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야당이 벼르는 이철성 경찰청장 내정자

‘여소야대’ 정치 희생양 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안재필 기자 = 신임 경찰청장에 이철성 경찰청 차장이 내정됐다. 강신명 경찰청장이 임기를 마치고 자리를 떠나기 때문이다. 각종 사건으로 경찰의 조직기강 해이 문제가 불거지는 지금, 이 내정자의 자격 논란이 뜨겁다. 인사청문회 시작 전부터 각종 의혹이 이 내정자를 향하고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오는 19일에 시작된다. 이 내정자는 순경에서 시작해 경찰 요직을 두루 거쳐 청와대 비서관까지 지낸 ‘입지전적 경찰’로 꼽힌다. 또 꼼꼼한 업무처리능력을 갖춰 경찰 내에서도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검정고시 출신
유력후보 탈락

경기도 수원 출신인 이 내정자는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국민대 행정학과, 연세대 행정대학원을 나왔다. 그는 지난 1982년 순경 공채로 경찰에 입문한 뒤 1989년 간부후보 37기로 재입문했다. 이후 강원경찰청 원주서장, 서울 영등포서장, 경찰청 홍보담당관, 경찰관리관, 경찰청 외사국장 등을 거쳤다. 이 내정자는 지난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제25대 경남지방경찰청장으로 근무했다.

지난 2014년에는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사회안전비서관도 지냈다. 이 때문에 현 정부와 관계가 두텁다는 평가도 받는다. 지난해 연말에는 경찰청 차장이 됐다. 이 내정자가 신임 경찰청장으로 임명되면 순경부터 치안총감까지 경찰조직의 모든 계급을 전부 겪은 최초의 인물이 된다. 경찰청장은 차관급이지만 국정원장·검찰총장·국세청장과 함께 4대 권력기관장으로 꼽히는 자리다.

차기 경찰청장후보에는 이 내정자와 이상원 서울경찰청장이 꼽혀 2파전이 점쳐지기도 했다. 이 가운데 이 내정자가 차기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배경도 주목받는다.


이 서울청장은 최근 이슈가 됐던 강남역 살인사건이나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메피아(매트로+마피아) 사태 등 주요 현안들을 현장에서 직접 챙기는 등 강한 리더십의 소유자로 거론됐다. 하지만 지난달 서울경찰청에서 의무경찰로 복무 중인 우병우 민정수석의 아들 '꿀보직' 특혜 의혹에 휘말리면서 후보에서 밀려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앞서 이상식 부산경찰청장도 유력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부산지역 학교전담경찰관(SPO)들이 관할 학교 여학생과 성관계를 맺은 사건으로 조직관리능력에 흠집이 나면서 차기 청장후보에서 멀어졌다. 일각에서는 경찰대학 출신이 2년 연속 경찰청장에 임명되면 조직 내부의 불만이 잇따르고 유·무형의 반발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차기 경찰청장후보 중 비 경찰대학 출신은 이 내정자와 이 서울청장뿐이다.

순경부터 시작해 경찰 모든 계급 거쳐
꼼꼼한 업무처리…내부 신임 두터워

지역을 고려했다는 의견도 있다. 강신명 경찰청장이 대구·경북 출신이기 때문에 비 대구·경북 출신을 앉힐 경우 나올 수 있는 비판을 미리 차단한 셈이라는 것이다. 엘리트형 청장보다 일선 경찰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흔들리는 조직을 다잡을 수 있는 관리형 청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조직 내 성추행, 뇌물 수수 등 기강이 흔들리고 있는데 이를 다잡고 관리할 수 있는 구심점으로서의 청장이 필요하다는 점이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

이 내정자는 경찰위원회 동의를 거친 뒤 행정자치부 장관 제청을 받는다. 이후 국회 인사청문회의 뒤 대통령 권한으로 경찰청장에 임명된다. 인사청문회에 앞서 이 내정자는 경찰위원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경찰위원회의 임명제청 동의안 심의를 통과해야 인사청문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 내정자는 지난달 29일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동의안 심의를 받았다. 경찰위원회에서는 재적 의원 7명 중 과반수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이 내정자는 재적 의원 7명 중 6명이 참석한 가운데 만장일치로 전원 찬성의사를 받아냈다.

이날 이 내정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에 본격 착수하면서 “(경찰청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과제라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 내 기강해이 부분에 관해서 “기강은 바로 잡혀야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것들로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다양한 고민과 논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청문회를 앞두고 “청문회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 청문회를 거쳐 청장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엇보다 국민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지혜와 역량을 모아서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일에는 이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국회 사무처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을 제안자로 한 인사청문요청안을 접수받았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임명동의 요청 사용서에서 이 내정자에 대해 “풍부한 경험과 검증된 조직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경찰조직을 조속히 재정비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안전 확보와 법질서 확립을 강력하게 추진해 나갈 최고의 적임자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이 내정자가 제출한 재산신고 자료에 따르면 본인과 배우자, 두 자녀를 포함해 총 9억2885만원 상당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으로는 본인 명의의 경기 고양시 덕양구 삼송동 소재 아파트(4억4700만원 상당)와 예금 9875만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기관엔 1억원의 채무가 있다고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자 명의로 강원도 횡성군 소재 단독주택(1억1900만원 상당)을 소유하고 있고 2011년식 알페온 자동차도 보유하고 있다. 장녀 명의로 예금 2656만원이 있다.

청문회 전부터
의혹 부글부글

군 복무와 관련해 이 내정자 본인과 장남 모두 육군 병장 만기전역으로 접수됐다. 이 내정자는 1981년 6월, 장남은 2012년 6월 전역했다. 납세 자료에 따르면 이 내정자 일가에 체납 기록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대통령의 추천으로 순경부터 시작해 경찰 조직의 모든 계급을 경험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이 내정자지만 인사청문회 전부터 다양한 의혹에 시달리게 됐다. 그의 자질 논란이 불거지자 일각에선 우병우 민정수석의 인사검증 능력에 대한 비판도 일고 있다. 이 내정자로서는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셈이다. 야당은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이 내정자에 대해 철저한 검증을 하겠다는 예고장도 던진 상태다. 

이 내정자의 지난날은 현재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은 지난 2009년 서울 영등포경찰서장으로 있던 시절의 발언이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 시위대에게 폭행을 당해 입원 치료 중이던 A순경을 문병한 자리에서 시위대에 ‘폭도’란 단어를 사용한 것이다.

당시 이 내정자는 “1980년대에는 솔직히 백골단 등이 투입돼 심하게 시민을 진압하고 폭력적인 방법도 동원하고 그랬다. 요즘은 누가 그러느냐”라고 했다. 이어 “어느 집회를 봐도 경찰이 먼저 공격하는 경우는 없다. 차라리 전쟁 상황이라면 마음껏 진압할 텐데 그럴 수 없으니 우리도 답답하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 아니라 23년 전인 1993년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된 사실도 확인됐다. 지난달 30일 경찰청장 인사청문회 준비팀에 따르면 이 내정자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것은 1993년 11월이다. 당시 강원지방경찰청 상황실장으로 근무하던 이 내정자는 소속직원들과 반주를 하고 개인 차량을 운전했다. 이 과정에서 이 내정자는 물적 피해를 동반한 교통사고를 냈고, 음주운전 혐의로 벌금 100만원 처분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내정자는 당시 혈중알콜농도 0.09%로 면허정지 수준에 해당하는 수치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해 지난 2일 TV조선이 의혹을 제기했다. 과거 이 내정자가 민간인을 사칭하거나 담당 경찰관들이 신분을 숨겨준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TV조선은 이 내정자가 경감으로 승진 후 5년 만인 1997년에 경정으로 승진한 것이 징계가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이에 사정당국 관계자는 “과거 기록을 뒤져봐도 이 후보자에 대한 어떤 징계 기록도 남아있지 않다”고 했다. 인사청문회 준비팀은 오래전 일이라 정확한 경위와 징계 기록까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위대에 폭도 발언 및 음주운전 적발 벌금
석사학위 논문 표절 및 관할지역 부동산투기


이 내정자는 음주운전 의혹에 “이유를 불문하고 부적절한 처신을 했던 사실에 대해 거듭 사죄드리며 구체적인 사항은 인사청문회에서 밝히겠다”며 보도자료를 통해 “23년 전 일이긴 하나 경찰공무원으로서 음주운전을 한 행동에 대해 매우 부끄럽게 생각하고 본 건을 계기로 공직자로서 처신에 더욱 신중을 기해 왔다”고 사과했다.

석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도 있다. 지난 2일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이 제기한 문제로 당시 이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의원은 “이 내정자가 2000년 ‘통일대비 남·북한 경찰통합방안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연세대 행정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는데 논문의 상당 부분이 다른 논문의 내용을 인용하거나 각주 표시 없이 그대로 표절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이 내정자의 논문 중 35∼42페이지는 ‘통일 이후 한국의 행정조직 및 지방행정체계의 설계’(한국행정연구원, 1996)라는 연구보고서 일부를 발췌해 그대로 썼다. 49∼56페이지는 ‘통일에 따른 한국결찰기구 통합모형에 대한 연구’(박기륜 동국대 대학원 경찰학과 박사논문, 1997년)를 그대로 베꼈다.

결론 파트인 156∼159페이지 절반 이상은 ‘통일행정요원 양성 및 관리방안’(양현모, 1998년) 외 다른 한국행정연구원의 연구보고서 내용 등을 짜깁기하는 방식으로 채웠다. 일부 문장에서는 오타까지 그대로 표절한 사례도 있었다.

무겁기만 한
내정자의 어깨

이 의원은 “표절검사 서비스 카피킬러를 통해 검사한 결과 이 내정자의 논문 표절률이 32%로 내용의 3분의 1 가량이 표절이었다”며 “전체 1191개 문장 중 동일문장이 121개, 의심 문장이 428개에 달해 표절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본인이 논문 표절 여부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이 내정자 측은 “당시에는 연구윤리가 확립돼 있지 않았고 직무와 학업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인용 표시에 있어 철저하지 못한 점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는 논문 표절 외에 부동산 투기 의혹도 받고 있다. 강원도 정선경찰서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5년, 투자 유망지인 강원도 횡성군 우천면 오원리 일대의 땅 531㎡를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이는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제기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대지를 매입한 이 내정자는 땅을 배우자 명의로 매입해 2층짜리 건물을 신축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의원은 이후 이 내정자의 가족이 한 번도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것을 보고 투기 목적으로 땅을 매입해 건물을 지은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그 이유를 이 내정자의 배우자가 부동산을 매입 한 지역과 시기에서 찾았다. 당시 알로에마임이 일대 부지를 매입해 이전 계획을 내놓기도 했고, 금융사 연수원 건립과 골프장 건설 등 대규모 개발 사업이 예정되어 부동산 가격이 치솟았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지역 기관장으로 재직한 시기에 인근 지역의 개발 정보를 미리 알고 매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인근 부동산개발업자의 평가를 인용해 “해당 지역은 현재에도 3억원에서 최고 10억원의 시세에 달하며, 이 내정자가 매입한 지역은 시가 4억원가량”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 내정자의 재산내역서에 명시된 가격과 4배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경찰청은 이에 대해 박 의원실에 “해당 부동산은 퇴임 후 주거 목적으로 구입한 것으로 투기 목적과는 무관하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첫 청문회
과연 결과는?

'입지전적 경찰, 청와대와의 친밀성' 이 내정자를 표현하는 말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우 수석의 인사검사 능력을 검증할 인물로 이 내정자는 부각되고 있다. 일각에선 경찰청장 내정자라는 개인보다 우 수석에 대한 정치적 견제와 사퇴를 제기하는 비판의 카드로만 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인사청문회가 시작도 되기 전부터 이 내정자의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 그 이유라는 주장이다. 주위의 관심이 어찌 됐건 현재 이 내정자의 어깨는 무겁기만 한 셈이다.


<anjapil@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역대 경찰청장 잔혹사

경찰청장 임기제는 지난 2003년에 도입됐다. 청장 임기는 2년이다. 임기를 보장해줌으로써권력으로부터 독립하고 경찰의 중립성을 강화해 경찰청장에게 힘을 주자는 논리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임기제 시행 이후 임기를 모두 마친 경찰청장은 강신명 경찰청장과 이택순 전 경찰청장뿐이다.

임기제를 거친 경찰청장은 모두 9명으로 알려졌다. 임기를 채우지 못한 청장들은 주로 집회 과잉대응이 문제가 되거나 국면전환용으로 자리를 보전하지 못했다. 일례로 허준영 전 청장은 시위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과잉 진압 논란으로 퇴진 압박을 받았다. 그는 취임 1년여 만에 스스로 물러났다. 최기문 전 청장은 청와대와 갈등을 빚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다.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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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