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상' 태영호 귀순 후폭풍

‘김정은 정보’ 들고 넘어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태영호 공사가 지난달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망명했다. 태 공사는 부대사로도 불리는 등 주영대사관의 2인자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김정은 체제에서 북한 최고위층이 느끼는 동요가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지난 16일, 북한의 태영호 주영 공사가 제3국 망명을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방송에 따르면 주영 북한대사의 부관인 태 공사가 가족과 함께 10년 동안 영국에 거주해왔고, 아내 등과 함께 대사관이 있는 런던 서부서 몇 주 전에 자취를 감췄다. BBC방송은 태 공사가 북한의 이미지를 영국인들에게 홍보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미지 선전
가신의 배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통치가 외부서 오해를 받고 잘못 보도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고도 했다. 태 공사는 한 연설에서 영국인들이 지배계층에 세뇌됐다고 주장했다가 관중의 비웃음을 샀다고 전했다. BBC 방송은 태 공사가 북한을 변호해야 하는 입장이었음에도 그 직무에서 마음이 떠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가 나간 직후인 지난 17일 통일부는 “최근 영국 주재 태 공사가 부인, 자녀와 함께 대한민국에 입국했다”고 밝혔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소재의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에서 “이들은 현재 보호 하에 있으며 유관기관은 통상적 절차에 따라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대변인은 “태 공사가 탈북 동기를 ‘김증은 체제에 대한 염증, 그리고 대한민국 사회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동경, 그리고 자녀와 장래 문제 등’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 공사는 서유럽 사정에 정통한 베테랑 외교관으로 평가받는다. 2001년 6월 벨기에 브뤼셀서 열린 북한과 유럽연합(EU)의 인권대화 때 대표단 단장으로 나서면서 외교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당시 마흔 살이던 그의 북한 내 직책은 서구라파국(외무성 8국)서 EU를 담당하는 과장 겸 구주국장 대리였다. 탈북한 외교관들도 태 공사를 북한 외무성서 손꼽히는 서유럽 전문가로 거론했다. 태 공사는 고등중학교 재학 중 중국으로 건너가 영어와 중국어를 배웠다. 북한체제서 해외 유학을 갈 수 있다는 것은 특권에 가까웠다.

그가 해외 유학을 갈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의 아버지 때문이었다. 항일 빨치산 1세대이자 김일성의 전령병으로 활동한 태병렬 인민군 대장이 태 공사의 아버지였다.

북한 사정에 밝은 대북 소식통은 “북한 외교관의 근무 기간은 통상 3년이지만 태 공사가 주영 북한대사관서 10년 동안 근무한 것은 출신 성분이 좋기 때문”이라며 “태 공사의 아버지는 김일성 전령병으로 활동한 항일 빨치산 1세대 태병렬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와 학업에 함께한 이들이 오진우(1995년 2월 사망) 전 인민무력부장, 허담(1991년 5월 사망) 전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등도 고위간부들의 자녀들이었다.

영국 주재 대사관 공사 가족과 망명
한국 입국해 국정원 요원들이 보호

태 공사는 중국서 돌아온 뒤 5년제 평양 국제관계대학을 졸업하고 외무성 8국에 배치됐다. 그는 곧바로 김정일 총비서의 전담통역 후보인 덴마크어 1호 양성통역으로 선발돼 덴마크 유학길에 올랐다.

태 공사는 1993년부터 주 덴마크 대사관 서기관으로 활동하다가 1990년대 말 덴마크 주재 북한 대사관이 철수하면서 스웨덴으로 자리를 옮겼다. 스웨덴 생활은 길지 않았고 태 공사는 곧 귀국해 EU 담당과장을 거쳐 10년 동안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으로 파견됐다.


태 공사의 부인인 오혜선도 김일성의 빨치산 동료이자 노동당 군사부장을 지낸 오백룡(1984년 사망)의 일가로 알려졌다. 오씨는 오백룡의 아들인 오금철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의 친인척인 것으로 알려졌다. 빨치산 가문 부부가 탈북해 한국행을 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씨는 대외무역, 외자유치, 경제특구 업무를 수행하는 대외경제성에서 영어 통역을 담당하던 요원으로, 홍콩 근무를 거쳐 2년 전 런던에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태 공사가 올 여름, 본국 소환을 앞두고 자식의 미래를 위해 탈북을 결심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태 공사의 큰 아들은 영국에 거주하면서 현지 한 대학서 공중보건경제학 학위를 받았으며, 덴마크에서 태어난 작은 아들은 막 고교를 졸업한 19세로 임피리얼 칼리지 진학을 앞두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태 공사를 알고 지낸 BBC 방송의 스티브에번스 서울·평양 특파원은 지난 16일 ‘내친구 탈북자’란 글에서 “태영호를 마지막으로 봤을 때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런던 서부 액턴의 인도 식당서 커리를 먹고 있었다”며 그에 대한 기억을 소개했다. 당뇨병 위험이 있어 탄수화물 섭취를 자제하라는 의사의 말 때문이었다고 한다.

혁명집안 출신
서유럽 전문가

에번스 특파원은 태 공사가 말쑥하고 보수적이며 전형적인 영국 중산계층으로 보였다고 했다. 태 공사는 테니스 클럽의 신규 회원 모집 광고를 보고 가입해 열심히 활동했다고 한다. 원래는 골프를 좋아했는데 아내가 “골프와 나 중 택일하라” “골프채를 놓지 않으면 평양으로 가겠다”고 하자 테니스로 종목을 바꿨다고 한다.

최룡해, 오일정 등과 함께 빨치산 2세대인 태 공사의 한국행은 북한 엘리트층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북한 내 핵심 엘리트층에서도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신호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태 공사는 지금까지 탈북한 외교관 중 최고위급으로 꼽힌다. 지난 1997년 주 이집트 장승길 북한대사의 경우 한국행을 택하지 않고 미국으로 망명했다. 그만큼 그의 탈북 및 귀순이 갖는 상징적 의미가 적지 않다.

이번 태 공사의 망명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난무하다. 전문가들은 태 공사의 귀순에는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따른 대북제재 강화로 북한 외교관들의 활동에 제약이 커지고 생활도 궁핍해진 현실이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북한 외교관들이 가뜩이나 열약한 본국의 경제로 외국생활이 쉽지 않은 가운데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되자 더욱 어려움에 빠졌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과 영국의 주요 언론은 최고 엘리트 계층으로 거론되는 태 공사의 귀순에 대해 북한 외교관들의 활동이 어려워진 현실이 망명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최근의 잇단 제재 강화 이전부터 북한 외교관들의 상황이 넉넉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태 공사는 2013∼2014년 영국의 한 강연서 북한의 해외 공관들이 무일푼 신세로 외교관들이 불법적인 방식을 포함한 '창의적인 방식'으로 현금을 마련하라는 압박을 받는다면서 돈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발등 찍힌 김
진짜 열받았다


이 영상에서 태 공사는 본국의 친구들이 자신이 한달에 1200파운드(한화 173만원)로 수영장과 사우나를 갖춘 궁전에 사는 줄 알지만, 현실은 침실 2개에 비좁은 부엌이 있는, 대단할 것 없는 아파트라며 영국의 물가에 대한 푸념 섞인 유머를 던졌다.

그는 “대사관에서 차를 몰고 나올 때면 ‘혼잡통행료는 어떻게 하나’ 생각해야 한다”고 씁쓸하게 말하기도 했다.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은 런던 서부의 주택가에 있는 한 주택을 대사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주택가에 있는 까닭에 평소에는 대사관임을 알리는 국기를 외부에 게양할 수 없다. 북한 대사관 주재원 다섯 가족은 대사관 건물에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도 태 공사의 귀순이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른 국제사회 제재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세계 각지의 북한대사관은 북한의 외화벌이에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수년간 북한 외교관들이 금, 담배, 코뿔소 뿔, 헤로인 등을 밀수하다가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북한 활동을 철저하게 감시하는 눈이 많아지면서 북한 외교관들이 밀수 등의 할당량을 채우기 어렵게 됐다.

<뉴욕타임스> 역시 국제사회 대북제재 강도가 높아지면서 갈수록 북한 외교관들이 임무를 수행하기 어려워지자 이들이 북한의 압박을 받기보다는 망명을 선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의 북한 연구자인 크리스토퍼 그린은 <월스트리트저널>에 태 공사 귀순을 두고 “북한 체제가 붕괴 직전이라는 의미일까? 절대 아니다”라며 “다만 체제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북내 대표적인 금수저가…
빨치산 1세대 태병렬 아들


이외에도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이어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국면에서도 가장 혜택을 많이 받고 있는 계층의 이탈은 김정은 체제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앞으로 태 공사처럼 북한 고위 계층의 ‘탈북 도미노’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결과적으로 김정은 체제의 균열을 방증하기도 한다.

태 공사는 북한 내 최고위층에 속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로 망명한 북한의 최고위급 외교관이다. 김정은과 북한 권력층 내부와 관련한 민감한 정보를 갖고 있을 개연성이 있다. 태 공사는 지난해 에릭 클랩턴의 런던 공연 당시 현장을 찾은 김정은의 친형인 김정철을 수행하기도 했다.

그가 김정은 일가와 관련한 소식을 직간접적으로 들었을 가능성이 대두되는 대목이다. 빨치산 가문 부부가 탈북해 한국행을 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진 만큼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북한 내 이너서클 관련 정보가 나올지 주목된다.

북한 최고위급 인사로 주체사상의 최고 이론가인 황장엽(2010년 작고)씨도 지난 1997년 망명 이후 각종 저술 활동과 강연 등을 통해 북한의 실상을 낱낱이 고발한 바 있다.

태 공사가 고위 인사인 데다 핵심정보를 지니고 있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국가정보원 산하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조사 후 탈북자 사회정착시설인 하나원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사회로 배출될 것으로 보인다.

북 체제 불안
도미노 탈출?

한국에 들어온 탈북민들은 보통 유관기관의 탈북 경위 조사를 받은 이후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서 정착 교육을 받게 되지만, 국정원장의 신변보호 결정이 내려지면 하나원에 가지 않고 별도의 장소에서 교육 절차를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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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