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단 첫 수사> 대우조선해양 정조준 관전포인트

혈세 삼킨 ‘하마’ 잡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이 출범 5개월만에 칼을 뺐다. 칼끝은 대우조선해양과 대주주인 산업은행 등으로 향하고 있다. 특수단의 수사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에 대해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미 각본은 짜여 져 있을 터. 사실상 이번 수사는 윗선으로까지 가야 할 사안이라는 게 중론이다.
 
 
특수단이 지난 8일 대우조선해양 관련사와 대주주인 산업은행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 수색하면서 대우조선해양 비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특별수사단은 이날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본사, 경남 거제시 옥포조선소, 산업은행, 안진회계법인 등 10여 곳에 검사와 수사관 150여명을 보내 압수 수색을 실시했다. 오전 8시께 시작된 대우조선해양 관련사들에 대한 압수 수색은 이날 밤늦게까지 계속됐다.

단순 경영비리?
대형 비화 조짐

직원들도 검찰의 압수수색에 협조적으로 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수사단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회계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각종 내부 문건 등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의 관련 비리를 규명하는 작업에 주력할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회계감사를 맡았던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 대한 압수수색도 함께 진행된 만큼 관련 자료를 들여다보는 데 최소 일주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검찰은 내다보고 있다.

특별수사단은 자료 분석과 함께 관련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로 소환된 인물은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월 출범한 특별수사단은 그동안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분식회계와 경영진 비리와 관련된 첩보를 수집하고 상당 기간 내사를 진행해왔다.


김기동 특별수사단장(검사장)은 “대우조선해양은 대규모 공적 자금이 투입됐고,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최대주주인 사실상의 공기업으로 비리 단서가 다수 발견됐다”고 수사 착수 배경을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정부가 이미 수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혈세를 투입했지만 부실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중증 부실’ 기업이다. 최근에는 수년에 걸친 경영진의 성과 부풀리기 분식회계 및 방만경영, 도덕적 해이 논란까지 벌어졌다.

 
 
대우조선해양은 대우그룹 해체로 2000년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당시 2조9000억원의 공적자금을 받아 기사회생했다. 업계에 따르면 1987년부터 지금까지 공적자금과 국책은행 자금 6조5000억원이 지원됐다. 사실상 공기업과 같은 성격으로 운영된 것이다.

막대한 공적자금 지원받고도 부실
대우조선 수사 명분과 실리 챙겨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됐지만 회사 경영은 갈수록 더 나빠졌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7308.5%에 달했고 지난 3년간 적자는 4조458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주가 급감하자 저가 수주 경쟁이 벌어졌고 부실은 더욱 심화됐다. 경영진은 단기 실적과 연임에 급급해 부실을 숨기기 위해 회계를 조작하는 분식회계를 서슴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14년 4710억원의 흑자를 냈다고 장부에 기록해 공시했다. 그러나 작년 5월 새 사장이 취임하면서 이전 경영진 시절의 부실을 털어내며 5조5000억원의 적자를 작년도 재무제표에 기록했다. 이 가운데 2조원 가량은 2013년과 2014년도 재무에 반영됐어야 할 부실액수로 꼽혔다. 금융당국은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규모가 수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단은 지난 수개월 간의 내사를 통해 부실의 주요 책임자로 꼽히는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을 비롯해 전 경영진의 비리 혐의를 일부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수사단은 남 전 사장과 고 전 사장 등 전직 경영진이 2조원 넘는 분식 회계를 통해 회사의 부실을 감춰왔으며, 그 과정에 산업은행·안진회계법인 관계자들이 가담한 단서를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지난달 남 전 사장과 고 전 사장을 출국 금지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 분식 회계 규모는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혈세낭비 부실
책임자 잡는다
 

특별수사단은 또 대우조선해양 전직 경영진이 해양 플랜트 수주와 부실 회사를 비싸게 사들이는 등의 방식으로 회사에 2조7000억원 넘는 손실을 끼친 혐의와 지인들에게 사업상 특혜를 주고 대가를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다. 

일단 이번 특별수사단의 첫 수사 대상 선정은 대규모 예산 낭비를 초래하는 비리에 초점을 맞추겠다던 출범 일성과 맥이 닿는다. 검찰 안팎에선 대형 국책사업이나 공기업·공공기관 비리가 타깃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고작 대우조선해양을 하려고 5개월간 잠잠했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조선분야 대기업이면서도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회사여서 ‘공익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대우조선해양을 겨누고 있는 검찰 반부패 특수단의 칼날이 향후 어디로 향할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옛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버금가는 위상과 규모를 갖춘 특별수사단의 첫 타깃이 된 만큼 수사 범위가 단순히 회사 비리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일단 지난 2000년 출자전환을 통해 대우조선의 최대주주가 된 산업은행에 대한 수사는 이미 착수한 상태다. 검찰은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업무 전반과 산업은행에서 대우조선으로 자리를 옮긴 임원진들의 비리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이후 대우조선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등 주요 임원자리는 산업은행 부행장 등 요직을 거친 인사가 퇴임 후 맡아왔다. 경영상 비리 혐의를 받는 대우조선의 임원들과 산업은행 임원들을 분리해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지배하는 산업은행 연관 수사
정관계 인사도 조사확대 전망
 

이미 금융권에서는 대우조선해양에 산업은행 출신 인사들이 많아 이들을 산피아(산업은행+마피아)로 부를 정도다. 또 대우조선해양 뿐만 아니라 산업은행의 자회사에도 이런 낙하산 인사가 거듭된 것으로 전해진다. 

특별수사단이 수사 범위를 정치권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산업은행의 지원결정이 시장 논리가 아니라 정치 논리에 따라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조원대 혈세 낭비에 금융감독 당국을 비롯한 정·관계의 부당한 개입은 없었는지도 수사대상에 오를 수 있다. 

<경향신문> 따르면 지난해 이뤄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2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과 관련해 “청와대·기획재정부 금융당국이 결정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작년 10월 중순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당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으로부터 정부의 결정내용을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정부의 결정내용에는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최대주주 은행인 수출입은행이 각각 돈을 부담해야 하는지도 정해져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 마디로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이 있었다는 것이다.

기업 구조조정에 정치논리가 개입됐다는 근거가 제기되자 정치권과 소비자단체는 청와대 서별관회의 참석자의 산업은행 자금지원과정 개입 여부 전반에 대한 국정감사를 요구하며 책임자 처벌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번 대우조선해양 수사는 포스코와 유사한 기업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8개월 동안 지속된 포스코 수사에서 검찰 포스코 전현직 임원 17명을 비롯, 협력업체 관계자 13명, 이상득 전 의원, 송모 전 산업은행 부행장 등 모두 32명을 기소했다. 전현직 경영진과 협력사 관계자, 정치권과 관계 인사까지 줄줄이 사법처리 대상에 올랐다. 

검찰 조사 결과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 이후 정치권이 개입할 수 없는 구조였음에도 불구하고 회장 선임 과정에서부터 정권의 입김에 시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 전 의원은 정준양 전 회장의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이후에도 회사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등의 대가로 측근과 친인척 등에게 포스코 일감을 몰아준 혐의를 받았다. 

정 전 회장은 성진지오텍의 부실한 재무상황을 알면서도 ‘밀실 논의’를 거쳐 높은 가격에 인수하며 회사에 15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쳤다. 정 전 부회장은 베트남 공사현장에서 385만달러(한화 44억5000만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특별수사단은 남 전 사장과 고 전 사장 등 대우조선해양의 두 전직 사장들의 재임 중 발생했던 방만 경영과 개인 비리 의혹에 단서를 포착하고 내사를 벌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측근 그룹과 지인들이 운영하는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으로 대우조선해양에 상당한 손실을 끼친 의혹도 받고 있다. 

방만경영 손보고
정치권도 손본다
 


경영진과 정치권의 유착 의혹이 불거진 점도 주목된다. 2009년 이후 대우조선해양의 사외이사 명단을 보면 이 전 대통령의 현대건설 시절 측근이었던 장득상 힘찬개발 대표, 김영 한나라당 부산시당 고문을 비롯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 등 정치권 출신 인사가 상당 부분 포진해 있다. 이번 압수수색에서 관련 의혹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나올 경우 이번 수사가 정관계까지 큰 파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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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