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은 여기서!' 우리원 헬스케어 탐방

집에서 받는 것처럼 ‘편안하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과거엔 건강검진이라 하면 몸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했을 때 치료를 위해 거치는 예비 과정쯤으로 여겼다. 하지만 최근엔 굳이 몸에 이상이 없더라도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처럼 건강검진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헬스케어 분야는 잠재력 높은 시장으로 떠올랐다.

서울 중구 한복판에 위치한 우리원 영상의학과(이하 우리원)는 건물 한 층을 통째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원은 국내 단일검진센터 중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건강검진 전문기관이다. 일일 검진인원만 400여명에 달한다.

병원 맞아?

우리원 내부에 들어서면 탁 트인 고객 라운지에 푹신한 소파가 놓여 있다. 흡사 병원보다는 카페에 가까운 전경이다. 병원 곳곳에는 평범한 일상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김경민 작가의 조각 작품이 전시돼 있어 볼거리를 더했다.

임병진 행정부원장은 “건강검진에 막연한 두려움을 안고 있는 고객이 의외로 많다”면서 “그분들에게 안정감을 주기 위해 내부를 안락하게 꾸몄다”고 설명했다.

5289m²(약 1600평)의 넓은 공간은 고객 편의를 최대한 배려해 꾸며져 있었다. 회사 단체 검진 때 직원과 임원이 서로 다른 공간에서 검사를 받도록 분리한 것은 위화감 조성보다는 조직 내 위계질서로 인한 불편을 최소화하려 했다는 의도가 돋보였다.


여성을 위한 공간도 별도로 분리돼 있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유방, 자궁경부암 검사 등 여성질환 검사실은 따로 여성검진센터로 공간을 마련했다. 또한 아이와 함께 병원을 찾은 여성 고객을 위한 수유실과 어린이 놀이방도 준비돼 있다. 특히 검진센터 최초로 마련된 어린이 놀이방에는 전문보육교사가 배치돼 여성 고객이 자녀 걱정 없이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건강검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는 직장인들을 위한 서비스도 있다. 우리원은 30∼50대 직장인이 주 고객이다. 회사 일에 쫓기는 직장인들에게 장시간의 검진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우리원은 바쁜 직장인들이 시간을 최대한 절약할 수 있도록 무선주파수식별(RFID) 시스템을 도입했다.

접수를 마친 고객들은 반도체 칩이 내장된 손목밴드를 제공받는다. 검사실 앞 모니터와 손목밴드에는 고객인지 유비쿼터스 시스템이 적용돼 있다. 고객은 손목밴드를 이용해 스스로 검사실을 선택할 수 있다. 가령 다음에 받아야 하는 검사실에 인원이 몰려 있을 경우 사람이 적은 곳에서 먼저 다른 검사를 받는 식이다.
 

그뿐만 아니라 남은 검사, 대기자 인원수 등 원하는 검사 정보를 검진 중 확인할 수 있다. 김영묵 원장은 “금식하고 온 고객은 검사 시간이 길어질수록 힘들다”며 “RFID 시스템을 이용해 검사 시간이 단축되니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검사 이후엔 금식한 고객을 위한 죽 등의 간편식도 제공한다.

또한 세밀한 분석을 요하는 검사항목과 조직검사를 제외한 모든 검진 결과는 당일 확인할 수 있도록 처리해 고객이 병원에 여러 번 방문하는 번거로움을 줄였다. 아울러 영상의학과, 내과, 치과 등 외래 진료 시스템도 갖춰 검진 결과 이상이 발견되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고객편의+최신장비 만족도 높아
양보다 질…10명 중 6명 재방문
쾌적한 1600평…여성 공간 마련

입원치료나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협력관계를 맺은 삼성서울병원, 서울대학교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3차 진료기관에 바로 예약이 가능하다. 임 행정부원장은 “3차 진료기관도 병원마다 잘 하는 분야가 있다”며 “고객의 검진 결과를 분석해 맞춤식으로 진료 예약을 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원은 2012년 개원 당시부터 정확하고 정밀한 검진을 위해 최첨단 장비를 도입했다. 암 진단장비인PET-CT는 단 1회의 스캔으로 전신의 모든 암 세포의 존재 유무와 위치, 전이여부까지 확인할 수 있다. 짧은 검사시간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PET-CT는 자칫 놓칠 수 있는 미세암의 진단도 가능하다.
 

GE 128ch 3D MDCT는 심혈관 질환의 정밀검사와 더불어 고객의 건강을 생각한 장비다. MDCT에는 기존CT와 비교해 방사선 피폭량을 80%까지 줄일 수 있는 ASIR 시스템이 장착돼 있어 방사능 노출에 대한 우려없이 안심하고 검진을 받을 수 있다.

의료장비 방사선 피폭량과 관련해서는 2011년 18대 국회 당시 보건복지위원회(이하 복지위) 국정감사서도 언급됐던 적이 있다.

당시 복지위 소속 주승용 의원이 전국 316개 의료기관의 영상 장비에서 나오는 방사선량자료를 분석한 결과 장비에 따라 최대 400배까지 방사선량이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주 의원은 “치료나 진단과정이라는 이유만으로 환자들이 방사선에 대책 없이 방치되고 있다”면서 “복지부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방사선 피폭을 발암물질 1급으로 분류했으며, 선진국에서는 과다한 의료 방사선 피폭을 법으로 규제하는 추세다. 영국에서는 병원의 모든 방사선 장비 피폭량을 측정해 권고 기준을 넘는 장비를 제한하고 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아직 의료장비 방사선 피폭량 관리가 허술한 편이다.

김 원장은 “우리원 개원 당시 저희가 구입했던 장비는 기존에 비해 방사선 피폭량을 굉장히 많이 감소한 부분이 있다”면서 “고객들이 실제로 느끼긴 어렵지만 설명을 해드리면 안심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내시경센터에는 직경 6.8㎜의 초슬림 HD 260 시스템을 도입, 고객들의 검사 부담을 줄였다. 전자 내시경은 식도, 위, 십이지장, 대장의 점막을 선명하게 관찰해 30∼40대 직장인에게 많이 나타나는 소화기 질환뿐만 아니라 위암, 대장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 2차 질병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5단계에 걸친 철저한 살균 소독도 병행하고 있다.

임 행정부원장은 “저렴한 검진비용은 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지만 서비스 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유지될 수 없다”며 “의료진의 실력, 사용하는 장비, 의료진을 뒷받침하는 지원 인력 등을 잘 갖춰야만 좋은 병원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원에 오는 대부분의 고객들은 치료를 위해 오는 분들이 아니다. 그렇기에 저희도 그분들을 환자가 아니라 고객으로 생각하고 그에 맞춰 직원들의 친절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원은 2012년 개원 이후 5년 만에 연간 4만명의 고객이 찾을 정도로 단기간에 급성장했다. 이형일 부사장은 “우리원에 처음 방문했던 고객 중 60%는 다시 재방문을 해주신다”며 “서비스에 만족하신 분들이 병원을 꾸준히 찾아주시기 때문에 빨리 안정된 것 같다”고 성장 비결에 대한 분석을 내놨다.

카페 분위기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고령화시대에 접어들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원이 팽창하고 있는 헬스케어 분야서 시장을 선도하는 병원으로 자리 잡을 날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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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