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습기 살균제 나몰라' 뒷짐 진 환경부의 두 얼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4.18 14:05:50
  • 호수 1371호
  • 댓글 5개

“추가 서류 필요 없다더니 서류 제출하지 않아 탈락”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SK케미칼·옥시·애경 등이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던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폐 질환과 폐 이외 질환 및 전신 질환에 걸렸다. 이들 중 병원에서 ‘폐 질환’을 인정해도 나라에서는 인정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있다. 이들은 “처음에는 기업이, 두 번째는 정부가 가해자였다. 세 번째는 피해자 권리를 찾지 못하면서 가해자에게 당했다”고 말한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시작은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K케미칼은 1991년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물질인 PHMG와 CMIT/MIT 제조 방법을 개발해 옥시·홈플러스·롯데마트 등에 공급했다. 가습기 살균제는 물을 사용하면 생기는 가습기 세균을 완전히 살균하기 위해 사용됐다. 

“눈물 흘리지 
 않도록 약속”

판매업체는 총 27군데, 원료 공급 및 제조업체는 20곳이다. 1994년 출시된 가습기 살균제는 2011년까지 연간 60만개가량 판매됐다.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사람들은 워낙 많지만, 이들 중 임산부들이 가습기 살균제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 그 결과 2011년 4월 임산부들이 급성 호흡부전으로 잇따라 입원했고, 2011년 5월10일에는 입원환자 중 34세 여성이 사망했다.

이후 3명의 입원환자가 사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2011년 8월31일에 가습기 살균제를 원인미상 폐 손상의 원인으로 주목했고, 이후 가습기 살균제 제품에 관한 강제 수거 명령을 발동했다. 


가습기 살균제를 구매해 사용한 사람들은 ▲폐암 ▲폐 섬유화 ▲간 독성 ▲신경 독성 ▲심혈관 독성 ▲면역계 독성 ▲피부 과민성 ▲유전 독성 ▲폐 노출 ▲코 노출 ▲천식 ▲부비동염 ▲기관지 노출 ▲후두 노출 ▲피부 침착 등의 피해를 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달 31일 기준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 따르면 피해 사망자 1751명, 피해 신고자 7685명‧제품 사용자 350만~400만명‧건강피해자 49만~56만명이지만,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사람이 워낙 많아서 피해를 모두 측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계속 발생하자 정부는 대책을 세웠다. 2017년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고 시행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피해자들을 청와대에 초대해 “책임져야 할 기업이 있는 사고다. 정부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할 수 있는 지원을 충실히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정부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다. 우리 국민이 더는 안전 때문에 억울하게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약속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임명했고, 2017년 6월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구제와 지속 가능한 지원을 위해 환경부 산하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지원 종합 포털’을 개설했다. 

이 포털에서는 ▲구제급여 지급신청 ▲특별유족인정 신청 ▲재심사 청구 ▲긴급 의료지원 신청 ▲검사 비용 지급신청을 받는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제급여 지급 및 피해 등급 결정’이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가습기 살균제 노출 여부’ ‘가습기 살균제 노출로 건강상의 피해가 발생 또는 악화됐거나, 전체적인 건강 상태가 악화됐는지 여부’ ‘독성학적 기전 등을 포함한 의학적 설명 가능성’을 토대로 피해 등급을 결정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구제급여를 지원한다.

“당연히 피해등급…아무 문제없다”
호언장담 1년 넘도록 감감무소식

이를 위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는 ▲피해구제위원회 15명 ▲조사 판정 전문위원회 38명 ▲재심사 전문위원회 18명 ▲긴급 의료지원 전문위원회 5명으로 구성됐다. 

피해자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피해 등급 결정을 신청하면 간질성 폐 질환이나 폐렴 천식을 검사하는 신속검사를 거쳐 개별심사를 한 뒤 피해 등급이 판정된다. 질환은 폐 질환 ▲1단계(가능성 거의 확실) ▲2단계(가능성 높음) ▲3단계(가능성 낮음) ▲4단계(가능성 거의 없음)로 판정하고, 그 밖의 질환은 인정·불인정으로 분류한다.

구제급여는 폐 질환 1·2단계와 천식, 태아 피해만 피해 질환으로 인정한다.

지난 2월25일 환경부는 ‘제28차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위원회(위원장 환경부 차관)’을 개최해 피해자 56명에 대한 구제급여 지급 및 피해 등급 결정을 심의·의결했다.

그러나 피해자 중에는 ‘환경부 때문에’ 제대로 된 피해 등급을 받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있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해결위원회’의 추준영·김경영 공동대표의 이야기다. 추 대표와 김 대표는 각자의 자녀 1명씩을 포함해 모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다. 

추 대표의 아들 박준석군은 현재 중학생으로, 박군이 영·유아 때 옥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해 추 대표와 박군 모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됐다.

피해의 정도는 추 대표보다 박군이 훨씬 심했다. 박군은 아기 때 툭하면 응급실에 실려 가서 입원했다. 현재는 아기 때보다는 입원을 덜 하지만, 코로나19에 걸려서 40도의 열이 5일 내내 지속됐다.

격리가 끝난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들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주먹구구
묵묵부답

추 대표는 2016년 본인과 박군의 피해 등급을 제대로 판정받기 위해 환경부에 ‘구제급여 지급’을 신청했고, 2019년 3월에 ‘천식 인정’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담당 병원에서는 다른 의견을 내놨다. 병원의 의견은 박군 같은 경우는 천식이 아닌 ‘폐 질환’에 관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박군의 담당 의사는 판정이 잘못됐다고는 하지 않았지만 “피해 인증단계가 무조건 천식에서 폐 질환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추 대표는 2019년 4월5일에 박군의 폐 질환을 판단해달라는 재심을 청구했다. 피해구제위원회의 답변은 “조사판정위원회에서 대면으로 심사해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보류하겠다”며 종합판단만 내려졌다.

원래는 폐 질환을 1단계부터 4단계까지 나눠 구분했다면, 2020년 9월25일부터 시행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에 따라 ‘가습기 살균제 노출 후 신규 발생한 간질성 폐 질환, 천식, 폐렴’ ‘질환을 특정하지 않고 전체적인 건강상태 고려(후유증 포함)’로 바뀌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 배상 방안’에서 “옥시레킷벤키저는 1차 조사 또는 2차 조사에서 1등급 또는 2등급 판정을 받으신 옥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분들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기재해놨다.

박군은 폐 질환 등급을 받지 못해서 옥시에 배상을 요구할 수 없게 된 것이고, 결국 해당 기업에 대응하기도 힘들어졌다.


아래는 박군의 담당 의사가 추 대표에게 한 말이다.

“동네 구멍가게보다 못하다” 지적
부처 늦장 대처로 기업 대응 못해

“내가 서류를 제출했다. 물론 지금은 박군이 성장해서 폐가 깨끗해졌다. 그러나 과거에 아팠던 흔적은 남아있다. 이런 아이는 아기 때 폐 기능이 안 좋다가 성장하면서 폐 기능이 좋아진다. 하지만 25세 이후로 폐 기능이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아이의 경우를 여러 번 판정했다. 보통 폐 질환 2등급을 받았고 환경부에서 뒤집힌 적은 거의 없다. 특히 2020년 9월부터 법이 바뀌는 것을 환경부와 전문가도 다 알고 있다. 결국 아이가 불이익받을 것을 알고 있으면서 보류한 게 이해가 안 된다. 환경부에서 의도적으로 미룬 것은 아닌지, 명확히 알아봐야 할 것 같다.”

지난해 2월18일 추 대표는 환경부 관계자에 해당 부분에 대해 문의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박군처럼 보류된 사람 중에서 폐 질환 1단계나 2단계는 따로 표기할 것”이라며 “법적인 검토도 이미 끝났다”고 말했지만, 이 부분에 대한 법적인 검토는 전혀 없었다.

이 밖에도 추 대표는 “준석이 진단이 워낙 급하니 나보다 먼저 해결해달라고 했다. 나도 준석이 서류 넣을 때 같이 넣었는데, 전혀 연락이 없어서 알아봤다”며 “나는 ‘아이부터 빨리 해달라’고 말했을 뿐인데 ‘내 서류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고 전해 들었다. 환경부가 동네 구멍가게보다 못하다”고 지적했다.

2018년도에 김 대표의 딸인 정유주양은 폐 질환 4단계인 불인정 단계를 받았다. 천식에 의한 피해는 김 대표가 중증도, 정양은 등급 외를 받았다. 이들은 옥시 가습기 살균제를 단독으로 사용했다. 

우선 눈에 보이는 증상은 정양이 훨씬 심했다. 김 대표는 정양의 진단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정보공개 청구’를 신청했는데 폐 기능이 100%로 나왔다.

담당 의사도
“의문 많다” 

하지만 천식은 기본적으로 악화와 안정기를 반복하는데, 정양의 경우는 안정기에 검사한 것이다. 

이후 정양의 담당 의사가 폐 질환이 의심된다고 전해서 2019년 3월28일에 재심 신청을 했고, 2019년 12월26일에 폐 질환 3단계 판정을 받았다.

당시 정양이 했던 검사는 폐 기능 검사 중 일산화탄소 확장 능력 검사인 ‘DLCO’이며, 정양은 정상인의 60%만 폐가 기능했다.

김 대표는 환경부에 정양에 대한 ▲과거 병원비 ▲천식 구제급여 ▲폐 질환 3단계로 신체 판단을 해달라고 요청하면서 관련 서류가 필요한지 문의했다.

이에 환경부 관계자는 “이미 구제급여에 해당하는 선정자여서 추가 서류는 필요 없다. 당연히 피해 등급심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1년이 지나도 판정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김 대표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정양의 판정이 나오지 않는 것에 항의 전화를 했다.

후로 3개월이 지나 연락이 된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담당자는 “정양의 경우는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 우리 측에서 잘못했으면 녹취나 증거를 가져오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대표에게 급한 것은 정양이 피해 등급을 받는 것이어서 해당 문제를 지적하고 넘어가진 않았다. 

정양에 대한 피해 등급 인증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23일 환경부 관계자는 김 대표에게 “정양에 관한 서류 작업은 이미 오래전에 종결됐다”고 말했다.

3개월 걸려 연락된 담당자 황당 반응
“잘못했으면 녹취나 증거 가져오라”

김 대표는 정양이 피해 등급을 무사히 받을 수 있도록 병원에서 결제일자도 물어봤고, 서류가 넘어갔는지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아무 문제가 없다”는 답을 들었을 뿐이다. 

김 대표는 기자에게 “유주는 천식 등급도 받았고, 폐 질환 3단계도 받았었다. 그런데 천식 등급을 받았다고 나머지를 다 무시한 것 같다. 내가 5~6개월 동안 연락하면 서류가 넘어갔으니 조사 판정받는다고 했다”며 “결국 환경부가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청소년기로 넘어가면서 폐가 자란다. 준석이와 유주는 과거에 폐 기능이 50~60% 정도였는데 지금은 70~80% 정도”라며 “그런데 지금 진단을 받으면 당연히 좋은 결과로 나온다. 나중에 25세가 지나고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하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김 대표에게도 문제가 생겼다. 김 대표는 2018년에 피해를 인증받았던 천식 외에 간 기능, 백내장, 신경정신과, 정신 통증에 관한 것도 담당 의사 소견을 받아 병원비를 받고 있었다.

김 대표는 지난해에 2020년도 병원비 내역을 청구했다가 모두 거절당했다. 그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다. 치료를 드문드문 받거나 중단해서 건강이 회복된 것이 의심되는 상황도 아니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2020년 9월25일 이후 접수된 건은 기지급 확장 질환(후유·합병)에 대해 개별 판정을 해야 한다. 지급 확정 판정을 새롭게 받아야 하고, 개별 판정이 전까지는 지급이 불가하다”고 답변했다. 즉 개정법 시행인 2020년 9월25일을 기점으로 치료 시점이 아닌 접수 시점으로 병원비 지급을 거절한 것이다.

한편 2020년 2월4일에 환경부 관계자가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는 DLCO검사에 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해당 자료에서 환경부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DLCO 조사 판정이 기준이 된다고 오해하는 부분과 조사 판정할 때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 현재도 피해자들이 DLCO가 기준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분이 많으며, 폐 기능(FVC) 또는 DLCO 검사 시 편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편법으로?

하지만 피해자들은 “대학병원에서 진행되는 검사에서 편법은 있을 수 없다”며 “설령 그런 피해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전체 피해자를 향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DLCO 검사가 판정 기준 단계에서 일관적으로 적용되지 않은 것 같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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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