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재계' 서열 막전막후

박근혜 정부 들어 울고 웃은 기업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재계 판도가 어떻게 변할지 지켜보는 일은 나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이런 와중에 재계 서열에 균열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건실한 성장을 거듭하는 곳이 있는 반면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몇몇 기업은 뒷걸음질이 예상된다.

재계 서열재편 시나리오가 감지되는 분위기다. 당장 서열 하락이 예상되는 기업은 한진그룹, 현대그룹 등이 꼽힌다. 공통적으로 최근 부실 계열사 및 오너 일가의 비리 혐의 등으로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린 기업이다.

내우외환에
서열 뒷걸음

공정거래위원회 대규모기업집단 그룹관련현황을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한진그룹의 전체 공정자산은 약 37조원이다. 계열사별로 살펴보면 대한항공이 23조원으로 가장 많고 한진해운이 약 7조4000억원으로 두 번째다. 만약 한진해운이 계열분리 된다면 그룹 자산은 29조원대로 주저앉게 된다.

한진해운의 계열분리는 한진그룹의 외형 축소뿐만 아니라 대외적 입지 하락으로 연결된다. 현재 한진그룹의 재계 순위는 11위. 한진해운이 떨어져 나가면 한진그룹의 재계 순위는 2계단 하락한 13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규모 리스크도 마찬가지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여부에 따라 대주주인 대한항공이 일정부분 손실을 감당해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주가에 변동이 생기거나 글로벌 경영 환경서 최고 경영진에 대한 신뢰도에 금이 갈 수 있다.


물론 그룹의 주축은 대한항공인 만큼 재무적으로는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오히려 부실 계열사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일단 오는 25일로 예정된 추가 자구안 내용에 따라 채권단의 승인 혹은 다시 추가 내용을 내야 할 수도 있다.

계열사 부실·오너리스크에 지각변동
내우외환 기업들 추락…탈락 조짐도

재계 5위 롯데그룹 역시 재계순위 추락 위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룹의 성장동력으로 추진했던 사업 상당수가 원안대로 행해지기 힘들어진 분위기 탓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4월 초 발표한 대기업집단 지정현황을 보면 롯데그룹의 자산 총액은 103조3000억원으로 105조9000억원인 4위 LG그룹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지난해 불거진 경영권 분쟁에 이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 상실, 호텔롯데 상장 불발 등으로 성장세가 단숨에 꺾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상장 불발로 최소 2조8800억원의 자금 조달이 무산됐다. 롯데는 이 자금 중 2조870억원가량을 해외 면세점 인수와 면세점 신규 오픈 및 확장 등에 활용할 계획이었다.

물론 롯데그룹의 재계 서열이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재계 6위인 포스코와 자산총액 격차가 20조원, 재계 7위인 GS그룹과는 40조원까지 벌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롯데그룹의 뒤숭숭한 분위기가 그룹의 위상하락에 그치지 않고 자산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완전히 부인하긴 힘들다.

부실 계열사
위상 급추락


한진그룹과 롯데그룹은 재계 순위가 하락해도 대기업이라는 지위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그나마 나은 축이다. 현대그룹은 이마저도 힘든 상황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 재계 서열 1위였던 현대그룹의 위상을 생각하면 더욱 놀라운 결과다.

지난달 5일 현대상선은 신주 상장을 완료하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됐다. 현대상선은 고 정몽헌 회장이 1981년부터 1988년까지 약 8년간 국내 최대 종합해운업 기업으로 급성장시킨 기업이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물동량이 감소하면서 현대상선의 경영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이 과정서 현대그룹은 연이은 계열사 매각을 통해 끝까지 현대상선을 붙잡고자 했지만 결국 떠나보내야 했다. 

현대상선을 잃은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아산, 현대유엔아이 등 남은 계열사 10개를 포함 자산 2조7000억원 수준의 중견기업으로 새 출발한다. 대기업집단의 기준이 되는 자산총액 10조원 기준에 턱없이 미달하는 셈이다.

재계에선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아산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가 재편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국내 1위 엘리베이터 제조업체로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4487억원, 영업이익 1565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현대아산의 경우 최근 국내 건설·토목 분야 수익성 회복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집단 기준이 자산 10조원 이상으로 조정되며 현대그룹이 재계 순위에서 빠지는 것은 기정사실화됐다”며 “주요 계열사 부실에 따른 사세위축은 뼈아픈 결과지만 현대엘리베이터 중심으로 사업구조가 재편되면 실속은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쪼그라든 사세
빛 바랜 옛 영광

한진그룹, 롯데그룹, 현대그룹이 위상 하락을 걱정하는 사이 하림그룹은 내년부터 대기업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그간 하림그룹은 연이은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웠다. 지난해 6월 팬오션을 인수한 뒤 자산 규모는 9조9000억원으로 늘었다. 자산을 1000억원 늘리면 대기업집단에 소속된다.

인수 첫 해 팬오션은 매출 1조7606억원, 영업이익 2298억원을 기록했다. 2014년도와 비교하면 매출은 13.22%, 영업이익은 7.07%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들어서도 팬오션은 39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증권업계는 벌크 마진 회복을 이유로 하반기 실적도 양호할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새다.

하림그룹의 사업 부문에서 해운이 차지하는 비중은 28%로 가장 높다. 다음이 사료 23%, 양돈 15%, 유통 7% 등으로 다각화됐다. 이는 그룹 내부서도 팬오션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해석할 수 있다.

순식간에 중견그룹으로 내려앉아
덩치 불려 속속 안착…진입 눈앞도

재계 순위 20위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향후 재계 순위를 뒤흔들 복병으로 분류된다. 일단 금호타이어 인수 여부가 회사의 순위를 가늠하는 나침반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타이어를 인수해 그룹 재건에 방점을 찍겠다는 의지를 누차 보여줬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홀딩스를 통해 금호타이어 인수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은 42.1%, 인수 가격은 약 1조원으로 추정되는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을 가지고 있다.

덩치 불리는
숨겨진 복병들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게 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산총액은 20조원 이상으로 늘어난다. 금호타이어는 6월 말 기준 자본금 7899억원, 자본총계 1조2086억원, 부채총계 3조9436억원, 자산총계 5조1522억원의 재무구조를 갖고 있다. 현재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산총계는 약 15조원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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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