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재계' 서열 막전막후

박근혜 정부 들어 울고 웃은 기업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재계 판도가 어떻게 변할지 지켜보는 일은 나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이런 와중에 재계 서열에 균열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건실한 성장을 거듭하는 곳이 있는 반면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몇몇 기업은 뒷걸음질이 예상된다.

재계 서열재편 시나리오가 감지되는 분위기다. 당장 서열 하락이 예상되는 기업은 한진그룹, 현대그룹 등이 꼽힌다. 공통적으로 최근 부실 계열사 및 오너 일가의 비리 혐의 등으로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린 기업이다.

내우외환에
서열 뒷걸음

공정거래위원회 대규모기업집단 그룹관련현황을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한진그룹의 전체 공정자산은 약 37조원이다. 계열사별로 살펴보면 대한항공이 23조원으로 가장 많고 한진해운이 약 7조4000억원으로 두 번째다. 만약 한진해운이 계열분리 된다면 그룹 자산은 29조원대로 주저앉게 된다.

한진해운의 계열분리는 한진그룹의 외형 축소뿐만 아니라 대외적 입지 하락으로 연결된다. 현재 한진그룹의 재계 순위는 11위. 한진해운이 떨어져 나가면 한진그룹의 재계 순위는 2계단 하락한 13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규모 리스크도 마찬가지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여부에 따라 대주주인 대한항공이 일정부분 손실을 감당해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주가에 변동이 생기거나 글로벌 경영 환경서 최고 경영진에 대한 신뢰도에 금이 갈 수 있다.

물론 그룹의 주축은 대한항공인 만큼 재무적으로는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오히려 부실 계열사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일단 오는 25일로 예정된 추가 자구안 내용에 따라 채권단의 승인 혹은 다시 추가 내용을 내야 할 수도 있다.

계열사 부실·오너리스크에 지각변동
내우외환 기업들 추락…탈락 조짐도

재계 5위 롯데그룹 역시 재계순위 추락 위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룹의 성장동력으로 추진했던 사업 상당수가 원안대로 행해지기 힘들어진 분위기 탓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4월 초 발표한 대기업집단 지정현황을 보면 롯데그룹의 자산 총액은 103조3000억원으로 105조9000억원인 4위 LG그룹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지난해 불거진 경영권 분쟁에 이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 상실, 호텔롯데 상장 불발 등으로 성장세가 단숨에 꺾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상장 불발로 최소 2조8800억원의 자금 조달이 무산됐다. 롯데는 이 자금 중 2조870억원가량을 해외 면세점 인수와 면세점 신규 오픈 및 확장 등에 활용할 계획이었다.

물론 롯데그룹의 재계 서열이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재계 6위인 포스코와 자산총액 격차가 20조원, 재계 7위인 GS그룹과는 40조원까지 벌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롯데그룹의 뒤숭숭한 분위기가 그룹의 위상하락에 그치지 않고 자산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완전히 부인하긴 힘들다.

부실 계열사
위상 급추락

한진그룹과 롯데그룹은 재계 순위가 하락해도 대기업이라는 지위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그나마 나은 축이다. 현대그룹은 이마저도 힘든 상황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 재계 서열 1위였던 현대그룹의 위상을 생각하면 더욱 놀라운 결과다.

지난달 5일 현대상선은 신주 상장을 완료하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됐다. 현대상선은 고 정몽헌 회장이 1981년부터 1988년까지 약 8년간 국내 최대 종합해운업 기업으로 급성장시킨 기업이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물동량이 감소하면서 현대상선의 경영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이 과정서 현대그룹은 연이은 계열사 매각을 통해 끝까지 현대상선을 붙잡고자 했지만 결국 떠나보내야 했다. 

현대상선을 잃은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아산, 현대유엔아이 등 남은 계열사 10개를 포함 자산 2조7000억원 수준의 중견기업으로 새 출발한다. 대기업집단의 기준이 되는 자산총액 10조원 기준에 턱없이 미달하는 셈이다.

재계에선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아산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가 재편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국내 1위 엘리베이터 제조업체로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4487억원, 영업이익 1565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현대아산의 경우 최근 국내 건설·토목 분야 수익성 회복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집단 기준이 자산 10조원 이상으로 조정되며 현대그룹이 재계 순위에서 빠지는 것은 기정사실화됐다”며 “주요 계열사 부실에 따른 사세위축은 뼈아픈 결과지만 현대엘리베이터 중심으로 사업구조가 재편되면 실속은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쪼그라든 사세
빛 바랜 옛 영광

한진그룹, 롯데그룹, 현대그룹이 위상 하락을 걱정하는 사이 하림그룹은 내년부터 대기업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그간 하림그룹은 연이은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웠다. 지난해 6월 팬오션을 인수한 뒤 자산 규모는 9조9000억원으로 늘었다. 자산을 1000억원 늘리면 대기업집단에 소속된다.

인수 첫 해 팬오션은 매출 1조7606억원, 영업이익 2298억원을 기록했다. 2014년도와 비교하면 매출은 13.22%, 영업이익은 7.07%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들어서도 팬오션은 39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증권업계는 벌크 마진 회복을 이유로 하반기 실적도 양호할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새다.

하림그룹의 사업 부문에서 해운이 차지하는 비중은 28%로 가장 높다. 다음이 사료 23%, 양돈 15%, 유통 7% 등으로 다각화됐다. 이는 그룹 내부서도 팬오션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해석할 수 있다.

순식간에 중견그룹으로 내려앉아
덩치 불려 속속 안착…진입 눈앞도

재계 순위 20위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향후 재계 순위를 뒤흔들 복병으로 분류된다. 일단 금호타이어 인수 여부가 회사의 순위를 가늠하는 나침반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타이어를 인수해 그룹 재건에 방점을 찍겠다는 의지를 누차 보여줬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홀딩스를 통해 금호타이어 인수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은 42.1%, 인수 가격은 약 1조원으로 추정되는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을 가지고 있다.

덩치 불리는
숨겨진 복병들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게 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산총액은 20조원 이상으로 늘어난다. 금호타이어는 6월 말 기준 자본금 7899억원, 자본총계 1조2086억원, 부채총계 3조9436억원, 자산총계 5조1522억원의 재무구조를 갖고 있다. 현재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산총계는 약 15조원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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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