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단 첫 수사> 대우조선해양 정조준 관전포인트

혈세 삼킨 ‘하마’ 잡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이 출범 5개월만에 칼을 뺐다. 칼끝은 대우조선해양과 대주주인 산업은행 등으로 향하고 있다. 특수단의 수사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에 대해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미 각본은 짜여 져 있을 터. 사실상 이번 수사는 윗선으로까지 가야 할 사안이라는 게 중론이다.
 
 
특수단이 지난 8일 대우조선해양 관련사와 대주주인 산업은행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 수색하면서 대우조선해양 비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특별수사단은 이날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본사, 경남 거제시 옥포조선소, 산업은행, 안진회계법인 등 10여 곳에 검사와 수사관 150여명을 보내 압수 수색을 실시했다. 오전 8시께 시작된 대우조선해양 관련사들에 대한 압수 수색은 이날 밤늦게까지 계속됐다.

단순 경영비리?
대형 비화 조짐

직원들도 검찰의 압수수색에 협조적으로 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수사단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회계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각종 내부 문건 등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의 관련 비리를 규명하는 작업에 주력할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회계감사를 맡았던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 대한 압수수색도 함께 진행된 만큼 관련 자료를 들여다보는 데 최소 일주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검찰은 내다보고 있다.

특별수사단은 자료 분석과 함께 관련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로 소환된 인물은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월 출범한 특별수사단은 그동안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분식회계와 경영진 비리와 관련된 첩보를 수집하고 상당 기간 내사를 진행해왔다.


김기동 특별수사단장(검사장)은 “대우조선해양은 대규모 공적 자금이 투입됐고,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최대주주인 사실상의 공기업으로 비리 단서가 다수 발견됐다”고 수사 착수 배경을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정부가 이미 수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혈세를 투입했지만 부실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중증 부실’ 기업이다. 최근에는 수년에 걸친 경영진의 성과 부풀리기 분식회계 및 방만경영, 도덕적 해이 논란까지 벌어졌다.

 
 
대우조선해양은 대우그룹 해체로 2000년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당시 2조9000억원의 공적자금을 받아 기사회생했다. 업계에 따르면 1987년부터 지금까지 공적자금과 국책은행 자금 6조5000억원이 지원됐다. 사실상 공기업과 같은 성격으로 운영된 것이다.

막대한 공적자금 지원받고도 부실
대우조선 수사 명분과 실리 챙겨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됐지만 회사 경영은 갈수록 더 나빠졌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7308.5%에 달했고 지난 3년간 적자는 4조458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주가 급감하자 저가 수주 경쟁이 벌어졌고 부실은 더욱 심화됐다. 경영진은 단기 실적과 연임에 급급해 부실을 숨기기 위해 회계를 조작하는 분식회계를 서슴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14년 4710억원의 흑자를 냈다고 장부에 기록해 공시했다. 그러나 작년 5월 새 사장이 취임하면서 이전 경영진 시절의 부실을 털어내며 5조5000억원의 적자를 작년도 재무제표에 기록했다. 이 가운데 2조원 가량은 2013년과 2014년도 재무에 반영됐어야 할 부실액수로 꼽혔다. 금융당국은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규모가 수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단은 지난 수개월 간의 내사를 통해 부실의 주요 책임자로 꼽히는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을 비롯해 전 경영진의 비리 혐의를 일부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수사단은 남 전 사장과 고 전 사장 등 전직 경영진이 2조원 넘는 분식 회계를 통해 회사의 부실을 감춰왔으며, 그 과정에 산업은행·안진회계법인 관계자들이 가담한 단서를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지난달 남 전 사장과 고 전 사장을 출국 금지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 분식 회계 규모는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혈세낭비 부실
책임자 잡는다
 

특별수사단은 또 대우조선해양 전직 경영진이 해양 플랜트 수주와 부실 회사를 비싸게 사들이는 등의 방식으로 회사에 2조7000억원 넘는 손실을 끼친 혐의와 지인들에게 사업상 특혜를 주고 대가를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다. 

일단 이번 특별수사단의 첫 수사 대상 선정은 대규모 예산 낭비를 초래하는 비리에 초점을 맞추겠다던 출범 일성과 맥이 닿는다. 검찰 안팎에선 대형 국책사업이나 공기업·공공기관 비리가 타깃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고작 대우조선해양을 하려고 5개월간 잠잠했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조선분야 대기업이면서도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회사여서 ‘공익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대우조선해양을 겨누고 있는 검찰 반부패 특수단의 칼날이 향후 어디로 향할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옛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버금가는 위상과 규모를 갖춘 특별수사단의 첫 타깃이 된 만큼 수사 범위가 단순히 회사 비리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일단 지난 2000년 출자전환을 통해 대우조선의 최대주주가 된 산업은행에 대한 수사는 이미 착수한 상태다. 검찰은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업무 전반과 산업은행에서 대우조선으로 자리를 옮긴 임원진들의 비리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이후 대우조선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등 주요 임원자리는 산업은행 부행장 등 요직을 거친 인사가 퇴임 후 맡아왔다. 경영상 비리 혐의를 받는 대우조선의 임원들과 산업은행 임원들을 분리해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지배하는 산업은행 연관 수사
정관계 인사도 조사확대 전망
 

이미 금융권에서는 대우조선해양에 산업은행 출신 인사들이 많아 이들을 산피아(산업은행+마피아)로 부를 정도다. 또 대우조선해양 뿐만 아니라 산업은행의 자회사에도 이런 낙하산 인사가 거듭된 것으로 전해진다. 

특별수사단이 수사 범위를 정치권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산업은행의 지원결정이 시장 논리가 아니라 정치 논리에 따라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조원대 혈세 낭비에 금융감독 당국을 비롯한 정·관계의 부당한 개입은 없었는지도 수사대상에 오를 수 있다. 

<경향신문> 따르면 지난해 이뤄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2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과 관련해 “청와대·기획재정부 금융당국이 결정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작년 10월 중순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당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으로부터 정부의 결정내용을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정부의 결정내용에는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최대주주 은행인 수출입은행이 각각 돈을 부담해야 하는지도 정해져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 마디로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이 있었다는 것이다.

기업 구조조정에 정치논리가 개입됐다는 근거가 제기되자 정치권과 소비자단체는 청와대 서별관회의 참석자의 산업은행 자금지원과정 개입 여부 전반에 대한 국정감사를 요구하며 책임자 처벌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번 대우조선해양 수사는 포스코와 유사한 기업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8개월 동안 지속된 포스코 수사에서 검찰 포스코 전현직 임원 17명을 비롯, 협력업체 관계자 13명, 이상득 전 의원, 송모 전 산업은행 부행장 등 모두 32명을 기소했다. 전현직 경영진과 협력사 관계자, 정치권과 관계 인사까지 줄줄이 사법처리 대상에 올랐다. 

검찰 조사 결과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 이후 정치권이 개입할 수 없는 구조였음에도 불구하고 회장 선임 과정에서부터 정권의 입김에 시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 전 의원은 정준양 전 회장의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이후에도 회사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등의 대가로 측근과 친인척 등에게 포스코 일감을 몰아준 혐의를 받았다. 

정 전 회장은 성진지오텍의 부실한 재무상황을 알면서도 ‘밀실 논의’를 거쳐 높은 가격에 인수하며 회사에 15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쳤다. 정 전 부회장은 베트남 공사현장에서 385만달러(한화 44억5000만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특별수사단은 남 전 사장과 고 전 사장 등 대우조선해양의 두 전직 사장들의 재임 중 발생했던 방만 경영과 개인 비리 의혹에 단서를 포착하고 내사를 벌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측근 그룹과 지인들이 운영하는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으로 대우조선해양에 상당한 손실을 끼친 의혹도 받고 있다. 

방만경영 손보고
정치권도 손본다
 


경영진과 정치권의 유착 의혹이 불거진 점도 주목된다. 2009년 이후 대우조선해양의 사외이사 명단을 보면 이 전 대통령의 현대건설 시절 측근이었던 장득상 힘찬개발 대표, 김영 한나라당 부산시당 고문을 비롯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 등 정치권 출신 인사가 상당 부분 포진해 있다. 이번 압수수색에서 관련 의혹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나올 경우 이번 수사가 정관계까지 큰 파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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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