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뒤통수 친 기업들 백태

알고도 모른척…외국계의 두 얼굴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던 몇몇 기업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소비자를 기만한 것도 모자라 정부의 지침마저 철저히 무시했던 정황이 연이어 드러나는 형국이다. 진정성이 결여된 이들의 행태 때문에 애꿎은 소비자들만 발을 동동 굴러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코웨이, 옥시, 코스트코, 폭스바겐, 이케아.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근래에 달갑지 않은 구설로 대중들에게 집중포화를 맞았다는 점이다. 자신들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을 피하고자 꼼수를 부리는 건 예사고 책임을 회피하려 했던 정황도 심심치 않게 드러났다. 도의적 책임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술수쯤으로 해석해도 무리는 아니다.

모르쇠 일관
연이은 사기

국내 정수기 시장 1위인 코웨이가 얼음정수기에서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사실을 알고도 1년간 소비자에게 이 사실을 밝히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코웨이는 지난해 7월부터 시중에서 수거한 얼음정수기 29개 제품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 일부 제품에서 정수기 내부에서 얼음을 만드는 핵심 부품이 벗겨지면서 금속가루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금속가루 중에는 대표적인 중금속인 니켈이 포함돼 있었다. 일각에서는 벗겨진 니켈이 얼음을 모아두는 곳에 떨어졌기 때문에 정수기 물에 들어갔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김동현 코웨이 대표는 홈페이지를 통해 “문제가 된 정수기는 2014년 4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설치된 얼음정수기 중 일부로 제품교환 등 개선조치를 취해왔다”며 사과의 글을 올렸다. 정수기 사용자들에게 렌탈비 전액 환불까지 검토 중이다.

그러나 사태가 수습되길 바라는 코웨이의 의중과 상관 없이 이번 사태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정부부처가 합동으로 ‘코웨이 정수기의 니켈 검출 논란’에 대응하기로 한 까닭이다. 지난 6일 정부부처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산업통상자원부(국가기술표준원)와 환경부, 한국소비자원은 앞으로 니켈이 검출된 코웨이의 얼음정수기 결함 여부와 위해성을 조사해 발표할 계획이다. 


부처 합동 대응은 분명 이례적인 일이다. 산업부와 환경부의 소관법률이 다르기 때문에 부처별 조사가 원칙이다. 정수기만 놓고 보면 현행법상 정수기 물의 유해성은 환경부가, 정수기의 부품 결합은 산자부가 관리해왔다. 정부가 이번 사안을 크게 받아들인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조사결과를 발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조사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학술적 연구나 제도적 기준이 없는 니켈의 함유량을 밝혀내는 게 조사의 관건이다.  

외국계 기업
윤리성 도마

흥미로운 점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기업의 몰지각한 행태가 외국계 기업에서 두드러진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가해지는 압박을 외면하거나 사태가 커진 이후에나 보여주기 식으로 처리에 나서는 등 국내 소비자들을 무시하는 행동을 보여주면서 사태를 더욱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옥시레킷벤키저가 대표적이다.

검찰이 5년 만에 가습기살균제 사건 수사에 착수하면서 가습기살균제 기업 관계자를 잇달아 소환하기 시작한 게 옥시에게는 치명타였다. 옥시는 수십명의 사망자를 낸 PHMG인산염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를 지난 2001년부터 제조·판매하는 과정에서 '유해 가능성'에 대한 회사 내외부 전문가의 경고를 무시하고 원인미상 폐질환의 원인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지목한 보건당국의 조사 결과를 반박하는 보고서까지 조작 및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국무회의를 통해 “생활 화학제품 안전 관리에 미흡한 부분은 없는지, 사각지대는 없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해서 미진한 부분은 조속히 보완할 것”이라며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통령까지 나서 가습기살균제 사태에 관심을 보이자 가습기살균제 최대 가해 업체로 지목된 옥시는 사과문을 발표하고 피해자 앞에 섰다. 지난 5월2일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 한국 대표이사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5년 만의 늦은 사과를 전했다. 하지만 5년이나 늦어진 옥시의 사과는 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입장이다.


코웨이 정수기 중금속 검출 파장
‘깔보나’ 우습게 보고 무시 지적

옥시 측은 이달 안에 전문가 패널을 구성하고, 1·2등급 판정을 받은 옥시 사용 피해자에 대한 보상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2013년에 내놓은 기금 50억원과 4월22일 발표했던 사과문에서 약속한 기금 50억원은 3·4등급 피해자들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라고도 덧붙였다. 사태에 대한 진화작업으로 옥시가 발표한 보상 방법이다.

그러나 옥시는 사태를 해결하기 전부터 이중적인 행보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태 수습은 더욱 요원해지고 있다. 상호를 변경한 과정에서부터 의도적인 술수가 드러났다고 바라보는 시각도 상당수다.

옥시는 2011년 말 주식회사를 유한회사로 변경했다. 2014년에는 사명에서 옥시를 완전히 빼고 레킷벤키저의 앞글자만 딴 RB코리아로 바꿨다. 기존 법인을 해산하고 주주와 임원, 상호를 모두 넘겨받은 채 새로운 법인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파산했을 때 주주와 사원의 책임이 제한되는 유한회사는 외부감사 및 공시 의무에서 벗어난다. 주식회사보다 폐쇄적인 성격을 띄며 조직 변경 사실도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는다.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책임에서 벗어나고자 옥시가 조직 변경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트코홀세일의 경우 옥시사태의 역풍을 맞은 경우다. 옥시 사태가 한창 부각되던 지난 5월 외국계 창고형 대형마트인 코스트코는 한동안 관련 제품을 판매해 빈축을 샀다. 당시 코스트코는 옥시 제품에 대한 할인행사를 진행한 데 이어 온라인몰에서도 다수의 옥시 관련 제품을 판매했다.

대다수 유통체인에서 옥시 제품을 팔지 않겠다고 언급한 것과 전혀 다른 접근법이다. 대형마트에 이어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 백화점, 홈쇼핑, 편의점까지 국내 유통업체들은 잇따라 옥시 전 제품을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심지어 약사들까지 개비스콘, 스트렙실 등 옥시의 일반의약품을 팔지 않겠다고 나서 묘한 대조를 이뤘다.

문제의 코스트코는 <포춘>이 선정한 2014년 세계에서 존경받는 기업 12위에 오른 기업이다. 코스트코가 국내 소비자들로 부터 거둬들인 지난해 매출액은 3조2000억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인 외국계 기업이 국내 소비자 정서를 무시한 채 영업이익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을 낳기도 했다.

나중에 걸려도 
솜방망이 처벌

폭스바겐이 국내 소비자를 무시하는 처사 역시 옥시 못지않다. 폭스바겐은 자사 차량에 대한 연비조작 사건(디젤게이트)이 터진 이후 미국에서 대규모 피해 보상책을 내놓고 사죄의 뜻을 밝혔지만 국내에서는 별다른 입장을 취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환경부가 차량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환경부는 티구안 유로5 차량 등에서 일정조건에 이르렀을 경우 EGR 장치가 고의적으로 작동 중단되도록 조작(임의설정)됐다고 결론 내렸다. EGR 작동이 중단되는 조건은 급가속 및 에어컨 가동, 핸들조작 여부 등이다.

이들 조건은 실내인증 과정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기능들이다. 이 점에 주목해 환경부는 폭스바겐이 처음부터 주행연비를 높일 의도를 갖고 실내인증기준만 통과되도록 EGR 장치를 조작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후 환경부는 폭스바겐코리아에 리콜을 명령하면서 계획서에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했다는 ‘임의설정’ 문구를 삽입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를 폭스바겐이 계속 거절하면서 리콜은 차질을 빚었고 폭스바겐이 제출한 리콜계획안은 벌써 3차례나 반려됐다.
 

이런 상황에서 폭스바겐의 고의적인 배출가스 조작 혐의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증거가 드러나면서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폭스바겐이 5년 전 환경부로부터 배출가스 과다 배출이 적발돼 개선 요구를 받았지만 이를 무시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스바겐은 진정성 있는 사죄를 하지 않고 있다.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실이 밝혀진 후 신문광고, 인터뷰, 국정감사 등을 통해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검찰수사 결과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 표명이 없는 상태다. 이렇다 보니 리콜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으며 구체적인 보상계획도 아직까지 세워지지 않았다.

최악의 경우 폭스바겐에게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질 수도 있다. 대기환경보전법 등 관련법에 임의설정에 대한 뚜렷한 제재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임의설정 혐의로 과징금 부과 조치를 내린 폭스바겐 차량만 12만5522대(15개 차종)에 달하지만 관련법에 임의설정 위반에 대한 과징금 상한선이 차종당 10억원으로 제한돼 총액은 141억원에 불과하다. 리콜 명령을 지키지 않은 채 배짱을 부릴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같은 혐의로 추궁당하는 폭스바겐은 피해자 구제와 배상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입할 예정인데 유독 국내에서는 고자세를 취한다”며 “처벌 수위가 느슨하다고 해석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옥시·이케아·폭스바겐…
한국 고객만 ‘봉’ 취급


이케아는 모호한 리콜 기준을 앞세우다 된서리를 맞은 케이스다. 특히 미국에서 어린이 안전사고의 논란에 중심에 섰던 ‘말름(MALM) 서랍장’의 경우 미국과 캐나다와는 달리 국내에서 리콜 계획을 밝히지 않아 지탄을 받았다.

해당 제품은 지난해 미국에서 아이 2명이 사망하는 사고의 발단이 됐던 제품이다. 최근에도 아이 1명이 같은 사고를 당했다. 서랍장 사고가 계속 발생되는 것은 서랍장이 벽에 고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케아는 이 제품에서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자 서랍장 구매고객에게 벽고정 ‘키트’를 제공하는 대안을 내놨지만 다시 사고가 이어지면서 결국 제품 리콜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똑같은 기준이 적용되지 않았다. 서랍장으로 인한 사고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국가에 따라 차별화를 적용한 리콜 조치가 소비자들로부터 빈축을 사게 됐고 결국 국내에서도 뒤늦게나마 환불 조치를 결정했다.
 

지난 6일 이케아코리아는 “말름 제품을 구입한 고객은 고객센터를 통해 환불을 받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케아코리아는 이번 조치가 공식 리콜이 아니라며 환불 가능 여부를 홈페이지에 공지하거나 국내 판매량을 밝힐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소비자원의 리콜 권고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의 안전성 조사 착수로 여론이 나빠지자 이케아가 조용히 환불을 진행하기로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케아코리아는 “제품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 가구를 고정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했다”며 “서랍장이 안전하게 고정된 경우에 대해서는 어떠한 사고도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발뺌 급급하다
몰래 사태수습

문제는 제아무리 여론이 들끓어도 솜방망이 처벌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특히 외국계 기업들의 고압적인 자세는 매번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와 소비자가 우습게 여긴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옥시와 폭스바겐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정부는 외국 업체에 유독 약한 모습이다. 부실조사에 늑장대응, 책임 떠넘기기가 단골 메뉴다. 옥시 건은 환경부의 독성물질 유해검사가 부실했고 질병당국의 대처도 늦었다. 연루기업에 대한 처벌은 허위광고 과징금 5200만원이 전부였다.

폭스바겐도 마찬가지였다. 소관부처인 환경부는 일이 벌어진 지 2개월 뒤에야 리콜 명령을 내리고 대표 고발도 한참 뒤에야 했다. 심지어 폭스바겐은 리콜 계획서를 두 번이나 엉터리로 제출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MBK는 토종? 외국계?

코웨이를 비롯해 굵직한 기업들을 손에 쥐고 있는 MBK파트너스는 종종 외국계 사모펀드라는 오해를 받곤 한다. 하지만 MBK파트너스는 토종 사모펀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국내법인으로 등록돼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K파트너스가 소위 말하는 외국계 먹튀자본 쯤으로 인식되는 건 MBK파트너스의 자금 원천이 대부분 외국계이기 때문이다. 세간의 시선이 곱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MBK파트너스는 설립 당시 “진짜 아시아계라 말할 수 있는 첫 기업인수합병(buyout) 펀드”라는 평가를 받았다. 2006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MBK파트너스가 반 외자정서로 한국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주>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