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문재인 동상이몽 내막

시한부 관계…불편한 동거 언제까지?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더불어 민주당의 김종인 비대위원회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는 정권교체의 '대의'에는 공감하면서도 그 '주체'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대선이 1년 6개월여 남은 시점에서 이 둘의 불편한 공생관계는 과연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을까?

지난 3일 김 전 대표는 전북도의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전북 민심이 신뢰할 수 있는 대선 주자를 준비해야 한다”며 “다수의 대선 주자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전국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대선 후보를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교체는 더민주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그 주체에 대해서는 단정짓지 않았다.

편치 않은 둘
당내 갈등 심화

김 대표는 호남의 민심을 얻지 못하면 대선에서 승리를 할 수 없다는 위기 의식 속에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더민주는 이번 20대 총선에서 전북 1석, 전남 2석에 그쳐 호남에 철저히 외면 받았다. 지난달 8일, 문 전 대표가 “호남에서 지지를 거두면 대선에 불출마하겠다”고 한 상황에서 김 대표의 전북에서의 발언은 문 전 대표까지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번 총선 과정에서 김 대표는 문 전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 “호남 민심이 더 나빠진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호남 유세를 특별히 다르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총선 승리의 힘으로 정권을 교체하라는 것이 호남의 절대적 민심”이라고 말했다.

이후 총선 결과를 놓고 김 대표의 셀프공천으로 인한 호남 참패라는 이른바 ‘김종인 책임론’이 친노 진영에서 흘러나오면서 두 사람 간 날카로운 신경전이 계속됐다. 이후 김 대표가 문 전 대표를 흔드는 이유는 총선 과정에서의 앙금이 남아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두 사람은 총선 이후에 독대 자리에서 김 대표의 거취를 놓고 수시로 갑론을박을 벌였다.


지난 4·13 총선 이후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계속 대표를 맡도록 하는 이른바 ‘합의추대론’이 거론됐지만 당내에서 민주적 정당의 모습에 맞지 않다는 비판론이 일면서 차갑게 식었다. 이에 김 대표가 문 전 대표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문 전 대표가 ‘합의추대론’과는 정면 배치되는 당 대표 경선에 나설 것을 권유하면서 김 대표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지날 달 22일 배석자 없이 만난 회동에서 발언 내용이 각자 엇갈리면서 진실공방에 휩싸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지난달 24일 당 대표 대신 수권비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했다는 문 전 대표 측의 주장을 언론플레이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문 전 대표를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총선 후 책임 공방…당권 놓고 입씨름
전대 앞두고 갈등 가능성 높다는 분석

이후 김 대표는 “낭떠러지에서 구해놨더니 문 전 대표와 친문이라는 사람들이 이제 와서 엉뚱한 생각을 한다”라며 자신의 거취에 대한 불쾌감도 함께 드러냈다. 당내 세력이 부족한 김 대표 입장에서는 합의추대를 이끌어내 당의 주도권을 쥐고 싶어 했지만 문 전 대표의 반발에 막힌 모양새다.

또한 당내서는 김 대표 체제를 빠르게 종식시키는 ‘조기전대론’이 떠오르면서 김 대표의 입지는 더욱 불안해졌다. 반면에 김 대표 측에서 ‘전대연기론’을 들고 나오면서 비대위 체제를 연장시키고자 했다. 전대가 연기되면 자연스럽게 김 대표는 정기 국회가 끝나는 12월까지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친노·친문직계로 분류되는 홍영표 의원은 지난달 27일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비대위 체제는 과도기적 체제이고, 임시적으로 했기 때문에 이제 정상화하는 것이 맞다”며 “여러 이유와 핑계를 대면서 (비대위 체제를) 연장하자는 건 당내 또 다른 갈등과 분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말해 김 대표를 압박했다.

더민주는 지난 3일 당선인·핵심당직자 연석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전대를 오는 8월 말에서 9월 초 사이에 열기로 결정했다. 김 대표가 2선으로 물러나는 것으로 일단락된 모습이다. 또한 조기전대론과 전대연기론의 절충안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밖에 당무위원회 회의에서 경제비상대책기구를 설치하기로 하고 김 대표에게 구성 권한을 위임키로해 김 대표의 체면을 세워줬다는 평가다.
 


이 같은 절충안은 친노계가 다시 한 번 친노 패권주의로 흐를 경우의 여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염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앞으로 김 대표 체제가 약 4개월간 유지되면서 내년에 있을 대권에도 적지 않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직을 문재인 전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김 대표가 임명하게 되면 대권 판도에 악영향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친문계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핵심 요직
김 대표 손으로

지난 11일 김 대표는 당 정책위의장에 변재일 의원을 임명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내비쳤다. 정책위의장은 원내대표, 사무총장과 함께 당 3역으로 불리는 요직이다. 이렇기 때문에 문 전 대표를 대권 후보로 내세우려는 친문계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변재일 신임 정책위의장은 중도온건 노선으로 계파색도 옅어 당내 거부감이 크지는 않다. 친문계에서는 변 의장이 4선의 중진이고 정책위의장과 민주정책연구원장 등 정책 분야를 두루 역임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분위기다.

치고 받고…
화합은 없다?

김 대표는 민병두 민주정책연구원장의 후임에 대한 임명권도 가지고 있다. 민주정책연구원장은 대선 전략을 기획하는 주요 기관으로 당내 핵심 요직으로 꼽힌다. 현 민병두 민주정책연구원장의 임기는 오는 8월7일까지다. 때문에 8월말에서 9월 초까지로 예상되는 전당대회 전까지 당권을 쥐고 있을 김 대표가 2년 임기의 민주정책연구원장을 임명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물러나는 당 대표가 요직을 인선하는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일단 더민주가 전대 일정을 잡고 김 대표의 입지를 확인시켜줬기 때문에 김 대표도 문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 대표가 4개월 뒤 당 대표에 물러나 당내 경제비상대책위원회를 맡기로 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당내 주류에게 패권이 넘어가는 상황도 예측 가능하다. 어찌됐건 문 전 대표가 친문계를 앞세워 파워게임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대표가 문 전 대표를 압박할 카드는 손학규 전 고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김 대표와 손 전 고문이 ‘전략적제휴’를 한다면 손 전 고문의 복귀 시점이 앞당겨 질 전망이다. 또한 전당대회를 4달여 남겨둔 시점에서 김 대표와 야당 내 거물인 손 전 고문의 제휴는 친노·친문을 견제할 가장 현실성 있는 대항마라고 볼 수 있다. 더민주 전체 123석 중 손 전 고문계로 분류되는 인물은 20여명에 달한다. 친노·친문계에 이어 두 번째 큰 규모다.

김, 손학규와 손잡고 문 치나?
뜨는 우상호 역할론…불편한 김

현 비대위 체제에서 8명의 비대위원 중 4명은 손학규계다. 김 대표가 비대위 2기 인선을 하면서 손학규계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이를 두고 김 대표가 손학규계와 손을 잡고 문 전 대표를 견제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손 전 고문에 대한 김 대표의 평가도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중도개혁 성향에 호남 민심이 우호적이라는 측면에서다. 김 대표가 지난 2013년 손 전 고문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의 송년아카데미 강연자로 참석한 바가 있을 정도로 둘의 관계도 나쁘지 않다.

문제는 문 전 대표의 의중이다. 문 전 대표는 김 대표를 적절한 시점에서 2선으로 물러나게 하는 것을 성공시켰다. 이제 본인이 해결해야 할 것은 야권 내 대권주자를 견제하는 것과 호남에서 지지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4월 총선이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로 끝났지만 호남의 민심을 얻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문 전 대표는 총선 다음날인 지난달 14일 “호남민심이 저를 버린 것인지는 더 겸허하게 노력하면서 기다리겠다”며 “야권을 대표하는 대선주자가 호남의 지지가 없이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정계은퇴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소통·대화 부족
전기 마련될 수도

이후 5월 들어 칩거에 들어간 문 전 대표는 호남 민심 잡기에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9일, 전주의 한 요양원에 머물고 있는 천이두 전 원광대 교수를 병문하면서 총선 후 두 번째 호남방문을 시작했다. 천 교수는 호남 문단의 원로로 알려져 있다.

이후 김승수 전주시장을 다음날에는 군산·익산 일대를 순회했다. 문 전 대표 측은 이번 방문에 대해 “예전부터 미뤄온 개인적 일정 때문에 전북에 온 김에 다른 일정도 함께 소화한 것”이라고 했지만 정치권에서는 호남 민심 달래기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한편 우상호 의원이 지난 4일, 신임 원내대표에 오르면서 김 대표와 문 전 대표 사이의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86그룹(1980년대 학번·60년대생)의 대표격으로 범친노·친문계로 분류되는 인사다.

앞서 김 대표가 줄곧 친노 패권주의 청산을 주장해 왔다는 점에서 표면상 둘의 관계는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김 대표가 문 전 대표와 선을 그은 상황에서 우 원내대표가 문 전 대표를 대놓고 지원할 경우 친노 패권주의로 비춰질 가능성도 있다.

김 대표는 우 원내대표 당선을 두고 “호흡이 안 맞는 사람이 어딨나”며 짧게 답했다. 우 원내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몇 가지 당 관련 보도를 보면 당내 지도자 사이에 소통과 대화가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든다”면서 “소통이 내 전공분야다. 김 대표와 문 전 대표 사이에서 내가 중재를 시도해보겠다”고 말했다.

우 원내 대표의 의지에 따라 김 대표와 문 전 대표 사이에 전기가 마련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김 대표의 전략적 제휴자로 꼽히는 손 전 고문도 문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조심스러운 정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는 18일 제36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후 그 다음날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한반도 문제와 일본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이다.

또 손 전 상임고문은 오는 7월 창립 10주년을 맞은 동아시아미래재단 행사 등 각종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8∼9월에 예정된 전대를 앞두고 정계 복귀 명분 쌓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만약 손 전 고문이 전대를 앞두고 정계 복귀를 한다면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김 대표와 친문계의 수장인 문 전 대표간 알력 다툼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매년 5·18만 되면…
또 ‘임을 위한 행진곡’논란

5·18 광주민주운동 기념식을 앞두고 또 다시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야당이 기념자 제정, 제창을 요구하고 나섰고 이에 보훈처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12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대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숍에서 “11일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이 문제를 말했고 13일 청와대 회동에서도 대통령께 말씀을 드리려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 수석부대표도 방송 인터뷰에서 “기념곡 지정 문제는 여야가 합의해 (지정촉구 결의안을) 의결까지 했는데 정부가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국회에 대한 존중의 모습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통합을 저해한다”며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념곡 지정을 미루는 정부에 대해 여권에서는 국정조사까지 언급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하태경의원은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 가장 심각한 문제는 보훈처가 유언비어를 유포하고 잇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기념곡 지정 문제는) 나의 선을 넘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훈>
 

<기사 속 기사> 본회의장 자리 재배치 득과 실
섞어 앉다 보면 친해진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본회의장 자리배치 변화를 제안했다. 정 원내대표은 지난 9일 “과거처럼 여야가 나뉜 벽돌 구조로 갈 게 아니라 여야가 섞여서 실질적으로 바로 소통하고대화할 수 있는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좌석 재배치를 제안했다.

지금 까지 국회 본회의장 의석은 제1당이 중앙을 차지하고 제2당이 1제당의 오른쪽, 그 외 소수 정당이 나머지 자리를 차지했다. 정 원내대표는 소속 정당에 구애받지 않고, 소관 상임위원회별로 앉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수(選數)에 따른 의석 배치의 변화도 제안했다. 앞쪽부터 초선, 재선, 다선의원 순으로 앉았던 구조를 손 본다는 의도다. 좌석에 당색의 구분이 사라지면 원내지도부가 의원들을 상대로 지시를 내리기 어렵고, 당론 투표도 어려워 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이날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정 원내대표의 제안에 대해 "섞여 앉으면 가뜩이나 서로 색이 다른 새누리당 의원들을 통제하기가 더욱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며 "좋은 아이디어지만 막상 하다보면 (정 원내대표가) 후회하실 것이다. 나중에 좀 해봐야겠다"고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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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