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운명 달린' 우병우 수사 관전포인트

살아있는 권력 제대로 찌를까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검찰을 주무르는 실세 중 실세다. 소통령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다. 그런 우 수석이 비리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생겼다. 검찰은 현직 민정수석 수사를 위해 특별수사팀까지 꾸렸다. 살아있는 권력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까. 이번 수사의 관전포인트는 어디에 있을까. 
 

김수남(57·사법연수원 16기) 검찰총장이 이석수(53·18기) 특별감찰관에 대한 고발 사건 및 우병우(49·19기)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 의뢰 사건을 규명할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김 총장은 “사안의 진상을 신속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특별수사팀을 구성, 공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실세 중 실세]
[수사 초점은?]
 

검찰이 현직 청와대 민정수석을 수사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이번 수사를 두고 “살아있는 권력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소통령으로 불린 우 수석이 검찰 수사를 어떻게 받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이번 수사의 관전 포인트를 보면 검찰 수사가 어떤 방향으로 이뤄질지 가늠할 수 있다. 

특별수사팀은 우 수석과 관련된 다섯가지 비리의혹에 대해 수사에 나설 것으로 전해진다. 일단 특별감찰관이 수사 의뢰한 두 건이다. 의경인 우 수석 아들이 ‘꽃보직’으로 통하는 운전병으로 근무하게 된 과정에 경찰 인사 등에 영향력이 있는 민정수석 지위를 이용해 개입 여부다. 사실이 확인되면 직권 남용이 된다.

또 우 수석 아내가 대표이사로 돼 있는 등 가족회사인 ‘정강’ 관련 의혹도 수사한다. 가족의 통신비, 교통비 등을 정강에서 지원받은 횡령 혐의를 받고 있으며, 정강의 운영 자체가 은밀한 재산 증식을 위한 수단으로 쓰였는지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 단체들이 고발한 다른 우 수석 관련 의혹들도 수사 대상이다. 우 수석의 초기 해명과 달리 실제로 우 수석이 처가와 넥슨과의 1326억원대 강남 빌딩 거래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정황이 나와 이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24일 우 수석을 추가로 고발한 참여연대는 당시 대검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으로 근무했던 우 수석이 부동산 거래에 개입한 것은 직무 관련성이 있는 만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처가의 기흥컨트리클럽 인근 땅의 차명 보유와 관련해서는 우 수석의 아내를 포함한 처가는 농지법 위반과 조세포탈, 우 수석은 공직자윤리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기흥 CC 인근 땅의 경우 경기 화성시에서 차명 소유를 일부 확인하고 나서고 있어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감찰관도 도마]
[기밀누설 맞나]
 

이 감찰관은 조사 기밀 유출 의혹으로 우 수석에게 고발당했다. 이 감찰관이 한 언론사 기자에게 “특별감찰 대상은 우 수석 아들과 가족회사 정강이다” “특별감찰 활동이 19일이 만기인데, 우 수석이 계속 버티면 검찰이 조사하라고 넘기면 된다” 등의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이는 특별감찰관 등이 감찰 착수 및 종료 사실, 감찰 내용을 공표하거나 누설할 수 없도록 한 특별감찰관법 제22조를 위반한 게 아니냐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청와대는 감찰 내용 유출을 기정사실화해 '국기 문란'으로 규정하면서 언론 접촉 경로와 배후를 밝혀야 한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감찰관은 “검찰이 부르면 나가서 소명하겠다”면서도 거취와 관련해선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MBC가 입수한 대화록 자료가 적법한 절차에 의해 수집됐는지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수사팀은 대화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 기자, 이 감찰관과 대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언론사 관계자 등을 불러 실제로 해당 발언이 오갔는지, 그게 사실이라면 해당 내용이 법에 규정한 유출금지 기밀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전망이다.

[우 수석 사퇴?]
[한다면 언제쯤?]
 

박근혜 대통령은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에 대해 “국기 문란 행위”라고 규정한 바 있다. 일각에선 이번 유출 사건에 대해서도 똑같은 잣대를 들이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감찰관의 기밀 누설에 수사의 향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야를 불문하고 우 수석 사퇴론이 거세지고 있다. 심지어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조차 페이스북을 통해 우 수석 사퇴를 압박했다. 정 원내대표는 “민심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 국민을 두렵게 생각하지 않는 공직자는 자신을, 자신이 몸담은 조직을,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특별수사팀 출격…향후 수사 방향은?
아들 꽃보직·가족회사 5개 의혹 추적

시민단체들이 고발한 다른 우 수석 관련 의혹들도 수사 대상이다. 우 수석의 초기 해명과 달리 실제로 우 수석이 처가와 넥슨과의 1326억원대 강남 빌딩 거래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정황이 나와 이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당이 이렇게 말할 정도면, 야당은 두말할 것도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장외 투쟁’도 불사하며 우 수석 사퇴 요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더민주는 지난 25일을 '초선 행동의 날'로 정하고 우병우 민정수석 해임촉구 결의대회를 열기로 했다.

국민의당은 지난 21 “검찰을 포함한 사정당국을 총괄하는 현직 민정수석이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었는데도, 아직까지 사퇴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현재 상황이야말로 국기문란”이라고 비판했다. 여론은 하나 같이 우 수석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우 수석 감싸기에 나서는 형국이다. 최근 청와대가 “일부 언론 등 부패 기득권 세력과 좌파 세력이 우병우 죽이기에 나섰다”고 비난했다. 우 수석이 사퇴하지 않은 배경에는 청와대의 뒷배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로서는 우 수석의 사퇴 불가 입장이 부담이다. 향후 수사에서 혐의점이 드러나더라도 강제수사 등에 어려움을 겪을 개연성이 크다. 여기에 의혹 관련자들이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이미 증거를 인멸했을 경우 검찰 수사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역풍 맞을라]
[BH 사수 왜?]

청와대는 노골적으로 우 수석 지키기에 나섰다. 우 수석의 비리 의혹에 대해 “정권 흔들기에 굴복할 수 없다”며 사퇴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왜 우병우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정치권과 법조계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 입장에서 우 수석처럼 사정기관을 장악할 사람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우 수석은 ‘소통령’이라고 불리며 현 정부의 실질적인 2인자라는 것.
 

우 수석은 세월호 참사 뒤 국정동력이 약해지던 때인 2014년 5월, 민정비서관으로 청와대에 들어갔다. 

우 수석이 당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에 이어 박 대통령의 강한 신뢰를 받게 된 계기는 2014년 12월 이른바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문건이 유출돼 파문이 일었을 때라는 게 중론이다. 당시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 비서관 3명이 연루된 사건을 비교적 무난하게 처리해 신임을 받았다. 

“어떻게 되든 무조건 욕먹는다”
검도 명운 걸고…과연 결말은?
 

문건 파문 뒤 지난해 1월 민정수석으로 승진한 뒤에는 권력 핵심에서 우 수석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월 국내 정보와 공안 부문을 담당하는 국가정보원 2차장에 우 수석과 가깝다고 알려진 최윤수 전 부산고검 차장검사가 발탁된 것도 그 요인으로 꼽힌다. 민정수석의 영향을 받는 검찰·경찰 등 사정기관뿐 아니라 국정원까지 영향력을 미치게 됐다는 의미다. 

검찰 보고뿐 아니라 국정원의 국내 정보 관련 보고는 우 수석을 통해 대통령에 보고 된다는 얘기도 나올 정도다. 일각에선 우 수석의 대체 자원을 쉽게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임기 말 권력기관 장악을 위해 강한 캐릭터를 가진 우 수석을 필요로 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올해는 박근혜정권 집권 4년 차로 임기 말이나 마찬가지다. 검찰은 자연스레 미래 권력을 향해 눈을 돌리게 된다. 레임덕이라는 말이 이런 것 때문에 나온다. 검찰이 역대 정권의 임기 말에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해 칼을 겨눈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레임덕을 자초한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우 수석을 사수하면서 그런 누수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형국이다.

[국정마비 상태 ]
[수사 후폭풍은?]
 

국정이 말 그대로 ‘우병우 블랙홀’로 인해 마비 상태로 치닫고 있다. 당·청, 여야 간 관계가 우병우 사태로 악화되면서 국정은 꽉 막혔다. 야권은 ‘우병우 사퇴 없이 국정 협조는 없다’고 못 박았고, 새누리당에서도 사퇴론이 커지면서 ‘신밀월관계’라던 당·청관계는 삐걱거리고 있다. 

임기말이란 시점과 ‘여소야대’라는 특수환경을 감안할 때 청와대와 국회 간 관계 악화는 사실상 국정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다. 노동시장 구조개편 등 쟁점과제에 대한 국회 협조를 얻는 것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정치적 타협을 위한 공감대가 사라진 만큼 ‘협치’보다는 갈등과 충돌만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검찰 역시 딜레마에 빠졌다. 이번 수사는 사실상 ‘본전도 찾지 못할 수사’란 인식이 검찰 내부에 깔렸다. 청와대가 일단 선긋기를 했지만, 우 수석이 사정을 총괄하는 현직 민정수석이란 점이 가장 큰 고민거리다. 또 우 라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 수석과 친분이 깊은 검사들이 곳곳에 포진해 수사 신뢰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어떤 수사 결과가 나와도 국민과 정치권을 납득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검찰은 엄청난 비판과 후폭풍에 휩싸이고 ‘특별검사’ 도입 등 정치권 논쟁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는 예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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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