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문재인 동상이몽 내막

시한부 관계…불편한 동거 언제까지?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더불어 민주당의 김종인 비대위원회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는 정권교체의 '대의'에는 공감하면서도 그 '주체'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대선이 1년 6개월여 남은 시점에서 이 둘의 불편한 공생관계는 과연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을까?

지난 3일 김 전 대표는 전북도의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전북 민심이 신뢰할 수 있는 대선 주자를 준비해야 한다”며 “다수의 대선 주자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전국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대선 후보를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교체는 더민주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그 주체에 대해서는 단정짓지 않았다.

편치 않은 둘
당내 갈등 심화

김 대표는 호남의 민심을 얻지 못하면 대선에서 승리를 할 수 없다는 위기 의식 속에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더민주는 이번 20대 총선에서 전북 1석, 전남 2석에 그쳐 호남에 철저히 외면 받았다. 지난달 8일, 문 전 대표가 “호남에서 지지를 거두면 대선에 불출마하겠다”고 한 상황에서 김 대표의 전북에서의 발언은 문 전 대표까지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번 총선 과정에서 김 대표는 문 전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 “호남 민심이 더 나빠진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호남 유세를 특별히 다르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총선 승리의 힘으로 정권을 교체하라는 것이 호남의 절대적 민심”이라고 말했다.

이후 총선 결과를 놓고 김 대표의 셀프공천으로 인한 호남 참패라는 이른바 ‘김종인 책임론’이 친노 진영에서 흘러나오면서 두 사람 간 날카로운 신경전이 계속됐다. 이후 김 대표가 문 전 대표를 흔드는 이유는 총선 과정에서의 앙금이 남아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두 사람은 총선 이후에 독대 자리에서 김 대표의 거취를 놓고 수시로 갑론을박을 벌였다.


지난 4·13 총선 이후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계속 대표를 맡도록 하는 이른바 ‘합의추대론’이 거론됐지만 당내에서 민주적 정당의 모습에 맞지 않다는 비판론이 일면서 차갑게 식었다. 이에 김 대표가 문 전 대표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문 전 대표가 ‘합의추대론’과는 정면 배치되는 당 대표 경선에 나설 것을 권유하면서 김 대표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지날 달 22일 배석자 없이 만난 회동에서 발언 내용이 각자 엇갈리면서 진실공방에 휩싸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지난달 24일 당 대표 대신 수권비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했다는 문 전 대표 측의 주장을 언론플레이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문 전 대표를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총선 후 책임 공방…당권 놓고 입씨름
전대 앞두고 갈등 가능성 높다는 분석

이후 김 대표는 “낭떠러지에서 구해놨더니 문 전 대표와 친문이라는 사람들이 이제 와서 엉뚱한 생각을 한다”라며 자신의 거취에 대한 불쾌감도 함께 드러냈다. 당내 세력이 부족한 김 대표 입장에서는 합의추대를 이끌어내 당의 주도권을 쥐고 싶어 했지만 문 전 대표의 반발에 막힌 모양새다.

또한 당내서는 김 대표 체제를 빠르게 종식시키는 ‘조기전대론’이 떠오르면서 김 대표의 입지는 더욱 불안해졌다. 반면에 김 대표 측에서 ‘전대연기론’을 들고 나오면서 비대위 체제를 연장시키고자 했다. 전대가 연기되면 자연스럽게 김 대표는 정기 국회가 끝나는 12월까지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친노·친문직계로 분류되는 홍영표 의원은 지난달 27일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비대위 체제는 과도기적 체제이고, 임시적으로 했기 때문에 이제 정상화하는 것이 맞다”며 “여러 이유와 핑계를 대면서 (비대위 체제를) 연장하자는 건 당내 또 다른 갈등과 분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말해 김 대표를 압박했다.

더민주는 지난 3일 당선인·핵심당직자 연석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전대를 오는 8월 말에서 9월 초 사이에 열기로 결정했다. 김 대표가 2선으로 물러나는 것으로 일단락된 모습이다. 또한 조기전대론과 전대연기론의 절충안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밖에 당무위원회 회의에서 경제비상대책기구를 설치하기로 하고 김 대표에게 구성 권한을 위임키로해 김 대표의 체면을 세워줬다는 평가다.
 


이 같은 절충안은 친노계가 다시 한 번 친노 패권주의로 흐를 경우의 여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염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앞으로 김 대표 체제가 약 4개월간 유지되면서 내년에 있을 대권에도 적지 않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직을 문재인 전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김 대표가 임명하게 되면 대권 판도에 악영향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친문계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핵심 요직
김 대표 손으로

지난 11일 김 대표는 당 정책위의장에 변재일 의원을 임명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내비쳤다. 정책위의장은 원내대표, 사무총장과 함께 당 3역으로 불리는 요직이다. 이렇기 때문에 문 전 대표를 대권 후보로 내세우려는 친문계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변재일 신임 정책위의장은 중도온건 노선으로 계파색도 옅어 당내 거부감이 크지는 않다. 친문계에서는 변 의장이 4선의 중진이고 정책위의장과 민주정책연구원장 등 정책 분야를 두루 역임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분위기다.

치고 받고…
화합은 없다?

김 대표는 민병두 민주정책연구원장의 후임에 대한 임명권도 가지고 있다. 민주정책연구원장은 대선 전략을 기획하는 주요 기관으로 당내 핵심 요직으로 꼽힌다. 현 민병두 민주정책연구원장의 임기는 오는 8월7일까지다. 때문에 8월말에서 9월 초까지로 예상되는 전당대회 전까지 당권을 쥐고 있을 김 대표가 2년 임기의 민주정책연구원장을 임명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물러나는 당 대표가 요직을 인선하는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일단 더민주가 전대 일정을 잡고 김 대표의 입지를 확인시켜줬기 때문에 김 대표도 문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 대표가 4개월 뒤 당 대표에 물러나 당내 경제비상대책위원회를 맡기로 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당내 주류에게 패권이 넘어가는 상황도 예측 가능하다. 어찌됐건 문 전 대표가 친문계를 앞세워 파워게임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대표가 문 전 대표를 압박할 카드는 손학규 전 고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김 대표와 손 전 고문이 ‘전략적제휴’를 한다면 손 전 고문의 복귀 시점이 앞당겨 질 전망이다. 또한 전당대회를 4달여 남겨둔 시점에서 김 대표와 야당 내 거물인 손 전 고문의 제휴는 친노·친문을 견제할 가장 현실성 있는 대항마라고 볼 수 있다. 더민주 전체 123석 중 손 전 고문계로 분류되는 인물은 20여명에 달한다. 친노·친문계에 이어 두 번째 큰 규모다.

김, 손학규와 손잡고 문 치나?
뜨는 우상호 역할론…불편한 김

현 비대위 체제에서 8명의 비대위원 중 4명은 손학규계다. 김 대표가 비대위 2기 인선을 하면서 손학규계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이를 두고 김 대표가 손학규계와 손을 잡고 문 전 대표를 견제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손 전 고문에 대한 김 대표의 평가도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중도개혁 성향에 호남 민심이 우호적이라는 측면에서다. 김 대표가 지난 2013년 손 전 고문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의 송년아카데미 강연자로 참석한 바가 있을 정도로 둘의 관계도 나쁘지 않다.

문제는 문 전 대표의 의중이다. 문 전 대표는 김 대표를 적절한 시점에서 2선으로 물러나게 하는 것을 성공시켰다. 이제 본인이 해결해야 할 것은 야권 내 대권주자를 견제하는 것과 호남에서 지지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4월 총선이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로 끝났지만 호남의 민심을 얻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문 전 대표는 총선 다음날인 지난달 14일 “호남민심이 저를 버린 것인지는 더 겸허하게 노력하면서 기다리겠다”며 “야권을 대표하는 대선주자가 호남의 지지가 없이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정계은퇴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소통·대화 부족
전기 마련될 수도

이후 5월 들어 칩거에 들어간 문 전 대표는 호남 민심 잡기에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9일, 전주의 한 요양원에 머물고 있는 천이두 전 원광대 교수를 병문하면서 총선 후 두 번째 호남방문을 시작했다. 천 교수는 호남 문단의 원로로 알려져 있다.

이후 김승수 전주시장을 다음날에는 군산·익산 일대를 순회했다. 문 전 대표 측은 이번 방문에 대해 “예전부터 미뤄온 개인적 일정 때문에 전북에 온 김에 다른 일정도 함께 소화한 것”이라고 했지만 정치권에서는 호남 민심 달래기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한편 우상호 의원이 지난 4일, 신임 원내대표에 오르면서 김 대표와 문 전 대표 사이의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86그룹(1980년대 학번·60년대생)의 대표격으로 범친노·친문계로 분류되는 인사다.

앞서 김 대표가 줄곧 친노 패권주의 청산을 주장해 왔다는 점에서 표면상 둘의 관계는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김 대표가 문 전 대표와 선을 그은 상황에서 우 원내대표가 문 전 대표를 대놓고 지원할 경우 친노 패권주의로 비춰질 가능성도 있다.

김 대표는 우 원내대표 당선을 두고 “호흡이 안 맞는 사람이 어딨나”며 짧게 답했다. 우 원내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몇 가지 당 관련 보도를 보면 당내 지도자 사이에 소통과 대화가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든다”면서 “소통이 내 전공분야다. 김 대표와 문 전 대표 사이에서 내가 중재를 시도해보겠다”고 말했다.

우 원내 대표의 의지에 따라 김 대표와 문 전 대표 사이에 전기가 마련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김 대표의 전략적 제휴자로 꼽히는 손 전 고문도 문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조심스러운 정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는 18일 제36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후 그 다음날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한반도 문제와 일본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이다.

또 손 전 상임고문은 오는 7월 창립 10주년을 맞은 동아시아미래재단 행사 등 각종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8∼9월에 예정된 전대를 앞두고 정계 복귀 명분 쌓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만약 손 전 고문이 전대를 앞두고 정계 복귀를 한다면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김 대표와 친문계의 수장인 문 전 대표간 알력 다툼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매년 5·18만 되면…
또 ‘임을 위한 행진곡’논란

5·18 광주민주운동 기념식을 앞두고 또 다시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야당이 기념자 제정, 제창을 요구하고 나섰고 이에 보훈처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12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대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숍에서 “11일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이 문제를 말했고 13일 청와대 회동에서도 대통령께 말씀을 드리려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 수석부대표도 방송 인터뷰에서 “기념곡 지정 문제는 여야가 합의해 (지정촉구 결의안을) 의결까지 했는데 정부가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국회에 대한 존중의 모습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통합을 저해한다”며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념곡 지정을 미루는 정부에 대해 여권에서는 국정조사까지 언급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하태경의원은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 가장 심각한 문제는 보훈처가 유언비어를 유포하고 잇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기념곡 지정 문제는) 나의 선을 넘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훈>
 

<기사 속 기사> 본회의장 자리 재배치 득과 실
섞어 앉다 보면 친해진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본회의장 자리배치 변화를 제안했다. 정 원내대표은 지난 9일 “과거처럼 여야가 나뉜 벽돌 구조로 갈 게 아니라 여야가 섞여서 실질적으로 바로 소통하고대화할 수 있는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좌석 재배치를 제안했다.

지금 까지 국회 본회의장 의석은 제1당이 중앙을 차지하고 제2당이 1제당의 오른쪽, 그 외 소수 정당이 나머지 자리를 차지했다. 정 원내대표는 소속 정당에 구애받지 않고, 소관 상임위원회별로 앉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수(選數)에 따른 의석 배치의 변화도 제안했다. 앞쪽부터 초선, 재선, 다선의원 순으로 앉았던 구조를 손 본다는 의도다. 좌석에 당색의 구분이 사라지면 원내지도부가 의원들을 상대로 지시를 내리기 어렵고, 당론 투표도 어려워 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이날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정 원내대표의 제안에 대해 "섞여 앉으면 가뜩이나 서로 색이 다른 새누리당 의원들을 통제하기가 더욱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며 "좋은 아이디어지만 막상 하다보면 (정 원내대표가) 후회하실 것이다. 나중에 좀 해봐야겠다"고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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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