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문재인 동상이몽 내막

시한부 관계…불편한 동거 언제까지?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더불어 민주당의 김종인 비대위원회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는 정권교체의 '대의'에는 공감하면서도 그 '주체'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대선이 1년 6개월여 남은 시점에서 이 둘의 불편한 공생관계는 과연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을까?

지난 3일 김 전 대표는 전북도의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전북 민심이 신뢰할 수 있는 대선 주자를 준비해야 한다”며 “다수의 대선 주자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전국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대선 후보를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교체는 더민주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그 주체에 대해서는 단정짓지 않았다.

편치 않은 둘
당내 갈등 심화

김 대표는 호남의 민심을 얻지 못하면 대선에서 승리를 할 수 없다는 위기 의식 속에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더민주는 이번 20대 총선에서 전북 1석, 전남 2석에 그쳐 호남에 철저히 외면 받았다. 지난달 8일, 문 전 대표가 “호남에서 지지를 거두면 대선에 불출마하겠다”고 한 상황에서 김 대표의 전북에서의 발언은 문 전 대표까지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번 총선 과정에서 김 대표는 문 전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 “호남 민심이 더 나빠진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호남 유세를 특별히 다르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총선 승리의 힘으로 정권을 교체하라는 것이 호남의 절대적 민심”이라고 말했다.

이후 총선 결과를 놓고 김 대표의 셀프공천으로 인한 호남 참패라는 이른바 ‘김종인 책임론’이 친노 진영에서 흘러나오면서 두 사람 간 날카로운 신경전이 계속됐다. 이후 김 대표가 문 전 대표를 흔드는 이유는 총선 과정에서의 앙금이 남아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두 사람은 총선 이후에 독대 자리에서 김 대표의 거취를 놓고 수시로 갑론을박을 벌였다.


지난 4·13 총선 이후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계속 대표를 맡도록 하는 이른바 ‘합의추대론’이 거론됐지만 당내에서 민주적 정당의 모습에 맞지 않다는 비판론이 일면서 차갑게 식었다. 이에 김 대표가 문 전 대표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문 전 대표가 ‘합의추대론’과는 정면 배치되는 당 대표 경선에 나설 것을 권유하면서 김 대표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지날 달 22일 배석자 없이 만난 회동에서 발언 내용이 각자 엇갈리면서 진실공방에 휩싸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지난달 24일 당 대표 대신 수권비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했다는 문 전 대표 측의 주장을 언론플레이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문 전 대표를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총선 후 책임 공방…당권 놓고 입씨름
전대 앞두고 갈등 가능성 높다는 분석

이후 김 대표는 “낭떠러지에서 구해놨더니 문 전 대표와 친문이라는 사람들이 이제 와서 엉뚱한 생각을 한다”라며 자신의 거취에 대한 불쾌감도 함께 드러냈다. 당내 세력이 부족한 김 대표 입장에서는 합의추대를 이끌어내 당의 주도권을 쥐고 싶어 했지만 문 전 대표의 반발에 막힌 모양새다.

또한 당내서는 김 대표 체제를 빠르게 종식시키는 ‘조기전대론’이 떠오르면서 김 대표의 입지는 더욱 불안해졌다. 반면에 김 대표 측에서 ‘전대연기론’을 들고 나오면서 비대위 체제를 연장시키고자 했다. 전대가 연기되면 자연스럽게 김 대표는 정기 국회가 끝나는 12월까지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친노·친문직계로 분류되는 홍영표 의원은 지난달 27일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비대위 체제는 과도기적 체제이고, 임시적으로 했기 때문에 이제 정상화하는 것이 맞다”며 “여러 이유와 핑계를 대면서 (비대위 체제를) 연장하자는 건 당내 또 다른 갈등과 분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말해 김 대표를 압박했다.

더민주는 지난 3일 당선인·핵심당직자 연석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전대를 오는 8월 말에서 9월 초 사이에 열기로 결정했다. 김 대표가 2선으로 물러나는 것으로 일단락된 모습이다. 또한 조기전대론과 전대연기론의 절충안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밖에 당무위원회 회의에서 경제비상대책기구를 설치하기로 하고 김 대표에게 구성 권한을 위임키로해 김 대표의 체면을 세워줬다는 평가다.
 


이 같은 절충안은 친노계가 다시 한 번 친노 패권주의로 흐를 경우의 여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염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앞으로 김 대표 체제가 약 4개월간 유지되면서 내년에 있을 대권에도 적지 않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직을 문재인 전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김 대표가 임명하게 되면 대권 판도에 악영향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친문계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핵심 요직
김 대표 손으로

지난 11일 김 대표는 당 정책위의장에 변재일 의원을 임명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내비쳤다. 정책위의장은 원내대표, 사무총장과 함께 당 3역으로 불리는 요직이다. 이렇기 때문에 문 전 대표를 대권 후보로 내세우려는 친문계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변재일 신임 정책위의장은 중도온건 노선으로 계파색도 옅어 당내 거부감이 크지는 않다. 친문계에서는 변 의장이 4선의 중진이고 정책위의장과 민주정책연구원장 등 정책 분야를 두루 역임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분위기다.

치고 받고…
화합은 없다?

김 대표는 민병두 민주정책연구원장의 후임에 대한 임명권도 가지고 있다. 민주정책연구원장은 대선 전략을 기획하는 주요 기관으로 당내 핵심 요직으로 꼽힌다. 현 민병두 민주정책연구원장의 임기는 오는 8월7일까지다. 때문에 8월말에서 9월 초까지로 예상되는 전당대회 전까지 당권을 쥐고 있을 김 대표가 2년 임기의 민주정책연구원장을 임명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물러나는 당 대표가 요직을 인선하는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일단 더민주가 전대 일정을 잡고 김 대표의 입지를 확인시켜줬기 때문에 김 대표도 문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 대표가 4개월 뒤 당 대표에 물러나 당내 경제비상대책위원회를 맡기로 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당내 주류에게 패권이 넘어가는 상황도 예측 가능하다. 어찌됐건 문 전 대표가 친문계를 앞세워 파워게임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대표가 문 전 대표를 압박할 카드는 손학규 전 고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김 대표와 손 전 고문이 ‘전략적제휴’를 한다면 손 전 고문의 복귀 시점이 앞당겨 질 전망이다. 또한 전당대회를 4달여 남겨둔 시점에서 김 대표와 야당 내 거물인 손 전 고문의 제휴는 친노·친문을 견제할 가장 현실성 있는 대항마라고 볼 수 있다. 더민주 전체 123석 중 손 전 고문계로 분류되는 인물은 20여명에 달한다. 친노·친문계에 이어 두 번째 큰 규모다.

김, 손학규와 손잡고 문 치나?
뜨는 우상호 역할론…불편한 김

현 비대위 체제에서 8명의 비대위원 중 4명은 손학규계다. 김 대표가 비대위 2기 인선을 하면서 손학규계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이를 두고 김 대표가 손학규계와 손을 잡고 문 전 대표를 견제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손 전 고문에 대한 김 대표의 평가도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중도개혁 성향에 호남 민심이 우호적이라는 측면에서다. 김 대표가 지난 2013년 손 전 고문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의 송년아카데미 강연자로 참석한 바가 있을 정도로 둘의 관계도 나쁘지 않다.

문제는 문 전 대표의 의중이다. 문 전 대표는 김 대표를 적절한 시점에서 2선으로 물러나게 하는 것을 성공시켰다. 이제 본인이 해결해야 할 것은 야권 내 대권주자를 견제하는 것과 호남에서 지지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4월 총선이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로 끝났지만 호남의 민심을 얻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문 전 대표는 총선 다음날인 지난달 14일 “호남민심이 저를 버린 것인지는 더 겸허하게 노력하면서 기다리겠다”며 “야권을 대표하는 대선주자가 호남의 지지가 없이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정계은퇴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소통·대화 부족
전기 마련될 수도

이후 5월 들어 칩거에 들어간 문 전 대표는 호남 민심 잡기에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9일, 전주의 한 요양원에 머물고 있는 천이두 전 원광대 교수를 병문하면서 총선 후 두 번째 호남방문을 시작했다. 천 교수는 호남 문단의 원로로 알려져 있다.

이후 김승수 전주시장을 다음날에는 군산·익산 일대를 순회했다. 문 전 대표 측은 이번 방문에 대해 “예전부터 미뤄온 개인적 일정 때문에 전북에 온 김에 다른 일정도 함께 소화한 것”이라고 했지만 정치권에서는 호남 민심 달래기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한편 우상호 의원이 지난 4일, 신임 원내대표에 오르면서 김 대표와 문 전 대표 사이의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86그룹(1980년대 학번·60년대생)의 대표격으로 범친노·친문계로 분류되는 인사다.

앞서 김 대표가 줄곧 친노 패권주의 청산을 주장해 왔다는 점에서 표면상 둘의 관계는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김 대표가 문 전 대표와 선을 그은 상황에서 우 원내대표가 문 전 대표를 대놓고 지원할 경우 친노 패권주의로 비춰질 가능성도 있다.

김 대표는 우 원내대표 당선을 두고 “호흡이 안 맞는 사람이 어딨나”며 짧게 답했다. 우 원내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몇 가지 당 관련 보도를 보면 당내 지도자 사이에 소통과 대화가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든다”면서 “소통이 내 전공분야다. 김 대표와 문 전 대표 사이에서 내가 중재를 시도해보겠다”고 말했다.

우 원내 대표의 의지에 따라 김 대표와 문 전 대표 사이에 전기가 마련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김 대표의 전략적 제휴자로 꼽히는 손 전 고문도 문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조심스러운 정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는 18일 제36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후 그 다음날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한반도 문제와 일본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이다.

또 손 전 상임고문은 오는 7월 창립 10주년을 맞은 동아시아미래재단 행사 등 각종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8∼9월에 예정된 전대를 앞두고 정계 복귀 명분 쌓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만약 손 전 고문이 전대를 앞두고 정계 복귀를 한다면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김 대표와 친문계의 수장인 문 전 대표간 알력 다툼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매년 5·18만 되면…
또 ‘임을 위한 행진곡’논란

5·18 광주민주운동 기념식을 앞두고 또 다시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야당이 기념자 제정, 제창을 요구하고 나섰고 이에 보훈처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12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대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숍에서 “11일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이 문제를 말했고 13일 청와대 회동에서도 대통령께 말씀을 드리려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 수석부대표도 방송 인터뷰에서 “기념곡 지정 문제는 여야가 합의해 (지정촉구 결의안을) 의결까지 했는데 정부가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국회에 대한 존중의 모습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통합을 저해한다”며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념곡 지정을 미루는 정부에 대해 여권에서는 국정조사까지 언급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하태경의원은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 가장 심각한 문제는 보훈처가 유언비어를 유포하고 잇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기념곡 지정 문제는) 나의 선을 넘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훈>
 

<기사 속 기사> 본회의장 자리 재배치 득과 실
섞어 앉다 보면 친해진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본회의장 자리배치 변화를 제안했다. 정 원내대표은 지난 9일 “과거처럼 여야가 나뉜 벽돌 구조로 갈 게 아니라 여야가 섞여서 실질적으로 바로 소통하고대화할 수 있는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좌석 재배치를 제안했다.

지금 까지 국회 본회의장 의석은 제1당이 중앙을 차지하고 제2당이 1제당의 오른쪽, 그 외 소수 정당이 나머지 자리를 차지했다. 정 원내대표는 소속 정당에 구애받지 않고, 소관 상임위원회별로 앉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수(選數)에 따른 의석 배치의 변화도 제안했다. 앞쪽부터 초선, 재선, 다선의원 순으로 앉았던 구조를 손 본다는 의도다. 좌석에 당색의 구분이 사라지면 원내지도부가 의원들을 상대로 지시를 내리기 어렵고, 당론 투표도 어려워 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이날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정 원내대표의 제안에 대해 "섞여 앉으면 가뜩이나 서로 색이 다른 새누리당 의원들을 통제하기가 더욱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며 "좋은 아이디어지만 막상 하다보면 (정 원내대표가) 후회하실 것이다. 나중에 좀 해봐야겠다"고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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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