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최고의 진기명기 '장면들'

믿을 수 없는 리커버리 샷

모든 스포츠가 마찬가지지만 골프에서도 위기의 순간 최고의 샷이 나온다. 선수들이 보여주는 창의적인 샷에 갤러리는 열광한다. 미국프로골프협회(PGA of America)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PGA투어에서 실제 일어난 믿을 수 없는 9개의 리커버리 샷을 선정해 소개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비롯해 필 미컬슨, 빌 하스(이상 미국),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미구엘 앙헬 히메네즈, 세르히오 가르시아(이상 스페인), 빅토르 뒤뷔송(프랑스), 비제이 싱(피지)의 샷이 최고의 진기명기로 꼽혔다. 특히 미컬슨은 9가지의 샷 중 2개가 선정돼 ‘쇼트 게임의 달인’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위기의 순간
최고의 샷

최고의 샷은 가르시아의 나무 위 샷이다. 그는 2013년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최종 4라운드 10번홀에서 티샷이 나무로 올라가는 불운을 맞았다. 보통 선수들은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할 법한 상황에서 가르시아는 그대로 샷을 하기로 결정했다.

나무 위로 올라간 가르시아는 자세가 나오지 않아 여러 번 다양한 각도에서 어드레스 자세를 취해야 했다. 결국 페어웨이를 등진 채 왼손으로는 나뭇가지를 잡고 오른손으로 클럽을 쥐어 등 뒤쪽으로 볼을 쳐냈다. 다행히 볼은 페어웨이로 빠져나왔다. 나무 위 샷의 결과는 나쁘지 않았지만 가르시아는 나무에서 내려온 뒤 첫 번째 샷을 30야드밖에 보내지 못했고 결국 더블보기를 범했다.

히메네즈는 2010년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에서 열린 디 오픈에서 ‘벽치기’ 샷을 선보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히메네즈는 로드 홀로 불리는 17번홀에서 볼이 그린 뒤 돌담 바로 앞에 멈추자 궁여지책으로 돌담을 향해 볼을 쳤다. 볼은 벽에 맞고 바운스된 뒤 그린에 올라갔고 갤러리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세계 랭킹 2위 조던 스피스(미국)도 지난해 디 오픈을 앞두고 로드 홀에서 벽치기 샷을 연습한 적이 있다.


하스가 2011년 투어 챔피언십 연장전에서 보여준 ‘워터해저드 샷’도 명장면에 선정됐다. 이스트레이크 골프장 17번홀에서 열린 연장 두 번째 홀에서 하스는 절제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두 번째 샷이 그린 왼쪽 연못 가장자리에 떨어져 볼이 반쯤 물에 잠긴 것. 오른발은 물에 담근 채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 까다로운 상황이었다.

가르시아 나무 위 샷 ‘최고’
창의적 샷에 갤러리는 열광

그러나 하스가 물을 튀기며 친 워터해저드 샷은 홀을 약 90㎝ 지나친 지점에 절묘하게 멈춰 섰다. 가볍게 파 세이브하며 고비를 넘긴 그는 세 번째 연장전에서 파를 지켜내 승리했다. 하스는 당시 우승으로 페덱스컵 보너스 1000만달러까지 챙기는 ‘잭팟’을 터뜨렸다. 그의 샷은 그해 PGA투어가 선정한 ‘올해의 샷’으로도 뽑혔다.

뒤뷔송은 지난 2014년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 액센추어 매치플레이 결승에서 호주의 제이슨 데이에게 비록 패했지만 당시 연장전에서 보여준 두 차례의 리커버리 샷이 명장면으로 꼽혔다.

뒤뷔송은 연장 첫 번째 홀에서 선인장 밑 모래밭에 들어간 볼을 홀 1.2m에 붙여 파 세이브에 성공했고, 연장 두 번째 홀에서도 덤불 사이로 빠진 볼을 다시 2m에 붙인 뒤 기어이 파를 잡아냈다. 뒤뷔송은 연장 다섯 번째 홀에서 백기를 들긴 했지만 두 번의 파세이브는 최고의 샷으로 뽑혔다. 데이는 당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한때 우즈를 밀어내고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던 싱은 2001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16번홀에서 퍼터로 이색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다. 파5 홀인 이곳에서 싱의 두 번째 샷은 그린 옆 프린지와 러프 사이에 떨어졌다. 싱은 퍼터를 90도로 돌려 잡더니 페이스가 아니라 ‘토’(헤드 앞 끝)로 볼을 쳐내 5m 거리의 홀에 집어넣어 이글을 잡았다.

싱은 경기 후 “연습을 많이 해본 샷이었으나 대회에서는 처음 써먹었다”며 “볼이 프린지와 러프 사이에 멈춰 있어서 샌드웨지를 썼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진기샷 잘하는
톱랭커 압권

미컬슨은 2008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 콜로니얼 골프장에서 열린 크라운플라자 인비테이셔널 최종 라운드 18번홀에서 환상적인 로브 샷을 앞세워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미컬슨의 티샷은 왼쪽 나무 숲 러프로 들어갔다. 핀까지 거리는 140 야드. 키 큰 나무들이 가로막고 있어 파 세이브도 결코 만만치 않은 상황. 미컬슨은 로브 샷을 감행했고, 나뭇가지 위로 붕 떠오른 볼은 그린에 안착하더니 홀 2.7m 거리에 멈췄다. 이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우승을 차지한 미컬슨은 “내 생애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멋진 샷”이라고 했다.

미컬슨은 2014년 WGC 캐딜락 챔피언십 1라운드 때도 쇼트 게임의 진수를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대회장인 블루 몬스터 TPC 17번홀. 파4 419야드인 이 홀에서 미컬슨의 티샷은 그린 주변까지 날아가 카트 도로에 멈췄다. 카트 도로 뒤쪽엔 갤러리 스탠드가 있었다. 구제를 받고 드롭을 해도 상황이 더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미컬슨은 카트 도로에서 그대로 샷을 하기로 결정했다. 홀까지 47야드. 미컬슨은 웨지 샷을 했고, 볼은 그린에 떨어진 후 홀 2.7m 거리에 붙었다. 미컬슨은 버디로 연결했다.

나무 위에서…
최고의 장면

세계 랭킹 3위 매킬로이는 지난 2014년 메이저 우승자들만 출전하는 이벤트 대회인 PGA그랜드 슬램에서 ‘왼손 해저드 샷’으로 트러블 상황을 탈출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당시 2라운드 17번홀(파5)에서 그의 티샷은 페어웨이 왼쪽 워터해저드 가장자리에 빠졌다. 스탠스를 잡을 수 없게 된 매킬로이는 웨지 헤드를 거꾸로 잡은 뒤 왼손잡이 스윙으로 볼을 페어웨이에서 꺼냈다. 매킬로이는 세 번째 샷을 러프로 보내고, 네 번째 샷으로도 볼을 그린에 올리지 못했지만 다섯 번째 웨지 샷을 그대로 홀에 집어넣어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우즈가 2005년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 16번홀(파3)에서 보여준 ‘기적의 칩샷’은 우즈의 명성과 어우러진 까닭에 골프 역사상 가장 유명한 명장면으로 꼽힌다. 당시 우즈의 티샷은 러프에 빠지고 말았다. 파 세이브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우즈는 회심의 칩샷을 날렸고, 홀 8m 거리의 그린에 떨어진 볼은 90도로 꺾이면서 경사를 타고 내려가더니 홀 앞에서 약 1.5초 동안 멈춰선 뒤 거짓말처럼 빨려 들어갔다.
이 장면은 방송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을 뿐

니라 TV뉴스와 인터넷 등을 통해 급속히 퍼져나갔다. 더구나 우즈의 볼은 마치 연출한 듯 홀에 들어가면서 나이키의 상징인 갈고리 모양의 로고를 보여줘 극적인 효과를 더했다.

하지만 역대급 진기명기 샷도 통하지 않는 악명높은 벙커들이 골퍼들을 골탕먹이고 있다.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샌드세이브율이 가장 높은 선수는 데이비드 톰스(미국)로 66.67% 성공률을 자랑하고 있다. 가장 나쁜 선수는 34.57% 확률을 보이는 키건 브래들리(미국). 전체 199명 중 정확히 중간인 100위 자리에는 세계 랭킹 3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올라 있다. 공교롭게도 확률도 절반인 50%다. 세계 최고 선수들도 벙커에 들어갔을 때 빠져나와서 1퍼트로 마무리하는 확률이 평균적으로 50%밖에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난감한 골퍼들…색다른 흥밋거리
아무 것도 안통하는 치명적 벙커들

스코틀랜드 출신 골프코스 설계가 도널드 로스는 “골프 코스 내에 잘못 배치된 벙커는 없다. 따라서 벙커가 어디에 있든지 그것을 피하는 것은 플레이어 몫”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하지만 전 세계 골프장에는 한번 빠지면 탈출하는 것 자체만으로 감지덕지해야 하는 ‘마의 벙커’가 꽤 있다.

오크몬트 골프장의 ‘교회 의자들(Church Pews)’로 불리는 벙커도 한번 빠지고 나면 악명에 치를 떠는 곳이다. 3번홀과 4번홀 페어웨이 사이에 있는 이 벙커는 길이가 100야드 이상 될 정도로 엄청나게 크다. 이 벙커 내에 있는 기다란 러프 둔덕들이 마치 교회 의자를 일렬로 정렬해놓은 것 같아 이런 닉네임이 붙었다. 원래 6개 벙커로 나뉘어 있었지만 이것을 하나로 만들면서 유명해졌다. 처음에는 7개 ‘의자’밖에 없었지만 점점 늘어 지금은 12개가 됐고, 각 의자들은 두껍고 질긴 페스큐 잔디로 구성됐다. 이곳에 공이 빠지면 탈출은커녕 찾는 것조차 힘들다.


2011년 디오픈이 열린 잉글랜드 로열 세인트조지스 골프장의 4번홀 12m짜리 벙커는 깊고 위협적인 시각 효과로 ‘히말라야 벙커’라는 애칭을 얻었다. 정말 벙커 한쪽 사이드가 히말라야를 보는 것 같은 웅장함을 준다.

아무리 무시무시한 벙커가 많다고 해도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 17번홀의 ‘나카지마 벙커’보다 더 악명을 떨친 벙커는 없을 것이다. ‘로드홀’로 불리는 이 홀에서도 나카지마 벙커는 유독 유명세를 타고 있다. 1978년 브리티시오픈에서 일본 나카지마 쓰네유키는 이 홀에서 9타를 치며 우승 경쟁에서 멀어졌다. 볼을 두 번 만에 그린에 올렸지만 첫 퍼트가 길어 ‘그린 OB’가 나면서 벙커에 빠졌고, 벙커에서 나오는 데 5타를 소비했다.

악명높은 벙커
선수들 눈물

미국 뉴저지주에 있는 파인밸리 골프장 10번홀(파3) 그린 앞 벙커는 ‘악마의 항문(Devil’s Asshole)’이라는 아주 독특한 닉네임을 갖고 있다. 그 모양을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깊이는 3m밖에 되지 않지만 너무 작아서 백스윙 각도가 잘 나오지 않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체임버스베이 골프장 18번홀 페어웨이 중앙에 있는 벙커는 ‘지하실(Basement)’이란 애칭이 있다. 3.6m 높이에 지하실처럼 넓은 이 벙커는 레이업하는 공을 모두 잡아먹는 것으로 악명 높다.

‘모래 언덕’을 연상시킬 정도로 높아 탈출하기 힘든 샌드힐스 골프장 18번홀 벙커, PGA 웨스트스타디움 코스 16번홀 5m짜리 벙커, 로열포트러시 골프장 17번홀 벙커 등도 피하는 게 상책인 치명적인 벙커들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