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봉 옥중 기행> 고위공직자 협박편지 파문

'함바게이트'는 끝나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끝은 어딜까. 유상봉 함바비리 사건이 터진지 벌써 5년이 흘렀다. 하지만 수사는 현재진행중이다. 유씨는 자신과 친분을 맺었던 고위 공직자들에게 “돈을 달라”는 내용으로 협박 편지를 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돈을 주지 않으면 검찰에 폭로하겠다는 말로 관계자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다. <일요시사>가 이런 내용이 담긴 편지들을 입수했다.

함바는 일제강점기에 토목 공사장이나 광산 등지에서 노동자들이 숙식을 하도록 임시로 지은 건물을 가리킨다. 함바는 본래 일본어 ‘한바〔飯場〕’에서 온 말로 한자어 그대로 하자면 ‘밥을 먹는 장소’를 뜻한다.

현직 구청장
전직 관료에

함바집은 건설 사업장이 생기면 그 현장 직원과 인부들이 먹는 식사를 독점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개설되는 순간 이익이 보장된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수익이 보장되는 이권사업 중 하나로 꼽혔다. 함바집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서는 건설사 현장 소장이나 고위층과 인맥이 주로 활용된다. 확실한 수익 때문에 이 운영권은 일종의 뇌물로 제공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함바 운영권을 한때 400여 개 이상 거머쥐었던 인물이 있다. 바로 유상봉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함바 사업에 뛰어들어 로비와 화려한 인맥을 동원해 손쉽게 함바 수주를 성공시켰다. 그러다가 2011년 함바 게이트가 터졌다.

당시 유씨 입에서 수많은 고위 공직자들의 이름이 나왔다. 이 때문에 전남 순천시의 한 야산서 농림부장관을 역임했던 임상규 순천대 총장이 자살했다. 당시 강희락 경찰청장도 구속되는 등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유씨는 최근 몇 년간 수감생활과 출소를 되풀이했다. 사기로 수감 중인 그는 최근에 함바 운영권을 따도록 해주겠다고 꾀어 수억원을 받았다가 추가로 다시 기소되기도 했다.

그는 이전에 고위 공무원들에게 “함바 운영권을 따게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거액을 건넨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유씨는 교도소에서 편지를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이 전에 거액의 뇌물을 건넸던 고위 공직자에게 보내는 것이다. 주로 “내가 이전에 당신한테 줬던 돈을 되돌려 주지 않으면 뇌물을 받은 사실을 검찰에 폭로하겠다”는 내용이다.

수감·출소 되풀이…현재 사기죄 수감중
평소 친분 맺었던 주변인들에 “돈 달라”

최근 유씨의 편지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유씨가 자신에게 돈을 갚지 않았다며, 복수의 고위공직자들을 고소했기 때문이다. 이들 피고소인들은 하나 같이 “유상봉에게 수 차례 편지를 받으며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일요시사>는 유씨가 고위 공직자에게 “돈을 달라”는 내용으로 보낸 협박성 편지를 입수했다. 편지 내용은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해온 한 광역자치단체의 A구청장과 청와대 출신 중앙정부 전직 관료이자 현재 수도권 소재 유명사립대 교수로 재직 중인 B씨에게 배달된 편지에서 발췌한 것이다.
 

▲옥중편지1 = 존경하는 A청장님께. 며칠 전에 편지했던 유상봉입니다. OOO은 그동안 저에게 청장님을 비롯한 10여명에게 충분한 인사를 하면 저에게 건설현장 식당을 운영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며 2억4000만원을 받아 이를 편취했습니다. 현재 저는 서울의 공직자 비리 합동수사단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로 이송갔습니다.

제가 청장님께 편지한 것은 OOO과 그의 지인인 OOO가 서로 짜고 저에게서 2억4000만원을 받아 편취한 사실에 대해 합동범죄수사단에 진정서를 접수했으며…(중략) 분명히 말씀 올리지만 늦어도 이번주 금요일까지 OOO이 처리해주도록 이야기 해주시길 바랍니다. 진정서에 나타나 있는 공직자가 10여명이나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데 연락이 없는지 정말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2015년 2월24일)


하루 7∼8통씩
계속 보내기도

▲옥중편지2 = A청장님께 드립니다. 지난번 편지 했던 유상봉입니다. 제 처가 병원에 있어 당장에 면회 온 사람이 없어서 이곳 생활하기가 정말 어렵고 힙듭니다. 무엇 때문에 OOO이 지난 지방선거 당시에 사무장을 통해서 선거비용으로 지불했던 200만원을 반환하지 않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반환해주세요. OOO이 주소를 전부 바꿔 버려서 현재 연락이 안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물론 OOO을 비롯한 OOO과 관계된 모든 사람을 검찰에 고소는 했습니다만 검찰에 고소했다고 지금 당장 돈을 받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정말 극한 어려움에 처해져 있는 제 입장을 헤아려 주시고 OOO 통해서 받은 200만원을 편지 받은 죽시 우체국에 가셔서 군포우체국 사서함 20-3894번 유상봉 앞으로 꼭 영치금으로 송금해주시기 바랍니다.(2015년 6월22일)

▲옥중편지3 = 존경하는 A청장님께 드립니다. 벌써 몇 차례 글드렸습니다만 입금이 되지 않아서 다시 한번 글드리옵니다. 2014년 5월31일 일요일 OOO을 통해 청장님 선거 사무실 사무장께 드린 200만원을 군포우체국 사서함 20-3894번 유상봉 앞으로 영치금으로 우체국에 가서 보내주시던지 제 처 OOO 농협 000-00-000000번으로 입금해주시기 바라옵니다…

(중략) 꼭 필요한 절실한 금액이오니 편지 받으신대로 급히 도와주시기 바라옵니다. 저에게는 절대 피해가 없게 해주세요. 정말 꼭 부탁드립니다. 하시는 일과 가정에 늘 복이 함께 하시길 충심을 다해 기원드립니다.(2015년 6월25일)

유씨의 편지내용은 ‘A구청장의 지인 OOO을 통해 돈을 줬으며 자신의 처지가 어려우니 다시 돌려달라’는 것이다. 또 유씨는 ‘검찰에 이러한 내용을 진정했다’며 구청장들을 압박하는 내용도 있다. A구청장은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유씨에게 총 35통의 협박성 편지를 받았다. 다음은 유씨가 B교수에게 보낸 협박 편지의 일부를 발췌했다. B교수도 오랫동안 협박 편지로 시달렸다.

“선거 자금
돌려주세요”

▲옥중편지4 = 존경하는 B님께 드립니다. 바쁘신 업무에 얼마나 고초가 많으시옵니까? 정말 진실이 통하는 그런 사회가 됐으면 하는데 진심으로 제가 원하는 그런 사회입니다. 지금 당장에는 제 말뜻을 잘 모르실 수도 있습니다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아시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주에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OO현장 급식 운영권 수주를 위해 OOO 사장님과 만남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또 OO지구에서 LH가 발주한 OO건설현장 급식 운영권에 대해서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OOO 시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OO와 계약했던 건설현장 급식 운영권이 계속 유효하도록 해주시길 바랍니다. 꼭 도와주시길 바라고 OOO을 급히 좀 만나주세요.(2013년 11월25일)

▲옥중편지5 = B님께 드립니다. 부산구치소에서 수용생활하다가 합수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구치소에 있다가 인천지검에서 조사받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주시기로 했던 4000만원을 급히 제 처 김OO 농협계좌 001-12-15XX XX로 1억원을 보내주십시오. 서로간의 좋은 만남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조치이오니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그동안 많이 기다렸고, 여러 사람들의 얼굴 때문에 모든 예의를 다 갖춰 드렸습니다. 정말 많이 서운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2015년 4월1일)

▲유상봉 옥중편지6 = B님께 드립니다. 사건 해결을 위해 1억원만 도와주기 바랍니다. 자세한 내용은 쓰지 않겠습니다만 이미 저에게 8000만원을 주었으니 이번주까지 1억원만 더 해 주세요. 저도 이제 B님과의 모든 관계를 이것으로 끝내려고 합니다. 더 이상 시간이 없으니 제 처 김OO 농협계좌 001-12-15XXXX로 1억원을 보내주십시오. 입금하시고 010-9XXX-5XXX로 전화주시면 모든 진정서는 취하하겠습니다. 꼭 이번주까지 부탁합니다.(2015년 5월3일)

B교수는 2013년 4월 처음으로 유씨를 만났다. 이후 B교수는 급전이 필요해 유씨에게 1900만원을 빌렸다. 그리고 그해 7월 빌린 돈을 유씨에게 갚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유씨는 끊임없이 B교수에게 협박편지를 보냈다. B교수는 “돈을 내놓으라는 지속적인 협박에 시달려 정신병을 얻을 정도였다. 대학교수직을 포기할까도 고민했다”고 토로했다. B교수 역시 유씨에게 30여 차례 협박 편지를 받았다.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이런식으로 유씨는 지금까지 감옥에서 수백 통의 협박 편지를 측근과 공직자에게 보냈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유씨의 편지 119통에는 약 347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그중 3급 이상 공무원이나 정치인 등 고위 공직자가 92명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씨의 편지에는 이 사람들에게 뇌물을 줬다거나 편의를 제공했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그의 수법은 먼저 편지를 보내 돈을 요구한다. 이걸 거절하면 유씨는 ‘서운하다’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냐’ 등 신경질적으로 나온다. 그리고 이것도 되지 않으면, 유씨는 ‘공직 생활 끝나게 만들겠다’는 등의 협박성 편지를 보냈다. 그는 감옥에서도 하루에 7∼8통의 편지를 쓴 것으로 전해진다.
 

“인생의 마지막 뒷모습을 망쳤다. ‘악마의 덫’에 걸려 빠져 나가기가 어려울 것 같다. 그동안 너무 쫒기고 시달려 힘들고 지쳤다. 더 이상 수치도 감당할 수 없다. 모두 내가 소중하게 여겨온 만남에서 비롯됐다. ‘잘못된 만남’을 주선한 결과가 너무 참혹하다.”

임상규 전 순천대 총장 유서에는 ‘악마의 덫에 걸렸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물론, 유서 속 악마는 유상봉씨였다.

유씨는 정관계 인맥을 총동원해 수주경쟁에서 매번 승자로 군림했다. 검은 거래는 필연적으로 뒤따랐다. 유씨 입에서 하나 둘 관료들의 이름이 거론될 때 마다 수많은 공직자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수뇌부급 인사들이 유씨의 폭로에 줄줄이 나가 떨어졌다.


“이러다 경찰 조직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장탄식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당시 정권의 실세 소리를 들었던 공기업 사장, 정부부처 산하기관장도 무사하지 못했다.

사건은 전직 장관이자 한 대학의 총장으로 재직 중이던 인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서 절정으로 치달았다.

임 총장. 유씨의 정관계 인맥을 만들어준 것으로 알려진 인물. 그는 한때 대한민국 예산을 쥐고 흔드는 막강한 자리에 있었다. 유씨는 그를 배경으로 자신의 함바 왕국을 만들어 갔다. ‘악마의 덫’에 걸렸다는 그의 마지막 절규와 결말은 비극 그 자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함바 게이트는 서서히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졌다.

여전히 함바왕
운영권 쥐락펴락

‘악마의 덫’은 여전히 희생양을 기다리고 있다. 감옥으로부터 배달된 유씨의 편지. 구속 수감된 직후부터 최근까지 써 내려간 이 편지에 수 많은 전현직 공직자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유씨는 측근들에게도 ‘악마의 덫’을 준비하라는 편지를 끊임없이 보냈다. 함바 게이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서서히 제2막을 올리고 있다. 그는 지금도 누군가의 이름을 편지에 새기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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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