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39) 손님맞이

대통령 구출작전 성공할까?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맞아, 난조 상과 함께 하니까 모든 게 아름다워 보이는 거야.”

석원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아니 더 이상 기미코의 말을 허용할 수 없었는지 기미코의 입에 자신의 입을 포갰다.

그러기를 잠시 후 갑자기 기미코가 자리에서 일어나 석원을 정면으로 주시했다.

“왜 그래?”

기미코가 그윽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를 잠시 그대로 정면으로 석원의 품으로 찾아들었다.


석원이 급히 책상다리 자세를 취하고는 기미코가 자신의 다리 위에서 정면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난조 상, 오늘은 이렇게 술 한잔 해. 서로를 바라보면서.”

석원이 자신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품에 안겨 있는 기미코의 허리를 부서져라 끌어안았다 이내 곁에 준비해온 술과 안주를 늘어놓고 병을 땄다.

기미코가 몸을 기울여 대신 술병을 잡고 한 손에 잔을 들어 술을 따라 석원에게 건넸다.

석원이 잔을 비우고 자신의 입을 슬그머니 기미코의 입으로 가져갔다.

기미코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입을 벌렸다.

잠시 후 석원이 안주를 집어 기미코의 입에 넣었다.


기미코의 입이 닫혀지면서 조물대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잠시 후 기미코가 다시 술잔을 채워 자신의 입을 통해 석원에게 건네자 그 역시 입을 벌렸다.

그를 바라보던 기미코가 손을 움직였다.

그러나 그 손이 도착한 곳은 안주가 아니라 자신의 옷이었다.

옷을 들어 올리고 이어 손을 뒤로해서 브래지어를 끌러 잠시 전 석원의 손에 잡혀 있던 가슴을 석원의 입으로 기울였다.

아니 석원의 얼굴을 자신의 가슴으로 당겼다.

석원이 마치 밀물이 밀려들어오듯 거세게 공략했다.

순간 바닷물이 모래를 쓸며 일어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어 썰물이 밀려가는 듯한 현상이 일어나자 “사르르” 하는 조용한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동일이 입국하자마자 곧바로 이강철과 함께 경호실장을 만났다.

아울러 일본에서 있었던 전 과정 그리고 문석원의 입국 일정에 대해 설명을 곁들였다.

“지금 정 팀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건에 대해 굳이 각하께 보고 드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일어나는구먼.”


박 실장의 화두에 동일이 가만히 생각에 잠겨들었다.

박 실장의 말대로 문석원의 박정희 대통령 암살에 대한 성공 확률은 제로였다.

“당일 행적이 어떻게 그려지느냐에 대해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동일이 강철을 주시했다.

“정 팀장의 의도를 알겠는데, 제 임무에 대해서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행사 당일 저 역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세밀하게 일처리하려 합니다.”


“확고합니까?”

“그 문제는 실장께 따로 의논드리려 합니다.”

순간 동일의 표정이 굳게 변해갔다. 그를 살핀 박 실장이 헛기침했다.

“한번 이 자리에서 대강이라도 이야기해보게.”

“문석원에게 최대한 배려를 베풀면서 마음의 긴장을 극대화시키려합니다.

즉 문석원 스스로 일을 망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려 합니다.”

“기본 생각은 옳다 생각됩니다.”

그러니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라는 투로 동일이 말을 이었다.

“문석원이 행사장 내 입장 시 최대한의 배려를 베풀고 그러나 문이 각하를 시해할 여건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아울러 결정적인 순간에도 제가 먼저 액션을 취해 각하의 터럭 하나 건들지 못하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와 관련하여 시나리오가 결정되는 대로 정 팀장께 보고토록 하겠습니다.”

강철이 공손하게 보고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 표현이 흡족한지 박 실장이 미소를 보였다.

“이 특보의 계획이 상당히 치밀해 보입니다. 하면 각하께 보고 드리는 부분은 실장께서 판단하셔야 할 줄로 압니다. 다만 제 견해로는 보고를 드리던 드리지 않던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내 그래서 보고드릴 필요가 있느냐 이 말이네.”

시시각각 다가오는 거사…치밀한 경호
들통 난 암살 계획…각하께 보고 고민

동일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종의 경호 방식, 즉 심정 경호라네.”

동일과 강철이 심정 경호를 가볍게 되뇌었다.

물론 그 의미를 둘 다 잘 알고 있었다.

신체적 위협뿐만 아니라 심정적으로도 위해를 받지 않게 하려 한다는 그 마음을 모를 턱이 없었다.

“실장님 말씀을 들어보니 차라리 각하께 보고 드리지 않음이 이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철이 말을 하며 동일을 주시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각하의 경호 부분은 제 소관이 아닌지라 저로서는 이렇다 의견 개진할 입장이 되지 못합니다.”

“그러이, 그 부분은 내가 좀 더 숙고할 테니 그렇게 처리하도록 하고. 이번 건으로 인해 정 팀장이 도움 받은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그 후속대책을 어떻게 할지 들어보세나.”

“그보다도 먼저.”

말하다 말고 동일이 가방에서 3.8구경 리볼버 권총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무엇인가?”

“문석원에게 전해줄 권총입니다.”

동일이 일본의 한 파출소에서 두 자루의 권총을 훔치고 한 자루는 문석원의 연습용으로 넘긴 내용들을 이야기했다.

“이 총으로 암살하겠다고!”

박 실장이 총을 집어 들면서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허리 벨트에 있는 권총을 뽑아들었다.

이어 두 자루의 권총을 비교하며 살피다 자신의 권총을 벨트에 집어넣었다.

“이 특보도 보게나.”

강철이 박 실장이 건넨 권총을 흘낏 살피더니 실소를 터트렸다.

“이 놈이 진짜 제 정신이 아닌 놈이로군요. 새총만도 못한 이런 총으로 암살하겠다니.”

강철의 이야기에 박 실장이 다시 호탕하게 웃었고 웃음이 멈출 무렵 동일이 정색했다.

“실장님, 그러면 오히려 더 문제 아닙니까?”

“뭐라!”

“지금 실장님이나 이 특보의 이야기를 빌면 총알이 어디로 날아갈지 모른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박 실장이 순간 근심스런 표정을 지으며 강철을 주시했다.

“정 팀장 말이 백번 지당하네. 이 특보는 정 팀장의 우려를 적극 검토하도록 하게나.”

“결국 당일 좌석 배치 등도 세밀하게 살펴보아야 할 일입니다.”

“그러면 잠시 전 말씀하신 내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잠시 호흡을 고른 동일이 박 실장을 주시했다.

동일이 입국하는 바로 그날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찻집에서 차주선과 그의 여동생 영란을 만났다.

“대한민국을 대신하여 차 여사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주선의 소개로 상견례가 이루어지자 동일이 가볍게 고개 숙였다.

“제가 행했던 조그마한 일이 도움이 되었다면 저로서도 만족합니다.”

영란 역시 가볍게 고개 숙이며 화답했다.

“겸손의 말씀이십니다. 차 여사 도움이 없었다면 이번 일이 성사되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 생각해주신다니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런데.”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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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