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사라져야 할' 필드의 반칙플레이

필드엔 반칙왕이 많다

골프 전설 보비 존스는 “스코어를 속이지 않는 나를 칭찬하는 것은 은행 강도를 하지 않았다고 칭찬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는 누구나 룰을 한두 번 어겼다는 말이다. 국내 프로선수들과 사석에서 이야기해 보면 “골프를 치면서 룰을 어기지 않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란 말을 듣곤 한다.

범죄 수준 기발한 룰 위반 다반사
활개 치는 속임수…걸리면 오리발

룰을 알면서 슬쩍 어기는 경우도 있고 진짜 몰라서 어기는 경우도 있다. 오죽하면 찰스 프라이스가 “골프는 낚시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미국인을 거짓말쟁이로 만든 오락이다”라고 말했을까.

이기려고 슬쩍

물론 골프는 룰을 어기기 위해 만들어진 스포츠가 아니다. 여러 종목 중 골프가 가장 복잡한 룰을 갖춘 이유는 ‘룰을 얼마나 많이 지키기 위해 노력하느냐’의 게임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누가 감히 또 다른 누구를 지적할 수 있을까 싶은 종목이다.

핸디캡 3인 후배가 있다. 후배에겐 최근 아주 나쁜 버릇이 생겼다. 볼이 산으로 가거나 시야에서 안 보이는 쪽으로 가면 손에 볼을 잡고 있다가 “여기 있다!”며 서슴없이 ‘알까기’를 한다. 우연히 이런 모습을 목격한 후부터는 그가 깊은 러프, 해저드 쪽으로 가면 시선이 함께 따라간다.


볼이 없을 때 십중팔구 알까는 장면이 목격된다. 차라리 보지 말 걸. 알까는 모습을 보고 나면 여러 면에서 속상하다. 그런데 깜짝 놀랄 일은 다른 사람들도 후배의 ‘볼 찾기 신공’을 비웃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나만 알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잘 맞은 공이 디봇 자국에 들어가 있을 때 한번쯤 빼고 싶은 유혹을 느껴보지 않은 골퍼는 없을 것이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조차 가장 불합리한 골프룰이 디봇 자국에서 구제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만큼 억울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대부분 골퍼들은 억울한 마음을 가슴에 묻고 그대로 샷을 한다. 이때 한번이라도 유혹에 지게 되면 버릇처럼 ‘터치’를 하게 된다. ‘필드의 반칙왕’은 그렇게 나오는 것이다. 반칙은 그만큼 달콤하다. 눈 한번 지그시 감으면 보기가 파가 되고, 파가 버디가 되기도 한다.

필드에는 각종 반칙왕이 활개를 친다. 터치하는 것은 사실 반칙 축에 끼지도 못한다. 최고 권위의 골프대회인 마스터스에서는 디봇 자국에서 샷을 하는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 러프가 아니라면 공이 잔디에 잠기는 법도 없다. 잔디 상태가 완벽하기 때문이다. 굳이 터치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벌타 받지 않고자 거짓
‘반칙=왕따’ 비극적 결말

정말 상상하지 못할 기발한 방법으로 골프룰을 위반하는 ‘필드의 반칙왕’들이 있다. 그는 ‘벙커샷의 귀재’라는 소리를 듣는다. 공이 아무리 사람 키보다 깊은 벙커에 빠져도 완벽하게 빠져나온다. 그래서 누군가 혹시 샌드웨지가 아닌 손으로 공만 던지는 ‘핸드웨지샷’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몰래 지켜봤다. 그의 놀라운 벙커샷의 비결은 샌드웨지로 공 뒤쪽 모래를 살짝 파내는 것이었다. 공 뒤쪽을 파면 마치 공을 티 위에 올려 놓은 것 같은 효과를 내기 때문에 벙커샷이 무척 쉬워진다. ‘반칙샷의 귀재’였던 것이다.

이런 골퍼도 본 적이 있다. 공 뒤에서 마크를 하는 척하다가 동전(마커)을 엄지손가락으로 한참 앞에 튕겨 놓고 공만 집는 것이다. 그럼 원래 공 위치보다 1m 이상 홀쪽으로 가까워지게 된다. 이른바 ‘동전 치기’ 반칙이다.


‘가보면 있어’란 별명을 갖고 있는 골퍼 얘기를 들은 적도 있다. 그는 티샷을 이상한 곳으로 날려 놓고도 절대 잠정구를 치는 법이 없다. 동료들이 잠정구를 치라고 하면 항상 “가보면 있어”라고 말하고는 무시하기 일쑤다. 미스샷을 할 때는 카트를 타지 않는다. 티샷이 모두 끝나면 그는 쏜살같이 현장으로 달려간다. 그리고는 외친다. “여기 공 살아 있네. 7번 아이언 가져다 줘.”

알까기를 한 게 분명한데 그렇다고 정황만으로 룰을 위반했다고 비난할 수 없다. 그래서 동료들은 그에게 ‘가보면 있어’란 약간 수치스러운 별명을 붙여줬다.

알까기 때문에 홀인원을 날린 에피소드도 있다. 한 유명인 얘기다. 홀이 보이지 않는 블라인드 파3홀에서 티샷을 날렸다. 조금 긴 듯했지만 그래도 정확하게 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린 위에도 그린 뒤쪽에도 공은 없었다. 너무 억울한 나머지 알까기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동료들이 보지 않은 사이 주머니에 있던 공을 슬쩍 떨어뜨렸다. 그리고는 칩샷으로 핀에 붙여 파를 기록한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공을 집으러 홀에 손을 넣었더니 공 2개가 잡히는 것 아닌가.

아무도 모르게 2개를 꺼내서 주머니에 넣고 나중에 확인해봤더니 자신이 처음 티샷한 바로 그 공이다. 공이 사라진 게 아니라 홀인원이었던 것이다. 생애 첫 홀인원의 기쁨은 온데간데없고 알까기를 한 자괴감에 그 유명인사는 한동안 골프채를 잡지 않았다고 한다. 그 에피소드도 몇 년이 지나서야 공개했다.

기발한 반칙

이런 골퍼들도 가끔 봤을 것이다. 분명 나무 맞는 소리가 여러 번 난 것 같은데 절대 아니라고 오리발 내미는 골퍼. 페어웨이 한번 거치지 않고 숲속을 전전하다 파세이브했다고 우기는 골퍼. 분명 숲 깊은 곳으로 공이 들어간 것 같은데 별로 깊지 않은 곳, 그것도 나무 사이 너무 좋은 위치에서 공을 찾았다는 골퍼도 있다.

필드의 반칙왕들은 조만간 블랙리스트에 오를 것이고 언젠가 돈과 시간은 있어도 같이 라운드할 동료가 없어 골프를 접어야 하는 비극적 종말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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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