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습기 살균제 나몰라' 뒷짐 진 환경부의 두 얼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4.18 14:05:50
  • 호수 13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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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서류 필요 없다더니 서류 제출하지 않아 탈락”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SK케미칼·옥시·애경 등이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던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폐 질환과 폐 이외 질환 및 전신 질환에 걸렸다. 이들 중 병원에서 ‘폐 질환’을 인정해도 나라에서는 인정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있다. 이들은 “처음에는 기업이, 두 번째는 정부가 가해자였다. 세 번째는 피해자 권리를 찾지 못하면서 가해자에게 당했다”고 말한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시작은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K케미칼은 1991년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물질인 PHMG와 CMIT/MIT 제조 방법을 개발해 옥시·홈플러스·롯데마트 등에 공급했다. 가습기 살균제는 물을 사용하면 생기는 가습기 세균을 완전히 살균하기 위해 사용됐다. 

“눈물 흘리지 
 않도록 약속”

판매업체는 총 27군데, 원료 공급 및 제조업체는 20곳이다. 1994년 출시된 가습기 살균제는 2011년까지 연간 60만개가량 판매됐다.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사람들은 워낙 많지만, 이들 중 임산부들이 가습기 살균제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 그 결과 2011년 4월 임산부들이 급성 호흡부전으로 잇따라 입원했고, 2011년 5월10일에는 입원환자 중 34세 여성이 사망했다.

이후 3명의 입원환자가 사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2011년 8월31일에 가습기 살균제를 원인미상 폐 손상의 원인으로 주목했고, 이후 가습기 살균제 제품에 관한 강제 수거 명령을 발동했다. 


가습기 살균제를 구매해 사용한 사람들은 ▲폐암 ▲폐 섬유화 ▲간 독성 ▲신경 독성 ▲심혈관 독성 ▲면역계 독성 ▲피부 과민성 ▲유전 독성 ▲폐 노출 ▲코 노출 ▲천식 ▲부비동염 ▲기관지 노출 ▲후두 노출 ▲피부 침착 등의 피해를 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달 31일 기준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 따르면 피해 사망자 1751명, 피해 신고자 7685명‧제품 사용자 350만~400만명‧건강피해자 49만~56만명이지만,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사람이 워낙 많아서 피해를 모두 측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계속 발생하자 정부는 대책을 세웠다. 2017년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고 시행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피해자들을 청와대에 초대해 “책임져야 할 기업이 있는 사고다. 정부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할 수 있는 지원을 충실히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정부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다. 우리 국민이 더는 안전 때문에 억울하게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약속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임명했고, 2017년 6월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구제와 지속 가능한 지원을 위해 환경부 산하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지원 종합 포털’을 개설했다. 

이 포털에서는 ▲구제급여 지급신청 ▲특별유족인정 신청 ▲재심사 청구 ▲긴급 의료지원 신청 ▲검사 비용 지급신청을 받는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제급여 지급 및 피해 등급 결정’이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가습기 살균제 노출 여부’ ‘가습기 살균제 노출로 건강상의 피해가 발생 또는 악화됐거나, 전체적인 건강 상태가 악화됐는지 여부’ ‘독성학적 기전 등을 포함한 의학적 설명 가능성’을 토대로 피해 등급을 결정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구제급여를 지원한다.

“당연히 피해등급…아무 문제없다”
호언장담 1년 넘도록 감감무소식

이를 위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는 ▲피해구제위원회 15명 ▲조사 판정 전문위원회 38명 ▲재심사 전문위원회 18명 ▲긴급 의료지원 전문위원회 5명으로 구성됐다. 

피해자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피해 등급 결정을 신청하면 간질성 폐 질환이나 폐렴 천식을 검사하는 신속검사를 거쳐 개별심사를 한 뒤 피해 등급이 판정된다. 질환은 폐 질환 ▲1단계(가능성 거의 확실) ▲2단계(가능성 높음) ▲3단계(가능성 낮음) ▲4단계(가능성 거의 없음)로 판정하고, 그 밖의 질환은 인정·불인정으로 분류한다.

구제급여는 폐 질환 1·2단계와 천식, 태아 피해만 피해 질환으로 인정한다.

지난 2월25일 환경부는 ‘제28차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위원회(위원장 환경부 차관)’을 개최해 피해자 56명에 대한 구제급여 지급 및 피해 등급 결정을 심의·의결했다.

그러나 피해자 중에는 ‘환경부 때문에’ 제대로 된 피해 등급을 받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있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해결위원회’의 추준영·김경영 공동대표의 이야기다. 추 대표와 김 대표는 각자의 자녀 1명씩을 포함해 모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다. 

추 대표의 아들 박준석군은 현재 중학생으로, 박군이 영·유아 때 옥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해 추 대표와 박군 모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됐다.

피해의 정도는 추 대표보다 박군이 훨씬 심했다. 박군은 아기 때 툭하면 응급실에 실려 가서 입원했다. 현재는 아기 때보다는 입원을 덜 하지만, 코로나19에 걸려서 40도의 열이 5일 내내 지속됐다.

격리가 끝난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들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주먹구구
묵묵부답

추 대표는 2016년 본인과 박군의 피해 등급을 제대로 판정받기 위해 환경부에 ‘구제급여 지급’을 신청했고, 2019년 3월에 ‘천식 인정’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담당 병원에서는 다른 의견을 내놨다. 병원의 의견은 박군 같은 경우는 천식이 아닌 ‘폐 질환’에 관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박군의 담당 의사는 판정이 잘못됐다고는 하지 않았지만 “피해 인증단계가 무조건 천식에서 폐 질환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추 대표는 2019년 4월5일에 박군의 폐 질환을 판단해달라는 재심을 청구했다. 피해구제위원회의 답변은 “조사판정위원회에서 대면으로 심사해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보류하겠다”며 종합판단만 내려졌다.

원래는 폐 질환을 1단계부터 4단계까지 나눠 구분했다면, 2020년 9월25일부터 시행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에 따라 ‘가습기 살균제 노출 후 신규 발생한 간질성 폐 질환, 천식, 폐렴’ ‘질환을 특정하지 않고 전체적인 건강상태 고려(후유증 포함)’로 바뀌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 배상 방안’에서 “옥시레킷벤키저는 1차 조사 또는 2차 조사에서 1등급 또는 2등급 판정을 받으신 옥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분들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기재해놨다.

박군은 폐 질환 등급을 받지 못해서 옥시에 배상을 요구할 수 없게 된 것이고, 결국 해당 기업에 대응하기도 힘들어졌다.


아래는 박군의 담당 의사가 추 대표에게 한 말이다.

“동네 구멍가게보다 못하다” 지적
부처 늦장 대처로 기업 대응 못해

“내가 서류를 제출했다. 물론 지금은 박군이 성장해서 폐가 깨끗해졌다. 그러나 과거에 아팠던 흔적은 남아있다. 이런 아이는 아기 때 폐 기능이 안 좋다가 성장하면서 폐 기능이 좋아진다. 하지만 25세 이후로 폐 기능이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아이의 경우를 여러 번 판정했다. 보통 폐 질환 2등급을 받았고 환경부에서 뒤집힌 적은 거의 없다. 특히 2020년 9월부터 법이 바뀌는 것을 환경부와 전문가도 다 알고 있다. 결국 아이가 불이익받을 것을 알고 있으면서 보류한 게 이해가 안 된다. 환경부에서 의도적으로 미룬 것은 아닌지, 명확히 알아봐야 할 것 같다.”

지난해 2월18일 추 대표는 환경부 관계자에 해당 부분에 대해 문의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박군처럼 보류된 사람 중에서 폐 질환 1단계나 2단계는 따로 표기할 것”이라며 “법적인 검토도 이미 끝났다”고 말했지만, 이 부분에 대한 법적인 검토는 전혀 없었다.

이 밖에도 추 대표는 “준석이 진단이 워낙 급하니 나보다 먼저 해결해달라고 했다. 나도 준석이 서류 넣을 때 같이 넣었는데, 전혀 연락이 없어서 알아봤다”며 “나는 ‘아이부터 빨리 해달라’고 말했을 뿐인데 ‘내 서류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고 전해 들었다. 환경부가 동네 구멍가게보다 못하다”고 지적했다.

2018년도에 김 대표의 딸인 정유주양은 폐 질환 4단계인 불인정 단계를 받았다. 천식에 의한 피해는 김 대표가 중증도, 정양은 등급 외를 받았다. 이들은 옥시 가습기 살균제를 단독으로 사용했다. 

우선 눈에 보이는 증상은 정양이 훨씬 심했다. 김 대표는 정양의 진단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정보공개 청구’를 신청했는데 폐 기능이 100%로 나왔다.

담당 의사도
“의문 많다” 

하지만 천식은 기본적으로 악화와 안정기를 반복하는데, 정양의 경우는 안정기에 검사한 것이다. 

이후 정양의 담당 의사가 폐 질환이 의심된다고 전해서 2019년 3월28일에 재심 신청을 했고, 2019년 12월26일에 폐 질환 3단계 판정을 받았다.

당시 정양이 했던 검사는 폐 기능 검사 중 일산화탄소 확장 능력 검사인 ‘DLCO’이며, 정양은 정상인의 60%만 폐가 기능했다.

김 대표는 환경부에 정양에 대한 ▲과거 병원비 ▲천식 구제급여 ▲폐 질환 3단계로 신체 판단을 해달라고 요청하면서 관련 서류가 필요한지 문의했다.

이에 환경부 관계자는 “이미 구제급여에 해당하는 선정자여서 추가 서류는 필요 없다. 당연히 피해 등급심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1년이 지나도 판정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김 대표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정양의 판정이 나오지 않는 것에 항의 전화를 했다.

후로 3개월이 지나 연락이 된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담당자는 “정양의 경우는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 우리 측에서 잘못했으면 녹취나 증거를 가져오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대표에게 급한 것은 정양이 피해 등급을 받는 것이어서 해당 문제를 지적하고 넘어가진 않았다. 

정양에 대한 피해 등급 인증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23일 환경부 관계자는 김 대표에게 “정양에 관한 서류 작업은 이미 오래전에 종결됐다”고 말했다.

3개월 걸려 연락된 담당자 황당 반응
“잘못했으면 녹취나 증거 가져오라”

김 대표는 정양이 피해 등급을 무사히 받을 수 있도록 병원에서 결제일자도 물어봤고, 서류가 넘어갔는지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아무 문제가 없다”는 답을 들었을 뿐이다. 

김 대표는 기자에게 “유주는 천식 등급도 받았고, 폐 질환 3단계도 받았었다. 그런데 천식 등급을 받았다고 나머지를 다 무시한 것 같다. 내가 5~6개월 동안 연락하면 서류가 넘어갔으니 조사 판정받는다고 했다”며 “결국 환경부가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청소년기로 넘어가면서 폐가 자란다. 준석이와 유주는 과거에 폐 기능이 50~60% 정도였는데 지금은 70~80% 정도”라며 “그런데 지금 진단을 받으면 당연히 좋은 결과로 나온다. 나중에 25세가 지나고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하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김 대표에게도 문제가 생겼다. 김 대표는 2018년에 피해를 인증받았던 천식 외에 간 기능, 백내장, 신경정신과, 정신 통증에 관한 것도 담당 의사 소견을 받아 병원비를 받고 있었다.

김 대표는 지난해에 2020년도 병원비 내역을 청구했다가 모두 거절당했다. 그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다. 치료를 드문드문 받거나 중단해서 건강이 회복된 것이 의심되는 상황도 아니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2020년 9월25일 이후 접수된 건은 기지급 확장 질환(후유·합병)에 대해 개별 판정을 해야 한다. 지급 확정 판정을 새롭게 받아야 하고, 개별 판정이 전까지는 지급이 불가하다”고 답변했다. 즉 개정법 시행인 2020년 9월25일을 기점으로 치료 시점이 아닌 접수 시점으로 병원비 지급을 거절한 것이다.

한편 2020년 2월4일에 환경부 관계자가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는 DLCO검사에 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해당 자료에서 환경부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DLCO 조사 판정이 기준이 된다고 오해하는 부분과 조사 판정할 때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 현재도 피해자들이 DLCO가 기준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분이 많으며, 폐 기능(FVC) 또는 DLCO 검사 시 편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편법으로?

하지만 피해자들은 “대학병원에서 진행되는 검사에서 편법은 있을 수 없다”며 “설령 그런 피해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전체 피해자를 향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DLCO 검사가 판정 기준 단계에서 일관적으로 적용되지 않은 것 같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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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