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새누리 새 수장 이정현 대표

계륵의 부활…미운오리 날다

[일요시사 취재1팀] 안재필 기자 = 새벽 토크, 자전거·배낭 유세 등 다가가는 스킨십으로 친숙한 이미지를 구축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지난 9일,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됐다. 이례적인 호남출신 여당 당 대표로 선출된 자체가 새누리당의 혁신이라 불리고 있다. 지난 날 청와대의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을 역임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입이라고 불릴 정도로 친박의 대표주자인 그는 청와대 언론 개입 등의 문제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계륵에서 당 대표까지 이른 이 대표의 행적을 살펴본다.

지난 9일 새누리당(이하 새누리) 전당대회서 사상 처음 호남출신 당 대표가 선출됐다. 주인공은 새누리 이정현 의원이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자신을 보은의 관계로 언급할 만큼 대표적인 친박계 인물인 이 대표는 이날 “친박 비박 그리고 어떤 계파도 존재할 수 없다”고 '무계파론'을 강조하기도 했다.

자칭 ‘무수저’
친박 외길 걸어

이 대표는 스스로를 ‘무수저’라고 칭한다. 그는 사회 전반에 걸쳐 통용되는 ‘금수저’ ‘흙수저’라는 단어에 포함된 수저도 없이 지금까지 왔다며 그 자체가 자신의 장점이자 경륜이라 말한다.

이 대표는 1958년 전라남도 곡성의 산골 출신으로 광주 살레시오고를 거쳐 동국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대학교 4학년 때인 지난 1985년에 고 구용상 전 의원에게 ‘정치를 똑바로 하라’는 손편지를 보내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구 전 의원의 비서로 일하다 그가 낙선하자 민주정의당 특채로 입사해 최고 말단 당직자 간사병으로 당직생활을 시작했다. 1995년엔 민자당 후보로 광주시의원에 나섰지만 낙선했다.


영남 기반의 당에서 호남출신인 그는 인정을 받기 위해 15년간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는 것은 물론 주말에도 평일 같이 일했다. 그러면서 정세분석, 대변인실, 여의도 연구소 기획팀장까지 역임하게 된다.

1997년 대선에선 당시 후보였던 새누리 이회창 의원에게 매일 3장짜리 정세 분석 및 전략기획 보고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그의 분석 자료를 지도부 인사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보내달라고 했을 정도로 당의 고위직으로부터 신임을 얻었다고 한다. 2002년에는 이회창 후보 캠프에서 전략기획 실무를 맡았고, 2003년 한나라당 정책기획 팀장을 지냈다.

이 대표가 친박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은 지난 2004년 17대 총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과 그 역풍 속에서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이 대표는 광주 서구을 국회의원 선거에 한나라당 후보로 나선다. 한나라당에게 우호적이지 못한 호남에서의 패배는 불보듯 뻔했다. 결과는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광주 선거에 나선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어려운 곳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으시냐”고 격려했다. 이후 총선 낙선자를 위로하는 자리에서 이 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한나라당이 호남을 홀대해서는 발전할 수 없다. 호남 포기 전략을 포기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때부터 박 대통령과 이 대표의 인연은 시작된다.
 

박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어쩜 그리 말을 잘하냐”며 그를 눈여겨보고 당 수석부대변인에 임명한다. 2007년엔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박 대통령의 공보특보로 박 대통령과 함께 1년 이상 전국을 돌았다. 후보였던 박 대통령이 패하자 많은 이들이 박 대통령의 곁을 떠났지만 이 대표는 계파를 바꾸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선대위 고위직을, 김문수 경기지사 측으로부터 경기도 정무부지사직을 제의받기도 했지만 모두 고사한 것으로 알려진다.

사상 처음 호남출신 당대표 선출
어떤 계파도 없다? 대표적 친박계


이 대표는 당에서는 호남 출신이라는 이유로, 출신지인 호남에서는 역적 취급을 받으며 손가락질을 받았다. 당과 출신지 어디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계륵 취급 받던 그가 자신을 인정해준 박근혜 대통령의 편에 선 것은 당연한 것이라는 말이 있다.

이후 이명박정권 출범 첫해 치러진 18대 총선서 한나라당 비례대표를 받아 국회에 처음 입성했다. 이 대표가 민정당 국회의원의 비서로 시작해 정계에 입문한지 23년, 공직선거에 출마한지 13년 만의 일이었다. 그는 당시 평의원이던 박 대통령의 비공식 대변인 역할을 하면서 ‘박근혜의 입’ ‘박근혜의 복심’ 등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지난 2012년 제19대 총선서 새누리당 후보로 광주 서구을 선거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또 다시 낙선했지만 2%도 채 못 채운 지난날과 달리 39%라는 고무적인 기록을 세웠다. 이때부터 이 대표는 새누리의 지역주의 타파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떠오른다.

새누리에게 열리지 않는 철옹성이 허물어진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어 제18대 대통령에 박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이 대표는 청와대 정무수석에 발탁되게 된다. 이와 동시에 박근혜 정권 시작과 동시에 핵심 가신임을 입증했다는 말도 나왔다.

이 대표의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3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혐의에 이남기 전 홍보수석이 사표를 냈다. 청와대는 사표를 수리했고 이 전 홍보수석의 후임자 물색에 들어간다. 그러나 외부에서 마땅한 적임자를 찾지 못해 내부의 이 대표를 정무수석에서 홍보수석으로 수평이동시킨다. 이 대표가 홍보수석으로 임명되면서 그의 본격적인 ‘박 대통령의 입’의 역할이 시작된다.

손가락질 세례
외면도 많았다

이 대표는 당시 기자들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였다. 아침 회의 전인 오전 7시 쯤 새벽 간이토크도 열었다. 그는 새벽 간이토크 외에도 “오전 청와대 회의 이후 한번, 오후 청와대 회의 이후 한번 기자실에 들려 언론의 관심사에 대해 백 브리핑 형식으로 알리겠다”며 언론과의 접촉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표는 “씻을 때, 회의할 때를 제외하고 언제든 전화를 받겠다. 만나야 할 때 만나고 연락해야 할 때 연락하겠다”고 약속도 했다.
 

“가급적 내 이름이 기사에 등장하지 않았으면 한다. 내가 중심이 되면 안 된다. 나는 비서일 뿐이다. 공식 발표는 대변인을 통해 하고, 나는 배경 설명을 주로 하겠다”며 과도한 언론의 관심에 부담감도 드러냈다.

그는 정무수석 시절에도 목에 힘을 빼라고 당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언론에서는 이 대표의 이 같은 소통에 대해 ‘신선한 시도’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여야 양측에서도 상당한 기대를 걸었다.

당시 새누리당 유일호 전 대변인(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구두 논평서 “대선 기간에 공보단장을 역임하는 등 박근혜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해온 만큼 자기 자리를 찾아간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이 홍보수석은 박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고 비록 언론인 출신은 아니지만 전문성에서 별로 시비를 걸 점이 없는 적임자”라고 했다.

민주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에선 소통에 기대를 걸었다. 민주당 김관영 전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의 심중을 가장 잘 아는 사람 중 한 분으로 알려져 있다”며 “국민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해서 박 대통령의 불통정치가 개선되고 국정혼선을 줄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14년 6·4지방선거 이후 돌연 홍보수석 사의를 표명한다. 이를 두고 권력 암투설, 경질설 등 여러 의혹이 빗발쳤다. 하지만 의혹이 무색하게 이 대표는 당해 있던 7·30 선거에서 얼굴을 비춘다. 전남 순천·곡성 보궐선거에 출마한 것이다. 당시 이 대표는 선거 진행 중에 여당인 새누리에 대한 반감을 고려해 중앙당 차원의 지원을 받지 않았다.

그는 자전거로 시내를 누비는 등 소탈한 모습으로 선거운동을 벌였다.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국민에게 다가갔다. 이 대표의 경쟁자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의 서갑원 후보였다. 투표결과는 놀라웠다. 야당텃밭이라 불리는 광주·전남서 첫 새누리 의원이 나온 것이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선 순천시 선거구에 당선돼 호남 지역구에서 재선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대통령의 입’
대변인 활약

이 대표가 호남에서 재선 성공이라는 성과를 낼 수 있던 데에는 그의 감성정치가 크게 작용한 것이라는 말이 있다. 그는 보궐 선거 당선 이래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자전거를 타고 곳곳을 돌아다니며 인사를 하고 설명회를 열었다.

동시에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접수하거나 수첩에 받아 적어 해결하기도 했다. 주말에는 마을회관서 파전과 막걸리를 먹고 숙박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렇게 다가가는 주민밀착 스킨십과 감성이 새누리에게 얼어붙은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평가다. 성실하게 지역관리에 임한 모습도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일각에선 이 대표의 행보가 주민들의 흥미를 끌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출신지에 대한 애착이다. 이 대표는 수도권 출마를 일절 한 적이 없으며 불리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항상 호남 출마를 고수했다. 호남지역 예산 지킴이를 자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불어 2014년을 기점으로 호남에 퍼진 새정치에 대한 불신이 표심에 영향을 줘 그의 재선이 가능했다는 주장도 있다.
 


새누리 내에선 이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다. 대표적인 친박이자 새누리 유일의 호남 재선 의원이라는 상징성이 부각된 것이다.

비박과 친박의 계파갈등이 심화되어 비박계 인사들이 탈당을 하는 상황에서 이 대표는 “등 돌리고 총질을 해서는 안된다”며 “나 같으면 보스(박 대통령)를 설득해도 안 될 땐 판을 떠나던지 끝을 냈을 것”이라는 비판을 가하는 등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이후 이 대표는 전당대회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다. 당시 주호영 비박계 단일 후보와 접전을 벌일 것이라는 예상을 얻었지만, 4만4000여표로 주 후보와 1만3000여표차이를 벌리며 대표로 선출됐다. 이로써 이 대표는 보수정당 소속 최초의 호남 당선 국회의원, 보수정당 최초 호남 출신 대표, 마지막으로 당직병에서 당대표까지 올라온 최초의 당직자 출신 대표 등의 타이틀을 세 개나 획득하게 된다.

다가가는 스킨십으로 친숙한 이미지
세월호 보도 관련 구설수 오르기도

이 대표의 선출에는 그의 연설이 한 몫 했다는 의견도 있다. 그는 서러움을 강조하며 감성으로 호소하는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자신을 비엘리트, 무수저라는 표현을 써가며 정치 이력을 수저조차 얻지 못한 처지에 비유하거나, 지난 시간 호남과 새누리 속에서 얻어온 서러움을 부각시켰다.

당시 이 대표는 “잘 알다시피 고향에서는 새누리라고 눈치 보고 당에서는 호남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특히 호남 출신 의원, 당직자가 한 명도 없는 새누리 안에서 33년을 생활했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 경남 창원 합동연설회서는 “호남 출신 최초로 보수정당 대표가 되면 새누리가 영남당이 아닌 전국당이 된다. 호남표를 끌어내 정권 재창출 보증수표가 되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그는 호남출신 새누리 자체가 혁신이라는 말도 해 호응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민영삼 사회통합전략연구위원장은 이 대표의 연설을 듣고 현재 새누리당의 고문인 유준상 전 의원이 93년 당시 민주당 부총재 경선에서 교통사고 직후 휠체어를 타고 연단에서 명연설을 해 갈채를 받았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최고위원 경선에 나섰을 때도 감성 연설로 좌중을 흔들었다며 이 대표의 ‘연설의 힘’을 역설했다.

이 대표는 한때 자신이 비판했던 비박들에게 화해의 손을 내밀기도 했다. 그는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지난 일을 털어버리고 함께 가자”며 “지금부터 새누리에는 친박 비박과 같은 계파도, 지역주의도 없음을 선언한다”며 포부를 밝혔다.

구설수에 오르는 일도 있었다. 지난 6월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방송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한 일이다. 당시 KBS 보도국장이던 김시곤 전 국장은 이 대표가 전화를 걸어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박근혜정부 비판 보도에 항의했다며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지역주의 타파
혁신의 아이콘

당시 이 대표는 자신의 불찰이라고 인정했다. 청와대에서도 이 대표의 개인적 입장이었던 것으로 선을 그었다. 이 뿐 아니라 여과되지 않은 언사로 비판을 받았다. 그는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고 하거나 자신을 광주시민들이 버린 쓰레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anjapil@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정현의 포부 “답은 현장에서”

지난 9일 신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열린 전당대회에서 계파 패배주의와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이 대표는 “민생부터 챙기겠다. 민생문제 만큼은 야당의 시각으로 접근하고 여당의 책임으로 이 일을 반드시 정책과 예산과 법안에 반영시키도록 하겠다”며 “가난한 사람, 사회적 약자, 청년문제 해결부터 시작하겠다. 모든 답은 현장에서 찾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 대표는 자신같은 비주류, 비엘리트, 소외지역 출신이 집권여당의 대표가 될 수 있는 대한민국은 기회의 땅이라며 앞으로의 계획도 밝혔다.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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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재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