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헌재 결정에도…‘말 많은’ 김영란법 해부

의원님들 입맛 따라 ‘넣고 빼고’

[일요시사 취재1팀] 안재필 기자 = ‘부정청탁’에 대한 이슈가 올라오면 대중은 분노 이전에 ‘그럼 그렇지’라는 생각을 바탕에 깔고 판단한다. 그만큼 부정청탁에 대한 인식은 일반화되어 있다. 이를 극복하고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나왔다. 탈도, 말도 많은 김영란법이 합헌 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본다.

김영란법은 지난 2012년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추진했던 법안이다. 공직자나 국회의원이 100만원이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것이 골자다. 지난 2015년 3월에 국회본회의에 통과되었으며 1년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9월28일 시행된다.

9월28일 시행
관련산업 맨붕

부패방지 제재에 관한 관심은 지난 2011년 불거진 속칭 ‘벤츠 여검사’사건에서 시작된다. 내연관계의 여검사 A씨와 남변호사 B씨가 연루된 형사사건이다. 두 사람의 관계는 A씨가 검사가 되기 전부터 이어졌다. A씨와 연인관계가 된 부장판사 출신 B씨는 아파트 보증금을 대신 내주거나 다이아 반지, 시계 등을 선물했다. 심지어 지난 2008년엔 벤츠 승용차를 리스해주고 2010년엔 신용카드도 줬다. 그러던 중 A씨는 B씨에게 사건 하나를 부탁받았다.

B씨가 동업중인 건설업자와 분쟁이 생겨 고소하게 된 일로 A씨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B씨는 A씨에게 “담당검사에게 부탁해서 동업자가 구속되거나 고소 사건이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한다. 이에 A씨는 담당검사에게 직접 사건을 빨리 처리해주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

이러한 사실은 B씨의 또 다른 내연녀가 검찰에 진정을 내면서 드러났다. 특임검사팀도 꾸려져 조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A씨의 행동이 단순 부적절한 관계를 넘어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판단 A씨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피고인으로 법정에 선 A씨는 “청탁 받은 기억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탁을 받았다 하더라도 의혹이 되고 있는 신용카드나 벤츠 승용차는 대가성이 없고 사랑하는 연인을 위한 호의적 행동이라는 주장을 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A씨가 B씨에게 받은 금품들이 청탁의 대가로 보기 힘들다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법원은 A씨가 받은 금품은 내연관계의 B씨에게 선물 받은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A씨는 지난 2015년 4년간의 재판 끝에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와 같이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처벌할 수 없는 일이 생기자 부패 방지를 위해 더욱 강한 제재 수단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후 김 전 위원장은 제정안을 발표한다. 형법 등에 뇌물죄가 있지만,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입증되어야 했다. 김 전 위원장은 대가성이 없어도 금품과 향응 등을 받으면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 전 위원장이 제출한 원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명목에 상관없이 공직자가 금품이나 향응을 받거나 요구, 약속을 하면 처벌받는다(제공자도 마찬가지). 금액이 100만원이 넘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수수 금액 5배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100만원 이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한다.
▲제 3자를 통해 부정 청탁을 하면 이해당사자와 제 3자 모두 처벌을 받는다. 이때 1000만∼3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고위 공직자나 인사 담당자가 자신의 가족을 소속 기관에 채용하거나, 본인·가족·친척과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수행하는 것을 금지한다. 위반할 시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차관급 이상 공직자, 지자체장, 공공기관장이 새로 임용되면 민간에서 했던 관련 업무에 2년간 참여할 수 없다.

이후 김 전 위원장은 남편 강지원 변호사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자 돌연 사직서를 냈다. 발의한 법안 중 ‘고위 공직자와 이해관계가 있는 자리에 친인척을 두면 안 된다’는 조항에 위반이 된다는 이유였다.

수정 또 수정
제 모습 잃어

지난 2013년 5월 권익위와 법무부가 법안 내용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지나치게 가혹하고 법리에 맞지 않다’며 반대를 하던 법무부와의 합의여서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법안 내용이 눈에 띄게 변해 구설수에 올랐다. 이해관계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든 금품을 받으면 처벌할 수 있다는 조항이 삭제된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권익위는 말을 바꿨다. 수정안인 ‘직무 관련성이 있을 때만 처벌한다’는 조항은 유지하면서 직무 관련자의 범위를 ‘공직자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들’로 변경했다. 그러나 이러한 권익위의 입장은 원안에 가깝게 직무 관련 여하를 떠나 누구에게든 금품을 받을 수 없도록 하겠다고 변한다.

이에 정홍원 전 국무총리는 ‘직무와 관련하여 또는 그 지위·직책에서 유래되는 사실상 영향력을 통한 금품품수는 대가 관계가 없더라도 형사처벌’을 받도록 했다. 직무관련성이 없는 돈을 받은 경우는 형사처벌에서 과태료를 물리는 것으로 후퇴한다. 이는 원안에 비해 원만해졌다는 원성을 샀다. 이후 김영란법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하지만 국회는 김영란법을 신경쓰지 않았다. 여야는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말을 반복했지만 아무런 결과를 보이지 못했다. 국회에서 김영란법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면서부터다. 참사의 원인으로 한국 사회에 만연한 각종 청탁 등 부정부패가 지목됐기 때문이다.



2011년 벤츠 여검사 사건서 촉발
당시 김영란 위원장이 처음 제의


일명 ‘관피아’를 바로잡을 대책으로 김영란법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후 국회 정무위원회(이하 정무위)는 총 6차례에 걸쳐 법안심사 소위를 열었다. 김영란법은 지난 2015년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됐다. 그러나 여기서도 변화를 거치게 된다.

법안 적용 대상자를 공직자에서 언론종사자와 사립학교 교직원까지 확대한 것이다. 사립 유치원과 학교 교직원들이 포함된 것도 논란이 됐다. 넓어진 적용 범위에 혼란은 계속됐다. 이어 지난 2015년 3월3일 여야가 법안 최종안에 합의하고 국회 본회의에서 김영란법을 처리하기로 했다. 투표에 참석한 의원들은 총 247명으로 찬성 228명, 반대 4명, 기권 15명으로 압도적인 찬성률을 보였다.

통과된 법안에는 원안에 있던 ‘이해충돌 방지법’이 제외돼 있었다. 이해충돌 방지법은 김영란법의 핵심 중 하나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나 인사 담당자가 자신의 가족을 소속 기관에 채용하거나, 본인·가족·친척과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수행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이로 인해 김영란법은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어 부정청탁 금지 대상에서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 일부가 처벌대상에서 제외됐다. 조문 5조 2항에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 3자의 민원 전달 행위’를 예외조항으로 세운 것이다. 지역 주민들의 고충이나 민원을 정부에 전달하는 것은 선출직 공직자들의 고유 업무이기에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

당시 김 전 위원장은 “자칫 잘못하면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이 브로커화 될 수 있는 현상을 용인하는 결과가 초래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또 “적절히 거르겠지만 (부정청탁의)문을 열어놓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만든 취지에 비춰보면 (선출직 공직자)본인에게 스스로 걸러주는 것을 맡기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약 4년간 수술대에 올랐던 김영란법은 몇 가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우선 헌법상 연좌제 금지에 대한 위헌시비가 있다. 김영란법 22조 2항에 ‘수수 금지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하거나 제공받기로 약속한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아니한 공직자’를 벌한다는 조항이 있어 이는 위헌이라는 것이다.

현행 형법에서 친족은 가족의 범죄를 숨겨주더라도 은닉죄에 해당하지 않는데 반해 김영란법에서만 은닉을 벌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일었다. 형법 151조 2항은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전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말도 나왔다. 언론종사자와 사립학교 교직원 등 민간영역에 속하는 이들을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에 어긋난다는 의견이다. 과잉금지의 원칙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은 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절성, 법익의 균형성 침해의 최소성 등이 준수되어야 한다’고 지정하고 있다.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의 범위가 애매하다는 지적도 있다. 업무와 관련이 없는 연인들의 선물 등도 물품의 금액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물품의 금액으로 뇌물 여부를 판단하다보니 고가 선물세트를 판매하는 업계에 피해가 우려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에선 김영란법 시행 시 약 11조원의 경제 손실이 우려된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한경연은 비용제한 한도액을 상향 조정 할 시 업계에 미치는 경제적 손실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음식 접대비 상한을 3만원으로 하면 음식업계는 연 8조5000억원 정도의 매출이 줄어들지만 5만원으로 올리면 감소액이 4조7000억원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에 김영란법의 상한선을 인상해야한다는 말도 나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농축산물을 빼줄 것을 권익위에 건의했다. 건의안에는 식사 5만원, 선물 10만원의 인상안과 김영란법의 시행시기를 5년 이후로 하자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뇌물 상한선 인상’이냐는 비난도 나타났다. 앞선 일들로 인해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대한민국 부패 규모가 11조란 소리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부패 방지’사회적인 공감대 형성
국회 거치면서 이상하게 다듬어져


논란이 많은 탓에 김영란법은 시행이 되기도 전인 지난 28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심사를 받게 됐다. 결과는 ‘합헌’판정이었다. 판정이 내려지기 전 가장 큰 쟁점은 대한변호사협회 등이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를 적용 대상에 포함한 것은 언론과 사학의 자유를 침해하고, 배우자의 금품 수수에 대한 신고를 의무화한 것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이었다.

이는 “교육과 언론이 국가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이들 분야의 부패는 피해가 광범위하지만 원상회복이 어렵다”며 관계자들은 공직자에 버금가는 청렴성, 업무 불가매수성이 요청된다며 합헌 판정을 받았다.

부정청탁과 사회상규 등 조항의 모호성에 대해선 “부정청탁이란 용어는 여러 법령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대법원도 많은 판례를 축적하고 있다. 사회상규도 형법 제20조에서 사용되고 있는 등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전원일치로 합헌 판정 됐다.

배우자의 금품 수수 신고 의무에 관한 조항도 합헌 판결이 났다. 이 조항에 대해 재판관들은 “배우자를 통해 부적절한 청탁을 시도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고지할 의무를 부과할 뿐”이라며 “연좌제에 해당한다거나 양심의 자유를 직접 제재한다고 볼 수 없다. 배우자에 대해서는 어떠한 제재도 가하지 않는 만큼 기본권 침해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에 관한 위임조항 역시 합헌 판정을 받았다. 재판관들은 “사교·의례 목적의 경조사비·선물·음식물 등의 가액을 일률적으로 법률에 규정하기 곤란하다. 탄력성이 있는 정부 시행령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의견을 냈다.

김영란법은 합헌 판정을 받아 오는 9월28일 시행된다. 여야는 대부분 헌재 판결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 시행 시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은 여전하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시행착오가 많이 생길 것”이라며 국내 경제에 미칠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헌재 판단에도
계속되는 논란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은 시행령에 규정된 음식접대 상한액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지하고자 하는 것은 현금과 부정청탁이 오가는 것과 차떼기(비자금을 현금으로 제공)”라며 “밥을 3만원짜리를 먹느냐, 선물을 5만원짜리를 하느냐에 대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조문 5조2항에 국회의원이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시행을 앞두고 있는 김영란법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다.
 

<anjapil@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영란법’ 김영란 누구?


1956년생으로 부산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였으며 재학 중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가 됐다. 제 18대 대통령 선거 후보였던 강지원 변호사가 남편이다. 노무현정권 때 대법관을 지내고 이명박정권 들어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남편인 강 변호사가 대통령 선거 후보로 출마하면서 권익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 현재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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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