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친노 끌어안기' 플랜 실체

청와대·JP까지 나서는데 아니라고?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대선에 나올까요?” 그의 출마 여부에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기문 대망론’이 불붙었다가 금방 사그라들었던 앞선 사례들과는 분명 다른 양상이다. 좀처럼 방한 열기가 식지 않는 이유는 반 총장이 미국으로 돌아간 후에도 대선주자로서의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 총장은 최근 ‘친노 좌장’ 이해찬 의원과 만남을 추진했다가 무산됐다. <일요시사>는 분명해지고 있는 그의 권력 의지를 진단해봤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방한은 이번이 세 번째였다. 남은 임기를 생각해본다면 총장의 지위로는 마지막 모국 방문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가운데 반 총장이 대한민국 정치권에 던진 메시지는 ‘대망론’을 넘어 ‘조기 등판론’까지 나오게 만들었다. 출마는 기정사실이고 그 시점이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분명 이전 대망론과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반 총장이 보여주는 일련의 움직임을 보면 마치 출마를 선언한 사람과 진배없다.

이전과는 다른
반기문 행보

반 총장은 지난달 25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호텔에 중견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을 초청해 좌담을 가졌다. 그의 발언 중 특히 4가지 부분이 주목받았다. 첫 번째는 ‘내년 1월1일’이라는 발언, 두 번째는 국내 정치권에 대한 비판, 세 번째는 북한과의 관계에서의 역할론, 네 번째는 나이와 체력에 대한 어필이다.

반 총장은 대권 도전 질문을 받자 “10년간 (유엔사무)총장을 했으니 기대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겠다”며 “내년 1월1일이면 유엔 여권을 가진 사람이 아닌 한국 국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나를 그때 결심하겠다. 필요하면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례적으로 국내 정치에 대한 평가도 이어졌다. 반 총장은 “아주 좁은 커뮤니티 인터레스트(community interest), 파티 인터레스트(party interest) 등을 갖고 (정치를) 하는데 이건 정치가 아니라 정쟁이다”라고 평가했다. 여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계파 갈등에 대해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또한 남북 간의 관계에서 자신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는 “남북 간에 그래도 유일 대화채널을 계속 유지해 오고 있는 것은 내가 유일한 것 아닌가”라며 “앞으로 기회가 되면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계속 노력을 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출국 후에도 계속되는 ‘반기문 대망론’
이해찬과 회동 불발, 친노·부산 노렸나

나이와 체력을 우려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별 문제가 안 된다”고 언급한 뒤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도 모두 70대라는 사실을 거론했다(반 총장 72세, 힐러리 클린턴 후보 70세, 빌 샌더스 후보 76세).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직설 화법에 정치권은 놀랐다. 앞서 지난해 4월경 미국 워싱턴DC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반 총장은 “국내 정치에 관심이 없고, 그럴 여력도 없다”며 “은퇴 후 아내와 근사한 식당에 가서 맛있는 요리를 먹거나 손자, 손녀를 돌보며 살고 싶다”고 말했었다. 지난해 5월경 송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나를 대선 주자 여론조사 대상에서 빼달라”고 말했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스스로 ‘권력 의지’를 내비쳤다는 게 중론이다.

시간이 2주나 흘렀음에도 여파는 좀처럼 가시질 않고 있다. 뉴욕으로 돌아감과 동시에 사라졌던 권력 의지가 이번에는 영속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 총장이 뉴욕으로 돌아간 후 국내 언론에는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이해찬 의원과의 만남 소식이 전해졌다. 대상이 친노계 좌장이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담고 있는 정치적 함의가 커 보였다. 더욱이 반 총장 측에서 먼저 만남을 요청했다고 전해지면서 여러 정치적 해석을 낳았다.

화해의 제스처로 볼 것인가, 아니면 정치적 계산으로 봐야 할 것인가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화해에 무게를 두는 사람들은 반 총장이 노무현정부 시절 인사와 만나는 것이 취임 이후 9년 만이고,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이후 처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멀어진 관계 회복에 방점을 뒀다는 해석이다.


“내년 1월1일
결정하겠다”

알려진 것처럼 반 총장은 노무현정부 시절 외교부장관을 역임했었다. 또한 그의 재임 기간인 지난 2006년 총장으로 선출됐다. 당시 국무총리였던 이 의원은 반 총장이 유엔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섰다고 한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서거 후 반 총장과 이 의원의 관계 또한 멀어졌고 이후 반 총장이 여권 대선주자로 거론되면서 더욱 안 좋아졌다. 때문에 퇴임을 앞두고 반 총장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 총장이 이 의원을 만나려 한데에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었을 것이란 해석이 더욱 신빙성을 얻고 있다. 대권 행보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난 방한 당시 김종필(JP) 전 총리를 만나 충청대망론을 키우고, 안동을 방문해 TK 민심을 확인한 반 총장이 이번엔 친노계와 부산 민심을 잡기 위해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몇 가지 점에서 근거가 존재한다. 이 의원 측에서 먼저 만남을 취소했다는 것이 그 중 하나다.

이 의원의 미국 방문을 주관한 노무현재단은 지난 8일, “이 의원은 반 총장과의 면담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재단 측은 “당초 비공개 일정으로 차 한 잔 하기로 한 만남의 성격이 변화 돼 최종적으로 면담을 취소키로 결정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재단 측은 면담 일정이 먼저 언론에 공개됐다는 점, 반 총장이 먼저 만남을 제안했음에도 사실과 다르게 이 의원이 먼저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간 점, 그리고 반 총장 측에서 면담을 언론에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알려온 점을 들어 만남의 성격이 변화했다고 주장했다. 반 총장이 이번 만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두 사람의 ‘장외 설전’도 면담이 무산되는 데 일조했다. 이 의원은 면담이 취소되기 전인 지난 5일 재미 동포와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외교관은 국내 정치와 캐릭터가 안 맞다”며 “갈등이 심한 정치에 외교관 캐릭터는 맞지 않다. 정치는 돌다리가 없어도 물에 빠지면서 건너가야 하는데, 외교관은 돌다리를 두드리고도 안 건너간다”고 지적했다. 다분히 반 총장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반기문-이해찬
장외 논쟁 발발

이어서 이 의원은 “그동안 외교관을 많이 봐왔지만, 정치적으로 대선 후보까지 간 사람은 없었다”며 “(외교관들은) 외교 차원의 정치는 하지만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외교 이외의 영역에 대한 인식은 그렇게 깊지 않다. (반 총장도) 국내 정치를 하는 데 과연 적합한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고 세간에서 도는 반기문 대망론을 평가 절하했다. 외교관 출신으로서의 한계를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또한 그는 “반 총장을 야권 (대선) 후보로 생각하는 야당은 없는 것 같다”고 쐐기를 박았다. 반 총장을 여당 대선주자로 한정시키는 발언이었다.

반기문 측은 즉시 불쾌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반 총장의 측근들은 복수의 언론을 통해 “외교관들이 국내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반 총장 만큼의 지위에 올라간 외교관에게 그렇게 얘기하는 건 조금 그렇지 않을까”라고 비판했다.

만남 이전에 나온 발언치고 수위가 높았다는 말도 나왔다. 장외 논쟁이 발발한 후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에서 “반 총장과 이 의원의 만남은 한국 측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는 말이 나왔고 결국 노무현재단은 면담을 거절했다.

국민의당 이상돈 최고위원은 면담 무산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 “반 총장의 광폭 행보에 이 의원이 찬물을 끼얹은 격”이라고 평가했다.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한 이 최고위원은 “반 총장은 노무현정권이 애써 배출한 사무총장이다. 그러니 노무현정권 사람들 입장에선 반 총장이 새누리당으로 가버리니 ‘월담’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서 그는 반 총장이 JP를 예방한 것과 관련해 “지난 방한 기간 보여준 행보는 완전히 정치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기가 막혀” 친박 후보 프레임에 발끈
청와대 개각설에 충청-TK 연대설 솔솔

또한 반 총장은 최근 자신을 두고 친박 후보라 부르는 것에 대해 불쾌함을 표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번 만남에 어떤 노림수가 숨어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중이다. 계파를 초월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었다는 것이다.

친박계에서 반 총장을 원한다는 것은 기정사실로 여겨진다. 친박계 핵심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은 최근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다시 한번 이를 분명히 했다. 그는 반 총장과 이 의원 간 만남에 대해 “많은 분들이 그(반 총장)가 (대권) 플랜을 펼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으냐”며 “아마 출마 의지를 상당히 굳혀가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상수란 말씀도 드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홍 의원은 반 총장 출마에 대해 “변수 아닌 상수”라고 전한 바 있다.

그러나 반 총장은 친박계 후보설에 선을 긋고 있다. 앞서 관훈 클럽에서 ‘반 총장은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라고 홍 의원이 주장하고 다닌다.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나는 홍 의원을 알긴 하지만 지난 10년간 전화 한 통화 한적 없다”고 답했다. ‘친박 후보설’에 대해선 “너무 확대 해석해서 다른 방향으로 가는 일이 기가 막히다”고 부인했다.

박 대통령과 가깝다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선 “박 대통령을 자주 만나냐고 하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 때도 그랬고 어느 대통령이건 다 만났다”며 “(박 대통령을) 7번 만났다고 하는데 다 공개된 장소이고, 회의가 있어서 가니 사진이 찍히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친박 후보 프레임’이 덧씌워지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친박 후보설
적극 차단


또 다른 노림수로 부산 민심을 잡으려는 시도였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최근 새누리당은 부산 민심이 돌아서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부산 지역 5석을 야당에 내주면서 심상치 않은 야풍이 불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요소다. 대권을 잡기 위해선 부산 민심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점과 맞물려 반 총장이 이 의원과의 만남을 진행했을 것이란 관측이 전해진다.

청와대가 수석비서진을 개편하면서 충청대망론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청와대는 김재원 정무수석을 새로운 당청 소통 창구로 임명했다. 김 수석은 이완구 원내대표 시절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내며 충청대망론을 지척의 거리에서 지켜보는 등 충청과 정치적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충청 지역 의원이면서 친박계 인사인 이장우(대전 동구), 김태흠(충남 보령 서천) 의원과 가까운 사이로 여겨진다. 김 수석과 함께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이 임명된 것도 결국 충청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이라는 것이다. 이 실장은 충북 제천 출신이다. 그 외 김용승 교육문화수석(대구), 이준원 농림부차관(충남 아산)과 이정섭 환경부차관(충남 보령) 등 충청·TK 출신들이 두루 기용됐다.

이에 정권 재창출을 위해 ‘충청·TK’가 힘을 합친다는 ‘충청-TK 연대설’이 정치권에 제기되고 있다. 오는 9월을 기점으로 청와대가 개각에 나설 수 있는데 이번 수석비서진 개편이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이는 곧 반기문 대망론과도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다.

반 총장은 최근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본부에서 출입기자단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대선 출마와 관련해 “사무총장으로서 임기 마지막까지 저의 모든 노력과 시간을 쏟아 부을 것이다”고 말해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사무총장 업무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비판은 지나치고 불합리하다”고 셀프 변호했다. 그러나 같은 날 JP는 지인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반 총장이) 단단히 결심을 굳힌 것 같았다”고 말해 엇박자를 보였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 구성 승패 공방
새누리 승? “남의 떡이 커”

상임위 배분 결과를 두고 과연 승자가 누구냐는 질문이 정치권에 던져졌다. 일각에서는 실리를 챙긴 새누리당의 승리라고 진단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국회의장을 가져간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가 이겼다고 분석한다.

새누리당은 결과에 만족하는 모습이다. 비록 당초 밀어붙였던 국회의장직은 사수하지 못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와 운영위원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의 상임위원장 자리를 가져와 성과가 크다는 것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있었던 새누리당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필요한 상임위는 빼놓지 않고 지켜냈다”며 “책임을 지는 보수정당, 집권여당으로서 확실히 가치를 지켜야 될 상임위들은 지켜냈다”고 자평했다. 특히 법사위와 미방위를 가져온 것에 대해 “나름대로 큰 소득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법사위는 사실상의 상원으로 통하며 상임위의 꽃으로 불린다. 앞으로 국회에서 발의되는 모든 법안은 해당 상임위를 거치게 된다. 미방위는 내년에 있을 종편 심사 등 중요 쟁점 사항이 발발할 수 있는 지점이다.

새누리당이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에 더민주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CBS라디오에 출연한 우상호 원내대표는 주요 상임위를 새누리당에 내줬다는 평가에 대해 “남이 가진 떡이 크게 보일 수는 있다. 그런데 그 상임위는 원래 새누리당이 위원장을 가지고 있었다”며 “의장까지 양보받은 입장에서 상임위원장 한 두 석 때문에 국회를 공전시킬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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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