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물 만들기’ 나선 박(朴)의 남자들 <집중분석>

공주님 ‘용상’은 우리가 만든다


국제전략연구소(GSI)는 이명박 대통령의 ‘두뇌집단’으로 한반도 대운하 등 대표 공약의 산파 역할을 했다. 이곳 출신들도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요직에 진출했다. 초대 대통령실장이 된 류우익 서울대 교수, ‘왕의 남자’로 불리던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비핵개방 3000’ 창시자인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한나라당 김영우 의원도 GSI 출신이다. 한편 ‘6인회의’는 지난 대선 때 이 대통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였다. 친형인 이상득 의원, 박희태 국회의장, 김덕룡 전 국민통합특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이재오 특임장관이 그 멤버다. 이 대통령의 또 다른 싱크탱크였던 바른정책연구원(BPI)은 백용호 대통령정책실장이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2007년 경선 패배 교훈 ‘출범 늦었다’ ‘이슈 빼앗겼다’
경선 포섭용 ‘선제적 시작’, 대권 도전용 ‘복지 올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을 불과 8개월 앞둔 시점에 당시 박 전 대표 캠프 상황실장인 최경환 의원(현 지식경제부 장관)에게 대선 캠프를 구성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캠프 개소식은 2007년 1월3일이 돼서야 마쳤다. 그 후 정책자문단을 발표하기 시작해 대선을 350여일 앞둔 시점에서 외교안보 분야 자문단 10여 명을 처음 공개했다.

‘선제적 정책행보’
2년 앞두고 싱크탱크 출범

이후 순차적으로 자문교수단을 공개하면서 다소 급조된 인상을 주기도 했다. 출범이 늦어 주요 이슈에 대한 선점 또한 늦었다. 경선 기간 내내 ‘콘텐트 부족’이란 비판에 시달렸다. 특히 ‘경제’와 ‘안보’ 분야 이슈를 선점 당했다. 박 전 대표가 경선에서 석패하자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서 “준비가 너무 늦었고, 주요 이슈를 빼앗겼다”라는 반성이 이구동성으로 나왔다.

그로부터 4년여 흐른 2010년 12월27일. 박 전 대표의 ‘싱크탱크’ 격인 ‘국가미래연구원’(원장 김광두 서강대 교수)이 출범했다. 18대 대선을 720여일 앞둔 시점이다. 지난 경선 때보다 1년 가량 앞당겼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대선을 2년여 앞둔 시점에서 ‘안국포럼’을 출범시켰다. 2007년 당내 예비 경선 당시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에게 초반 기선을 제압당한 경험이 약이 됐다. 경선 패배에서 교훈을 얻은 박 전 대표는 경제·외교안보 등 15개 분야에서 발기인만 78명이나 되는 매머드급 싱크탱크를 만들었다. 이에 앞서 박 전 대표는 지난 12월20일 ‘사회보장법 전부 개정안 공청회’를 통해 복지 관련 윤곽을 제시하는 등 ‘선제적 정책행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3년간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내준 적이 없고 현재 다른 예비주자들보다 지지율에서 20% 가량 앞서 있다. 한 측근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대중성에서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는 만큼 국가운영 비전을 제시하는 일에 몰두하는 모습을 통해 지지율을 더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라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박 전 대표 측은 이런 세간의 평가에 “정책 일정을 대선 일정과 동일시하지 말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경제 교사’로 알려진 이한구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과의 전화 통화에서 “대선용 싱크탱크가 아닌 네트워크”라면서 “전문가들이 자기 전문 지식을 컨트리뷰션(제시)해서 서로 간 영향을 미쳐 결과를 공유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박 전 대표의 거침없는 움직임을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 한나라당 내 친박계 의원들조차 “박 전 대표의 최근 행보는 파격적이다”라고 말할 정도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이미 대선 주자로 나서겠다는 뜻을 드러낸 만큼 이제 정치권의 눈치를 살필 필요가 없다”며 “숨기거나 준비를 소홀히 하는 게 오히려 나쁜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미래연구원의 발기인 총회가 열린 지난 12월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의 헤드 테이블엔 한나라당 박 전 대표를 비롯해 이한구 의원, 김광두 서강대 교수, 최성재 서울대 교수, 조대환 변호사, 황부영 브랜다임 앤 파트너스 대표가 동석했다. 박 전 대표는 축사에서 “훌륭한 전문가들이 모였기 때문에 우리 앞에 놓인 많은 난제를 극복하고, 우리나라를 진정한 선진국으로 만드는 대업도 이룰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며 “앞으로 더 많은 분이 이 모임에 참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총회에서 김광두 교수는 국가미래연구원 이사장 겸 원장으로 선정됐다. 김 교수는 인사말에서 “통섭(通涉)의 시각에서 문제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각계 인사들이 모이게 됐다”며 “박 전 대표가 공부 모임을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전해와 회원으로 모시게 됐다. 박 전 대표도 다른 회원들과 마찬가지로 월 5만 원의 회비를 내는 회원일 뿐”이라고 말했다.

싱크탱크 79% ‘학자’
전략만 있고 전술은 없다?

연구원에 발기인으로 참여한 ‘박근혜 인맥’은 박 전 대표를 포함 학계 정계 재계 법조계 등 78명이다. 79%(62명)가 대학교수(강사포함)·연구원 등 학자들이다. 나머지는 전직 관료, 기업인, 변호사, 의학박사 등이다. 서강대 출신이 7명으로, 서울대 출신 7명과 더불어 최다였다. 현역 의원은 경제통인 3선의 이한구 의원이 유일했다. 연구원은 서울 마포구의 한 빌딩에 사무실을 마련했고 내년 초 사단법인 신고를 마치는 대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발기인 중 유일한 현역 정치인인 이 의원은 2004년 박 전 대표가 당 대표였을 당시 정책위의장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초부터 정기적으로 박 전 대표에게 경제와 복지 분야 조언을 했고, 박 전 대표가 국회 상임위를 재정위로 옮기면서 교류가 더욱 활발해졌다고 한다. 현안 관련 리포트도 박 전 대표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 의원은 박 전 대표의 ‘경제 대변인’ 역할도 겸하고 있다. 최근 진보 진영에서 불거진 박 전 대표의 ‘한국식 복지’에 대한 비판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껍데기조차 보지 않고 그냥 비판한 거 같다. 그런 비평을 충분히 잠재울 수 있도록 세부계획이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과 더불어 이번 복지 공청회와 국가미래연구원 출범을 통해 화려하게 전면으로 부상한 인물들이 있다. 이른바 ‘스터디 그룹 5인방’이다.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인 김광두(서강대)교수와, 신세돈(숙명여대), 김영세(연세대), 안종범(성균관대), 최외출(영남대)교수가 바로 그들이다. 출범식 직전 김 원장은 기자들과 간이 인터뷰 형식을 빌어 연구원의 성격을 브리핑 했다. 그는 언론과의 접촉이 자연스러웠고 주도적이었으며 달변이었다. 또한 그는 발기인 중 유일한 현역 의원인 이한구 의원과 친구이기도 하다. 마음 맞는 교수들의 참여도 그가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신세돈 교수는 행사 전 행사장 입구에 직접 나와 박 전 대표를 기다렸다. 행사장에 유일하게 있던 화환은 한나라당 심재철 정책위의장에게서 온 것이었다. 심 의장은 “복지 예산 계획이 없어 솔직하지 못하다”며 행사 3일전 ‘박근혜 복지’에 대해 비판을 한 바 있다.
 
기자가 신 교수에게 “심 의장이 보낸 화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니 “좋은 취지에서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곁에서 본 신 교수의 첫 인상은 다소 수줍어하는 듯 보였으나 할 말은 분명하게 하는 것으로 보였다. 친박계 이혜훈 의원의 남편으로 알려진 김영세 교수는 관찰 결과 세련된 언변과 자연스러운 손동작이 눈에 띄었다. 입가에 웃음을 견지한 채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정연하게 주변 인물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했다. 한편 출범식 당일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이름표를 반드시 패용해야 됐다. 지인의 이름표를 잰걸음으로 가져다 준 인물이 있었다. 바로 안종범 교수다. 상당히 활동적으로 움직였으며, 지인과의 대화를 화장실에서 계속 이어갈 정도로 소탈하며 집중력이 높아 보였다. 아쉽게도 영남대 최외출 교수의 움직임은 포착하지 못했다.

최근 대두된 주변 그룹들과 별개로 지난 2007년 경선 이전부터 줄곧 박 전 대표를 도왔던 인물군도 있다. 홍사덕 의원,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허태열 국회 정무위원장, 서병수 최고위원, 유승민 의원,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한선교, 이정현 의원 등이다. 또한 외곽에서 박 전 대표를 지원하는 인물들도 있다. 남덕우 전 총리, 김종인 전 의원, 김용환, 김용갑 전 의원,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서청원 전 미래희망연대 대표, 김기춘 전 의원, 강신욱 전 대법관 등이다.

5년전 MB 안국포럼 격
5인방 활동도 각양각색

‘친박 좌장’이던 김무성 원내대표가 이탈한 뒤 내부에서는 좌장 자리를 두고 얘기가 많았다. 중진의 홍사덕 의원, 친박 몫 최고위원을 지낸 허태열 의원, 현 최고위원인 서병수 의원 등이 거명되기도 했다. 이 중 국회부의장을 지낸 6선 의원 출신의 홍사덕 의원은 서청원 전 의원이 구속 수감된 상황에서 친박의 큰 형님 역할을 했다. 여전히 박 전 대표와의 관계는 매끄럽다.

2007년 대선 예비 경선 당시 캠프 상황실장을 역임한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도 대표적 박 전 대표 측 인사다. 최 장관의 임명 당시 ‘친박 달래기’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박 전 대표의 측근 중 측근이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 직전 발생한 박 전 대표의 피습사건의 현장과 병상 생활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봤던 이는 당시 비서실장인 유정복 의원(현 농림부 장관)이었다. 그는 자타공인 박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불린다. 오랜기간 박 전 대표를 최단 거리에서 보필했다. 박 전 대표측 인사들은 유 장관의 입각에 따른 ‘공백’을 걱정하기도 했다.

‘한국형 복지’ 공청회 스타, 새롭게 떠오른 ‘스터디 5인방’
‘구관이 명관’ 오래도록 자기 자리 지키는 친박 인사는?

박 전 대표와 서강대 동문인 ‘서강 라인’ 서병수 최고위원도 박 전 대표의 든든한 우군이다. 최근 각종 현안 관련 ‘친박’ 대표주자로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승민 의원도 빼놓을 수 없는 박 전 대표 라인이다. 박 전 대표측 대표적 책략가인 유 의원은 지난 2007년 대선 예비 경선 당시 캠프 정책총괄단장을 맡았다. 박 전 대표 비서실장 시절 정무·기획·연설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박 전 대표를 보필하기도 했다.


한선교 의원은 지난해 12월 박 전 대표의 ‘한국형 복지’ 관련 국회 공청회 행사 당시 말끔하게 사회를 봤다. 한 의원 역시 지난 2007년 경선 당시부터 박 전 대표의 지근거리에 있었다. 현안 관련 박 전 대표의 상대 진영과 공방을 벌이는 것 또한 그의 몫이다. 공식적인 ‘박근혜의 입’은 여전히 이정현 의원이다. 2007년 대선 예비 경선 캠프 대변인을 지낸 이후 인연이 쭉 이어졌다. 언론과의 접촉 빈도가 많지 않은 박 전 대표이기에 지금도 주요 사안이 발생할 때 이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의중을 기자들에게 직접 전달한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에서는 그를 항상 박 전 대표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이라는 호칭을 단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은 지난 12월28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은사인 남덕우 전 총리가 직접 박 전 대표를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서강대 교수 출신인 남 전 총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재무부 장관과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지냈다. 2002년부터 약 2년간 박 전 대표의 후원회장도 맡았다. 김종인 전 의원도 박 전 대표 ‘경제 가정교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김 전 의원도 서강대 교수 출신으로 박 전 대표가 소득세 추가 감세 철회 정책을 세우도록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김 전 의원은 정운찬 전 총리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이 박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사이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지도 관심거리다.

김용환, 김용갑, 김기춘 전 의원 등도 박 전 대표 고문 그룹이다. 박 전 대표는 이들과 가끔씩 점심 식사를 하며 조언을 듣는다. 박정희 전 대통령 밑에서 재무부 장관을 지냈고 충청 출신인 김용환 전 의원은 특히 박 전 대표가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하는 데 상당한 조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관이 명관’ 오랜 측근
‘묵묵한’ 원로 자문그룹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구속 수감됐다 최근 가석방된 서청원 전 미래희망연대 대표는 한나라당 대표를 역임한 6선 의원 출신이다. 서 전 대표는 출감 후 그를 기다리던 지지자 2000여 명에게 “박 전 대표가 ‘한국형 복지’ 세미나를 개최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든든했다”며 “우정은 변치 않을 때 아름답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차기 대선에서 박 전 대표를 지원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주로 박 전 대표에게 정무적 판단과 관련된 조언을 해준다. 또 자신의 사조직인 ‘청산회’를 통해 박 전 대표의 지지 세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신욱 전 대법관도 눈에 띈다. 그는 검찰 출신으로 서울고검장과 대법관을 역임했고 2007년 예비경선 당시 박 전 대표 캠프 법률특보단장을 지냈다. 당시 캠프 법률자문위원장을 맡았던 김기춘 전 의원이 검찰 후배인 강 전 대법관을 박 전 대표에게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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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