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세력화’ 김종인 마이웨이 플랜

“시한부? 뒷방 늙은이 되지 않겠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시한부' 대표직을 맡고 있는 그가 앞으로 2선에 머물러 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최근에는 안보와 경제를 강조하면서 외연 확장에도 주력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행보를 추적해봤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최근 행보가 매섭다. 지난 11일, 김 대표는 경기도 광주의 한 골프장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를 초청해 회동을 가졌다.

모임 주도
존재감 여전

정 원내대표는 “김종인 대표가 일주일 전 골프 회동을 제안했다”며 “라운드 중간에 ‘우리끼리는 흉금을 터놓고 대화하자’ ‘국민이 3당을 만든 뜻은 결국 잘 대화하라는 것’이라는 대화가 오갔다”고 말했다. 골프회동을 놓고 우 원내대표도 “서로 경쟁하는 관계이긴 하지만 긴밀한 소통도 중요하다”며 “공사 모두 제대로 어울리자는 의미에서 가진 첫 번째 사석 모임”이라고 했다.

모임은 김 대표가 참석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초대한 것으로 알려진다. 야당 관계자는 “김 대표가 국회 화합 차원에서 개인적으로 자리를 마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시한부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는 김 대표가 전면에 나서 ‘협치’를 강조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당 내에서 친문(친 문재인)계에 밀려 있는 그가 자신의 정치력을 과시하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김 대표는 4·13총선이 끝난 후 전당대회가 열리는 8월27일까지만 대표직을 유지하기로 한 상태. 지난달 3일 더민주는 당무위원회를 열고 전당대회 개최와 경제비상대책기구 설치를 의결했다. 같은 날 당무위에서 한 당무위원이 “김종인 대표가 경제비상대책기구를 맡아 역할을 해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김 대표는 “그러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 이후 ‘합의추대설’ 등을 놓고 문재인 전 대표와 갈등 국면을 연출하기도 했었지만 자연스럽게 2선으로 물러나는 방향을 택함으로써 친노(친 노무현)·친문계와 전면전을 피하기도 했다.

3당 원내대표 초청 골프회동 “긴밀한 소통”
전대 열리는 8월까지 대표직 유지…이후는?

최근에는 경제비상대책기구 출범이 미뤄지면서 김 대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늦어도 5월말쯤에는 김 대표가 인선을 완료하고 기구를 출범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정치권에서는 기구 출범 지연 원인을 김 대표의 향후 정치행보와 연관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시한부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는 김 대표가 전대 이후 정계개편의 중심축으로 떠오르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또한 김 대표 주도하의 경제기구가 출범될 경우 스스로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민주의 한 관계자는 “인선도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태”라며 사실상 추진 중단 상태임을 시인했다. 그는 “사실상 멈춰 있다”고도 했다.

김 대표의 행보를 살펴보면 단순히 2선에 물러나기 보다는 전면에 등장해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국회의장 선출을 놓고 여야가 다툼을 벌일 때 김 대표는 원칙론을 앞세웠다. 지난 8일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그는 “총선 결과 엄연히 더민주가 1당이 됐다”며 “그럼 의회 관행상 원내 1당이 국회의장을 차지하는 건 협상 여지가 없는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오후 새누리당, 더민주, 국민의당 3당 원내대표 협상에서 국회의장은 원내 제1당인 더민주가 맡는 것으로 최종 합의됐다. 원구성 협상 결과를 놓고 더민주 관계자들은 “공천권을 휘두를 때와 같을 수는 없겠지만 김 대표의 존재감이 여전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명분을 쥐고 본질을 꿰뚫는 김종인식 해법이 원구성 협상에 반영된 측면이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안보와 경제
투트랙 행보


6월 들어서는 ‘안보와 경제’에 중점을 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8일 오전 야당대표로는 최초로 합동참모본부를 방문했다. 합참 방문에 앞서 김포 해병2사단본부와 보훈병원을 방문하기도 했다. 해병2사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그는 “우리가 6.25사변을 겪은지 66년이 됐지만 우리는 남북관계에 있어서 정상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하지 못하고 있고, 북한은 계속 무력증강에 혈안이 돼 있다”며 “남북관계의 진척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

당 차원에서도 대표회의실의 배경막 문구를 '살피는 민생 지키는 안보’로 바꿨다. 민생과 안보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중이 담겼다. 최근의 김 대표를 중심으로 한 안보행보에 대해 박광온 대변인은 “우리 당이 집권을 위해 ‘유능한 경제정당’과 ‘유능한 안보정당’을 표방하고 관련 정책을 추진하면서 이슈를 만드는 중”이라며 “더민주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 바친 분들을 최대한 예우하고 국민이 존중하는 풍토를 만들 것이다.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관련 일정을 만들어가겠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경제 부분에 있어서도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합참 방문 이후 민주정책연구원이 주최한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 방안’ 포럼과 ‘서민주거정책의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한 주거정책 심포지엄에 각각 참석했다.

김 대표는 건보료 부과 체계 개편과 관련해 “이번 20대 국회, 특히 내년 대선 이전에 이 문제를 더민주의 안으로 의원입법화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보험료 납부 체계 자체를 단순화하고, 불평등을 제거하는 작업이 선결돼야 하지만 그동안 이 과제 자체가 복잡한데다 여러 이해 당사자들과 연관돼 있어 해소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서민주거정책의 방향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는 단순하게 경기 부양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부동산 정책을 펼쳐왔다”며 “부동산 경기 활성화가 부동산 가격의 인상을 가져오지 않고서는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으니 항상 투기성의 경기 정책을 해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서민주택 문제를 골똘하고 집요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며 “이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주택에 대한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해주느냐는 각도에서 서민주택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행사는 김 대표가 주장하는 경제민주화와 관련돼 있다. 이처럼 안보와 경제분야에 목소리를 내고 있는 김 대표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외연확대에 돌입했다고 분석한다. 친노·친문세력이 장악한 당 내에서 보다는 당 밖에서 입지 다지기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본인의 구체적인 생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13일 국회에서 ‘경제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간담회에 참석해 “권력이 시장에 넘어가서 아무것도 못하겠다고 한다면 넘어간 권력을 되찾느냐는 경제민주화를 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경제민주화 실현의 어려움에 대해 “포용적 성장의 전제조건은 제도적 장치가 시장의 메커니즘에 포함되는 것인데 그 과정은 쉽지 않다”며 “시장경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경제세력이 시장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하려고 하면 불편하니 절대적으로 찬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젠다 2050’
개헌론 가세

최근에는 20대 국회의 화두인 개헌론에 가세하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개원사에서 개헌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정치권에 개헌 바람을 일으켰다. 김 대표는 지난 14일 “개인적으로 개헌은 시도를 해볼 때가 되지 않았나고 생각한다”고 말해 정 의장의 발언에 힘을 보탰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개헌론에 대해 “우리가 5년 단임 대통령제를 30년째 체험하고 있는데 5년 단임제가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앞으로 점점 민주화가 발전하게 될 것 같으면 서로 간 상호 협치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헌 방법에 대해서는 헌법만 다뤄선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선거법까지 다뤄야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광범위한 논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헌론에서 가장 먼저 이야기되는 것이 이원집정부제다.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과 총리에게 권력을 분산 시킨다. 대통령이 국방·외교 등 대외 정책을 수행하고 총리는 대내 행정을 맡는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선출하지 못하는 내각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김 대표는 이원집정부제 쪽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이원집정부제가 반갑지 않은 문 전 대표는 개헌엔 찬성 입장이지만 4년 중임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대표가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하는 것 자체가 문 전 대표를 자극하는 모양새다.

당 밖 외연 다지기 수순
“5년 단임제 문제 있어”

김 대표의 독자세력화 플랜의 중심축은 ‘어젠다2050’이다. 어젠다2050은 여야 의원이 모두 참여하는 초당적 입법 연구 모임이다. 모임의 이름은 2000년대 초반 경제위기와 사회분열 위기 속 독일을 구해냈다는 평가를 받는 노동개혁 모델인 ‘어젠다 2010’에서 착안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모임을 주도적으로 이끈 것으로 알려진 새누리당 3선 김세연 의원은 어젠다2050에 대해 “미래입법에 대한 논의를 특정 정당만의 전유물로 다뤄서는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며 “정당·정파를 따지기보다는 정책적 노선에서 방향성을 공유하고, 또 실제 정책 구현 의지와 역량을 갖춘 인사들로 초점을 맞춰 모신 것이 전부”라고 소개했다.


국회 연구단체로 공식 등록될 이 모임에는 새누리당 6명, 더민주 3명, 국민의당 3명 등 12명의 의원이 참여 서명을 마쳤다. 김 대표를 비롯해,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등 거물급 중진 의원들이 대거 참여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여야의 대권주자 및 킹메이커가 한 자리에 모인 만큼 자연스럽게 차기 대권뿐만 아니라 논의 의제들도 대선 공약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여권의 대선주자로 꼽히는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과 지난 2012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도왔던 인연이 있다. 또한 김 대표와 유 의원은 모두 새누리당에서 개혁적 노선을 지향하다 친박계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지난 2012년 당시 김 대표는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맡으며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마련했다가 당선 뒤 공약이 후퇴하자 비판하며 탈당했다. 김 대표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김세연 의원이 연구모임을 같이하자고 해서 ‘좋다’고 대답 했을 뿐 정계개편과는 상관없다. 단지 유승민·김성식 등 자기주장이 확실한 사람들이 좀 모여 있을 뿐”이라며 확대해석은 경계했다.

더민주의 한 의원은 최근 김 대표의 행보에 대해 “당 대표로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당의 존재감을 키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김 대표는 리더십도 훌륭하지만, 시대정신을 정확하게 짚어낸다”고 말했다. 친노계 한 의원도 “김 대표는 경제민주화도 그렇지만, 안보정책에서도 당 내 여론을 확장시켰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광폭 행보
엇갈린 반응

한 정치학교수는 “(김 대표가) 경제민주화 등 전문적인 측면에서 킹메이커 역할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총선 과정에서 실질적 영향을 끼쳤다기보다 관리인 역할에 그쳤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가 킹메이커로 나설 경우, 더민주 대선 후보가 호남에서 호응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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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