 개헌 공론화 과정에서 이견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임기 내 추진 최후 시점
‘박근혜’ 안되면 야권으로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개헌의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한 상태고,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도 개헌을 통해 ‘강소국 연방제’를 꿈꾸고 있다.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범야권 인사들도 일부 있는 상태다.

현재 ‘분당을’ ‘김해을’‘순천’을 제외한 296석의 의석 분포를 대략적으로 나눠보면 ‘친이계(90)’ ‘친박계(50)’ ‘한나라 중립(30)’ ‘민주(86)’ ‘선진(16)’ ‘미래희망(8)’ ‘기타 정당 및 무소속(16)’석이다. 지난해 8월 MB가 이 장관에게 ‘특별 임무’를 부여할 당시보다 친이계 의석수는 20여석 가까이 줄어든 상태다. 친이계의 줄어든 의석수는 중립 지대와 친박계쪽으로 흘러 들어갔다. 개헌안 의결을 위해서 198석의 의석이 필요하다.

개헌의 수레바퀴는 돌고 돌아, 결국 설 연휴 기간을 통한 ‘민심 설득’ 수순으로 넘어갔다. 개헌을 확정 짓는 마무리(국민 투표)를 하는 것도 국민이고,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를 진지하게 벌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결국 최고 권력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아닌 국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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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