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언론사 파워게임> ‘일진일퇴’ 다음 반격카드

한방씩 주고받고…카운터펀치 나올까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큰 싸움이 났다. <조선일보>의 우병우 민정수석 처가 부동산 매각 논란 보도. 청와대 작품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호화 전세기 접대 받은 유력 언론인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 논란. 대통령과 밤의 대통령의 대결 양상이다. 일단 송 전 주필의 사표가 수리되면서 청와대가 승기를 잡았다. 청와대는 이 기세로 <조선일보>를 잡을 것인지. 아니면 <조선일보>가 반격에 나설지. 다음 반격 카드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와 <조선일보>의 사이가 예전 같지 않다. 지난 2013년 <조선일보>는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하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혼외자식으로 한방에 날렸다. 이 때 당시 <조선일보>에 ‘모찌’(청와대서 나오는 고급 정보를 의미하는 은어)를 준 게 청와대라는 설이 파다했다. 채 전 총장을 날린 것은 청와대와 <조선일보>의 작품이라는 것. 현 정권에서 청와대와 <조선일보>는 한 배를 탄거나 마찬가지였다.

현 정권 들어
아슬한 관계로

그렇다면 청와대와 <조선일보>가 틀어진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여기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한 가지 설은 복수의 법조 기자들 사이에서 나온 이야기다.

한 일간지 법조기자는 “청와대 민정과 <조선일보>는 협력적 공생 관계다. 민정에서 <조선일보>에 고급 정보를 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1등 신문으로서 특별대우다. 이들 사이에는 핫라인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우 수석이 오면서부터 핫라인이 끊겼다. 우 수석이 <조선일보>를 쌩깠다(?)는 말이 있다. 이 때부터 <조선일보>와 우 수석의 사이가 틀어졌다”고 말했다.

두 번째 설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서 수사선상에 송 전 주필이 올랐으며, 그래서 <조선일보>가 검찰 수사를 통해 자사 간부의 멱살을 쥔 우 수석의 멱살을 되잡고 있었다는 소문이다. 하지만 이런 소문들이 설사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대표 보수 신문과 보수 권력이 대립한 현 상황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게 중론이다. 


정치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우선 청와대가 송 전 주필에 대한 수사를 지휘한 배경이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나오는 말이 보수 세력 균열 가능성이다. 보수 세력 내부에 현재 권력에 대한 불신과 거부의 기운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 비박에서는 차기 권력 창출의 주도권이 박 대통령 손에서 떠났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비박 쪽에서 <조선일보>에 우 수석에 대한 정보를 줬다는 설도 파다했다. 

채동욱 때까진 좋았는데…왜 틀어졌나
대우조선 의혹 둘러싸고 팽팽한 긴장감
 

이와 더불어 <조선일보> 역시 사사건건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논조를 실었다. 그러자 일각에선 우 수석이 나서서 <조선일보>의 멱살을 잡았다고 한다. 이 와중에 우 수석도 <조선일보>에 멱살을 잡히고 만 것이다. 청와대와 <조선일보>의 싸움의 내재적 시발점은 이렇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청와대가 <조선일보>를 한방 먹였다. 다음 <조선일보>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그래도 명세기 ‘밤의 대통령’이 가만히 당하고 있을까. 서로 쥐고 있는 카드가 무엇일지 초미의 관심사다. 이에 대한 언급을 하기 전 청와대와 <조선일보>의 싸움 과정을 알 필요가 있다. 

이번 싸움은 <조선일보>서 먼저 걸었다. 지난 7월18일 <조선일보>는 진경준·김정주·우병우 커넥션 의혹을 단독 보도했다. 우병우 민정수석 처가 1326억원 강남역 땅을 넥슨이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조선일보> 보도 이후 언론서 우 수석과 관련된 의혹이 쏟아졌다. 그 중 아들 ‘꽃보직’ 논란이 대표적이었다.

싸움 배경 두고
두가지 설 부상
 

우 수석에 대한 비리가 쏟아지자 여론은 우 수석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런데도 우 수석은 사퇴를 거부했다. 우 수석은 기자 회견서 “그만둘 생각이 없다”며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정치권에선 ‘이런 의혹에 대해 특검으로 밝혀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같은 달 26일 우 수석에 대한 감찰을 시작했다. 
 


이 감찰관이 조사에 착수한 우 수석 관련 의혹은 ▲처가 측의 법인을 이용해 재산을 축소 신고했는지 ▲진경준 검사장 승진 당시 인사검증을 소홀히 했는지 ▲의경으로 입대한 아들이 보직과 관련해 특혜를 받았는지 등이었다. 

지난달 16일 박근혜 대통령은 문화체육관광부 등 3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한 가운데 이번 개각을 통해 우 수석에 대한 신임을 재확인했다. 우 수석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된 이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정치권에서는 우 수석을 교체해야 된다는 여론이 나왔다. 

하지만, 청와대 참모들은 개각 발표 이전부터 일관되게 “우 수석 의혹은 사실로 입증된 것이 없다”며 개각과 우 수석 문제를 연결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실제로 이번 개각에서 우 수석 거취에 대한 발표는 전혀 없었다.

사실상 우 수석을 사퇴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 같은 날 MBC에서 이 감찰관이 <조선일보> 기자에게 감찰 내용을 누설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우 수석은 이 감찰관과 <조선일보> 기자를 수사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고발했다. 

여기서부터 청와대와 <조선일보>의 싸움에 불꽃이 튀기 시작한다. 다음날 <조선일보>는 박 대통령의 개각에 대해 비판했으며, 우 수석 처가가 화성 땅을 차명으로 보유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18일 이 감찰관은 직권 남용 및 횡령 혐의로 우 수석을 검찰 수사 의뢰한다. 

19일 청와대는 선전포고를 한다. 이 감찰관이 ‘특정 언론(조선일보)’ 기자에게 감찰 내용을 유출했다며 이는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라고 비판한 데 이어 “일부 언론 등 부패 기득권 세력이 ‘우병우 죽이기’에 나섰다”고 공세를 편 것이다. 공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조선일보>를 ‘부패 기득권 세력’으로 규정한 선전포고였다. 

계속되는 폭로
그 끝은 어디?
 

청와대가 굳이 ‘부패 기득권 세력’이란 표현을 쓴 이유는 곧 밝혀졌다. 지난달 26일,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호화 전세기 접대를 받은 유력 언론인이 있다고 폭로했다. 이 유력 언론인이 송 전 주필이다. 당시 김 의원은 실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같은 달 29일에는 검찰이 우 수석, 이 감찰관, <조선일보> 기자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날 김 의원은 유력 언론인이 송 전 주필이라고 폭로했다. 

같은 달 30일 <조선일보>는 1면에 우 수석의 집과 사무실은 압수수색서 제외했다고 지적했으며, ‘기자 압수수색은 우 수석 처가 땅 보도에 대한 보복인가’라는 사설을 실었다.
 

이튿날인 31일 <조선일보>는 지면 1면 하단에 송 전 주필의 사표를 수리했으며, 사과문을 올렸다. 검찰은 송 전 주필의 형제 및 부인 등 가족이 보유한 금융 계좌에 대해 자금 흐름을 전방위로 추적 중이다. 검찰은 또 송 전 주필을 출국금지 조치하고 조만간 소환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조선일보>를 때려눕힌 양상이다. 둘 간의 공방이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금방이라도 전면전으로 치달을 것 같던 살벌했던 분위기가 숨고르기에 접어들었다. 

[조선일보 선방]↓
[청와대의 반격]↓
3차전 승자는?
 


정치권과 언론계 주변에선 대체로 청와대와 <조선일보>가 이번에 두 차례 큰 싸움을 벌였다고 평가한다. 1차전을 <조선일보>가 주도했다면, 최근의 2차전은 청와대가 승기를 잡았다는 분석이 많다. (1차전의 경우 <조선일보>가 우병우 수석의 강남땅 매매의혹 등 비리혐의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 2차전은 송 전 주필의 초호화 외유와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로비의혹 등에 대한 잇단 폭로.) 

소강상태지만 3차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들은 3차 전에 어떤 카드를 들고 나올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청와대는 <조선일보>를 공격할 카드가 많다. 먼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비리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어느 정권이든 주요 언론사를 스크린 해놓은 자료가 있다”며 “그런 자료에는 언론사 사주에 대한 정보도 있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언론사 비리를 턴다는 것. 현재 시중에 떠돌고 있는 소문에 따르면 ‘방 사장이 한 사립대학 이사장 사면에 대한 청탁건’ ‘TV조선 대주주 모 기업의 검찰조사 무마 청탁건’ 등을 청와대에서 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외에도 청와대는 TV조선 종편 승인과 관련한 키도 쥐고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히든 카드는
언제 터질까
 

그렇다면 <조선일보>는 어떤 카드를 쥐고 있을까. 일단 표면상으로는 많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채 전 총장도 한방에 날려버린 1등 신문사다. 주필이 상처를 입은 것 정도에 <조선일보>가 백기투항할 일은 없다는 게 평가다. 정보를 다루는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정보에 있어서는 국정원에 뒤지지 않은 게 <조선일보>다. 이번에 피를 흘렸지만 이대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조차도 “<조선일보>의 청와대에 대한 재반격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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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