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키우는 골프대디 '열전'

아무나 하기 힘든 위대한 ‘고생길’

야구와 축구, 농구 등은 단체운동이지만 골프는 철저한 개인운동이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일반 아마추어와 달리 본격적인 선수가 되려는 꿈나무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가히 천문학적이다. 골프는 늦게 배울수록 기량을 늘리기 어렵다. 뒤늦게 골프에 입문해 프로골퍼가 된 사례도 있지만 성공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 조기교육이 필수인 운동이 골프다.

엄청난 비용 소모…남모르는 고통 감내
도박하면 금방, 골프는 서서히 망한다?

골프를 시작하는 데 필요한 경비를 살펴보자. 우선 기본적인 장비를 마련하는 데 1년에 수백만원, 계절별로 필요한 골프웨어에도 많은 돈이 필요하다. 레슨비는 더욱 부담이다. 코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프로 자격증을 가진 전담 코치는 평균 월 200만원 정도다. 그리고 필드레슨에 월 200만원 정도가 추가로 들어가고 겨울이 되면 해외전지 훈련 2~3개월 코스에 약 2000만원이 들어간다. 이렇게 들어가는 경비를 합치면 대략 1년에 약 1억원으로 20세 정도의 프로골퍼가 되기까지 10억원가량의 비용이 든다.

힘겨운 과정

골프를 시작하기 전에 부모와 선수 모두 ‘제2의 박세리’를 꿈꾸지만, 현실은 험난하기만 하다. 최근 들어 국내 여자대회 우승 상금이 최소 1억원에 스폰서 계약금도 억대를 넘어가고 있지만 그것은 일부 선수들의 얘기일 뿐이다. 지난해 KLPGA투어 상금랭킹 100위의 수입은 약 2000 만원. 세미프로·정회원 테스트, 3부·2부 투어, 정규 투어 시드전 통과까지 했지만, 상금 액수는 거의 바닥 수준이다.

최근 가장 활성화된 여자투어가 이럴진대 남자 골프 선수들의 형편은 가히 암흑이다. 최근 은퇴한 한 선수는 “8년을 배워 프로골퍼가 되고 8년을 1부 투어에서 열심히 벌어야 겨우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고 했다.


한 골프대디는 “ ‘도박을 하면 금방 망하고 골프를 가르치면 서서히 망한다’는 부모들의 자조 섞인 농담이 있다. 한번 발을 담그면 빠져나올 수 없는 ‘늪’과 같다. 그래서 입문단계부터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녀에게 골프를 가르치고 싶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장래다. 어릴 때부터 골프에 전념하다 보면 공부와 또래 관계가 없어져 사회성이 부족하게 되고 골프를 그만두면 퇴로가 없는 진퇴양난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몇 년 전에 열린 한국프로골프투어(KGT) Q스쿨 기간 중 대회장인 군산 골프장의 그린 5개가 훼손됐다. 누군가 밤에 골프장에 침입, 삽으로 그린을 파헤쳐 버렸다. 이로 인해 경기 진행이 엉망이 됐었다. KGT와 경찰은 Q스쿨 예선에서 탈락한 선수의 부모가 저지른 사건으로 보았다. 이유는 81개나 되는 군산 골프장의 홀 중 유독 대회가 열리는 홀의 그린만 훼손됐고, 캄캄한 밤에 정확히 코스를 찾아낸 점으로 미뤄본 결과다. 하지만 결정적 증거가 없어 사건은 미궁에 빠져버린 일이 있었다.

‘제2의 박세리’꿈꾸는 여정
지나친 간섭 되려 역효과도

너무나 힘든 골프대디의 현실을 엿볼 수 있는 사건이었다. 과거 LPGA투어 등에서 에티켓에 어긋난 행동으로 국내외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1세대 골프 대디’들은 대부분 현장을 떠났다. 부모가 캐디를 맡는 경우도 드물어졌다.

그러나 자녀를 박세리나 신지애처럼 큰돈을 버는 스타로 만들겠다는 의욕 충만한 골프대디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경쟁이 심해지면서 주니어 대회에서뿐 아니라 일부 프로 대회에서도 골프대디의 일탈이 적잖이 물의를 빚고 있다.

국내 주니어 대회는 대부분 갤러리 입장을 금지하고 있다. 부모가 갤러리로 골프장에 나타나 규정에 금지된 어드바이스를 하거나 다른 선수들에게 지장을 줄 정도로 박수를 치거나 선수를 윽박지르는 경우가 많아서다. 공이 떨어지는 지점에 가 있다가 공을 좋은 곳으로 던져 주는 일도 더러 발생했다.


골프를 하는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됐다. 골프대디에 의한 폭력도 줄지 않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9년 전인 2008년 11월16일 제주 세인트포 경기장에서 벌어진 레이디스 유러피언 투어 겸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투어 세인트포 마스터스 대회 도중에는 한 선수가 성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해 외국 선수들이 항의하는 사태까지 있었다. 주니어 선수를 가르치는 한 레슨프로는 “요즘도 집에서 부모에게 맞고 나오는 학생이 많다”고 귀띔한다.

최근 한 여자 주니어 유망주는 공식 경기에서 동료 선수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태연히 알까기(공을 잃어버린 후 찾은 것처럼 몰래 다른 공을 떨어뜨리는 행위)를 하고 동반 경기자들이 써준 스코어카드를 다시 써달라고 떼를 쓰기도 했다. 평소 아버지의 등쌀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던 이 학생이 잠시 정신장애를 일으킨 것으로 주위 사람들은 보고 있다.

KLPGA투어의 젊은 선수 중에는 “아버지가 경기장에 오면 일부러 컷 탈락하겠다”고 말하는 선수도 있다. 중고 시절 아버지에게 심하게 폭행을 당하는 등의 상처가 있는 선수들이다. 한 유명 선수와 후원 계약을 맺은 한 스폰서는 계약서에 “아버지가 경기장에 나타나면 계약을 해지한다”는 문구를 넣었다. 그의 아버지는 골프장에서 많은 물의를 빚었고 선수의 성적에도 나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부모가 더 고생

골프대디는 성적을 위해 자식의 사생활도 철저히 감시한다. 이런 점은 선수의 어머니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남자 유명 선수의 어머니는 아들이 여자 선수와 사귄다는 얘기를 듣고 여자 선수의 훈련장으로 찾아가 머리채를 잡고 “내 인생을 다 바친 아이니 접근하지 말라”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여자골프계의 한 관계자는 “스트레스가 심하고 이성 친구에 대한 교제를 막자 동성애를 하는 선수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너 때문에 집도 팔고 직장도 버리면서 뒷바라지했으니 성적을 잘 내서 그걸 다 갚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잘못된 골프대디의 전형적인 유형인데 선수에게 부담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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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