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습기 살균제 나몰라' 뒷짐 진 환경부의 두 얼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4.18 14:05:50
  • 호수 13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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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서류 필요 없다더니 서류 제출하지 않아 탈락”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SK케미칼·옥시·애경 등이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던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폐 질환과 폐 이외 질환 및 전신 질환에 걸렸다. 이들 중 병원에서 ‘폐 질환’을 인정해도 나라에서는 인정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있다. 이들은 “처음에는 기업이, 두 번째는 정부가 가해자였다. 세 번째는 피해자 권리를 찾지 못하면서 가해자에게 당했다”고 말한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시작은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K케미칼은 1991년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물질인 PHMG와 CMIT/MIT 제조 방법을 개발해 옥시·홈플러스·롯데마트 등에 공급했다. 가습기 살균제는 물을 사용하면 생기는 가습기 세균을 완전히 살균하기 위해 사용됐다. 

“눈물 흘리지 
 않도록 약속”

판매업체는 총 27군데, 원료 공급 및 제조업체는 20곳이다. 1994년 출시된 가습기 살균제는 2011년까지 연간 60만개가량 판매됐다.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사람들은 워낙 많지만, 이들 중 임산부들이 가습기 살균제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 그 결과 2011년 4월 임산부들이 급성 호흡부전으로 잇따라 입원했고, 2011년 5월10일에는 입원환자 중 34세 여성이 사망했다.

이후 3명의 입원환자가 사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2011년 8월31일에 가습기 살균제를 원인미상 폐 손상의 원인으로 주목했고, 이후 가습기 살균제 제품에 관한 강제 수거 명령을 발동했다. 


가습기 살균제를 구매해 사용한 사람들은 ▲폐암 ▲폐 섬유화 ▲간 독성 ▲신경 독성 ▲심혈관 독성 ▲면역계 독성 ▲피부 과민성 ▲유전 독성 ▲폐 노출 ▲코 노출 ▲천식 ▲부비동염 ▲기관지 노출 ▲후두 노출 ▲피부 침착 등의 피해를 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달 31일 기준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 따르면 피해 사망자 1751명, 피해 신고자 7685명‧제품 사용자 350만~400만명‧건강피해자 49만~56만명이지만,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사람이 워낙 많아서 피해를 모두 측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계속 발생하자 정부는 대책을 세웠다. 2017년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고 시행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피해자들을 청와대에 초대해 “책임져야 할 기업이 있는 사고다. 정부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할 수 있는 지원을 충실히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정부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다. 우리 국민이 더는 안전 때문에 억울하게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약속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임명했고, 2017년 6월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구제와 지속 가능한 지원을 위해 환경부 산하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지원 종합 포털’을 개설했다. 

이 포털에서는 ▲구제급여 지급신청 ▲특별유족인정 신청 ▲재심사 청구 ▲긴급 의료지원 신청 ▲검사 비용 지급신청을 받는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제급여 지급 및 피해 등급 결정’이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가습기 살균제 노출 여부’ ‘가습기 살균제 노출로 건강상의 피해가 발생 또는 악화됐거나, 전체적인 건강 상태가 악화됐는지 여부’ ‘독성학적 기전 등을 포함한 의학적 설명 가능성’을 토대로 피해 등급을 결정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구제급여를 지원한다.

“당연히 피해등급…아무 문제없다”
호언장담 1년 넘도록 감감무소식

이를 위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는 ▲피해구제위원회 15명 ▲조사 판정 전문위원회 38명 ▲재심사 전문위원회 18명 ▲긴급 의료지원 전문위원회 5명으로 구성됐다. 

피해자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피해 등급 결정을 신청하면 간질성 폐 질환이나 폐렴 천식을 검사하는 신속검사를 거쳐 개별심사를 한 뒤 피해 등급이 판정된다. 질환은 폐 질환 ▲1단계(가능성 거의 확실) ▲2단계(가능성 높음) ▲3단계(가능성 낮음) ▲4단계(가능성 거의 없음)로 판정하고, 그 밖의 질환은 인정·불인정으로 분류한다.

구제급여는 폐 질환 1·2단계와 천식, 태아 피해만 피해 질환으로 인정한다.

지난 2월25일 환경부는 ‘제28차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위원회(위원장 환경부 차관)’을 개최해 피해자 56명에 대한 구제급여 지급 및 피해 등급 결정을 심의·의결했다.

그러나 피해자 중에는 ‘환경부 때문에’ 제대로 된 피해 등급을 받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있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해결위원회’의 추준영·김경영 공동대표의 이야기다. 추 대표와 김 대표는 각자의 자녀 1명씩을 포함해 모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다. 

추 대표의 아들 박준석군은 현재 중학생으로, 박군이 영·유아 때 옥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해 추 대표와 박군 모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됐다.

피해의 정도는 추 대표보다 박군이 훨씬 심했다. 박군은 아기 때 툭하면 응급실에 실려 가서 입원했다. 현재는 아기 때보다는 입원을 덜 하지만, 코로나19에 걸려서 40도의 열이 5일 내내 지속됐다.

격리가 끝난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들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주먹구구
묵묵부답

추 대표는 2016년 본인과 박군의 피해 등급을 제대로 판정받기 위해 환경부에 ‘구제급여 지급’을 신청했고, 2019년 3월에 ‘천식 인정’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담당 병원에서는 다른 의견을 내놨다. 병원의 의견은 박군 같은 경우는 천식이 아닌 ‘폐 질환’에 관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박군의 담당 의사는 판정이 잘못됐다고는 하지 않았지만 “피해 인증단계가 무조건 천식에서 폐 질환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추 대표는 2019년 4월5일에 박군의 폐 질환을 판단해달라는 재심을 청구했다. 피해구제위원회의 답변은 “조사판정위원회에서 대면으로 심사해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보류하겠다”며 종합판단만 내려졌다.

원래는 폐 질환을 1단계부터 4단계까지 나눠 구분했다면, 2020년 9월25일부터 시행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에 따라 ‘가습기 살균제 노출 후 신규 발생한 간질성 폐 질환, 천식, 폐렴’ ‘질환을 특정하지 않고 전체적인 건강상태 고려(후유증 포함)’로 바뀌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 배상 방안’에서 “옥시레킷벤키저는 1차 조사 또는 2차 조사에서 1등급 또는 2등급 판정을 받으신 옥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분들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기재해놨다.

박군은 폐 질환 등급을 받지 못해서 옥시에 배상을 요구할 수 없게 된 것이고, 결국 해당 기업에 대응하기도 힘들어졌다.


아래는 박군의 담당 의사가 추 대표에게 한 말이다.

“동네 구멍가게보다 못하다” 지적
부처 늦장 대처로 기업 대응 못해

“내가 서류를 제출했다. 물론 지금은 박군이 성장해서 폐가 깨끗해졌다. 그러나 과거에 아팠던 흔적은 남아있다. 이런 아이는 아기 때 폐 기능이 안 좋다가 성장하면서 폐 기능이 좋아진다. 하지만 25세 이후로 폐 기능이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아이의 경우를 여러 번 판정했다. 보통 폐 질환 2등급을 받았고 환경부에서 뒤집힌 적은 거의 없다. 특히 2020년 9월부터 법이 바뀌는 것을 환경부와 전문가도 다 알고 있다. 결국 아이가 불이익받을 것을 알고 있으면서 보류한 게 이해가 안 된다. 환경부에서 의도적으로 미룬 것은 아닌지, 명확히 알아봐야 할 것 같다.”

지난해 2월18일 추 대표는 환경부 관계자에 해당 부분에 대해 문의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박군처럼 보류된 사람 중에서 폐 질환 1단계나 2단계는 따로 표기할 것”이라며 “법적인 검토도 이미 끝났다”고 말했지만, 이 부분에 대한 법적인 검토는 전혀 없었다.

이 밖에도 추 대표는 “준석이 진단이 워낙 급하니 나보다 먼저 해결해달라고 했다. 나도 준석이 서류 넣을 때 같이 넣었는데, 전혀 연락이 없어서 알아봤다”며 “나는 ‘아이부터 빨리 해달라’고 말했을 뿐인데 ‘내 서류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고 전해 들었다. 환경부가 동네 구멍가게보다 못하다”고 지적했다.

2018년도에 김 대표의 딸인 정유주양은 폐 질환 4단계인 불인정 단계를 받았다. 천식에 의한 피해는 김 대표가 중증도, 정양은 등급 외를 받았다. 이들은 옥시 가습기 살균제를 단독으로 사용했다. 

우선 눈에 보이는 증상은 정양이 훨씬 심했다. 김 대표는 정양의 진단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정보공개 청구’를 신청했는데 폐 기능이 100%로 나왔다.

담당 의사도
“의문 많다” 

하지만 천식은 기본적으로 악화와 안정기를 반복하는데, 정양의 경우는 안정기에 검사한 것이다. 

이후 정양의 담당 의사가 폐 질환이 의심된다고 전해서 2019년 3월28일에 재심 신청을 했고, 2019년 12월26일에 폐 질환 3단계 판정을 받았다.

당시 정양이 했던 검사는 폐 기능 검사 중 일산화탄소 확장 능력 검사인 ‘DLCO’이며, 정양은 정상인의 60%만 폐가 기능했다.

김 대표는 환경부에 정양에 대한 ▲과거 병원비 ▲천식 구제급여 ▲폐 질환 3단계로 신체 판단을 해달라고 요청하면서 관련 서류가 필요한지 문의했다.

이에 환경부 관계자는 “이미 구제급여에 해당하는 선정자여서 추가 서류는 필요 없다. 당연히 피해 등급심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1년이 지나도 판정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김 대표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정양의 판정이 나오지 않는 것에 항의 전화를 했다.

후로 3개월이 지나 연락이 된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담당자는 “정양의 경우는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 우리 측에서 잘못했으면 녹취나 증거를 가져오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대표에게 급한 것은 정양이 피해 등급을 받는 것이어서 해당 문제를 지적하고 넘어가진 않았다. 

정양에 대한 피해 등급 인증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23일 환경부 관계자는 김 대표에게 “정양에 관한 서류 작업은 이미 오래전에 종결됐다”고 말했다.

3개월 걸려 연락된 담당자 황당 반응
“잘못했으면 녹취나 증거 가져오라”

김 대표는 정양이 피해 등급을 무사히 받을 수 있도록 병원에서 결제일자도 물어봤고, 서류가 넘어갔는지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아무 문제가 없다”는 답을 들었을 뿐이다. 

김 대표는 기자에게 “유주는 천식 등급도 받았고, 폐 질환 3단계도 받았었다. 그런데 천식 등급을 받았다고 나머지를 다 무시한 것 같다. 내가 5~6개월 동안 연락하면 서류가 넘어갔으니 조사 판정받는다고 했다”며 “결국 환경부가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청소년기로 넘어가면서 폐가 자란다. 준석이와 유주는 과거에 폐 기능이 50~60% 정도였는데 지금은 70~80% 정도”라며 “그런데 지금 진단을 받으면 당연히 좋은 결과로 나온다. 나중에 25세가 지나고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하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김 대표에게도 문제가 생겼다. 김 대표는 2018년에 피해를 인증받았던 천식 외에 간 기능, 백내장, 신경정신과, 정신 통증에 관한 것도 담당 의사 소견을 받아 병원비를 받고 있었다.

김 대표는 지난해에 2020년도 병원비 내역을 청구했다가 모두 거절당했다. 그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다. 치료를 드문드문 받거나 중단해서 건강이 회복된 것이 의심되는 상황도 아니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2020년 9월25일 이후 접수된 건은 기지급 확장 질환(후유·합병)에 대해 개별 판정을 해야 한다. 지급 확정 판정을 새롭게 받아야 하고, 개별 판정이 전까지는 지급이 불가하다”고 답변했다. 즉 개정법 시행인 2020년 9월25일을 기점으로 치료 시점이 아닌 접수 시점으로 병원비 지급을 거절한 것이다.

한편 2020년 2월4일에 환경부 관계자가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는 DLCO검사에 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해당 자료에서 환경부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DLCO 조사 판정이 기준이 된다고 오해하는 부분과 조사 판정할 때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 현재도 피해자들이 DLCO가 기준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분이 많으며, 폐 기능(FVC) 또는 DLCO 검사 시 편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편법으로?

하지만 피해자들은 “대학병원에서 진행되는 검사에서 편법은 있을 수 없다”며 “설령 그런 피해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전체 피해자를 향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DLCO 검사가 판정 기준 단계에서 일관적으로 적용되지 않은 것 같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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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