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 계파 흑역사

친박 보면 열우당 보인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친박, 친노 등 친(親)정치가 십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각 계파는 정권이 바뀌면서 부침을 겪기도 하고 정권을 쟁취하면서 계파를 강화하기도 했다. 최근 여권에서는 계파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분당설까지 나돌고 있다. <일요시사>는 대한민국 친(親)정치의 흑역사를 되돌아봤다.

지난 22일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친박(친 박근혜), 비박(비 박근혜)이라는 이름으로 구분 짓는 표현은 삼가달라고 요청했다. 친박은 주류, 비박은 비주류로 표현해 달라는 것이다. 정 원내대표는 비박이라는 표현이 자칫 박 대통령에 반대하는 뜻인 반박(반 박근혜)으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했다.

패거리정치 현상

최근 새누리당이 계파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며 분당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정 원내대표의 발언은 계파 간 갈등 구도를 타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근래의 한국 정치는 대통령 또는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 여부에 따라 계파를 구분 짓는 현상이 팽배했고, 일각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패거리정치라고 치부하기도 한다.

1인 권력자에 기대는 친노(친 노무현)-친박 구분 전에는 과거 동교동(김대중 전 대통령 계열), 상도동(김영삼 전 대통령계)와 같이 정치적 이해관계가 같은 정치인들이 파벌을 형성해서 당권 경쟁에 많이 이용돼 왔다. 이후 정치인들이 파벌을 형성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권력자와 생각과 정치적 이념을 같이한다는 뜻의 친(親)정치가 새롭게 시작됐다.

현재 국내 정치권의 계파는 여당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친박, 진박, 비박 등으로 구분 짓고 야당은 친노, 비노(비 노무현), 친문(친 문재인), 친안(친 안철수) 등으로 나뉜다. 전·현직 대통령의 성 앞에 친(親)을 붙여 부른 것은 친노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친노의 어원은 2002년 <조선일보>의 ‘말말말’에서 “민주당내 세력은 당시 노무현 후보에 대한 선호를 중심으로 친노, 반노(반 노무현), 비노로 구분하기로 한다”를 시작으로 생겨났다. 친박의 어원은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경선 과정에서 친이와 친박으로 구분된 것에서 유래된다.

친이와 친박은 대권 후보를 둘러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당시 친박계는 이 전 대통령과 관련된 BBK의혹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이 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로 나서면서 친이와 친박의 갈등은 봉합됐지만 이듬해 총선 공천을 앞두고 친이계가 주도한 공천에서 친박계 의원들이 무더기 탈락하는 이른바 ‘공천학살’이 이루어졌다.

당시 친박계 의원들은 무더기 공천 탈락하며 집단 탈당했고 공천학살에 반발해 탈당했던 친박계가 다시 국회로 입성하면서 친이와 친박의 갈등이 재점화됐다. 이후 박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새누리당은 친박계가 득세하게 됐다.

새누리 내부 갈등 고조
더민주 친노주의 부활?

2008년의 공천학살을 재현하듯 2012년 총선에서는 박근혜 비대위 체제가 들어서면서 친이계가 총선 공천에서 무더기 탈락했다. 4·13 총선 공천 전까지만 해도 당내 주류인 친박 진영의 위세는 대단했다. 심지어 지난 2007년 이명박 대선 경선 캠프에서 활동하며 당시 경쟁 관계였던 박근혜캠프에 '창'을 겨누고 MB 정부 고위직까지 지냈던 한 인사는 계파 성향에 대한 질문에 거리낌없이 "당연히 친박으로 분류해 달라"고 할 정도였다.
 

20대 총선도 마찬가지로 친박계인 이한구 공천위원장을 중심으로 비박계 공천학살이 이루어졌다. 친이계 좌장이라 불리던 이재오·조해진 의원 등이 공천에서 탈락했고 박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라는 소리를 들었던 유승민 의원은 공천위와의 힘겨루기 끝에 결국 탈당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그 결과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패배했고 친박계와 비박계 간 갈등의 골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깊어진 상황이다. 향후 당권과 대권이 남아 있는 만큼 친박-비박 간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권 도전을 선언한 친박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이정현 의원은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서 "진박이네 친박이네 하는 계파를 완전히 초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면서 "그러지 않으면 도로 새누리당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주장했다.

야당도 여당과 마찬가지로 친노로 인한 갈등이 수년 간 지속되고 있다. 2002년 친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대통령 만들기에 성공하면서 본격적으로 세력화했다.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좌희정 우광재’로 불렸던 안희정 충남지사, 이광재 전 강원지사, 유시민 전 장관과 한명숙 전 총리, 이해찬 의원 등이 친노의 핵심 인물로 부상하며 주류로 활약했다.

총선 전 ‘친 마케팅'
총선 후엔 ‘탈 계파’

정권을 잡은 친노 진영은 ‘대북송금 특검’을 벌여 호남세력과의 노선을 달리했고 특히 2004년 대통령 탄핵소추를 겪으면서 친노계는 부침을 겪었다. 이후 열린 17대 총선에서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이 되레 '탄핵 역풍'을 맞으면서 친노계 중심의 열린우리당은 제1당에 오르게 된다.

후로 2007년 대선에 참패하면서 스스로를 ‘폐족’이라 칭했다. 이들은 다시 2년 뒤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기사회생했다. 하지만 2012년 총선과 대선의 패배로 친노는 책임론에 직면, 세가 위축됐다. 당시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체제 붕괴 뒤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문 전 대표가 당선되면서 친노는 다시 주류로 부상했다.
 

이번에 치러진 4‧13 총선에서 더민주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호남유력 인사들이 대거 이동하면서 몰락의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친노는 김종인을 구원투수로 내세우면서 총선에 제1당의 지위를 되찾았고 더민주의 주류임을 재확인시켰다.

일각에서는 최근 친박-비박 간 갈등이 9년 전 열린우리당의 친노-비노 갈등과 닮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당시 친노는 비노를 향해 ‘당을 떠날테면 떠나라’고 엄포를 놓았고 현재 친박은 비박을 향해 ‘차라리 당을 떠나라’고 하고 있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해체되면서 정권 창출에 실패했다. 새누리당의 계파갈등은 내년 대선 정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다시 부각된 친노패권주의를 놓고 당 안팎에서 말이 많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 출신인 더민주 김경수 당선자는 “친노 세력이 정치권에서 계파로 큰 의미가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김 당선자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노 전 대통령의 가치와 철학을 동의하고 좋아한다는 의미에서 친노라면 존재한다”면서도 “정치권에서의 친노 논란은 친노 프레임을 통해 이익을 얻고자 하는 정치세력에 의한 것이거나 흥미위주의 접근”이라고 말해 부정적 의미의 친노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계파, 언제 청산?

일각에서는 총선 전까지만 하더라도 친박-친노 마케팅을 앞세워 당선이 돼 놓고 이제 와서 ‘친박-친노는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정치 전문가는 “계파를 청산하지 않는다면 어느 때고 내분이 재연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쇄신의 걸음을 떼기 위해서라도 계파 청산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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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앞길에 주황불과 녹색불이 번갈아 들어서고 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공직선거법 판결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여전히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남은 재판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권은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나노 단위로 뜯어 살피고 있다. 지난 1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당선돼도 찝찝하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021년 20대 대선후보이던 당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과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 같은 발언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1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김 전 처장과 골프 친 사진은 조작됐다”는 발언을 유죄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고, 아무리 확장 해석해도 같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며 1심을 뒤엎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의견 표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위 사실 공표로 해석할 수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무죄 판결이 난 바로 다음 날 검찰은 곧바로 상고했다. 항소심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상고장을 접수한 만큼 대법원 판단을 빠르게 받아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대법원서 다루는 상고심은 항소심 재판에 대한 불복 신청을 토대로 하는 만큼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는 법률심이다. 판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신속하게 원칙에 따라 재판을 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며 내심 유죄를 희망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서 판결이 뒤집혀야 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서 바로잡혀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1심과 2심의 판단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대법원서 결정을 내려줘야 법적인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 된 밥에 또…파기환송 ‘주황불’ “노골적 대선 개입” 대법원장 탄핵? 반면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의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상고도 포기하길 바란다”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대법원은 법리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무죄였던 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는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공직선거법 250조 제1항에 따른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합 선고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참여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은 허위 사실 공표가 맞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도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선고는 대법관 10명 다수 의견으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결정됐고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골프 발언은 6~7년 전에 있었던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고, 백현동 관련 발언은 국토부의 의무 조항을 지적한 부분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닥쳐온 위기에 민주당은 “노골적인 대선 개입”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통상 파기환송심은 상고심 판결에 기속되는 만큼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탄핵에 속도를 냈지만 이 후보는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문제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관한 해석은 밝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까지 해석이 갈린 것이다. 어떻게 읽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소추는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로 정의할 수 있다. 소추의 범위가 ‘검찰의 공소 제기’만을 의미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직 대통령을 내란, 또는 외환죄가 아니면 새로 기소할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내·외환죄가 아닌 죄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던 중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자로 풀어서 본다면 소는 기소, 추는 좇다, 즉 소추는 ‘공소와 공소 유지’를 뜻해 재판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해석이다. 기소가 중단될 수는 있지만 진행 중인 재판까지 중단시킬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된다면 이 후보는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더라도 재임 중 5개 사건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현재 이 후보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유죄가 확정된다면 대통령직서 물러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반면 소추가 기소까지만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면 이 후보의 모든 재판은 당선 즉시 중단된다. 이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해석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사의 수사와 소추권을 다룬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각하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시 주목된다. 당시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은 “형사상 소추는 심판 기관과 분리된 소추권자가 유죄 판결 및 적정한 처벌을 구하는 활동으로 소추 기능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의 결정 및 공개된 법정서 피고인의 상대방 당사자로서 수행하는 변론 및 입증 활동, 이에 관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불복 등을 포함한다”고 밝힌 것이다.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재판 진행 여부는 이 후보의 재판을 맡은 각각의 재판부의 몫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법원이 헌법 제84조와 관련해 개별 재판부에 재판을 어떻게 운영하라고 지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각 재판관이 알아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구조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법률심으로 만약에 그런 쟁점을 다루게 된다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등 재판부가 헌법 제84조를 해석해야 하지만 최종 결론은 대법원의 몫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이뤄진다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까지 다방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헌재가 대통령과 법원 사이서 어떤 해석을 내리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한차례 끓어 올랐던 헌법 제84조 논란은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연기되면서 일단락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오는 15일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다음 달 18일로 연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함”이라며 재판 기일을 대통령선거일 이후로 변경했다. 이로써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마찬가지로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등의 공판기일도 다음 달인 24일로 변경되면서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민주당의 날선 반응도 다소 누그러졌다. 상고심 일정이 연기되면서 한숨 돌리나 싶더니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삼권분립이 붕괴된 좋지 않은 선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불소추특권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확실히 못을 박는 분위기다. 이 후보의 파기환송이 결정된 다음 날인 지난 2일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민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대법원의 비이성적 폭거를 막겠다. 헌법 제84조 정신에 맞게 곧 법 개정안(재판중지)을 법사위서 통과시키겠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예고대로 지난 7일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면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공판 절차를 정지한다’는 내용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서 단독 처리했다. 대통령이 재판을? ‘소추’ 범위 물음표 최종심 연기됐지만…개정안 밀어 붙인다 민주당은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헌정 수행 기능 보장을 위한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행 법령 체계에서는 기소 후 재판이 계속되는 경우 이를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재판 계속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형사·사법기관이 대통령을 대상으로 재판을 계속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상정 당시부터 반발하며 퇴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서 “이런 무도한 집단이 깡패집단이지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며 “차라리 ‘이재명 유죄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왜 애꿎은 허위 사실 공표죄만 개정하느냐. 이참에 위증교사죄도 폐지하라. 대장동·백현동 관련 죄도 폐지해서 이 후보를 무죄로 만들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법무부는 “대통령 취임 전에 범한 범죄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무관함에도 재판을 정지하는 것은 공직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 규정을 무력화하고 자격이 없는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그 임기를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써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헌법 수호 의무를 지는 대통령의 지위와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신인도 및 국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 후보의 재판 날짜를 잡으면 권력을 총동원해서 팔을 비틀고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가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되지 않을 것 같으니 재판을 못하도록 법을 위헌적으로 뜯어고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유죄 판결을 한 대법원장이 보복 특검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헌법 제84조에 대해 “만사 때가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된다. 법과 상식, 국민적 합리성을 가지고 상식대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차피 부질없다 헌법 제84조와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저마다 해석에 나섰지만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의미 없는 논쟁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강신업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소추에 대한 정의는)대법원이 결정하면 그만인데,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권한쟁의심판을 할 것이고 해당 문제는 헌재로 가게 된다”며 “(대통령이 된 이 대표가)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 헌재를 장악하는 수순이다. 결국 헌재는 대통령 편을 들 테니 사실상 그때 가서 헌법 제84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그래도 달리는 이재명 대권 열차 대선 기간 동안은 사법 리스크 부담을 지우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본격적으로 민생·경제에 집중할 전망이다. 우선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5단체장을 만나 경제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이 후보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각 단체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내수 침체, 민생 경제 등을 논의했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12일부터는 ‘빛의 혁명’의 상징인 서울 광화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선거 유세에 나선다. 한편 이 후보와 별개로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등 사법부를 겨냥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