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발 ‘친이당’ 로드맵

‘대권 도전’ MB 가신들 뭉친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친이계 좌장’ 이재오가 움직였다. 그는 최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창당을 시사했다. 전공인 ‘개헌’을 전제로 한 ‘중도 신당’이 바로 그것. 앞서 그는 친이(친 이명박)계 전현직 의원 20명과 만나 창당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임을 알렸다. 최근 정치권에서 불고 있는 ‘중도’ 바람에 합류하는 모습. ‘제4지대’ 창조에 나선 정의화 전 의장과 안철수·유승민 등 여타 중도 성향 인사들과의 셈법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17년으로 예정된 제19대 대선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에서는 정계 개편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다수의 전현직 의원들이 군불을 지피는 중이다. ‘중도’는 이들을 하나로 묶는 매개체로 작동하고 있다. 한때 ‘왕의 남자’라 불렸던 이재오 전 의원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정치권에서 부는 개헌론 바람에 오랜 침묵을 끝마친 그는 ‘중도 신당’이라는 구체적인 청사진까지 제시한 상태다.

개헌론 바람에
침묵 깬 이재오

이 전 의원은 지난 20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정치 활동을 재개할 것임을 알렸다. 그는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다음 정권부터는 새로운 헌법에서 새로운 정치 체제로 나라를 만들어보자는 국민의 동의를 받기 위한 개헌 추진 국민운동을 하거나, 아니면 개헌을 전제로 한 정당을 만들기 위해 내 정치적 노력을 하려고 한다.”

그를 깨운 것은 최근 정치권에 불고 있는 '개헌 바람'이다. 여야를 초월해 개헌에 공감하는 의원들은 최근 목소리를 높이며 그 필요성을 부르짖고 있다.


단적으로 새누리당에서는 친박(친 박근혜)계를 중심으로 이원집정부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등 야권에서는 의원내각제·이원집정부제·대통령 4년 중임제 등 다양한 모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체로 정부 형태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에 대한 논의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알려진 대로 이 전 의원은 대표적인 개헌론자다. 더민주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과 함께 19대 때까지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을 주도적으로 이끌기도 했다.

그는 복수의 언론 인터뷰는 물론 시민단체 포럼에서도 개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유감없이 말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일례로 지난해 7월경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의 주최로 열린 ‘지방분권개헌원탁토론’에 참석한 이 전 의원은 “개헌은 블랙홀이 아니라 제왕적 대통령제가 현재 국가 경쟁력 장애요인 중 제일 큰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은 블랙홀”이라고 말한 내용을 직접 겨냥한 발언이었다. 이후에도 이 전 의원은 지금의 5년 단임제가 제왕적 대통령제를 공고히 할 뿐 국가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제왕적 대통령제
“이젠 바꿔야”

앞서 라디오에서 밝혔듯 이 전 의원은 향후 계획으로 ‘개헌 추진 국민운동’ 또는 ‘신당 창당’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그런 그의 최근 행보를 보면 창당에 좀 더 무게를 두는 모습으로 비쳐진다.

지난달 31일, 이 전 의원과 친이계 전현직 의원 20여명은 만찬 회동을 가졌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은 이 자리에서 내년 12월에 있을 대선 전까지 개헌을 기본으로 한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구상을 참석자들에게 전했다. 회동에 참석한 이들은 정병국·권성동 등 현역 친이계 인사들과 주호영·고흥길·진수희·최병국 등 전직 인사들로 모두 이명박정부 당시 요직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다.

 


무엇보다 해당 소식에 눈길이 가는 이유는 이 전 의원이 대선 후보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은 회동 자리에서 “당을 만들어 후보도 상황에 따라 낼 생각”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정당은 정권 창출을 목표로 했을 때 생명력이 유지된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초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정당들이 많다. 새누리당과 더민주, 그리고 국민의당이 수권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기 위해 외연 확장에 신경 쓰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 전 의원의 발언 또한 단발성에 그친 정당들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전 의원 본인이 직접 나설 뜻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회동 자리에서 그는 “직접 공직에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회동 참석자들의 만류도 있었다. 창당까지 가는 과정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은 정치 인생의 마지막으로 자신의 정체성에 맞는 중도 정당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다는 것이다.

정치권 개헌론에 잠행 풀고 활동 재개
친이계 회동서 “차기 대선주자 낼 것”

친이계 좌장의 창당 소식에 정치권은 속칭 ‘친이당’이 만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창당 계획을 최초로 알린 곳이 친이계와의 회동 자리였기에 더욱 그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위해 함께 동고동락하며 지낸 세월만큼이나 친이계의 유대는 끈끈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이 전 의원은 친이당으로 불리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우리가 언제까지 이 전 대통령을 당선시키기 위해 인연을 맺었다는 이유로 하나로 묶여 있어야 하느냐”며 “나는 내 길을 갈 테니 부담을 갖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이계 재결집으로 비쳐지는 것에 일찌감치 선을 그은 것이다. 이는 확장성을 고려한 사전 포석으로 보인다. 만약 시작도 하기 전에 친이당으로 이미지가 굳어져 버린다면 여야의 중도 세력을 흡수하는 데 그만큼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도 신당을 위한 환경적 요건은 갖춰져 있다. 앞서 이 전 의원은 4·13총선 때 공천을 받지 못하자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바 있다. 지난 3월2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연 그는 “불의한 권력에 배울 것이 없다”는 말을 남기고 친정을 떠났다.
 

최근 유승민 의원이 새누리당으로 복당했음에도 이 전 의원은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 전 의원은 “내가 복당시켜달라고 이야기할 그런 형편이 아니다”며 “그런 생각(복당)은 갖고 있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즉 현재 이 전 의원은 당적이 없는 상태다.

창당에 무게
대선 후보도?

이 전 의원은 과거 민주화를 위해 활동한 적이 있어 중도 색채가 강하다. 박정희정권 당시 유신독재를 비판해 중앙정보부에서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공개석상에서도 “민주화운동으로 인한 옥살이 5번 중 3번을 박 전 대통령 시절에 겪었다”며 자신을 소개할 정도다. 지난 1990년 김문수, 장기표 등과 함께 진보 정당인 민중당 창당에 참여했으며 민중당 후보로 지난 14대 총선에 출마한 적도 있다.


지난 1994년 김영삼 대통령에 의해 민주자유당으로 전향한 이후에도 “나는 여전히 진보주의자”라며 “국가경영에서 건전한 진보주의자가 건전한 보수와 함께 나가야만 우리 시대의 과제인 분단을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의 정체성을 밝혔다.

최근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이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서 “이 전 의원을 친이계 인사라고만 이야기할 수는 없다”며 “이 전 의원의 경우 합리적인 보수 인사라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때 국민의당이 이 전 의원을 영입하려고 한다는 얘기가 정치권에서 흘러나왔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대선을 도와달라”며 이 전 의원을 직접 찾아갔다는 기사가 종편을 통해 보도된 후였다. 국민의당 창당 전부터 “합리적 보수 인사는 끌어안겠다”고 밝혀온 안 대표였기에 가능성은 충분해 보였다.

이 전 의원과 안 대표의 인연이 과거 이명박정부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점도 영입설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은 안 대표와의 만남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정의화 새한국의비전과 연대 가능성↑
친정 복귀 여부…정병국 당권에 달려

결국 향후 이 전 의원의 행보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진다. 그러나 ‘제4지대’에서 독자 세력으로 살아남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과연 어느 누구와 손잡게 될 지가 더욱 주목된다.


가장 힘을 받고 있는 것은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손을 잡는 그림이다. 정 전 의장 또한 최근 사단법인 ‘새한국의비전’ 출범식을 갖고 제4지대 세력화에 나섰다. 그는 자신의 퇴임식에서 “정파를 뛰어넘어서는 미래지향적 중도세력의 ‘빅 텐트’를 펼쳐 새로운 정치 질서를 이끌어내는 마중물이 되고자 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는데, 이는 중도를 표방하는 이 전 의원의 생각과도 일치한다.

또한 정 전 의장, 이 전 의원 두 사람 모두 개헌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측면에서 가능성을 높인다. 이 전 의원처럼 정 전 의장 또한 대표적인 개헌론자 중 한명이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이 전 의원의 주도로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이 꾸려졌을 당시 정 전 의장은 개헌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최근에 있었던 새한국의비전 창립 기념사에서도 “단임제를 선택했던 시기의 장기집권 우려는 사라진 지 오래고 이미 권력 집중 등 수많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개헌을 통해 단임제의 흠결을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전 의원의 생각과 정확히 일치하는 대목이다.
 

새한국의비전 발기인 명단에 이 전 의원과 가까운 친이계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는 점도 두 사람의 연대에 힘을 보태는 요소다. 새누리당 김용태·정병국 등 현역은 물론 여권의 정두언·조해진 전 의원 등 다수의 친이계 인사들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 뿐만 아니라 함께 개헌에 적극적인 더민주 우윤근 전 의원의 이름도 포함돼 있다. 이들이 정 전 의장과 이 전 의원 사이의 소통창구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정의화·이재오
개헌으로 단결

새한국의비전이 예상보다 바람을 못 일으키고 있다는 점도 연대를 예상케 하는 요소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정 전 의장과 더민주 손학규 전 고문,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합심해 새로운 정치결사체를 만들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 바 있다.

그러나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지난 6일 라디오 방송을 통해 “손 전 고문에게 ‘정 전 의장과 제4세력에 함께 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함께 하지 않는다’고 확실하게 답변을 해서 처음으로 공개한다”고 전해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유승민 의원의 경우 최근 새누리당 복당에 성공해 정 전 의장과의 정치적 연대는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이에 중도 신당을 내건 이 전 의원의 등장은 정치결사체를 생각하는 정 전 의장 입장에서 반가울 수 있다.

앞서 이 전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제3지대에서 정 전 의장이 초당적인 신당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초당적인 것들에) 도전해볼 생각이 있나’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개헌 문제가 부상하면서 나에게 의견을 묻는 데가 여럿 있다”라며 “정 전 의장이 (개헌 등을 추진)하는 것도 좋다”는 입장을 전했다.

비록 이 전 의원이 새누리당 복당을 신청하지는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신당을 통해 친정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향후 전당대회(이하 전대)를 통해 누가 당권을 잡느냐에 따라 충분히 복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에서는 당 대표 출마자들이 많으며, 실제로 이주영·이정현·정병국 의원 등은 이미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이 중 친박계는 이주영·이정현 의원 등 다수의 후보가 난립한 반면 비박계는 정병국 의원 단일 후보로 정리된 모습이다.

정 의원이 당선된다면 이 전 의원의 거취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비박계이자 이명박정부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을 지낸 대표적인 친이계 인사인 정 의원은 이 전 의원과 가까운 사이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 이 전 의원이 신당 청사진을 내비친 자리에서도 정 의원이 참석해 있었다.

때문에 정 의원이 당권을 잡은 후 이 전 의원의 신당과 새누리당이 흡수·통합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자민련·선진통일당 등 군소정당들이 새누리당과 합쳐진 사례만 봐도 가능성은 충분하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은 이달 초까지 개헌 추진과 창당을 위한 조직 정비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지난 2014년에 출범한 ‘개헌추진국민연대’의 임원들과 만남을 갖고 향후 행보에 대한 조언을 들은 것으로 전해진다. 과연 ‘개헌전도사’의 신당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것인가. 이 전 의원의 다음 행보는 국회 개헌 특위 구성에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권성동 전격 사퇴 내막
전대 잡기 위해 내쳤나?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보였던 권성동 사무총장이 지난 23일 전격 사퇴했다. 권 총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복당 결정의 책임을 나에게 묻는 듯한 처사로 인해 사무총장직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밝혀왔지만, 오늘 (김희옥) 비대위원장이 전반적으로 유감을 표명해주고 앞으로 혁신비대위를 잘 이끌겠다고 각오를 말씀하신 만큼 (사퇴를 요구하는) 비대위원장의 뜻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권 총장의 사퇴로 계파 대리전 양상은 일단락됐다. 앞서 혁신비대위가 유승민 의원을 포함한 여권 무소속 의원 7명의 ‘일괄 복당’을 승인하자 친박계가 권 총장 책임 사퇴를 주장하고 나온 바 있다. 이에 권 총장은 “명분이 없다”며 버텼지만 결국 사흘 만에 자진 사퇴로 선회했다.

친박계가 권 총장 사퇴를 주장한 것이 전대를 위한 사전 포석 아니냐는 주장이 비박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당규상 비대위 사무총장은 전대준비위원장으로 임명돼 전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에 위기 의식을 느낀 친박계가 권 총장 찍어내기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친박계에서는 해당 주장에 대해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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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