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11

2011년 부동산시장 “그리 밝지 않다”

매년 이 맘때가 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부동산 뉴스는 한해 이슈를 살펴보고 내년 시장 전망에 대해서 분석하는 것이다. 물론 모든 분석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다면 금상첨화지만 부동산 시장은 워낙 경기에 민감하고 정책이나 국제정세 등 외부요인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경향이 많아 항상 변수가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하지만 일년을 뒤돌아보고 내년 부동산 시장을 전망해보는 것도 시장을 보는 시각을 넓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2010년 전체적으로 고전 “당장 개선 불투명”
올해도 어려울 듯…매수심리 회복 시간 필요

2010년 부동산시장은 연초의 예상과는 달리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가장 큰 시장인 주택시장은 매수심리 실종에 따른 거래량 감소와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분양 시장은 일부 인기지역을 제외하고는 미분양이 속출 분양가가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8·29 대책’효과?
시장 반응 “글쎄”

경기에 민감한 오피스 시장도 전반적인 부동산경기 침체 및 신규 공급물량 증가에 따른 부담감으로 고전했다. 전통적인 인기상품인 토지시장은 상반기까지는 소폭 상승세를 보이다 하반기 이후 하락세로 돌아선 후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나마 수익형부동산인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은 선전하는 양상을 보였다.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한데다 1∼2가구 수요가 급증하면서 당분간은 꾸준한 인기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초 재건축시장은 전년 11월 이후 저점이라는 바닥심리와 강남 주요 단지의 사업추진 실적에 따라 하락 폭이 큰 단지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상승세로 출발했으나 2월 들어 약세로 돌아섰다.

단기급등에 따른 가격 부담감과 실물경기 침체 여파속에 시세보다 저렴한 보금자리주택의 지속 공급계획이 계속되면서 하락세로 반전됐다. 4월 들어 서울 및 수도권 지역 매매가 변동률은 -2.15%로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매수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됐다. 하반기 들어 7월초 기준금리 인상과 부동산 거래활성화 대책발표의 잠정 연기, 여름 비수기 여파 등으로 하락세가 지속됐다.

8월 들어 주택거래활성화를 위한 ‘8·29 대책’이 발표됐으나 시장의 반응은 미미한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세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전세가격 상승은 매수심리를 자극해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루어지며 가격 하락폭을 줄이는 역할을 했다.

2010년 상반기 오피스시장은 실물경기의 침체에 따른 공실율 증가의 영향으로 약세로 출발했다. 하반기 들어 대형빌딩들 중심으로 임대료가 소폭 상승하기도 했으나 전반적으로 부동산경기침체 및 신축 빌딩 공급증가로 공실에 대한 부담이 증가했다.

1월 대비 10월의 환산임대료는 소폭 상승했고, 서울지역의 공실률은 1월 대비 0.5% 하락해 10월 기준 3.6%를 보이고 있다. 특히 도심권역의 경우 0.9% 하락했고, 여의도 권역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2.2% 수준의 공실률을 보이고 있다. 2010년 오피스 매매건은 총 36건, 2조2490억원, 550.882㎡(166.641평) 규모가 거래됐다.

토지시장의 경우 상반기까지 지가변동률의 상승폭은 적었으나 그래도 꾸준히 상승했다. 그러나 7월 들어 보합세를 보이다 8월 들어 0.01% 소폭 하향세를 보이더니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는 서울 및 수도권 주택시장의 침체가 토지시장의 전반적인 하락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토지시장은 투자심리 위축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서울 및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경우 투자가의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지역별로 대규모 시설이 투입되는 개발사업지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상승 모멘텀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전반적으로 2010년 부동산시장은 침체의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연말을 맞았다. 새해가 돼도 부동산시장은 거래활성화 및 가격상승을 본격적으로 논하기에는 성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11월 현재 매수심리는 대전, 부산, 울산지역 등 지방을 중심으로 다소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서울 강북, 강남, 인천지역은 전월 대비 다소 위축된 가운데 수도권의 매수심리는 전국 평균을 크게 하회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품별 시장 전망]
아파트, 중소형 인기
재개발, 변동률 미미
재건축, 가격등락 반복
토지, 지가상승 기대
오피스, 침체국면 예고
수익형, 지속적 각광


또한 경제지표상으로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 변동치와 향후 경기동향을 전망해주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가 지난 8월 이후 3개월 동안 하락하고 있어 경기회복 기대감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되는 미국의 경기침체와 아일랜드를 비롯한 서유럽의 재정위기, 중국의 긴축정책 여파에 따른 국내 경기위축 등 대내외적으로 불안한 경제여건도 신묘년 부동산시장의 회복에 부정적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감소한 주택 착공량으로 인해 2011년 이후부터는 입주물량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2011년 연간 아파트 입주물량은 18만8000가구로 예상된다. 이는 2010년 입주예상 물량 30만가구 보다 37% 감소한 숫자이며, 최근 10년간 평균입주물량인 31만4000가구 보다는 40%나 감소한 것이다.

정부가 추산하는 연간주택 소요량 43만 가구와 비교할 때도 턱없이 부족한 수량이다. 게다가 금융당국은 민간이 부동산개발사업을 추진할 경우 사업자금의 20%이상 자기자본이 있어야 PF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어 공급감소 현상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시장전망에 대한 여러 부정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주택입주물량 감소에 더해 풍부한 유동성, 저금리 기조의 유지, 대두되는 바닥론의 현실화 등에 따라 주택가격의 안정화 및 상승기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2011년 부동산 상품별 시장 전망은 다음과 같다.

부정적 요인 불구
후반기 상승 기미

아파트 = 2011년 주택시장은 전세가 급등과 수도권 입주 물량감소로 인해 전세수요가 매수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매매가 대비 전세비율이 높은 지역을 위주로 아파트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중소평형이 지속적인 인기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 수요보다는 실수요 위주로 거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방보다는 인구비중이 높고 경제력이 유지되는 수도권지역이 상대적인 우위를 유지할 것이고 정책금리 상승은 투자 활성화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며, 아파트가격 급등을 제한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개발 = 재개발 시장 특성상 아파트와 달리 입지와 대지지분이 정형화돼 있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현재처럼 부동산 거래 활성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시점에서는 지분 가격의 상승과 하락에 있어 변동률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선호지역 및 사업속도에 따른 가격차별화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관리제도의 도입으로 재개발과 관련해 투명한 정보제공으로 조합원이 사업비와 분담금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조합설립동의를 하는 등 ‘묻지마’재개발 추진 가능성은 점차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2010년 10월1일부터 서울지역의 재개발 등 도시재정비구역의 시공자 선정 시점이 ‘조합설립 인가 후’에서 ‘사업시행 인가 후’로 늦춰졌다는 점과 약자 보호를 위한 동절기 강제 철거 금지 등으로 과거 최소 3년에서 최대 10년 넘게 걸렸던 재개발 사업 소요기간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2011년 3월 국토해양부의 도시재정비사업에 대한 실태조사 용역이 완료되면 재개발 사업성이 없는 구역은 재개발 구역 해제 또는 축소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개발의 경우 일반 아파트 가격 시장에 상당 부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지속적인 보금자리주택 공급 등으로 일반 아파트에 대한 민간 수요 축소가 지속된다면 2011년도에도 재개발 사업 지연 또는 취소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재개발 속도에 따라 국지적인 가격 차이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재개발 사업이 지연되더라도 선호도가 높은 한강변, 도심의 경우 가격하락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건축 =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전세금 상승, 급매물 소진, 거래량 증가, 미분양 감소 및 지방 시장 강세 등 각종 부동산 관련 지수가 하락세를 멈추고, 상승세로 전환되면서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가격 안정세로 바닥론이 대두되고 있다. 재건축 시장도 11월 들어 4주간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며 호가 상승이 견인되고 있고, 제한적이기는 하나 강남권 위주로 연초 전 고점 수준의 거래가 성사되는 등 투자심리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따라서 2011년 재건축 시장은 현재의 가격 안정세를 유지하면서 단지별 개발 호재에 따른 가격 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상승세는 내년 상반기 이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토지 = 토지시장의 하락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소폭의 하락률이 유지되고 있어 하락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서울·수도권 주택시장 침체 등으로 토지시장 전반의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다. 지방의 경우 국지적이기는 하지만 상승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전체적인 토지시장 지표의 균형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2011년 토지시장은 서울·수도권의 전세시장 급등과 주택공급물량 증가 압력에 따른 지가상승을 기대할 수 있겠다. 또한 지방의 경우 주요 대형 프로젝트들의 개발 가시화로 해당 주변지역의 지속적인 지가상승 기조를 기대할 수 있다.

토지는 부동산 분야 전반의 지가를 종합하는 상품이다. 따라서 고유 토지분야(전·답·임야 등)외 주택, 오피스, 상가 등의 지가 변동에 따라 추세를 달리할 수 있다. 2010년은 지방 주도의 국책 성격의 프로젝트가 지가 변동을 주도했다. 그러나 2011년의 경우 서울·수도권의 도심재생사업 본격 시행여부에 따른 지가 변동 영향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피스 = 2011년 오피스시장은 공급측면에서 살펴보면 약 112만㎡ 규모의 신규 오피스빌딩의 공급이 예정되어 있어 오피스시장의 침체국면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도심권역 및 여의도권역은 대규모 신규 오피스빌딩의 공급이 예정돼 있어 침체분위기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수요측면을 살펴보면 경제성장세에 따른 오피스 수요 증가 및 대기업들의 업무여건 개선으로 인한 1인당 사용면적 확대 등으로 과잉공급에 따른 급격한 침체는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피스 수요를 주도하는 서비스업(금융, 보험업 등)의 경우 경제성장에 따른 투자 반응속도가 빠르므로 급격한 침체를 막는 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주요 오피스권역 내 대규모 오피스빌딩은 잠재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으나, 중소형 빌딩들은 수요창출의 한계로 어려움을 겪는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기존 대형빌딩들의 공실률은 소폭 상승이 예상된다. 환산임대료는 공실에 대한 신규 임대차계약시 임대기준가 이하로의 계약진행 및 대폭적인 Rent free 제공 등으로 실질임대료를 낮추겠지만 기존 임차인과의 계약조건 중 자동인상 조항이 적용되면서 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오피스 매매시장은 전체적으로 유동성 증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잠재 투자자들의 본격적인 시장진입이 예상되나, 운영수익률이 매수자들의 요구수익률 이상인 특정지역의 우량빌딩에 한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 또한 기준금리의 인상여부나 인상폭에 따라 잠재 투자자들의 향방은 유동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연말 침체의 기조
당분간 이어질 듯”

수익형부동산 = 올해 아파트 등 주택의 공급량은 줄었지만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은 어느 해보다 인기를 끈 한 해였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아파트에 대한 시세차익 기대가 불투명해지면서 월세수익을 얻을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으로 수요자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의 인기는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입주량 감소로 전셋값이 올라갈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금리 또한 인상 가능성이 높다. 매달 월세형식으로 임대료를 받기 때문에 은퇴 후 노후를 준비하는 40대 이상 수요자들에게 지속적으로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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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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