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기업들, 그 이후…

재발 방지 뒷전…피해자 '나 몰라라'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기업의 비윤리적 행태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구설에 오를 때만 바짝 몸을 낮출 뿐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이전의 그릇된 행동을 반복하는 게 예사. 제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러도 진심을 담은 사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몇몇 기업들은 자신들의 실수를 단순 해프닝으로 포장하기까지 한다. 갑질에 연루된 기업들의 대응 방식이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 쯤으로 비춰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남양유업 사태’가 촉발된 이후 기업의 ‘갑질’은 사회 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대리점주에게 폭언과 함께 제품을 강매했던 이 사건은 ‘갑의 횡포’에 경종을 울린 사례로 손꼽힌다. 그러나 남양유업은 작은 조각에 불과했다. 관행처럼 이어져 온 갑질 행태가 곳곳에 만연하다는 사실이 드러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곳곳 만연한
갑질 행태

흥미로운 점은 갑질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시작과 끝은 항상 같은 패턴이라는 점이다. 을에 대한 갑의 횡포가 들춰지고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 성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진심을 담은 듯한 표정으로 사과를 반복한다.

국내 대표 장수기업인 몽고식품은 지난해 12월 2세 경영인인 김만식 전 명예회장의 직원 폭행 사건으로 위기를 맞았다. 김 전 회장이 운전기사를 상습적으로 폭행해왔다는 사실이 폭로되자 분노한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김 전 회장의 경솔한 행동은 111년 역사의 몽고식품에 오점을 남겼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몽고식품 불매 운동이 시작됐고 사건의 전후 관계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급속히 펴졌다. 몽고식품은 곧바로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불붙은 반기업 정서는 생각만큼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미스터피자의 모기업인 MPK(미스터피자코리아)의 정우현 회장 역시 갑질 논란을 키운 장본인이다. 정 회장은 지난 4월, 한 건물 식당에서 자신이 안에 있는데도 현관문을 잠갔다며 경비원의 뺨을 두 차례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는 감금과 상해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폭행 혐의만 적용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정 회장의 경비원 폭행 논란에 앞서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은 운전기사에게 갑질을 했던 정황이 포착돼 고개를 숙였다. 지난 3월 이해욱 부회장의 운전기사를 지냈다고 밝힌 피해자는 “주행을 하다 사이드 미러를 접으라고 했다. 룸미러도 접으라고 했는데 자기와 눈이 마주치면 안 된다는 게 이유였다”라며 이 부회장의 이해할 수 없는 행실을 폭로했다. 뒤늦게나마 이 부회장은 거듭 사과했지만 냉소적인 시선은 지금껏 계속되고 있다.

일단 사과만 하고…부실한 예방책
‘또 다시’ 거듭되는 비윤리적 행태

통념이라는 단어를 앞세워 회사 차원에서 갑질을 종용했던 사례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대구·경북지역의 향토 주류업체인 금복주는 지난 1월 ‘결혼을 이유로’ 여직원에게 퇴사를 종용했다가 구설에 휘말렸다. 해당 여직원은 지난해 회사 역사상 최초 여성 주임으로 승진하는 등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결혼 소식을 알리자 퇴사를 강요당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8일, 홈플러스·이마트·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사상 최대 규모인 23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위는 대형마트 3사가 종업원을 불법 파견 받고, 팔리지 않는 물건을 부당 반품하는 등 납품업자에게 횡포를 부렸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부당한 납품대금 감액, 부당한 인건비 전가, 서면계약서 지연 교부 등을 통해 납품업체에 피해를 줬다고 전했다.

납품 업체에 판촉사원 인건비를 전가하고도 시정 조치를 취하지 않은 홈플러스는 검찰에 고발당했다. 공정위의 제재 조치는 대규모유통업법 시행 이후 단일 사건으로는 가장 큰 규모이자 대형마트의 기본장려금 금지와 부당 반품 위반 행위를 적발·제재한 첫 사례로 남았다.

공정위의 결정이 내려지자 이마트 측은 “공정위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과거 지적받은 사항들에 대해 이미 시정조치를 완료한 상황으로 향후로도 이와 같은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 정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매번 같은 패턴
진정성은 글쎄

갑질을 자행한 정황이 드러나면 기업은 이미지 추락을 피할 수 없다. 다만 탄탄한 실적과 확고한 사업 영역을 갖춘 기업에게는 비윤리적 행태가 별다른 흠집이 되지 못한다. 심지어 합법적으로 죄를 감면받기도 한다.

공정위 제1소회의는 최근 남양유업에 대한 과징금을 재산정해 5억원으로 줄였다. 이는 기존에 부과한 과징금의 1/25 수준에 불과하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1월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유통기한 임박제품 등을 강제 할당한 시기, 수량 등에 대한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전체 매출을 기준으로 부과한 과징금 119억원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그해 6월 대법원에선 확정됐다.
 

앞서 공정위는 2007년부터 2013년 5월까지 전국 1849개 대리점에 유통기한이 끝나가는 제품이나 대리점이 주문하지 않은 제품을 강제로 공급하는 이른바 ‘밀어내기’ 혐의로 남양유업에 124억6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구입 강제 행위’로 부과된 단일 과징금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하지만 공정위는 남양유업이 제기한 과징금 취소소송에서 결국 패소했고 과징금 액수는 약 3년 만에 큰 폭으로 축소됐다.

대국민 사과에 이어 600억원의 상생 기금을 마련해 대리점주를 지원하고 피해대리점 협의회에 40억원의 위로금 지급을 약속했던 남양유업은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MPK 정우현 회장의 ‘안하무인’ 행동은 분명 개인의 윤리 문제였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미스터피자 점주들이었다.

대책마련 미비
시간이 해결?

미스터피자 불매운동으로 가맹점주들이 생계의 위협을 받았기 때문이다. 참다못한 가맹점주들은 MPK 본사 앞에서 회장을 대신해 사과에 나서기도 했다. 회장의 갑질로 인한 불매운동이 정작 똑같은 ‘을’ 입장인 가맹점주들에게 피해를 양산한 셈이다.

갑질 논란에 휩싸인 기업 혹은 해당 회사의 오너일가는 당장의 비난을 피하고자 미봉책을 꺼내들길 주저하지 않는다. 구설에 휘말려도 조금만 기다리면 잠잠해진다는 생각이 은연 중에 깔려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게다가 갑질을 자행한 상당수 고위층 인사들은 피해자를 직접 만나 사과의 뜻을 전하지 않거나 공식석상에 얼굴을 드러내는 것도 주저했다. 심지어 노동부가 실태조사에 들어가자 폭행을 부인하기까지 했다.
 

수행기사 폭행으로 구설수에 오른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은 주주총회에서 간단한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대책에 대해선 함구했다. 정일선 현대비엔지스틸 사장은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을 뿐이었다. MPK 정우현 회장은 맨 처음에는 폭행을 당한 피해자에게 회사 직원들을 보내 사과를 했으나 피해자는 진정성을 느낄 수 없었다고 했다.

몽고식품의 김 전 회장은 대국민 사과까지 하면서 사건을 마무리하고자 했지만 진정성 문제가 불거졌다. 조사가 시작되고 이 사건이 크게 부각되자 김 전 회장에게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다른 직원들까지 나타나 회장님 폭행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물론 갑질 논란에 휘말린 상당수 기업은 남양유업과 미스터피자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단기적인 악영향을 피하기 힘들다. 남양유업의 영업이익은 2012년 474억3000만원에서 갑질 파문 후인 2013년 -220억원, 2014년 -261억2000만원으로 적자 전환됐다. 이른바 ‘남양유업 방지법’으로 알려진 ‘대리점 거래 공정화법’이 탄생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금방 잠잠해지는 논란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

정우현 회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MPK의 주가는 3000원 근방에서 등락을 거듭했지만 사건 발생 후 계속 하락해 52주만에 신저가 경신을 눈앞에 두기도 했다. 대형마트 3사의 최근 5년 간 갑질 적발 과징금은 230억원에 달한다.

다만 갑질 논란이 매번 기업의 막대한 피해로 연결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오히려 해당기업들이 입는 피해는 생각만큼 크지 않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기업의 윤리 경영 여부는 투자자들이 평가하는 기업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탓이다. 오너일가에 바라는 윤리적 기대치가 극히 낮기 때문에 갑질 파문이 불거져도 회사에 별다른 타격을 주지 않는다는 자조적인 해석과 비슷한 맥락이다.

 

실제로 미스터피자 갑질 사건 역시 사건 발생 사흘이 지난 시점부터 주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통상적인 투자자들의 매매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일시적인 주가 하락을 무작정 갑질 논란과 연결 짓기에도 무리가 따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재무 실적이나 사업 확장을 투자 판단에 기준점으로 잡는다”며 “오너의 개인적인 행태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의 갑질 기업에 대한 거부감이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다는 점도 해당 기업들에게는 일종의 호재다. 갑질 사건이 터지면 초반에 들끓는 여론은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지기 마련이다. 2013년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던 남양유업의 실적은 최근 업계 최고치까지 회복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1억3000만원으로 흑자 전환했으며 매출액은 전년에 비해 5.5% 증가한 1조215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사실상 갑질 파문에서 벗어난 셈이다.


결국 계속되는 갑질 논란과 별다른 해결책을 기대하기 힘든 작금의 상황은 기업의 윤리의식 개선의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일단 갑질의 주체들에게 가해지는 형벌이 지나치게 약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운전기사 폭행으로 논란이 있었던 몽고식품 김만식 전 회장에게 700만원의 벌금형이 내려졌다.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을 비롯해 ‘면벽근무’로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두산모트롤, ‘초특급 갑질 매뉴얼’로 유명세를 달리한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은 아직 처벌되지 않았다. 2014년 ‘땅콩 회항’ 사건을 일으킨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도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윤리의식 부재
반복되는 논란

서민민생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끊이지 않는 갑질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제도적 형벌 강화와 함께 시민과 소비자의 연대적 감시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갑질이 만연하지 않도록 사회적 장치 마련에 관심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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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