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최초보도 이후…> 청담동 백만장자 신세

개미들 피빨아 슈퍼카 샀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터질 게 터졌다. <일요시사>는 한 달 전 1071호에서 ‘청담동 백만장자 사기행각 의혹’을 단독보도, 이희진씨의 사기 행각을 낱낱이 파헤쳤다. 구속되기 전까지 이씨는 사기 행각을 극구 부인하며 회원들을 기만해 왔다. 그렇게 당당했던 이씨가 결국 쇠고랑을 찼다.

청담동 백만장자 이희진(30)씨가 법정에 서게 됐다. 검찰은 지난 7일, 늦은 밤 이씨를 구속했다. 법원은 이씨가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이씨는 검찰에 긴급체포돼 이틀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으며 황색 수감복을 입고 흰색 마스크를 쓴 채 초췌한 얼굴로 서울남부지법 청사에 나타났다.

이씨의 모습을 언론을 통해 본 피해자들은 하나 같이 통쾌하다는 반응이다. 피해자 A씨는 “명품을 그렇게 찾더니 이제야 어울리는 옷을 찾았네”라고 말했다.

그렇게 당당하더니…

이번 사건은 각종 커뮤니티서 이씨의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일요시사>는 7월 초부터 이씨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한 피해자들과 만나 이들의 탄원서와 주식 투자 내역 등을 입수, 같은 달 18일 ‘청담동 백만장자 사기행각 의혹’을 보도했다.

보도 이후 파장은 일파만파 퍼졌다. 당시 이 기사는 16만건이 넘는 독자들이 보며 이씨의 회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현재 ‘이희진 피해자모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모씨는 “보도가 나가기 전까지 회원들은 이씨가 사기꾼이라는 확신이 없었다”며 “하지만 언론에 이씨에 대한 기사가 나가자 ‘우리가 뒤통수를 맞았다’는 문제의식이 회원들 사이에서 생겼다”고 말했다.


이씨는 긴급체포 직전까지도 이런 의혹들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언론을 통해 관련된 의혹이 쏟아져도 이씨는 “나는 당당하다” “언론들이 허위사실을 쓰고 있다” “안심해라” 등으로 회원들을 기만해왔다. 하지만 이씨는 결국 검찰에 긴급체포됐다. 체포된 이후 그의 모든 SNS 계정은 폐쇄돼거나 비공개로 전환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서봉규 부장검사)는 허위 주식정보를 퍼뜨리고 헐값에 산 장외주식을 비싸게 팔아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으로 이씨를 지난 5일 긴급체포했다.

이후 서울남부지법 김선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사실에 대한 소명이 있고,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지난 7일 구속영장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이씨와 무인가 투자업체를 운영하며 투자 자금을 모은 동생 이희문(28)씨에게도 같은 날 오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금융위원회로부터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고 투자매매회사를 설립, 2014년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1670억원가량의 주식을 매매했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비상장 주식에 대한 성장 가능성·전망 등을 방송에서 사실과 다르게 포장해 이야기한 뒤 주식을 팔아 150억원가량의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기” 피해자들 만나 투자내역 입수
한달뒤 부당이익 혐의로 결국 구속

이씨는 2013년부터 증권방송 등에서 주식 투자 전문가로 활동했다. 유사 투자자문사를 설립해 유료 회원 1000여명을 상대로 비상장 주식을 사라고 권유해 왔다. “만기 6개월에 연 10%의 이익률을 돌려주겠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그가 추천한 주식 중 값이 폭락한 것이 많았다. 피해자들은 이씨가 가치가 낮은 장외주식이 유망하다고 속여 유료 회원들에게 비싸게 팔아 차익을 챙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씨는 블로그나 SNS에 강남 청담동 고급 주택이나 슈퍼카 사진을 올리며 재력을 과시했다. 케이블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이 가난한 환경서 아르바이트하며 자수성가한 '흙수저' 출신이라고 강조하며, 불특정 다수로부터 환심을 샀다.


또 대부분 피해자들은 방송에 출연한 이씨를 보고 투자자문사에 회원가입했고 "문제가 되면 2배로 보상하겠다"는 이씨의 말에 속아 투자했다. 이렇게 인기와 신뢰를 얻은 이씨는 수천여명의 주식 계좌 거래에 관여했다. 이씨를 고소·고발한 40명 외에도 피해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이씨에 대한 수사 의뢰를 받은 검찰은 지난달 23일, 이씨의 자택과 사무실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이달 5일 오전 이씨를 체포해 유사수신 관련 혐의 등을 집중적으로 캐묻는 등 이틀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검찰 조사에서 이씨는 무인가 투자 매매업을 한 것은 인정했다. 하지만 방송에서 허위 주식정보를 말해 부당이득을 챙긴 것과 유사수신 행위에 대해서는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가 허위 정보를 방송에서 말해 헐값의 비상장 주식을 비싸게 팔아 150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은 확인됐지만, 무인가 투자 매매업과 유사수신행위로 이씨가 챙긴 정확한 금액은 현재 파악중”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자본시장법 위반 외에도 건달 등을 동원해 회원들을 협박 및 공갈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희진 피해자 모임 관계자들은 “문제제기한 회원들에게 이씨는 자신이 데리고 다니는 건달 등을 보내며 협박했다”며 “회원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등 그동안 단체행동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회원들을 상대로 명예훼손 등을 빌미로 고소하기 일쑤였다”고 덧붙였다.

협박·공갈 의혹도

이는 그동안 이런 사기 행각이 있었음에도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많은 피해자들은 이씨의 이런 조직적인 공갈과 협박이 무서워 제대로 비판하지 못했다고 입모아 말했다. 피해자들은 검찰 조사에서 이씨의 이런 혐의까지 낱낱이 밝혀져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유사투자자문 문제는?

금융당국이 ‘청담동 백만장자’ 사건의 재발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유사투자자문업자에 대한 실태 점검에 나선다. 유사투자자문업자는 투자자를 1대1로 조언하는 투자자문사와 달리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증권 투자와 관련한 투자 정보를 간행물·방송 등으로 제공한다.

자본금 등 설립요건은 별도로 없으며 금융당국에 대표자·홈페이지·연락처·소재지 등을 신고하면 회원들에게 돈을 받고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유사투자자문업자는 금융회사로 분류되지 않아 금감원이 직접 검사에 나서 제재를 내릴 수는 없고 금융분쟁 조정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이런 탓에 유사투자자문업자는 금융당국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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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